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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7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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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기쁨이고 증오가 죽음이라면 애증은 끊임없는 몸부림이었다. 생각해 보면 너는 언제나 나를 불타오르게 하면서도 가장 서늘하게 만들었지. 끝없이 내 눈앞에서 다른 이에게 안기거나 안으면서 나를 할퀴어도 결국에는 사랑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나는 감히 네가 뱉는 구절들 중 가장 최초이자 마지막이 되었으면 했다. 찰나의 시간이라도 좋으니, 더는 다시 되돌릴 수 없다고 하더라도 지금껏 네 곁에 맺혔던 수많은 연인처럼 혀끝에서 달게 맴도는 그 사랑의 상대가 나였으면 하는 말도 안 되는 바람 한 줄기가 있었다. ]



* 양인 음인 차별 없는 세계관
* 재업(제목 수정)

외전1
션웨이 편


션웨이는 눈을 떠 저 허공 너머를 바라보았다. 윈란이 보인다. 곧바로 꿈 속이라는 사실을 직감한 션웨이의 입꼬리가 일그러졌다가 다시 펴졌다.

사랑은 기쁨이고 증오가 죽음이라면 애증은 끊임없는 몸부림이었다. 눈앞의 윈란은 웃지도 울지도 않는다. 생각해 보면 너는 언제나 나를 불타오르게 하면서도 가장 서늘하게 만들었지. 끝없이 내 눈앞에서 다른 이에게 안기거나 안으면서 나를 할퀴어도 결국에는 사랑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나는 감히 네가 뱉는 구절들 중 가장 최초이자 마지막이 되었으면 했다. 찰나의 시간이라도 좋으니, 더는 다시 되돌릴 수 없다고 하더라도 지금껏 네 곁에 맺혔던 수많은 연인처럼 혀끝에서 달게 맴도는 그 사랑의 상대가 나였으면 하는 말도 안 되는 바람 한 줄기가 있었다.

-샤오웨이.

자오윈란. 윈란이 션웨이의 애칭을 부른다. 션웨이는 그의 이름을 말하려고 입을 움직였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입 안에서 그의 생애에서 가장 귀하고 소중한 이름 하나를 혓바닥으로 굴렸다. 자오윈란. 나의 세상, 나만의 불꽃, 내 심장을 할퀴고 새까맣게 태우는 나만의 릴리스. 사랑의 대가로 아담도 이브도 아닌 션웨이의 심장은 비참하게 그을린다. 다름이 아닌 그 스스로 내는 사랑의 불꽃으로. 그러나 나는 결국 너를 절대 놓을 수 없겠지. 결코 너를 놓을 수 없는 나 자신을 안다.

- 션웨이.

윈란이 다시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 션웨이는 두렵지 않지만, 못내 괴롭다. 너를 위해 태울 심장이 더는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다시 심장을 꺼내 태울 수 있을 것 같아서. 션웨이는 윈란의 입에서 나오는 자신의 이름을 사랑했고, 자신만이 윈란의 약한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 

그러나 윈란에게 자신은 유일한 존재가 아니다. 그래서 그를 차마 찾을 수가 없었다. 나는 너를 더없이 갈구하는데 너는 내게 그렇지가 않았다. 자신이 그에게 최선책이 아니라는 사실은 션웨이 본인에게 가장 큰 칼날로 박혀 돌아왔다. 결국 그는 도망쳤다. 확인사살 당하는 게 싫어서.

너는 나의 가장 뜨거운 존재, 동시에 가장 차가운 존재. 마침내 윈란은 션웨이를 향해 미소지었다. 그 웃음이 아름답다고 생각한 순간, 윈란이 자신의 심장에 기꺼이 냉각수를 부었다. 션웨이. 사랑하지 마. 들리는 목소리에 션웨이의 심장이 그대로 얼어 버린다. 고통에도 불과하고 여전히 뛰고 있었다. 션웨이는 윈란의 얼굴을 바라본다. 여전히 무표정인 얼굴에서 갑자기 눈물이 한 줄기 뚝 하고 떨어진다. 션웨이의 심장이 쿵 떨어지며 결국 자제력을 잃고 만다. 결국 그는 처음부터 줄곧 생각해 왔던, 하지만 끝까지 입 밖에도 내지 못했던 윈란의 애칭을 꿈이라는 이름의 힘을 빌려 꺼내어 본다. 이번에는 신기하게 목소리가 나왔다.

"아란. 혹시 내가 너를 슬프게 만들었어?"

