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딱 사이만 좋은거 사랑은 ㄴㄴ고 뭐라고 해야 하지 중세시대 가문끼리 당연히 정략결혼 하던 시대
신부는 결혼 전날까지 막 울었을거 같음 얼굴도 모르는 사이랑 결혼하기 싫고 가족들이랑 헤어져서 딴나라 가야 하는 것도 싫고 결혼식날 아침에도 도망갈까 하는 생각 했을듯
그래도 뭐 어쩌겠음 중세시대 당연히 가문을 위해서, 부모의 명을 거스르면 안되니까 결국 얼굴 한번 못본 남자랑 결혼했겠지
뭐 결혼해보니 신랑은 그렇게 최악은 아니겠지 무시무시한 이미지와는 다르게 같은 귀족, 비슷한 집안끼리 결혼이니까 말야
신사적이고 교양도 있고 전쟁을 누비며 살아온 사람이니 연애편지나 다정한 말투같은 섬세함까지 바라긴 무리였지만
원래 중세시대 귀족부부가 그런거지 뭐 부인은 후계자 생산을 위해 노력하고 남편은 영지를 관리하고
한해 한해 지나면서 아이들도 생기고 영지도 커지고 부부는 그렇게 각자의 의무를 다하면서 살아가겠지

대충 그냥 보고싶은건 세월이 흘러서 아이들도 다 크고 남편은 먼저 죽고 홀로된 노부인이 자기 침실에서 조용히 뜨개질 같은 거 하다가 남편 생각 하는거
사실 남편은 비극적으로 요절 한 건 아니고 적당한 나이에 중세시대 흔한 질병같은 걸로 가족들이 다 보는 앞에서 평화롭게 눈을 감았어
근데 왜 자꾸 요즘들어 그의 생각이 문득 떠오르는지 너무 쓸데없이 오래 살긴 했지

창밖을 보며 곰곰히 생각하던 부인은 사랑이었을까? 생각하는러
사실 별건 아닌데 그는 흔히 중세시대 고압적인 남편과는 거리가 멀었지 되도록 요청한 건 모두 들어줬고 나무라거나 손찌검 한 적도 없고 그 흔한 불륜이나 사생아 만드는 것도 없었음
근데 뭐 그게 다야 애정표현이나 그런건 딱히 없었던거 같아 시대가 어떤 시댄데 그저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삶이었지


다시 천천히 생각하다 확 끓어오르는 열정 말고 그것도 어느 종류의 사랑이었노라고 결론을 내리는거 좋지 않냐
그렇지만 울거나 그러진 않고 그냥 주름진 손으로 뜨개질감을 들고 다시 긴긴 겨울밤을 보내는 그런 버석한 분위기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