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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9 21:31
누가 처음 얘기했냐???
존나 좋아서 며칠째 생각하고 있음 천재조합 맛잘알.
젊놀즈랑 현중맨이면 더 좋음 하...

센티넬 가이드 설정 잘 몰라서 그냥 꼴리는 대로 씀ㅈㅇ









놀즈 센티넬인데 능력이 좀 특이하기도 하고 발현도 늦었으면 좋겠다. 불이나 전기를 만든다던지 염동력이 있다던지 하는 그런 게 아니라 서포트형으로 다른 센티넬 능력을 증폭시켜주는 그런 거였으면 함. 그래서 능력이 발현됐어도 주변에 센티넬이 있는 게 아니면 본인도 자기 능력을 알 수 있을 리가 없었던 거지. 어릴 적에 다들 의무적으로 받는 능력 검사 결과에서도 그냥 평범한 일반인으로 나왔어서 더더욱 생각도 못했을 듯.

본인이 센티넬이고 그런 특이한 능력을 갖고 있단 걸 알게 된 것도 그냥 평범한 대학 생활 중에 우연한 사건에 휘말려서겠지. 그날도 친구들이랑 근처 펍에서 놀다가 클럽에 갔음. 학교랑도 가깝고 근방에서 규모도 좀 크고 사람도 늘 많을 만큼 핫한 곳이라서 항상 클럽 가면 거기를 자주 갔으니까 가드나 직원들이랑도 대충 인사할 정도로 익숙한데 사실 그 클럽 안쪽 깊숙한 곳에서 불법 거래가 이루어지는 건 몰랐겠지. 기관에 소속되어 있지 않거나, 소속되어 있더라도 뒤로는 딴짓 하고 다니는 센티넬들은 가이딩을 받기가 힘드니까 진정제 같은 게 거래되는 거야. 물론 VVIP급으로 돈을 많이 주면 진짜 가이드한테 가이딩도 받을 수 있음. 그래서 그날도 폭주 직전인 센티넬이 그 클럽 뒷문으로 찾아오는 위험한 일도 클럽 입장에서는 자주 있는 일상 같았겠지.

사실 원래는 놀즈도 친구들이 같이 놀자고 하는 거 펍에서 딱 이 맥주 한 잔만 하고 가겠다고 했었음. 일찍 돌아가서 사흘 뒤 제출 마감인 과제나 할 참이었거든. 근데 펍에서 처음 본 또래 여자애가 눈에 들어와버린 것임. 그 여자애가 클럽까지 가는 걸 보고 지금 과제가 중요하냐며 좆까고 친구들이랑 같이 2차로 클럽까지 온 거였어. 그래서 클럽에 와서야 드디어 말도 좀 걸어봤는데 그 시끄러운 데에서 서로 목소리가 잘 안 들리니까 가까이 붙어서 이야기하며 나름 필살기 멜로 눈깔을 쏴 주니까 분위기가 좀 괜찮게 흘러가는 거야. 그런데 여자애를 누군가가 좀 세게 치고 지나가서 손에 들고 있던 술까지 쏟아버릴 정도로 휘청거리는 걸 잡아준 놀즈가 괜찮냐며 여자애를 확인하고는 치고 지나간 사람을 보는데 놀즈보다 더 큰 키에 근육질인 남자가 클럽과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옷차림으로 땀 범벅인 얼굴을 하고서 시선을 느낀 건지 이쪽을 쳐다봤어. 마주친 눈이 정신없는 클럽 조명 속에서도 이상하게 번들거리는 것 같고 반쯤 풀린 것 같기도 홱 돌아버린 것 같기도 해서 위험하다는 직감이 일순 스쳤음. 그래서 그냥 여자애를 데리고 한쪽으로 빠지면서 괜찮냐고 다시 물어보고 자기가 가서 새로 술 하나 사다 주겠다고 하는데 바에 가는 길에 또 그 남자랑 부딪침. 이번엔 그 덩치도 큰 남자가 자기보다 더 크게 휘청거리길래 놀즈가 놀라서 미안하다며 그 남자의 팔뚝을 본능적으로 잡아줬는데 갑자기 손바닥 밑으로 엄청 뜨거운 열기가 느껴져서 놀라서 손을 뗐겠지. 그 순간 그 남자가 괴로운 듯이 자기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 쥐는 걸 보고 놀즈 당황해서 다시 “이봐요, 괜찮아요?” 하고 한 손을 살짝 어깨쯤에 갖다 댔어. 그랬더니 머리를 감싸 쥐었던 손을 떼어내고 놀즈를 돌아보는데 아까보다 눈이 더 돌아 있고 두 손바닥 위로는 파랗다 못해 하얗게 보일 지경인 불꽃이 보이겠지.

