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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2 05:24
타다오미는 글재주가 넘치는 사람답게 혁명 시기에도 매일 일기를 썼었다. 그 일기장을 읽어본 적은 없지만 혁명 당시 있었던 이들이 세세히 기록돼 있는 걸 보니 일기를 바탕으로 회고록을 쓴 모양이었다. 혁명의 한가운데서 항상 노부와 함께했던 소년의 이야기를 읽으니 그 해 혁명의 기억들이 다시 떠오르고 그때 느꼈던 기쁨과 슬픔, 희망과 절망, 환희와 분노, 행복과 좌절도 전부 떠올랐다. 너무 가까웠던 인물의 회고록이기 때문인지, 그때도 한 번 들춰볼 생각도 안 했던 타다오미의 일기장을 보는 기분이라 조금 머쓱하기도 했다.
그렇게 머쓱함과 설렘, 기쁨과 슬픔, 아픔과 추억에 잠겨서 회고록을 읽어내려갈 때였다.
드디어, 모든 역사서에서 철저히 감췄던, 혁명의 주동자들이었던 케이와 노부의 친구들이 철저히 감춰주려 했던 이야기, 혁명의 마지막 시기에 케이와 노부가 헤쳐나가야만 했고 결국은 벽에 부딪쳐 좌절하고 말았던 부분이 서술되고 있었다.
4황자의 폭력으로 어린 소년이 사망하고 불붙은 혁명은 점점 더 거세지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단풍 혁명의 분수령이 될 네 번째 가두시위가 열리기 닷새 전이었다. 마치다의 외할머니가 위독하시다는 긴급 파발이 왔다. 마치다는 시기가 시기인 만큼 자리를 비우는 걸 꺼렸지만 외할머니가 마치다를 얼마나 애틋하게 여기는지, 마치다가 외조모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잘 아는 동료들이 마치다의 기차표를 사서 안겨주었다. 마치다는 급하게 새벽 기차를 타고 고향으로 내려가야 했다. 마치다의 외조모는 내가 그를 따라 그의 고향을 방문했었을 때 나를 잘 챙겨줬던 분이라 나도 따라가려고 했지만, 마치다는 내게 남아서 형들을 도와주라고 했다. 이번에야말로 황실을 완전히 전복하기 위한 거사일이 코 앞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선전국의 일이 중요할 거라며 마치다는 내 어깨를 토닥였다.
"금방 돌아올게. 걱정하지 말고 형들이랑 같이 잘 준비하고 있어."
마치다는 외할머니 때문에 근심스러운 상황인데도 침착하고 다정하게 웃었다.
그리고 그날 밤, 혁명단의 아지트에 도둑이 들었다. 문을 강제로 연 흔적은 없었지만 준비해 둔 선전문들과 시위 날 이동경로와 시위대 배치계획이 사라졌다. 다음 날 출근해서 상황을 파악한 이들이 충격과 당황을 수습하지 못하고 있을 때, 혁명단을 이끌던 스즈키 노부유키가 말했다.
"어제, 케이가 열차를 탔는지 알아 봐."
혁명단의 핵심세력들은 모두 마치다가 배신할 리가 없다며 분노하고 스즈키를 향해 날을 세웠지만, 스즈키는 단호했다.
"케이가 배신했다는 게 아니야. 케이의 신변에 이상이 생겼을 수도 있다는 거야."
그래서 쿠로사와가 즉시 역으로 달려갔고, 마치다가 열차를 타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다. 마치다가 사라졌다.
그때 우리는 사람을 풀어 마치다를 찾았지만 촉박한 시간 속에서 시위 계획을 전면 수정했고 바뀐 계획을 모두에게 전달해야 했기 때문에 마치다를 찾는 일에 많은 사람을 배치할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마치다를 찾는 일은 성과가 없었다. 마치는 땅으로 꺼진 건지 하늘로 솟은 건지 자취를 완전히 감춰 버렸다. 그리고 당황과 걱정으로 일처리가 매끄럽지 못했떤 그때의 우리는 몰랐다. 계획이 바뀐 후에 다시 한 번 우리의 아지트에 도둑이 들었었다는 것을. 우리는 바뀐 계획이 또 새어나갔다는 것을 모르고 계획을 실행했다.
