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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9 19:38
있었으면 좋겠다...짝사랑이라기에는 이어지는 감정이 다소 비정상적인데다가 약간 추하고 뒤틀려 있고 뭣보다 사랑이라고 하기에는 정말 단발성으로 보고 홀린 채로 욕망을 품은 거에 가까웠던 거지 프라임들의 보좌관으로 선발된지 얼마 안됐을 무렵에 아무도 없는 프라임들의 거처를 돌아다니면서 자신의 성공에 자부심을 느끼던 센티넬이었는데 복도 중간에 나있는 테라스에 메가트로너스가 혼자 있는게 보이는 거임 처음에는 순간적으로 메가트로너스 프라임인 줄도 몰랐을 거야 왜냐면 삼지창은 옆에 편하게 둔 채로 테라스 벽 한쪽에 기대어 앉아서...정말 아무런 무게도 지지 않은 것처럼 편하고 조용하게 하늘을 관조하고만 있었거든

키가 너무 커서 어쩔 수 없이 무릎은 살짝 굽혔다지만 다리도 뻗은 채로 앉아있는 거나 다름 없었겠지 최강의 프라임이자 가장 사나운 프라임이 저렇게까지 편안하고 평화로운 자세로 앉아있는 걸 보는 건 처음이었어 조용한 하늘을 관망하던 옵틱도 때때로 감겼다가 천천히 떠지는 걸 보면 살짝 졸고 있는 것도 같고 아니면 느긋하고 나른한 공기를 즐기고 있는 것도 같고...센티넬도 최강이자 최대의 프라임으로 명성이 드높았던 메가트로너스 프라임을 숭상했었겠지 그리고 여느 메크들이 그렇듯이 메가트로너스 프라임은 정말 힘 그 자체의 현신이고 싸우고 이기는 것 이외의 이미지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그런 존재로 여기고 있었을 거임 실제로 보좌관이 된지 얼마 안되기는 했지만 가까이서 본 모습도 늘 그랬거든 삼지창을 손에서 놓은 적이 없었고 시선과 동체는 늘 옆에 있는 형제자매들에게 어떤 위협이라도 닥치지 않았는지 늘 긴장과 경계로 가득 차 있었으니까

그런 모습이 전부 걷어내어진 채로 편하고 나른하게 앉아있는 메가트로너스를 본 순간 센티넬의 안에서 기묘한 감정이 솟아올랐을 거임 감히 프라임에게 품어서는 안되는 감정...상대가 메가트로너스가 아니라 일반 메크였더라면 이미 조용히 다가가서 작업이라도 걸었을지 모르겠다 싶은 동시에 메가트로너스가 아니었다면 애초에 남이 저렇게 앉아있는 모습을 보고 이렇게까지 동하지도 않았겠다 싶은 거지...게다가 이와 동시에 그 광경에 홀린 것처럼 센티넬은 표정 갈무리도 못하고 계속 복도 끝 벽에 살짝 숨은 채로 메가트로너스를 빤히 바라만 보고 있었을 거임 내가 나갔다가는 저 광경이 깨질 것만 같았고...최강의 존재가 저렇게까지 무방비하게 있는 순간을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 하면서 아직 덜 타락했다지만 센티넬답게 살짝 비뚤어진 감정도 스멀스멀 번져오는 거임 어쩐지 저런 상태라면 나도...해볼 수 있을 것 같다...도대체 뭘 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걸까 이길 수 있을 것 같다? 안을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확실한 건 안고 싶다는 생각은 이미 실시간으로 무의식 레벨에서 진행 중임 늘 딱딱하게 굳어져 있던 시선이 저렇게 풀려있는데 저기에서 더 풀리면 어떻게 될까 얼마나 흐트러질 수 있을까 분명 눕혀놓으면 의외로 얌전하지 않을까 아래에서 얌전히 힘을 빼고 누워서 나른한 옵틱을 한 최강의 프라임을 내가-

까지 상상하고 있는데 반대편 복도에서 프라이마와 제타 프라임이 걸어왔음 센티넬은 황급히 몸을 숨겼다가 두 프라임이 자기가 있는 쪽 복도가 아니라 메가트로너스가 있는 테라스로 향했다는 걸 알고 다시 고개만 살짝 내밀어서 그쪽을 쳐다봤겠지 메가트로너스는 평소대로 과묵하게 형제들이 하는 말에 별다른 대답은 안 하고 듣고만 있었을 거임 그런데 프라이마가 웃으면서 메가트로너스의 가면 끝을 들고 슬쩍 들어올림 센티넬은 깜짝 놀랐음 메가트로너스의 가면을 함부로 건드리면 어떻게 된다더라 류의 괴담은 일반 메크들 사이에서 꽤나 널리 퍼져있었으니까...그런데 메가트로너스는 가면이 벗겨지든 말든 손가락 하나도 안 움직이고 그냥 가면이 형의 손에 들려서 얼굴에서 벗어나는 걸 기다리고만 있었겠지 그러자 햇빛에 살짝 가려서 온전하게 보인 건 아니었지만 메가트로너스의 맨얼굴이 드러났음 처음으로 느낀 감상은 상상과 달리...무섭지도 험악하지도 않다 였겠지 모두가 떠들어대는 것과 달리 흉터도 한 점 없었고 인상이 나쁘지도 않았고 형제들이 하는 말을 들으면서 살포시 웃고 있는 탓인지 오히려 아름답기로 유명한 맏형만큼이나 부드러워보였고...