너무 놀라서 손을 떼고 뒤로 물러서던 놀즈는 그 뒤로는 사실 기억이 하나도 안 났음. 그대로 온몸 전체가 불꽃에 뒤덮인 남자가 주변을 다 불태울 기세였던 것만 어렴풋이 기억남.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자기가 왜 이런 병실 같은 데에 누워 있는지, 또 나중에 설명을 들은 바로는 현장이 난리도 아니었다는데 어떻게 자기가 거기에서 살아남은 건지도 모를 정도라는 생각만 들었겠지. 그리고 그것도 곧 자신을 찾아와서 정황상 당신이 그 센티넬을 폭주하게 만든 것 같다는 기관 소속 직원의 말 때문에 다 잊혀졌음. 자기는 그냥 부딪친 것밖에는 없고 그 사람이 센티넬인 것도 몰랐는데 이게 무슨 황당한 소리인가 싶었겠지. 심지어 그 사고 때문에 아직 거울은 못 봤지만 자긴 지금 이렇게 온몸에 화상을 입어서 미라처럼 붕대를 둘둘 감고 있는 웃긴 몰골로 누워 있을 텐데 말이야.

“제가 뭘 했다고요?”

잘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억지로 쥐어짜서 겨우 되물었을 때 그 직원은 잠깐 안타깝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것 같기도 했지만 금세 다시 표정을 갈무리하고서 붕대로 뒤덮인 놀즈의 한쪽 손을 살짝 감싸 쥐었음. 그러고는 무슨 선고라도 하는 것처럼 말했겠지.

“이 정도 상처는 아무리 늦어도 2주 내에는 다 말끔해질 거예요.”
“그러니까 그게 무슨….”

놀즈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직원이 한 손으로는 놀즈의 손등을 붕대 위로 어루만지면서 다른 손으로는 붕대를 풀기 시작했어. 대체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어서 놀즈가 하던 말도 다 끝맺지 못하고 그냥 보고 있는데 붕대를 풀자 드러난 팔에는 생각보다 화상 자국이 그렇게 심하지 않았음. 여전히 염증과 피가 섞여 얼룩덜룩해 보이는 피부 위를 그 직원이 손바닥으로 감싸면 뭔가 따뜻한 기운이 퍼지는 것 같더니 잠시 후에 손바닥을 치우면 상처가 나아 있었겠지. 놀라서 눈을 크게 뜬 놀즈가 직원을 쳐다보면 그 직원은 아무 일도 아니란 듯이 덤덤하게 말함.

“곧 저희 기관 소속 병원으로 전원 처리될 겁니다, 레이놀즈 씨.”

그렇게 옮겨지는 내내 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어리둥절해 있던 놀즈가 어느 으리으리한 시설의 아까 그 병실보다 더 안락해 보여서 방인지 병실인지 모를 곳에 도착함. 그때부터 며칠 동안 시간 되면 꼬박꼬박 서너 명 정도의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들어와서 그냥 상처 위에 손을 갖다대거나, 심지어 그냥 손이나 팔뚝을 잡고 있기만 해도 상처가 조금씩 치유되는 경험을 함. 식사 때마다 균형 잡힌 식단으로 밥도 나오고, 밤 되면 자동으로 이 방만 그런 건지 건물 전체가 그런 건지 불이 꺼지니까 거기에 맞춰서 잠도 잘 자고 그냥 그렇게 거기에서 지내다 보니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몰랐어. 그리고 몸이 나아지니까 뒤늦게 과제랑 학교 수업은 어떡하지? 그러고 보니 내 친구들은 어떻게 됐지? 여기서 나가도 되는 건가? 그런 질문들이 몰아쳐서 직원들에게 물어봐도 그런 건 걱정 말라는 대답이나 돌아옴. 가끔 의사가 들어와서 피를 뽑아간다거나 하면서 상태를 살펴보러 오는데 그때마다 이제 나가도 되는 것 아니냐, 겉으로 보이는 상처는 이제 다 나은 것 같다 해도 아직은 아니라고 조금만 더 기다리라고 했어.

