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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9 23:13


센티넬버스au 판석백호 백호른ㅈ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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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섭이 감탄과 질색을 섞은 휘파람을 불었다. 확실히 가이드라고 하기엔 위압감이 넘치는 몸이다. 판석은 저를 훑어보는 태섭과 대만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샤워기 아래서서 조용히 씻기만했다. 이미터에 육박하는 덩치와 꽉찬 근육질 몸, 흉터하나 없이 창백한 피부는 이질적이기까지 하다. 백호는 물기를 머금고 혈색이 짙게 올라온 제 피부를 내려다보았다. 백호 또한 쉘터 밖 출신치고 흉터가 없는 편이다. 괴물이 판을 치고 같은 인간조차 믿을수 없는 무법지대에서 살아남는 것조차 기적일지언정 보호자도 없이 배회하던 어린애를 토벌나온 소대장이 주운 것 또한 신기로운 일이었다. 투박하게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손길이 기억나 백호는 웃음을 지었다.

출출한데. 컵라면이라도 먹을까? 야전 놈들이 숨겨둔데 알거든. 난 패스할게요. 난 먹을래. 야식엔 딱히 관심을 두지 않는 태섭이 옷을 챙겨입으며 거절했고 백호는 냉큼 공범이 되길 자처했다. 함께 야식을 털어줄 동지가 생긴것에 대만이 신나하며 빠르게 옷을 챙겨입고 앞서 튀어나갔고 태섭이 저러다 걸리면 무슨 망신이냐고 혀를 차면서 뒤따랐다. 백호도 물기를 털고 옷을 꿰어 입었다. 야식 생각에 입맛을 다시며 먼저나간 두사람을 따라잡기 위해 서둘러 캐비넷을 닫자 눈앞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알몸에 허리아래로 타올을 두른 판석이 백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백호는 등허리로 소름이 끼쳤다. 인기척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유독 시야가 좋고 본능적감지가 높았던지라 백호는 생소한 위기감을 느꼈다.

여기서 강백호라는 이름으로 불리나? 판석이 가까운 거리에서 눈을 맞췄다. 회색빛이 감도는 기이한 눈색을 마주하며 백호가 눈가를 구겼다. 간혹 튀는 외향 때문인지 건방지게 시비를 걸어오는 신병을 겪어본적이 있던지라 백호는 망설이지 않고 발끝으로 판석의 정강이를 냅다 후려쳤다. 판석의 미간이 좁아졌다. 아프잖아. 그런 것 치곤 여전히 꿈쩍도 않고 백호를 막아서고 있었다. 오히려 백호가 당황했다. 아무리 힘조절을 했다한들 방금 공격은 여간한 장정도 바닥을 뒹굴 타격이었다. 판석이 눈썹을 들어올리며 제 턱아래로 훅 치고들어오는 주먹을 한손으로 잡아챘다. 손 버릇이 나쁘네. 너 뭐야. 하. 판석은 백호의 물음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백호가 공격적으로 저를 노려보는 것에 판석은 입을 다물었다. 턱아래 힘이 잔뜩 들어간 표정으로 백호를 쳐다보던 판석이 갑자기 백호의 목을 붙잡았다. 빨랐다. 속도전이라면 절대 져본적 없는 백호가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일은 벌어졌다. 기세로는 당장에 목을 부러뜨릴줄 알았는데 판석이 한 행동은 그저 목을 붙잡은채 고개를 숙여 백호와 이마를 맞대는 것이었다. 어이없는 표정으로 백호가 입을 벌리다 흠칫 어깨를 튀었다. 아지랑이처럼 미세한 기운들이 살갛에 저며든다. 이 감각을 센티넬인 백호는 모를 수 없었다. 마주한 회색눈의 동공이 좁혀지며 방사된 가이딩이 백호를 짓눌렀다. 어. 어. 백호는 순간 어지러움증을 느꼈다. 휘청대는 육신을 강인한 두팔이 움켜잡았다.

무작정 스며들던 가이딩이 갑자기 튕겨졌다. 백호가 짧게 비명을 질렀고 판석도 마치 감전된것처럼 한발짝 몸을 물렸다. 씨발. 판석의 표정이 전에 없이 사나워졌다. 마치 배신이라도 당한것처럼 백호를 죽여버릴듯 노려보았다. 백호는 지금 상황이 이해가질 않았다. 속이 좋지 않았다. 구역감이 명치를 타고 올라와 입안을 쓰게 만들었다. 가이딩을 처음 받아본것도 아니었고 매칭가이드도 없었기에 쉘터내 가이드들에게 방사가이능을 받아보기도 수차례다. 특히나 가까이에 S급의 가이드도 있었기에 백호는 가이딩 파장에 익숙한 센티넬이었다. 하지만 방금. 갑자기 등허리로 소름이 끼쳤다. 판석의 가이딩 파장이 공격적으로 밀려들어왔다.

하지마! 백호가 입을 틀어막고 몸을 물리려했지만 판석이 백호의 몸을 힘껏 뒤로 밀었다. 쾅소리와 함께 철제 케비넷이 우그러졌다. 쏟아지는 가이딩은 무척이나 날카롭고 묵직해 숨까지 틀어막히게 만들었다. 기껏 찾았는데, 딴 놈들에게 손이 타? 회색눈의 동공이 바짝 오그라들어 마치 백안처럼 보였다. 백호는 판석의 말도 녀석의 행동도 모두 이해할수 없었다. 그저 쏟아지는 가이딩이 괴로울 뿐이다. 씨이, 하지 말라니까! 백호가 있는 힘껏 놈의 다리사이를 걷어찼다. 폭발적으로 쏟아지던 가이딩이 뚝 멈추고 판석이 비틀거리며 중심을 잃자 백호는 냅다 박치기를 날렸다. 판석이 바닥에 쓰러지고 백호도 비틀거리며 바닥에 손을 짚은채 숨을 헐떡였다.

백호야! 아직 여기있어? 물 끓인지가 언젠데 왜. 어?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는 백호를 기다리다 불어터진 컵라면을 먹을순 없어 샤워실까지 찾으러온 대만은 엄청난 광경을 마주했다. 뭐해요, 선배. 백호 거기 있어요? 태섭이 공용샤워실 문 앞에 우뚝 서있는 대만을 발견하고 슬리퍼를 끌며 다가갔다. 뭘 그렇게 보고 있는. 어? 지친 표정으로 숨을 고르던 백호가 고개를 들어 대만과 태섭을 보았다. 둘은 귀신이라도 본듯한 얼굴로 창백하게 질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백호, 그리고 백호의 아래에 깔려있는 판석을 가리켰다. 두사람의 표정에 백호는 자신과 판석이 어떤 모습인지 자각했다. 이윽고 대만이 비명을 질렀다. 강백호가 신병을 덮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