왜. 너를 다시 사랑하라고? 아란, 아니면 내가 너에게 평생 묶이기를 원해? 질문하지만 윈란은 대답하지 않는다. 그저 천천히 눈물만 흘린다. 션웨이는 동요한다. 이미 심장 전체가 타버렸을 정도로 사랑하고 이미 너라는 족쇄에 구속되어 평생 질식할 운명인데. 이제 더 줄 게 있기나 할까. 그러나 윈란은 울고 있다. 

내가 너를 슬프게 만들었구나. 션웨이는 울고 있는 윈란보다 더 아프다는 얼굴을 한 채 볼로 부드러운 뺨을 훔쳐주었다. 그는 이제 자신에게 남아있는 것이 하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윈란에게 줄 수 있는 것도 이제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윈란이 원하는 것은 마지막 남은 하나일 것이다. 션웨이는 마침내 비식거리며 쓴웃음을 터뜨리며 물었다.

"그렇게 원해?"

고개를 끄덕이는 윈란으로 인해 자신의 온도는 다시 뜨거운 불길 속으로 달아올랐다. 윈란의 눈물이 멈추자 션웨이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줄게. 마지막 남은 하나를 내어주기로 결심을 한다. 이것마저 너에게 주면 남은 게 아무것도 없을 테지만, 네 눈물이 그친다면 얼마든지 내어줄 수 있다. 맨 가슴 안에 손을 푹 집어넣자 언젠가는 붉은 빛을 띄고 있었을 검게 변색된 심장이 손에 잡혔다.

션웨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심장을 쥐기 위해 더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곧 그의 손이 벌어진 가슴 안에 드러난 갈비뼈와 근육, 힘줄과 세포들을 주저없이 더듬었다. 마침내 갈비뼈를 헤치고 그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붙어 있는 심장이 잡히더니 기어이 손에 잡혔다. 심장은 이미 사랑에 질식하여 검게 타버린 상태였다. 션웨이는 심장 전체를 손에 쥐더니, 이내 천천히 꺼내는가 싶더니 그대로 쑥 뽑아 버렸다. 그는 잠시 사랑에 그을린 자신의 흔적을 바라보았다. 이미 그을려 시커멓게 탄 심장은 아직까지 박동하고 있었다. 

션웨이가 펄떡거리며 뛰는 손 안의 심장을 한 번 바라보더니 손을 뻗었다. 심장이 뛸 때마다 검붉은 피가 뚝뚝 떨어졌다.

"가져. 네 거야."

션웨이는 다 타버린 심장을 내밀었다. 자. 가져. 아란. 자오윈란.
이게 내 마음이야. 가져. 다 그을리고 타버려서 이제 이것밖에 남은 게 없어. 윈란은 마침내 환하게 웃는다. 션웨이는 그제서야 비리게 웃었다.
아란. 정말 너는 끝까지...
아. 그 생각을 끝으로 눈을 떴다. 션웨이는 잠에서 깨어났다. 처절할 정도로 괴로운 꿈에 비해 몸은 땀 한 줄기 없었다. 유일하게 반응하는 건 심장이었다. 심장이 끊임없이 뛰고 있었다. 멍하니 초점이 없던 눈으로 허공을 응시하다가 이내 고개를 옆으로 세차게 흔들었다. 

하늘을 보자 아직 한참 이른 아침이었다. 서둘러 샤워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눈을 비비다가 웃음을 짓는다. 그 정체가 악몽인지 길몽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션웨이에게 윈란은 독이 든 성배였다. 그를 사랑하는 일은 곧 선악과를 따먹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던 션웨이가 휴대폰을 보았다. 아직 강의까지 시간이 좀 있었지만 슬슬 준비해야 할 것 같았다. 곧 그는 샤워를 하기 위해 수건을 들고 방을 나섰다.

꿈은 마치 현실처럼 생생했다. 샤워를 하며 꿈을 되짚어 보던 션웨이는 문득 그것이 꿈이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꿈에서나 현실에서나 윈란이 우는 모습은 절대 보고 싶지 않았으니까.

션웨이는 만약 현실에서도 윈란의 눈물을 멈추기 위해 자신의 심장을 꺼내 주어야 한다면 과연 자신이 어떻게 할 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날렸다.
그리고 돌아온 답은 한 치의 주저없이 그렇게 할 것이라는 확신이었다.


-
두 사람이 재회하기 전 언젠가 동시에 꾸었던 꿈 중
션웨이 편


룡백 웨이란 진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