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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3 14:53
3편





(이번 편은 좀 짧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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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는 10시에 도착했다. 매튜는 자신을 위한 아몬드 가향 실론을 한 잔, 그리고 허니를 위한 생강차를 한 잔 준비한다. 둘 사이에는 별 말이 없었다. 허니가 굳나잇 인사도 남기지 않고 홱 돌아서서 나가버린 어젯밤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허니가 신문을 청하자 매튜는 오늘자 해럴드지 한 부를 가져다 준다. 10시 반이 지났음에도 허니는 시계를 확인하지 않았다. 19번에 답이 아무래도 마다가스카르 흰꼬리 기린(Madagascan White-tailed Giraffe)인 거 같은데, 그런 동물이 실제로 없다면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하며 투덜투덜 끼워 맞추기에 열중하던 허니는 느닷없이 깊게 찌르고 들어왔다.





-매튜, 내가 어제 크로스워드를 좀 해봤는데요. 기차가 도착하는 시간에 대해서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예요.



-주어진 알파벳이 '15분'이라는 단서 하나 밖에 없어서 애를 먹긴 했어요. 그런데 '15분 일찍', '15분 정각'이 확실히 아니라는 건 알았단 말이죠. 소거법에 따른 풀이로는,



-제가 판 함정에 보기 좋게 넘어가셨군요. 사실 십오분이 아니라 오십분이예요. 



상투적인 멘트와 웃음으로 무마하며 찻잔에 코를 박은 매튜를 허니는 똑바로 쳐다보았다.



-아니요. 당신, 거짓말 심각하게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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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분은 어때요.



-폴번행 완행열차는 15분 늦게 온다는 걸 알아요. 티켓에 적힌 45분을 넘겨, 자정에 도착하죠. 맞나요?



매튜는 우선, 마시던 잔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앉은 벤치의 옆 빈자리에 조심스레 내려둔다. 시선은 허니를 마주하지 못하고 떨구어, 뚝 부러트리겠다는 듯 사정없이 비틀어 짜는 무릎 위의 양손에 고정한다. 목소리는 바닥을 모르고 아래, 그 더 아래로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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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더이상 궁금하지 않은가요? 정말로 유령이 맞는지. 궁금한 사람이 져주는 거라고 그랬잖아요.



-그렇게 다 티나는 얼굴을 하고서는 나보고 어떡하라고.



허니는 매튜의 목에 팔을 둘러 등을 쓸어주었다. 허니는 매튜를 안아주려는 마음으로 뛰어든 것이었으나 막상 도리 없이 온몸으로 안겨버린 쪽은 허니였다. 매튜는 허니를 품 안으로 절박하게 끌어당겨 허니의 머리칼에 얼굴을 묻고는 속삭인다.



-한 번만 져줘요. 오늘 자정이 되기 전에 별장으로 돌아가겠다고 약속해줘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이 안고 있는 이 남자의 생사는 영영 알려주지 않겠어요, 제발. 



-나는 늘 져주기만 했는데도 당신은 왜 비참하죠?



-오해가 있어요. 허니가 확신하는 전부가 진실은 아니예요. 마다가스카르 흰꼬리 기린 따위의 헛소리에 안주하는 사람이면서,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떠나려는 거예요.



실소를 터트리는 허니의 어깨를 다시금 단단히 껴안으며 매튜는 하루만 더 있어줘요, 를 한방울씩 나누어 귓속에 천천히 흘려 넣는다.



-거짓말 하나 해 봐요. 내가 믿을 수 있도록 괜찮은 거로.



-제가 말실수를 했는데, 사실 15분이 아니라 15시예요. 마지막 기차는 15시에 떠나고 없어요.



-그래요. 15시에 오는군요.