그 날의 시위에서는 수많은 사람이 죽었다. 혁명 기간을 통틀어 사망한 인원수의 70% 이상이 그날 사망한 이들이었다. 시위대의 분위기는 그 어느때보다도 흉흉해졌다. 그리고 그때 시위대에 출처를 알 수 없는 삐라가 뿌려졌다. 혁명단의 부단주 아마미야 료이치로가 현 황제의 다섯 번째 아들 마치다 케이타였고, 마치다 케이타가 시위 계획을 빼돌려 황실 측에 전달한 탓에 근위대와 수도 경비대가 시위 장소에 미리 대비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출처 미상의 삐라에서는 마지막 가두시위에서 발생한 대규모 사망의 원인이 마치다라고 지목했다. 처음부터 혁명을 저지하기 위해 혁명단에 숨어든 황실의 스파이였다고.
누구보다 혁명에 열정적이었던 마치다의 명예는 진흙탕에 처박혔고.
모두가 행복할 수 있길 바랐던 마치다의 진심은 마구잡이로 짓밟혔으며.
가족을 잃고 친구를 잃으며 이성도 함께 잃은 시위대는 마치다 케이타의 목숨을 요구했다.
마치다가 돌아온 것은 시위가 끝나고 닷새가 지났을 때였다. 실종되고 열흘 동안 무슨 일을 당한 건지 마치다는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절뚝거리고 있었고 얼굴은 열흘 내내 굶은 사람처럼 초췌해져 있었다. 그리고 마치다에게선 마르지 않은 피냄새가 강렬하게 풍기고 있었다. 동료들은 마치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어디에 있었던 건지, 왜 연락하지 않았는지 물었지만 마치다는 입을 다물었다.
누가 봐도 부상당한 상태였기 때문에 츠지무라가 치료를 하려 했지만 마치다는 그마저도 강경하게 거부했다. 그리고 제 방에 틀어박혔다. 당시 혁명세력은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희생하고 마지막 시위 이후 결국 황실을 무너뜨리고 황궁을 점거한 상태였다. 마치다는 황궁에서 자신이 쓰던 방에 틀어박혀서 나오지 않고 사람들도 만나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문을 열어주지 않는 마치다를 설득하고 애원한 끝에 겨우 방에 들어갈 수 있었다.
"형, 피냄새가 나요."
그때 내 같잖은 능력을 알고 있던 이는 마치다와 스즈키밖에 없었다. 마치다는 내 말에 고개를 저었다.
"진짜 다쳤기 때문에 피냄새가 나는 거야. 그 피냄새가 아니야."
나는 마치다를 빤히 바라봤지만, 마치다는 내 눈을 빤히 바라보며 다시 분명히 말했다.
"그 피냄새가 아니야."
그 말을 믿지 말아야 했다.
나는 마치다의 상처를 보려고 했지만, 마치다는 놔 두면 나을 거라며 거부했다. 그렇게 내가 마치다에게 치료를 설득하고 있을 때 스즈키가 마치다를 찾아왔다. 마치다는 나를 들여보내느라 문을 잠그지 않았는데 그 틈에 들어온 것이다. 스즈키는 마치다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그동안 어디 있었는지, 왜 연락하지 않았는지 아직도 말 안 해 줄 거예요?"
마치다는 아무 말 없이 스즈키를 바라보기만 했다.
"우리는 케이를 믿어요. 우리에게 설명만 해 주면 우리가 다 막아줄 수 있다고요. 하지만 케이가 입을 다물면 우리가 어떻게 저들을 설득해요. 며칠 전에도...!"
