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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5 20:17
*원작 : https://archi💛veofourown.org/series/303💙9804



- 원작가님께 아오삼 커맨트로 번역 허락 받음
- 오비완이 알파벳 A부터 Z까지 26가지 방식으로 구르고 고통 받는 팬픽. 거의 다 옴니버스 식이지만 서로 이어지는 이야기도 있음
- 첫 번째 이야기인 A에 가이드 적어뒀으니까 참고 바람
- 의역 많음 주의. 오역과 맞춤법 피드백 감사히 받음





* 진짜 좋아하는 팬픽인데 전부 다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같이 한국어로 보고 싶어서 번역해본다. 오비완이 다양하게 구르고 처연하게 고통 받는 동시에 아나킨이나 콰이곤이 옆에서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애쓰는 게 보기 좋았음.

* ㅅㅊㄴㅇㅁㅇ 각 알파벳 별로 콰이오비 아나오비 새틴오비에다가 애니달라까지 이야기마다 다르게 나오는데 여기다 가이드 첨부해 둘 테니까 찾아보면 된다. 시기도 다양한 게 어떤 이야기에서는 아나킨이 파다완으로 나오거나 다른 이야기에서는 나이트로 나옴. 다음 이야기부터는 해당 색창만 걸 거임. 알파벳순으로 번역 안할 수도 있음.


가이드.JPG

* 원작가님에게 각 이야기 별로 아나오비 같은 태그 걸어도 된다는 허락 받았음. 애초에 작가님도 섹슈얼한 장면이 안 나와서 안 걸어 두신거래.

* A Jedi's Pain 시리즈가 좋은 게 콰이곤이랑 파다오비가 미션나가는 이야기를 보면 만약에 클론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아나킨이랑 오비완도 함께 저런 미션에 나가 서로를 지키면서 미션을 해결했을 거라는 생각이 계속 들더라.... 진짜 전쟁만 아니었더라면 ㅠㅠ 미션과 과 관련된 장소들도 설정이 풍부해서 정말로 존재하는 거 같았음. 오비완이 구르고 고통 받는 것도 좋지만 뭔가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팬픽이었다.

또 내가 별전쟁에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 중 한명이 힐러 보카라 체인데 여기서 자기 환자를 위해서라면 마스터 윈두도 씹어 먹을 정도로 강하게 나와서 좋았음

* 작가님이 하이포를 많이 쓰시더라. 스타1트렉에만 나온 줄 알았는데 우키피디아 보니까 별전쟁에서도 하이포가 있더라고. 그래서 따로 번역 안하고 그냥 하이포로 씀.



A Jedi's Pain - A is for Anaphylaxis
제다이의 고통 - A : 아나필락시스 쇼크





해양 행성 안도는 미드 림의 람다 구역에 있었다. 궤도를 따라 공전하는 달이 두개 있는 이 행성은 아쿠아리쉬라고 불리는 양서류인의 고향이다. 아쿠아리쉬는 세 가지 인종으로 나뉘는데 손가락에 물갈퀴가 달려 바다 속에 사는 아큘라와, 전체 인구의 10%에 불과하지만 다섯 개의 손가락을 가져 기계문명을 발전시킨 습지에 사는 큐아라와, 어두운 열대 우림 동굴에 거주하며 다른 인종들과 다르게 두 개가 아닌 네 개의 눈을 가진 호전적인 우알락으로 구성되어있었다. 행성 안도의 표면 95%는 물로 뒤덮여 있어서 수요에 비해 육지가 부족했다.

몇 세기 동안 이어져 내려온 내전과 영토 분쟁으로 행성은 황폐해져갔고 아쿠아리쉬인이 우주를 여행하는 법을 발명한 뒤엔 갈등은 안도를 넘어 이웃 행성과 식민지에까지 확장되었다. 하지만 저런 파괴의 이야기는 과거의 일이 되었다. 이제 공화국의 일원이 된 아쿠아리쉬인은 서로 불안정한 평화 조약을 맺고 행성을 대표할 은하계 의원을 한명 뽑아 의회로 보냈다. 현재까지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었던 큐아라족 의원이 나이 문제로 은퇴하자 아쿠아리쉬인은 우알아크족의 포 누도를 새로운 대표자로 선출했다. 그리고 새로운 대표자 선출을 축하하기 위해 안도에서 큰 축하연을 열어 은하계의 수많은 의원들과 고위 인사를 초대하는 동시에 제다이 카운슬에게 축하연 자리를 빛내줄 특사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그건 제다이든 아니든 모든 사람에게 가장 쉬우면서도 어려운 임무였다. 이런 외교 무대는 할 일이 별로 없었지만 다른 참가자에게 무의식적으로라도 무례하게 굴거나 모욕을 주는 조그마한 실수도 저지르면 안 되는 자리였다. 하지만 너무나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모이기에 무례를 범하기가 아주 쉬운 자리이기도 했다. 과거에는 한 대사가 식탁에서 뭔가를 집으려고 손을 뻗다가 다른 행성 대사의 와인 잔을 살짝 건드리는 바람에 두 행성 사이에서 거의 전쟁이 터질 뻔한 적도 있었다. 실례를 범한 대사는 다른 문화권에서 타인의 잔을 장갑을 끼지 않고 건드리는 건 엄청난 모욕이라는 사실을 몰랐었다. 그러기에 제다이 카운슬은 이런 행사가 열릴 때면 항상 경험이 많은 마스터를 보냈다. 또 외교 무대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완벽한 기회이기도 해서 상황이 허락한다면 파다완을 함께 데려가도록 했다.