그쯤 되니까 내가 지금 이상한 정부 실험 같은 걸 당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하는데 뭐 아주 틀린 말은 아님. 이런 서포트형 능력을 가진 센티넬은 잘 없기 때문에 치료 목적도 있지만 약간의 연구성 목적도 있긴 했을 듯. 그래도 다행히 놀즈가 이 비밀 정부 연구소에서 탈출할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진지하게 생각할 즈음에 이제 다 나은 것 같으니 퇴원해도 좋다는 소식을 들음. 물론 여러가지 설명과 안내를 긴 시간에 걸쳐 들어야 하는 시간이 있긴 했어. 자기가 센티넬인지도 모르고 살아온 세월이 있다 보니 그냥 학교에서 배우는 정도 이상의 지식이 없을 테니까.

그래서 드디어 말끔하게 옷을 갈아입고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병실을 나섰을 때에야 놀즈는 처음에 만났던 직원이 "당신도 저희도 지금까지는 몰랐지만, 레이놀즈 씨, 당신은 센티넬로서 능력을 갖고 있어요."라고 말했던 것이 꿈이 아니란 걸 그제야 깨달았을 것 같다. 병원인 줄 알았던 곳이 사실은 센티넬 가이드 연구소 시설이었던 것임. 그래서 꽤 높은 직책으로 보이는 연구소 직원이 사고 당시의 자료와 그 이후 치료받는 동안에 연구한 자료들을 쭉 보여주면서 놀즈한테 센티넬 능력과 앞으로의 절차 같은 것들을 이야기해주는데 종이에 떡 하니 크게 찍힌 추정 등급치 S를 보는 순간 죽을 병에 걸린 환자가 시한부 선고받는 느낌이었을 듯. 모르긴 몰라도 그간 학교에서 배우는 것 외에도 뉴스에서 보거나 주변 소문으로 듣거나 한 것들이 생각 났겠지. 센티넬은 등급이 높을수록 능력치도 쩔고 돈도 많이 버는데 그만큼 정부에서 엄청 굴린다더라, 근데 그런 쩌는 센티넬도 가이드 없으면 못 산다더라, 어느 집 자식이 S급 센티넬이었는데도 맞는 가이드 없어서 결국 폭주해서 젊은 나이에 죽었다더라, 뭐 그런 것들만 생각 나고 아 이제 나는 어떡하나 이렇게 말끔하게 다 낫게 해준 것도 이제부터 센티넬로서 단물 쪽쪽 빨아먹으려고 살려준 거겠지? 난 그냥 평범하게 잘 살고 있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어.

그렇게 귀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 설명을 잔뜩 듣고 자취방에서도 이미 짐을 다 빼서 이제부터 지낼 숙소로 옮겨 놨으니 거기로 가라는 이야기에 또 한 번 기함을 한 놀즈는 원래 이런 거냐고 처음으로 날이 선 목소리로 물었겠지. 그러면 또 아무렇지도 않게 이게 절차라고 하는 직원의 말에 그냥 얌전히 차를 타고 숙소로 감. 숙소 건물은 생각보단 그래도 평범한 아파트처럼 생겼겠지. 그래서 좀 안심하면서 들어갔을 것 같다. 가라고 안내해준 호실로 가보면 진짜 자취방에서 쓰던 짐들이 잘 정리되어 있어서 헛웃음 쳤을 듯. 혼자 지내기엔 조금 넓은 집이었어. 침실도 두 개나 있어서 대충 발길 닿는 대로 방 하나에 들어가서 침대에 대자로 누웠겠지. 한 거라곤 그냥 연구실에서 나와서 아주 긴 설명을 듣고 이곳에 온 게 다인데 진이 다 빠져서 아마 그대로 잠들었을 거야.