스즈키는 입을 다물었지만 나는 스즈키가 하려던 말이 뭔지 알고 있었다. 매일매일 마치다 케이타의 목숨을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급기야 며칠 전에는 마치다를 직접 죽이겠다며 성 안으로 침입하려던 이들도 발각됐다. 스즈키는 마치다에게 그 이야기까지 해 주긴 싫었는지 말을 돌렸다.
"지금 성 밖 분위기가 어떤지 알죠?"
이번에도 마치다는 말이 없었다. 그때도 닫힌 창 너머에선 마치다 케이타의 목숨을 요구하는 이들의 외침이 들리고 있었다.
그때, 스즈키가 마치다의 앞 테이블에 단검을 내려놨다.
"혹시나 해서 준비했어요. 만일을 대비해서 가지고 있어요."
마치다는 단검을 흘긋 바라보고 다시 스즈키를 바라봤다.
"... 이게 네 선택이야?"
나는 그때 '네 선택'이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스즈키는 냉랭한 얼굴로 대답했다.
"만일을 대비해서 가지고 있으라는 거예요.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마치다는 아무런 말없이 단검을 끌어다 손에 들고 검집에서 검을 뽑았다. 팔뚝 길이만한 단검은 무시무시하게 날이 서 있어서 보기만 해도 섬뜩했다. 그 단검은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한 내가 나서서 서둘러 검을 검집에 넣어 버릴 정도로 살벌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마치다는 내가 억지로 검집에 넣은 단검을 다시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스즈키를 바라봤다.
"알았어."
뭘 알았다는 거야? 마치다는 담담한 얼굴이었는데 그 간단한 질문을 하지도 못할 정도로 무거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사흘이 지났다.
성 밖에서는 여전히 인파가 모여서 마치다 케이타의 목숨을 요구하고 있었고, 우리는 모두 성 내부에 있었다. 마치다 역시 문을 걸어잠그고 자신의 방 안에 있었다. 그때 마치다가 자신의 방 테라스로 나왔다는 소식이 들렸다. 혁명단 중 몇 명은 성밖으로 뛰쳐나갔고, 몇 명은 마치다의 방으로 달려갔다. 마치다의 방문은 잠겨 있었지만 혁명 이후 수도와 황성의 치안을 관리하고 있던 아몬이 열쇠를 찾아와서 억지로 문을 열었다. 마치다는 테라스로 통하는 유리문을 잠근 채로 테라스에 서서 인파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마치다가 손에 들고 있는 단검, 스즈키가 줬던 그 단검을 보고 바로 테라스 문으로 달려가서 유리문을 두드렸다. 마치다는 흘긋 돌아봤지만 다시 고개를 정면으로 돌렸다. 당시 황실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황녀나 황자, 황후 그리고 많은 사용인들을 자신의 방에 감금하기도 했기 때문에 모든 문과 창문이 안팎에서 모두 잠글 수 있는 구조였다. 마치다는 테라스 문을 밖에서 잠가둔 상태였다. 아몬은 다시 열쇠를 가지러 달려갔고, 류세이가 창문을 깨려 했지만 안에서 창문을 깨면 유리가 전부 마치다에게 튄다고 만류한 이들 때문에 창을 깨지 못했다. 그리고 아몬이 미처 돌아오기 전에.
마치다는 들고 있던 단검을 자신의 목에 가져다댔다.
"나를 마지막으로 이 땅에 더 이상 황가의 일족은 남지 않을 것이다."
내 저주받은 능력을 아는 것은 마치다와 스즈키뿐이었지만 나 역시 황제의 핏줄이라는 것은 혁명단 핵심인물들은 전부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마치다는 모든 황족의 목숨을 요구하는 인파 앞에서 자신이 마지막 황실의 핏줄이라고 선언하며.
스스로의 목을 그었다.
아몬이 달려와서 창문을 열었을 때, 마치다의 숨은 아직 끊어지지 않았었다. 목에서 무서울 정도로 피가 솟구쳤는데도 마치다의 동공은 여전히 흔들리고 있었다. 마치다의 동공은 저를 끌어안고 당황하거나 오열하는 수많은 이들 중 오로지 스즈키만 향하고 있었다. 스즈키는 마치다를 부르짖으며 피가 진짜 거짓말처럼 뿜어져 나오는 상처 부분을 누르려고 했지만 마치다는 온기가 사라져가는 눈으로 마지막까지 스즈키를 바라보았고, 곧 동공의 움직임이 멎었다.