그래서 제다이 카운슬은 마스터 콰이곤 진과 그의 파다완인 십대 오비완 케노비를 이번 축하연에 참석시키겠다고 결정 내렸다. 이건 최근 들어 어려운 임무를 연달아 여러 개 끝낸 콰이곤과 오비완에게 잠깐 숨을 돌릴 휴식 시간을 주는 것과도 같았다. 그저 파티에 참석해서 다른 손님들과 짧은 대화를 나누고 연설 몇 개만 들으면 되는 어려울 게 없는 미션이었다. 사원에서 사용가능한 가장 작은 셔틀을 타고 안도에 도착한 마스터와 파다완은 주최자에게서 따스한 환영을 받으며 행성에서 가장 큰 육지에 착륙했다. 마른 육지가 귀한 안도였기에 아쿠아리쉬인들은 초대 명단에 있는 모든 손님들이 내릴 수 있도록 착륙항의 공간 확보를 위해 소형 서틀이나 1인용 수송선을 타고 와달라는 요청을 해왔었다.

축하연은 열대우림에 위치한 우알아크 영토의 가장 역사 깊은 홀에서 열렸다. 콰이곤과 오비완이 셔틀에서 내리자마자 비가 머리위로 퍼붓기 시작했다. 그들은 나무 사이에 난 길에 붙어 있는 방향을 알려주는 표식을 따라 빠르게 걸어 홀으로 들어섰다. 우뚝 솟은 건물에 위치한 홀은 광이나는 돌바닥과 높은 아치형의 천장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테이블은 음식과 마실 것으로 가득했고 방구석에선 악단이 연주하는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동굴 같은 홀에서 음료와 작은 간식을 든 웨이터들은 모여 대화를 나누는 손님들 사이를 부지런히 오갔다.

두 제다이는 홀에서 각자의 임무를 다하기 시작했다. 오비완은 관례에 따라 정중하게 마스터에게서 두 걸음 떨어져 뒤에 있거나 왼쪽에 서서 말을 해야 할 때만 말을 하고, 마스터가 하는 말을 경청하며,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을 몸에 익혔다. 마침내 만남 요청 받은 두 제다이는 포 누도 의원 앞으로 나아갔다. 포 누도는 우알라크치고 상대적으로 키가 작았고 둥근 이마와 길고 흰 속눈썹과 구레나룻을 가지고 있었다. 의원은 두 쌍의 눈을 깜박이더니 송곳니를 드러내며 두 제다이를 예의바르게 맞이했다.

"마스터 제다이." 포 누도가 콰이곤을 향해 고개를 기울였다. "이 자리에 와주시다니 영광입니다."

"의원님, 저희가 더 감사드립니다." 콰이곤이 로브 속에 넣은 두 손을 마주잡고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오비완은 존경을 표하며 마스터의 행동을 동시에 따라했다. "은하계 의원으로 선출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제 국민들을 위해 봉사할 기회를 받게 되어 감사하게 생각할 따름입니다." 누도가 미리 연습한 듯이 잘 다듬어진 대답을 하자 콰이곤은 저절로 지어지려는 삐뚤어진 미소를 억눌렀다. "위대한 공화국에게 도움이 될 담론에 어서 참여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콰이곤이 응대를 하려고 입을 연 순간 악단이 날카로운 불협화음을 내더니 연주를 중단했다. 순식간에 홀에 모인 귀빈들의 관심이 악단을 향해 쏠렸다. 그러자 악단의 옆에 있는 단상에 오른 의식의 집행자가 양 팔을 들고 연설을 하기 시작했다.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는 얼굴을 가진 나이든 여인이 입을 열자 홀 주위에 있던 통역가들과 프로토콜 드로이드들이 동시에 연설을 통역하느라 분주해졌다. 의식의 집행자는 은퇴하는 의원을 기리는 장황한 헌정사와, 그 의원이 의원직에 있었을 당시 이룬 업적과 이끌었던 중요한 토론을 나열하고 새로 선출된 포 누도 의원의 생애와 업적을 읊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포 누도 의원에게 인사를 올릴 겁니다." 나이든 여인이 손을 내리며 말했다. "은하계 의원으로 올라선 포 누도와, 위대한 공화국과 발걸음을 같이 할 우리 안도의 위치를 재확인한 이 경사스러운 자리를 기념하기 위하여 마련한 이 의식에 함께 동참해 주십시오."