다음날 깨어난 놀즈는 시계부터 확인을 했음. 전날 뭐라고 잔뜩 설명을 해주던 연구소 직원이 다음날 오후에 다시 연구소로 와야 한다고 했거든. 아직 검사가 더 남았으며, 매칭 가이드도 찾아야 한다고 했어. 가이드를 찾는 건 아마 검사가 끝난 후로도 계속될 수 있을 거라고도 했음. 혹시 가이드를 평생 죽을 때까지 찾기만 할 수도 있는 거냐는 물음이 혀끝에서 맴돌았지만 그건 물어보지 않았겠지. 돌아올 대답이 뭔지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듣는 건 무서울 것 같아서.

아무튼 아직 연구소에 갈 시간까지는 꽤 남았어서 놀즈는 건물 근처를 산책해보기로 했어. 아마 그 정도는 괜찮겠지 싶었음. 어디서 누군가가 도망가는 건 아닌가 감시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막연히 있었거든. 진짜인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산책하러 나가는데 마침 반대편 집에서 누군가가 나와서 마주쳤으면 좋겠다. 클럽 사건 이후로 연구소 직원을 제외하고는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서 조금 당황한 채로 인사를 하는데 그게 맨중맨이었으면 좋겠음.

“얼마 전에 새로 짐이 들어오는 것을 봤는데 어린 친구였네. 잘 부탁해요.”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와 나이스한 말투로 인사하면서 내미는 손을 잡는데 맞잡은 손바닥에서 따뜻한 기운이 흘러나오는 것 같았어. 당황했던 것도 사라지고 순식간에 좀 차분해지는 걸 느낀 놀즈가 자기도 잘 부탁한다고 말하니까 맨중맨이 작게 웃으면서 손을 빼내는데 왠지 아쉽단 생각이 들었을 듯. 그렇게 같이 나가는데 어디 가냐는 질문에 놀즈가 주변 산책을 하려고 한다니까 맨중맨이 건물 뒤쪽으로 가면 작은 공원이 있다고 거기 가보라고 추천해주고 그렇게 스몰 톡하고 건물 입구에서 헤어졌겠지.

이렇게 길어질 게 아니었는데 첫 만남 했으니 zipzip해서

그 후로 놀즈는 한동안 연구소와 집을 왔다갔다하면서 여러 가지 실험을 비롯해서 능력을 컨트롤하는 방법이라던지 폭주 전조증상이나 대처방법 등등 여러 트레이닝도 같이 받았겠지. 그러면서 자기가 이전에 화상 치료를 받았다고 생각한 것도 사실은 가이딩의 일종이었다는 것도 알게 됨. 가끔 가이드 매칭 진행상황도 공유 받았는데 아직 못 찾았다는 말만 들었겠지. 어차피 빨리 찾을 수 없다는 것도 알지만 여러 지식들이 늘어남에 따라 왠지 가이드가 누가 될지 설렘 반 긴장 반이었을 것 같음. 가이드와 거의 평생의 동반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걸 실제로 다른 센티넬이나 가이드를 연구소에서 만나면서 직접 보고 듣다 보니 더 그랬겠지. 그러면서 가끔 마주치면 짧게 인사를 나누거나 스몰톡을 하던 맨중맨도 생각났을 것 같다. 저번에는 어쩌다 보니 맨중맨한테 서로에 대한 얘기를 좀 했었는데 맨중맨은 자기가 가이드라고 했거든. 아마 숙소로 올 때에는 매칭 센티넬을 찾아온 거였겠지. 사실 가이드는 센티넬이 없어도 그냥 평범한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살아갈 수 있는 거니까 가이드 판정이 나도 가이드 활동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고, 평범하게 살던 얼마 전을 생각해보면 자신이 가이드였어도 그랬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그렇게 활동하는 가이드가 센티넬보다 더 멋지게 보이기도 했음.

“레이놀즈 씨, 집중하셔야죠. 오늘이 마지막이니까.”

실험 중에 딴 생각을 하는 것까지 아는 건 무슨 뇌파라도 읽어서 그런 건가 하는 실없는 생각을 하면서 놀즈가 알겠다며 다시 집중을 했음. 최근에는 실험 자체도 좀 더 훈련에 가까워져서 이번 주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하는 중이었기 때문에 집중하는 게 필요하긴 했어. 아직 매칭 가이드가 없어서 이번주에는 매일 테스트가 끝나면 적당한 상성의 가이드가 가이딩을 해주기도 했음. 다행히 놀즈의 확정 등급도 추정 등급과 마찬가지로 S여서 이전보다 확연히 테스트 강도가 높고 또 매일 높아지고 있었음에도 적당한 가이딩만으로도 놀즈는 폭주의 ㅍ자도 모르는 것처럼 멀쩡해 보였어. 오늘은 테스트 마지막날이라 처음부터 강도가 셌는데도 이 정도면 견딜 만하다고 생각할 만큼 아직 여유가 있었지.