세상이 무너졌다.
마치다가 남긴 유서를 발견한 것은 쿠로사와였다. 츠지무라와 아몬, 류세이가 마치다를 침대에 눕히려고 할 때 쿠로사와가 테이블에서 흰 종이를 들어올렸다. 쓰면서 울었던 건지 종이는 우글우글거리고 있었다.
유서에는 모두를 향한 감사와 애정이 가득했다. 너희를 만나서 함께 웃고 울고 함께 혁명을 준비했던 시간이 자신의 삶에서 가장 행복하고 찬란한 시간이었다고 적혀 있었고, 한 사람 한 사람을 거론하며 함께했던 즐거운 추억을 짚었다. 모두에 대한 미안함과 걱정을 남기기도 했다. 모두가 마치다 케이타가 황실의 스파이로 지목당하고 비난받으며 얼마나 괴로워하고 있었는지 알았기에 이 유서 내용으로만 보면 그저 상황에 몰려 최악의 선택을 한 것으로만 보였다.
그러나 모두의 시선이 유서의 마지막에 닿았을 때, 다들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다음 세상이 있다면 우리 다시는 만나지 말자.
유서에는 이 상황에까지 내몰린 것에 대해서 그 누구를 향한 원망도 내비치지 않았는데 그 한 줄의 문장에서 마치다가 얼마나 괴로워했고 절망했고 외로워했는지 느껴져서 아무도 입을 열 수가 없었다. 그리고 상처를 닦아내고 피에 흠뻑 젖은 마치다의 블라우스를 갈아입히기 위해서 블라우스를 벗기던 츠지무라가 멈칫하더니 여전히 테이블 주위에 굳어 있는 사람들을 돌아봤다.
"다들 나가."
쿠로사와가 무슨 일이냐고 묻자, 츠지무라는 답지않게 험악한 표정으로 다시 말했다.
"확인할 게 있어, 다 나가. 당장."
스즈키가 화를 내며 나가지 않겠다고 했지만, 츠지무라는 이미 블라우스가 벗겨진 마치다의 벗은 상체를 가리켰다. 그리고 했던 말을 그대로 반복했다.
"확인할 게 있어. 다 나가. 당장. 지금 당장!!!"
마치다의 상체에는 채찍자국이 가득했고 군데군데 인두로 지진 듯한 자국도 선명했다. 뭘로 때린 건지 알 수 없는 피멍도 가득했다.
스즈키는 분노하며 달려들었지만 아몬과 류세이가 끌고 나갔고, 모두가 마치다의 방문 앞에서 꼼짝도 못하고 츠지무라의 '확인' 결과를 기다렸다. 다시 방문이 열린 건 한 시간쯤 지났을 때였다.
마치다는 실종됐던 열흘 동안 2황자와 3황녀, 그리고 8명의 귀족들에게 납치돼서 고문을 당했다. 그 사실이 밝혀진 건 마치다가 죽은 후, 한 소년이 마치다가 외할머니를 뵈러 가려고 했던 그날 기차역에서 마치다가 납치되는 걸 봤다고 증언했기 때문이었다. 그 소년은 마치다가 실종됐던 날 아버지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고 했다. 마치다가 죽은 후에야 마치다가 스파이로 몰리고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고. 그 소년은 마차 커튼을 열고 내다보던 2황자와 3황녀의 얼굴을 봤다고 했기 때문에 3황녀의 저택으로 달려갔으나 이미 3황녀의 저택은 비어 있었다. 다시 2황자의 저택으로 가자 2황자는 달아났지만 사용인들은 남아 있었다. 사용인들을 추궁하자 2황자와 3황녀 및 귀족들이 마치다를 잡아 와서 아지트 열쇠를 빼앗고 아지트를 두 번 털었다는 것과 마치다가 황자임을 밝히는 삐라를 뿌린 것, 그리고 혁명단과 혁명 계획에 관해서 모든 것을 실토하라며 열흘간 마치다를 고문했던 것을 털어놓았다. 처음에는 회유를 하기도 하고 고문이라고 해도 채찍질이나 인두질 정도였지만 마치다가 고집스레 입을 다물고 버티자 고문은 점점 더 가학적으로 변해갔다고 했다.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혹은 상상할 수조차 없는 모든 종류의 고문이 이루어졌다고.