허니와 매튜는 동네에서 가장 외진 벼랑의 가장자리에 날려갈 듯, 엎어질 듯 무심하게 얹힌 석조 주택까지 오랫동안 함께 걸었다. 둘은 내내 유령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정말로 묻고 싶은 질문들은 내일을 위해 아껴두고 매튜, 벽을 한 번 통과해 볼래요?, 하는 실없는 문답만을 주고 받았다. 마지못해 현관문에 이르러서는 허니가 열쇠를 찾느라 가방을 한 차례 바닥에 쏟아부었고, 그 안에서 발굴된 BRP 카드의 어색한 증명사진을 두고 또 한동안 웃었다. 포치의 센서등을 몇번이나 꺼트렸는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시간을 다 써버린 뒤에는 드디어 서로를 마주보았다.



-집이 너무 커서 밤에 무섭지는 않던가요.



-신기하죠. 유령을 믿지 않던 때라면 무서웠겠지만, 윌을 만난 다음부터는 무섭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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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을 좋아해요?



잠긴 문을 등 뒤에 두고서 허니는 친구라던지 호감 같은 비겁한 표현들로 도피할 수 없이 몰려버렸다는 것을 인정했다.



-네. 아마 기차에서 내릴 때부터 그랬어요.



-'살인범을 쫓아왔어요'라니, 누가 누굴보고 거짓말쟁이라는지.



-미안해요.



-오늘은 알면서도 눈 감아주는 날이니까. 



미안해요, 받은대로 되돌려주는 눈을 느릿하게 내리깔며 매튜는 찬바람에 붉게 익은 허니의 뺨을 감싼다. 무엇에 대하여 양해를 구하는지, 서로에게 분명치 못한 사과들이었다. 그럼에도 매튜가 입을 맞추고 숨을 얽어오자 허니는 눈꺼풀을 내리고 그가 바라는 몇 분간의 양해로 응해주었다. 그러나 반 발짝, 한 발짝, 그리고 크게 휘청 한 번 더. 조금씩 물러난 등이 막다른 문에 부딪힐 때까지, 상대는 더 많은 것을 원했다. 그의 무례함이 버티기 힘겨울 정도로 버거워, 목덜미를 파고드는 더운 집요함에 떳떳하지 못한 음성을 흐느끼듯 삼켜내는 것이 겨우였던 허니는 어딘가 위화감을 느꼈다. 매튜의 달아오른 피부에서 피어오르는 김. 뜨겁게 자신을 밀어붙이는 눈 앞의 존재는 정말로?





허니는 떨리는 손으로 가슴팍을 밀어내고는 가쁘게 흔들리는 목소리로 선언했다.



-내일 봐요, 우리.



짧은 탄식이 새어나왔으나 매튜는 마지막으로 볼에 한 번 키스를 새겨넣고는 순순히 밀려났다.



-일찍 와줘요. 기다릴게요.



문이 열렸다 닫히고 센서등이 밝았다 어두운 동안 두 사람은 제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허니는 문에 몸을 기댄 채 한 마리의 변온동물처럼 반대편의 상대가 뿜어내는 열을 감지하며 숨죽이고 서 있었다. 매튜는 카펫 위로 내려앉는 발걸음을 들은 듯도 했다. 잘못 들었음이 확실하지만 머리 속에서 걸음 소리가 멀어질 때까지 기다린 후에야 포치를 떠난다. 











5편
매튜좋은너붕붕
2024.03.23 17:5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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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떠나지 못하게 막는 거 보니까 진짜…!!!!!
[Code: c4c1]
2024.03.23 21:5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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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씨 뭐가 어떻게 되는거야ㅜㅜㅜㅜㅠ아악
[Code: 2c4c]
2024.03.23 23:3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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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나 울어ㅠ 안그런것 같다가도 둘 사이 위태로워보인다,,
[Code: fcba]
2024.03.23 23:4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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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잼ㅠㅠㅜㅠㅠ진짜 미스터리뭘까 이 분위기 너무좋다
[Code: 3754]
2024.03.24 03:3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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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미쳤다 어나더
[Code: c3d0]
2024.03.24 05:4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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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뭐지 너무 궁금해 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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