그래서 계속 올라가는 게이지를 보던 연구원이 어느 정도 레벨에서 멈춰서 유지되는 것처럼 보이는 게이지가 가끔 한 번씩 위로 더 튀어 오르는 걸 보고 조금만 더 해볼 수 있겠냐고 했을 때 놀즈는 이미 이게 최대인 것 같다고 말하지 않았어. 어쩌면 조금 더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고개를 두어 번 끄덕이고는 몸 속 어디에선가 흘러나오는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것에 최대한 집중을 했음.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속으로 주문을 외우듯이 조금만 더를 반복하던 놀즈가 안에서 갑자기 솟구쳐 나올 것 같은 에너지를 느끼고 놀란 듯이 눈을 떴음. 주변을 둘러보니 본인을 중심으로 넓은 테스트장을 둥글게 감싼 에너지막 같은 게 쳐져 있었어. 두꺼운 유리벽 너머로 지켜보고 있던 연구원들도 다들 처음 보는 광경에 잠깐 말을 잃었음. 안전요원 같은 역할로 테스트장 제일 끝 구석에 있던 가이드와 센티넬도 놀라서 쳐다보고 있었겠지.

테스트가 종료되고 잘했다는 칭찬을 받으면서 나온 놀즈는 가이딩을 받을 때까지도 약간 얼떨떨했어. 저런 것까지 할 수 있는 줄은 몰랐는데 뿌듯하기도 했지만 다시는 못할 짓이란 생각이 들었음. 확실히 어제까지와 다르게 급격하게 피로가 몰려오는 것 같았거든. 가이딩을 받는데도 평소와 다르게 조금 열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조금 몽롱한 기분이었어. 가이드는 어제와 같은 사람이었는데 그도 뭔가 어제와는 다른 걸 느낀 건지 괜찮냐고 두어 번 물어보면서 어제보다 좀 더 길게 가이딩을 해 줬음. 놀즈는 어제보다 에너지를 많이 써서 피곤하고 졸린 것 같다며 얼른 돌아가서 쉬고 싶다고만 했어. 연구원들도 그가 엄청난 일을 한 걸 목격했으니 결과는 좀 더 분석해서 다음에 들려주겠다고 얼른 돌아가라고 해줬겠지.

그렇게 가이딩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침대까지도 못 가고 소파에 털썩 쓰러지듯이 누운 놀즈는 이건 그냥 좀 피곤한 정도가 아니라 뭔가 조금 잘못되었다는 걸 느꼈음. 집에 들어오기 전부터 그랬지만 누워 있으니까 세상이 더 어지럽게 돌았어. 눈을 감든 뜨든 시야가 뱅글뱅글 돌고 들이마셨다가 내쉬는 모든 공기가 뜨겁게 느껴졌지. 갑작스레 감기몸살에 걸린 것도 아닐 텐데 몸이 왜 이러지? 하고 생각하다 보니 느리게 떠오른 건 폭주 전조증상 중에 하나였음. 이럴 땐 어디로 연락을 하라고 했던 것 같은데 번호도 기억이 안 났어. 소파에서 일어나는 것조차 몸에 힘이 안 들어가서 어려운데 그런 게 기억 날 리가 없었음. 억지로 팔에 힘을 줘서 상체를 들어올리려고 해봐도 끙끙대는 소리만 입에서 흘러나왔겠지.