마치다의 시신을 확인했던 츠지무라는 마치다가 가죽 채찍과 나무 몽둥이, 쇠몽둥이, 가시가 박힌 쇠채찍으로 맞았고, 몸 곳곳에 인두나 담배로 지져진 흔적이 있다고 했다. 칼로 살점을 벗겨내거나 칼로 그은 상처도 많았다고. 마치다의 손톱과 발톱이 전부 뽑히고 손가락과 발가락 몇 개가 부러졌다는 이야기를 듣고서야 모두는 왜 마치다가 다시 돌아온 뒤 장갑을 벗지 않았었는지 알았다. 그리고 츠지무라는 세상이 무너진 듯한 참담한 표정으로 마치다가 여러 차례 가혹한 성고문을 당했을 것이라고 말하며 덧붙였다.
"우리가 아무리 친하다고 해도, 아니 친했기 때문에 더더욱... 마치다는 윤간을 당했다는 이야기나 성기에 갖가지 이물질을 넣는 고문을 당했다고 말할 수 없었을 거야"
마치다가 자신이 실종됐던 기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밝히지 않았는지를, 상처를 입은 게 분명한데 왜 계속 치료를 거부했는지를 이제야 알게 된 미야무라는 울다가 기절해 버렸고, 류세이는 방 안의 모든 집기를 다 부술 기세로 난동을 부렸다. 스즈키는 마치다의 납치와 고문에 관여했던 인물들, 3황자 자택의 사용인들이 밝힌 가담자들의 명단을 들고 일어섰다.
"아몬, 따라와. 야오토메 너도 이놈들부터 잡고 나서 난동을 피우든 말든 해. 쿠니시타와 야먀토, 노보루, 가루베도 같이 가지."
쿠로사와가 남아서 쓰러진 미야무라를 돌보기로 했기에 마치다의 시신을 모두가 기억하는 마치다의 모습으로, 겉모습이나마 다시 돌려놓으려 노력 중이던 츠지무라와 나, 쿠로사와, 미야무라를 뺀 혁명단의 간부 모두가 스즈키를 따라갔다.
나는 그날 황성을, 그리고 모두를 떠났다.
나는 옛 동지들보다 먼저 3황녀와 2황자를 찾아내서 그들이 마치다에게 했던 짓을 모두 돌려주고, 그들에게서 영원한 안식을 빼앗았다. 그들의 육체는 처참한 죽음을 맞이했지만 그들의 영혼은 영원히 쉬지 못할 것이다. 나는 고깃덩이가 된 그들의 시체를 황성 앞에 던져주었다. 그리고 스즈키가 마치다의 묘 앞에서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은 후에 이른 새벽에 마치다의 묘를 찾아갔다.
그곳에서 나는 마치다와 스즈키의 이야기를 들었다. 마치다는 목숨을 끊기 전 눈물로 남긴 유서에서는 다음 생이 있다면 다시는 만나지 말자고 했지만.
묘소에 잠든 마치다는 다시 만나 왜 그랬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마치다의 묘소 옆에 마련된 묘소에 잠든 스즈키는 그런 게 아니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이 다시 만나게 했다.
회고록을 덮는 순간 지금까지 아무리 떠올리려 해도 떠오르지 않던 기억이,
심장이 찢어지고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은 고통과 함께,
그때의 분노와 절망, 참담함, 후회와 슬픔과 함께
모두 떠올랐다.
#성혁망사놉맟환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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