뭔가 센티넬은 속이 상당히 비뚤어진 구석이 있어서 그 순간부터 입에서 쓴 맛 느꼈을 것 같음 창도 손에 쥐지 않은 상태에서 가면을 함부로 벗기고 이미지와 전혀 다른 저 맨얼굴을 보여주는 것도 저런 식으로 옅은 웃음을 띄우는 것도 모두 메가트로너스의 형제자매들에게만 허용된 영역이라는 걸 순식간에 뼈저리게 느껴버린 탓에...방금 전까지 품었던 불경한 망상이 와장창 깨져버린 느낌? 그것도 자기가 스스로 던져서나 아니면 혼자 금이 간 탓에 깨진 것도 아니고 어쩐지 프라임들이 던져서 자기 앞에서 웃으면서 와장창 깨버린 것 같은 거지 게다가 이날 이후로는 다시 메가트로너스가 절대 센티넬 본봇은 범접도 할 수 없는 강력하고 위압적인 존재로 돌아와버린 탓에 자기의 감정이든 욕망이든 뭐든 진짜 택도 없고 가망도 없다는 것만 매일같이 실감하면서 감정적으로 더더욱 비뚤어졌을 것 같음 센티넬이 어떻게 감히 메가트로너스를 그렇게...만들 수 있겠어? 실제로 나중에 배신까지 때렸을 때는 이미 이 이상으로 거대하고 추악한 욕망이 되어 있었겠지만 그 발단에는 이런 이유도 있었던 거면 좋겠다...하필 메가트로너스를 자기 앞에서 무릎 꿇린 뒤에 참수하고 코그 탈취해간 것도 약간 자기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형태로 메가트로너스를 능욕하고 능멸하고 범한 거에 가까웠던 거임 어쨌든 소중하고 남의 손이 닿아서는 안되는 뭔가를 뺏기는 했겠다 이거지...

그날 이후로 수십 사이클이 지나서 자기 앞에 끌려오고도 너 따위에게 무릎 꿇지않겠다는 디를 봤을 때 센티넬은 갑자기 그때의 일을 떠올렸을 거임 디의 어깨에 붙어있는 메가트로너스 프라임 스티커를 보고 그런 것도 있었지만...디를 발로 차서 넘어뜨리고 메가트로너스의 코그를 보여주면서 센티넬은 정말 오랜만에 뒤틀린 만족감을 처음 프라임들을 배신했을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느꼈을 거임 내가 메가트로너스의 무언가를 빼앗아와서 강제로 내 것으로 만들었어! 그걸 이 건방진 광부와 무력하게 묶여있는 하이가드 앞에서 전시하는 기분은 정말 환상적이었겠지...이러다가 흥분이 과도해져서 자기 아래에 깔린 디의 분노에 가득 찬 얼굴을 응시하다가 문득 디의 얼굴을 손으로 쥐고는 돌려가며 관찰하더니 메가트로너스를 숭배하는 자네한테 한 가지 기분 좋을 말을 해줄까. 자네와 그는 꽤 닮았어. 온몸에 달린 흉흉한 무장과는 대비되게 제법 예쁘장하고 웃는 얼굴은 솔직했던게...이러면서 디의 페이스 플레이트에 자국이 남는 걸 넘어서 우그러질 정도로 손에 힘을 줬다가 디의 어깨에서 스티커를 떼고 가슴팍에 붙인 뒤에 진짜 얼굴은 아니지만 가짜 얼굴도 몸에 박아주는게 좋겠다면서 가슴에 강제로 낙인 찍어버리고...이러고 나서도 디가 고통을 삼키는 얼굴로 일어나자마자 메가트로너스에게는 못했지만 눈앞의 이 메가트로너스를 닮았다면 뭐 닮은 구석이 다른 메크들보다야 많은 건방진 광부에게는 할 수도 있을 것 같은 행위를 실천하겠다는 욕망에 불이 붙어서 강제로 디를 비랑 하이가드들이 보는 앞에서 고문인지 인터페이스인지 모르게 거칠게 따먹었으면 좋겠다...하이가드들은 주변에서 저열하고 추악하고 비열하고 끔찍하고 불경하다면서 악을 쓰고 있었겠지만 센티넬의 귀에는 거의 화음처럼 들렸을지도...물론 이러다가 나중에는 결국 자기 때문에 싸우기는 커녕 허리를 펴고 일어서는 것도 힘들었을 그 메크에게 반으로 찢겨서 죽었겠지...

디랑 메가트로너스 맨얼굴이 진짜 닮았냐고 하면 뭐 대충 비슷한 면이 있다~ 수준일 것 같은데 헬름 모양 똑같음+무표정이랑 웃는 얼굴(센티넬이 말한 건 코그리스 디가 웃던 얼굴 말한 거였음)의 갭이 크다는 점은 꽤 닮았을 것 같음

트포원 센메가 센티넬디
2024.11.20 10:0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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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뚤어진 욕망... 미친것같아요...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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