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603941017
view 1408
2024.09.08 00:49
f4ca299946367d398b3afe03f1d062f3.jpg
83382dc1d351410c044588c912eb93c1.jpg
오늘도 키요이는 히라 왕자님 뒷모습을 쳐다보기 바빴음.
키요이 친구들도 입을 모아 극찬하는 히라는 이 반에서 아니 이 학교의 만인의 아이돌이라 오늘도 많은 아이들 속에 섞여 있었겠지.
큰 키에 배우 같은 얼굴을 한 히라는 공부, 운동도 잘하고 심지어 목소리도 좋아서 항상 키요이의 마음을 울렁거리게 만들었는데 매일밤 잠 설쳐가면서 히라 얼굴을 떠올려도 결국 자기같은 평범한 아이는 왕자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만 깨닫게 될뿐이었지. 남몰래 sns를 염탐할 때마다 잘난 친구들 사이에 섞여 즐거운듯 웃고있는 히라 얼굴을 마주치니까.
오늘도 히라 친구의 sns을 훑어본 키요이가 우울한 한숨을 쉬면서 덥수룩한 앞머리를 후 불었어. 사진 속에 히라 옆에 콕 붙어있던 애는 필시 향이 좋은 오메가일게 분명할거야. 거기다 왕자님과 잘 어울릴만한 우성일테지. 아무도 오메가인지 모르는 자신같은 열성은 아니겠지 싶어 키요이는 화면을 끄고 침대에 벌렁 누워버렸음.

내가 히라를 웃게 만드는 사람이라면
내가 만약 우성이었다면
내가 만약 내가 아니라면...



그 다음날도 우울한 기분은 끊이질 않았어. 하필이면 당번인데 숙제도 깜빡 잊어버린걸 시작으로 히라가 고백 받는 장면을 봐버린데다 설상가상으로 몸도 으슬으슬하고 우산 없는 날에 비까지 오니..
청소 마치고 아무도 없는 현관에서 한숨쉬고 있는 키요이 뒤로 누군가 뚜벅뚜벅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음. 트레이닝 차림이어도 반짝 반짝 빛나는 왕자님이 이쪽으로 걸어오는데 살짝 젖은 머리를 올백으로 넘긴 모습이 아마 부활동 마친 모습이었을거야. 눈이 마주친 순간 인사할까 고민하다가 살짝 손 흔들어보는데 놀랍게도 왕자님이 안녕 키요이 하고 이름 부르면서 인사해주는거 보고싶다.
게다가 얼마나 자비로운지 이름 불린것만으로도 오늘 하루 운 다 썼다고 남몰래 콩닥거리고 있는 키요이 앞으로 우산 없으면 같이 쓸래? 가까이 다가왔으면 좋겠음. 어어.. 버벅거리는 키요이 어깨 살짝 안더니 가까운 역 방향으로 걸어가는데 우산 속에서 히라의 은은한 섬유 유연제랑 묵직한 알파 체취가 섞여 몽롱한 기분으로 걸어가는 키요이겠지. 그래서 그런지 히라가 무언가 말을 한것 같은데 붕뜬 기분이라 제대로 알아 듣지 못했을거임.
하지만 역 앞에서 헤어질 즈음 딱 한마디는 분명히 알수 있었지. 금목서향이네? 히트 억제제 꼭 챙겨 먹어.
보송보송한 자신과 달리 한쪽 어깨가 젖은 왕자님 뒷모습 보면서 키요이는 그제야 정신 차렸음. 옅디 연 제 향을 알아챈건 히라가 처음이었으니까.

왕자님은 오늘도 키요이를 행복하게 했지만 동시에 더 자신없게 만들었어. 히라가 자신을 더 알아줬으면 좋겠지만 한편으로는 평범하고 보잘것 없는 자신은 몰랐으면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