누가 날 좀 도와줬으면 좋겠는데. 이대로 폭주하다가 죽고 싶지는 않은데. 이런 생각만 하면서 열 때문에 흐릿하게 보이는 눈에 억지로 힘을 주면서 정신을 잃지 않으려고 하고 있는데 누군가의 형상이 보였어. 초점이 잘 맞지 않는 눈을 가늘게 뜨고 봐도 얼굴이 두 개, 세 개로 겹쳐 보여서 누구인지 알아보기가 힘들었음. 그런 와중에 그 사람이 손을 뻗어서 자신의 얼굴을 감싸자 모순적이게도 시원하면서도 따뜻한 기운이 느껴져서 자기도 모르게 그 손바닥에 뺨을 부볐겠지. 그러자 다른 손이 머리칼을 부드럽게 쓸어 줬어. 아쉽게도 그 손길은 잠시 멀어졌다가 놀즈가 껴입고 있던 자켓과 셔츠를 벗겨내기 시작했음. 뭘 하는 건지 몰라서 멍하게 제 옷을 벗기는 손을 보고 있는데 금세 상의가 다 벗겨지자 드러난 몸을 다시 그 손이 여기저기 매만져주기 시작해. 손이 닿는 곳마다 처음에 느꼈던 시원하기도 하고 따뜻하기도 한 기운이 퍼졌겠지. 그게 너무 기분이 좋기도 하고 좀 더 많이 느끼고 싶단 생각이 들어서 놀즈가 거의 본능적으로 자기 몸을 만지던 두 손을 덥썩 잡고는 끌어당김. 딱히 세게 잡아 끈 것이 아님에도 그러면 또 순순히 끌려와서 해달라는 대로 안아주겠지. 그렇게 한참을 있다 보니 희한하게 안개가 낀 것 같았던 머리가 점차 맑아오는 느낌이야. 물론 아직은 조금 모자랐음.

그래서 상대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있던 놀즈가 고개를 들더니 여전히 반쯤 풀린 눈으로 대충 여긴가 싶은 곳에 무작정 입술 박치기를 했으면 좋겠다. 당황할 만도 한데 상대는 또 이런 게 익숙한 듯 능숙하게 받아주겠지. 오히려 달려들어놓고 가만히 있는 놀즈 입 속으로 먼저 혀를 집어넣은 것도 치열을 훑고 입 안쪽의 여린 살을 희롱하듯이 하는 것도 혀 뿌리까지 탐할 것처럼 강하게 혀를 얽어오는 것도 상대였음. 그리고 그럴수록 황홀해서 정신이 다시 나갈 것 같은 건 놀즈겠지.

숨이 딸려서 살짝 밀어내면 또 밀려나주는 상대의 얼굴을 다시 제대로 보게 되었을 때는 놀즈 정신도 이미 어느 정도 돌아온 후였어. 여전히 자신을 꼭 끌어안은 채로 걱정스럽게 내려다보고 있는 사람의 얼굴을 올려다보면서 그가 곧 감길 것 같은 눈을 느리게 깜빡이다가 작게 말했겠지.

“휴?”

그러면 휴가 “그래, 맞아. 이제 좀 괜찮아, kid?” 하는 걸 끝까지 다 못 듣고 그대로 잠에 빠져버리는 놀즈 보고 싶다.

뭐, 그 뒤에 놀즈 매칭 가이드가 드디어 나타났다고 하는데 그게 맨중맨이지 않을까.
맨중맨도 사실 그동안 매칭 센티넬이 있던 건 아니고 그냥 이제 나이도 있고 하니까 가끔 가이드 없는 센티넬들 급할 때 찾아와서 한 번씩 가이딩 좀 해주고 그런 거였겠지. 이날도 가이딩하러 왔다가 놀즈 집 문도 제대로 안 닫혀 있고 안에서 끙끙 앓는 소리 들리는 것 같아서 kid? 라이언? 하고 불러봤는데 대답을 못하는 것 같아서 들어와봤다가 보고 가이딩해준 거겠지. 매칭률 높아서 폭주 직전이어도 몸 좀 닿고 키스하는 정도로도 가라앉는 거면 좋겠다.
근데 그랬던 것도 모르고 놀즈 혼자 오해하면서 삽질하는 것도 좀 보고 싶고, 그렇게 혼자 삽질하는 거 보고 애가 뭘 그렇게 고민하고 삽질하는지 귀여워서 좀 지켜보다가 진짜 땅굴 팔 기세가 되면 으른미로 단번에 휘어잡아서 매칭 센티넬 영놀즈 절륜하게 잡아먹는 것도 보고 싶다.

하 잘 쌌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