여인의 말에 웨이터들은 철재 잔이 놓인 은색 쟁반을 높이 들고 홀을 이리저리 다니며 그곳에 있는 모든 손님에게 빠르게 잔을 건네주었다. 잔에는 뭔가가 뒤섞인 듯한 김이 천천히 나는 뜨거운 액체가 담겨 있었다.

"마스터, 이게 뭔가요?" 높고 겉이 매끄러운 잔을 받자 오비완은 호기심에 냄새를 맡아봤다.

"호이-브로스란다." 제다이 마스터는 대답을 하며 웨이터가 건네주는 잔을 받았다. "꽤나 별미로 여겨지곤 하지"

"해초 냄새가 나는데요." 오비완은 역겨워하는 게 아니라 오직 흥미만을 보이고 있었다. "뭔가 떠있기도 해요..... 이건 스프 같은 건가요, 아니면 음료수인가요?"

"향신료를 넣고 해초를 푹 끓인 거란다." 콰이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스프이자 음료이지. 약간 짤 수도 있지만 마셔보면 풍미가 느껴질 거야. 크게 나쁜 맛은 안날 거란다. 아쿠아리쉬인에게 초대를 받은 손님이 호이-브로스를 대접받는 건 영광스러운 일인데, 만일 거절한다면 주최자는 엄청난 모욕으로 받아들일 거란다."

"처음 마셔 봐요." 오비완은 씨익 웃었다. "새로운 경험이 될 거 같네요. 무례하게 굴고 싶지도 않고요."

콰이곤은 찬성하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의식의 집행자에게 다시 관심을 돌렸다. 이제 여인은 잔을 든 양 손을 높이 들고 있었다.

"이 자리에 모여주신 영광스러운 손님들이시여. 우리 안도의 새 대표자인 포 누도를 축하하기 위해 저희와 함께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여인이 말했다. "저희의 문화에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을 위해 말씀드리자면 여러분은 아쿠아리쉬의 진미 호이-브로스 의식에 초대받으셨습니다. 우리 아쿠아리쉬는 안도의 세 인종을 기리며 세 번 나눠 호이-브로스를 마실 겁니다. 양 손으로 잔을 높이 들어주시고 저에게 맞춰 세 번에 걸쳐 마셔주십시오."

그 말에 따라 손님들이 잔을 높이 들자 두 제다이도 뒤따랐다.

"포 누도." 여인이 낮은 목소리로 진지하게 외쳤다. "우리는 네가 약속과 봉사와 겸손을 잊지 않기를 바라며 마신다."

여인이 크게 한 모금을 마시자 손님들도 요청받은 대로 함께했다. 오비완 역시 한 모금을 쭉 들이마셨다. 마스터의 말대로 정말로 약간 짰지만 나쁜 맛은 안 났다. 입안에 감도는 향신료의 풍미가 뛰어났고 삼키고 나자 목구멍을 태우며 타고 내려간 음료가 용암처럼 뱃속에 자리 잡는 게 느껴졌다. 오비완은 저절로 나오려고 하는 '헉' 소리를 억누르고 충격을 포스에 흘려보냈다. 트레이닝 본드를 통해 마스터가 재미있어 하는 게 느껴졌다. 처음 마셔보는 뜨거운 음료에 몇몇 손님들이 큰 소리로 숨을 헐떡이는 소리와 뭐라고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오비완은 향신료가 입안에 남긴 맛이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자기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위안을 얻었다.

의식의 집행자가 잔을 다시 들며 더 큰 목소리로 외쳤다. "포 누도. 우리는 너에게 국민을 받들라고 고한다. 네가 책임져야할 의무를 지운다, 너의 노력을 축복한다."

