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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1 20:58
히라 야근하고 돌아온 날 집앞에 비맞은 아깽이 한마리 주웠으면 좋겠다. 가여운 생물 못 지나치는 성격이라 덜덜 떠는 아깽이 씻기고 밥도 주면서 정성껏 돌봐주겠지.
팔자에도 없던 고양이가 덜컥 생겼지만 돌보는 내내 정들어서 결국 모시고 살게된 히라임.
그렇게, 히라 사랑을 무럭무럭 먹고 거대하게 자랐는데 많은 사람들이 감탄할 정도로 미묘였으면 좋겠다. 무슨 고양이가 그윽하고 청순하게 생겨서 만약 사람이라면 절세미인일거라 생각이 들정도임. 눈도 반짝이고 걸음걸이도 우아해서 진작에 키요이라고 이름도 지어줬을거임.

키요이가 어찌나 도도하고 성질도 더러운지, 히라가 저에게 소홀하거나 뭔가 맘에 안들면 가차없이 앞발로 치거나 멀쩡한 물건 하나씩 떨어트리면서 어그로 끔. 특히 높은 곳에서 왕처럼 앉아서 히라 행동 하나하나 쳐다보는데 두발 얌전히 모은 키요이가 귀여워서 히라가 콧김 뿜으면서 귀여워하려치면 질색하겠지.

히라 워낙 잘나가는 사진작가라 아틀리에에서 밤샐때도 있는데 집에 돌아오면 밤새 얼마나 울어댔는지, 눈물자국 가득한데다 목 쉬어있는거 보고 어딜가든 이동장 챙겨서 꼭 키요이 데리고 다닐거임. 프사도 키요이, sns에서도 키요이 사진으로 도배해놔서 씹덕력 뽐내는 히라인데 고양이 키요이도 집사에 대한 소유욕 만만치 않았으면 좋겠음.
히라가 잠깐 다른 길고양이 쳐다보는꼴 절대로 못보고 히라에게 터치한 사람 향수 냄새라도 나면 귀신같이 알아채고 성질 부리겠지. 마감 급한 때 노트북 위에 앉아서 비켜주지도 않아 눈물 머금고 츄르 주면 그제야 좀 풀리는 키요이.
품에 안고 예쁘다 예쁘다하고 같이 누우면 그제야 개냥이 되서 히라 좋아죽으려 하겠지. 쟈그마한 얼굴이 참을수 없이 사랑스럽고 귀여워서 그날 처음으로 이마에 쪽, 입가에도 쪽 뽀뽀 시도 성공하고 냥냥거리는 키요이 안고 잠들었으면.
근데 다음날 일어나니까 왠 예쁜 남자가 품에 안겨있어서 아침부터 꺄악 비명지르는 히라 보고싶다.

히라키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