여인이 다시 마시자 이번에 오비완은 향신료의 열기를 각오하고 빠르게 호이-브로스를 들이켰다. 본드를 통해 그런 자신을 마스터가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게 느껴지자 오비완은 감사의 마음을 담아 마스터의 눈을 마주봤다. 그런데 심장 박동이 살짝 빨라지고 온 몸에 오싹한 식은땀이 나는 게 느껴지자 오비완은 저절로 찡그려지는 표정을 펴려고 했다. 호이-브로스는 맵긴 했지만 삼키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은하계를 돌아다니는 동안 더 매운 음식을 먹어본 경험이 있는 오비완에게 이정도 매운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미션을 다니는 동안 너무 매운 음식은 피하려고 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매운 것을 싫어하는 건 아닌데 이상하게도 이 호이-브로스는 더 매웠던 음식보다 목구멍 뒤로 넘기기가 힘들었다. 오비완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조금이긴 하지만 가슴이 왜 이렇게 불편한지를 궁금해 했다. 누가 홀에 히터를 틀어뒀는지 확실히 주위가 아까전보다 덥고 답답해진 게 느껴졌다.

"포 누도!" 나이든 여인의 목소리가 최고조에 달했다. "우리는 네가 은하계 의원으로서 우리의 대표자가 되어 별들 사이를 넘나들도록 보낸다. 항상 물결이 네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고 네가 탄 배 아래의 파도가 잔잔하기를!"

집행자와 손님들은 잔을 들더니 남아있던 호이-브로스를 단번에 전부 마셔버렸다. 오비완은 그 의식에 동참하려고 호이-브로스를 입안에 머금었다. 하지만 공포스럽게도 삼킬 수가 없었다. 가슴 속의 심장이 쿵쾅거렸고 목구멍이 조여들었다. 뱃속을 칼로 찌르는 듯한 고통에 몸이 저절로 구부려졌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아차리기도 전에 갑자기 이완된 오비완의 손가락 사이에서 들고 있던 철재 잔이 미끄러져 내렸다. 홀을 울리는 커다란 땡그랑 소리에 모여 있던 귀빈들은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오비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잔에 남아있던 호이-브로스가 바닥을 물들였다. 어지럽게 돌아가는 머리를 붙잡고 오비완은 숨을 들이마시려고 노력했다. 주위에서 들려오는 여러 목소리가 뒤섞여 소용돌이쳤다.

"오비완? 파다완, 무슨 일이냐?"

"호이-브로스를 쏟았어!"

"의식을 모욕하다니!"

"이건 심각한 범죄에요!"

"저 애는 괜찮나요?"

"하, 어린애한테는 향신료가 너무 자극적이었나 보지!"

"제다이가 저런 무례를 저지르다니....."

"이럴 수가!"

"오비완!"

오비완은 마스터의 목소리에 집중하려고 했다. 하지만 배가 너무 아팠고, 머리는 물먹은 것처럼 무거웠고, 옥죄인 가슴속에서 심장은 갈비뼈 밖으로 튀어나올 듯이 뛰었고, 목구멍은 너무 부어올라서 충분한 공기를 들이마실 수가 없었다. 귓가에서 들리는 쌕쌕거리는 소리에 오비완은 고문과 같은 호흡 소리가 자신에게서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갑자기 시야가 가장자리부터 공포스러운 회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단단한 손이 자신을 잡아주기 전까지 오비완은 자신이 쓰러지고 있다는 것조차 몰랐다. 힘이 들어간 그 단단한 손에 이끌려 누군가의 품에 안기는 게 느껴졌다. 점점 희미해지는 빛 속에서 바닥에 눕혀지는 게 어렴풋이 느껴지는가 싶더니 사위가 어둠으로 물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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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이곤은 자신의 어린 파다완에게 꽤나 감격했다. 나무랄 데 없이 행동하고, 말을 해야 할 때면 예의를 지키며 손님과 대화를 나누고, 다른 손님이 오비완의 존재 자체를 알아차리지 못하면 정중하게 침묵을 지키고 있었고, 상의할 일이 있으면 마스터에게만 말을 걸었다. 콰이곤이 포 누도와 담화를 주고받고 있을 때 악단이 보낸 참석자들에게 집중을 해달라는 신호가 들렸다. 그래서 콰이곤은 공손하게 의식의 집행자에게로 돌아서서 호이-브로스를 받고 어린 파다완에게 여기에 담긴 의미를 설명해줬다. 그리고 중요한 의식에 참가하게 된 오비완이 새로운 것을 배우느라 열심인 모습에 뿌듯해했다.

"이 자리에 모여주신 영광스러운 손님들이시여. 우리 안도의 새 대표자인 포 누도를 축하하기 위해 저희와 함께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의식의 집행자의 귀를 찌를 듯한 새된 목소리가 홀 안에 울려 퍼졌다. 다양한 드로이드들과 통역가들이 이 자리에 모인 모두가 이해할 수 있도록 동시에 통역을 시작하자 몇 백 개의 언어가 메아리를 이루어 울림을 만들어냈다. "저희의 문화에 익숙하지 않으신 분에게 말씀드리자면 여러분은 아쿠아리쉬의 진미 호이-브로스 의식에 초대받으셨습니다. 우리 아쿠아리쉬는 안도의 세 인종을 기리며 세 번 나눠 호이-브로스를 마실 겁니다. 양 손으로 잔을 높이 들어주시고 저에게 맞춰 세 번에 걸쳐 마셔주십시오."

콰이곤은 언제나 호이-브로스에게 상반된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향신료 덕분에 좀 마실 만 하기는 해도 심각하게 짜기만 해서 뭔가를 마셔야 한다면 호이-브로스를 선택하지는 않았다. 다행이도 싫어하는 건 아니었지만 일부러 찾아 마시지는 않아서 이전에 파다완에게 호이-브로스를 마실 경험을 시켜주지 못했다. 어쩌면 오비완에게 불타는 뒷맛이 있다고 미리 경고해줘야 했을지도 모르지만.... 음...... 콰이곤은 이런 것은 직접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게 제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가끔씩은 마스터로서 기겁하는 파다완을 지켜본다는 작은 재미를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포 누도. 우리는 네가 약속과 봉사와 겸손을 잊지 않기를 바라며 마신다."

콰이곤은 음료를 마시며 곁눈질로 파다완을 살펴봤다. 그리고 한 모금을 꿀꺽 삼킨 아이가 캑캑거리기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즐겁게 바라봤다. 본드를 통해 즐거움을 내보낸 콰이곤은 비록 오비완이 살짝 인상을 쓰면서 자신을 바라봤지만 오비완도 어느 정도 재미있어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포 누도. 우리는 너에게 국민을 받들라고 고한다. 네가 책임져야할 의무를 지운다, 너의 노력을 축복한다."

다시 잔을 들이키던 제다이 마스터는 포스의 떨림과 따끔거리고 오싹한 감각이 느껴지자 천천히 홀을 둘러봤다. 포스의 경고 까지는 아니었지만 뭔가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이 왔다.

"포 누도! 우리는 네가 은하계 의원으로서 우리의 대표자가 되어 별들 사이를 넘나들도록 보낸다. 항상 물결이 네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고 네가 탄 배 아래의 파도가 잔잔하기를!"

컵을 비운 콰이곤은 톡 쏘는 호이-브로스의 맛에 살짝 관심을 기울이며 인상을 썼다. 떨리고 있던 포스는 이제 경고를 울리기 시작했는데 그 경고는..... 콰이곤의 뒤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헐떡이는 숨소리가 뒤쪽에서 들리는가 싶더니 숨이 막히는 소리와 함께 광이 난 돌 바닥 위에 철재 잔이 떨어질 때 나는 독특한 땡그랑 소리가 들려왔다. 콰이곤은 뒤로 휙 돌아섰다. 그곳에는 자신의 파다완이 공포에 질린 눈을 부릅뜨고 컥컥거리고 있었다. 유령처럼 새하얗게 질려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몸을 떨고 있는 아이에게로 콰이곤은 곧장 다가갔다. 떨리는 손으로 목을 붙잡은 아이는 뭔가를 말하려는 듯이 입술을 열었지만 그 사이로는 고통스러운 쌕쌕거림만 흘러나왔다.

깜짝 놀란 콰이곤이 트레이닝 본드를 건드리자 콰이곤을 당황하게 만들 정도의 숨을 쉬려고 발버둥치는 오비완의 끔찍한 고통이 몰려왔다.

"오비완? 파다완, 무슨 일이냐?"

주위에서 귀빈들이 웅성거리며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떤 사람은 공포에 질렸고 몇몇은 충격에 경악했으며 나머지는 손님들은 오비완의 행동을 모욕으로 받아들여 분노했다. 하지만 콰이곤은 자신의 파다완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오비완!" 콰이곤이 외쳤다.

고통스러워하던 소년의 몸이 크게 한번 떨리더니 눈이 뒤로 넘어가면서 다리가 아래로 꺾이는 순간 콰이곤의 가슴도 함께 내려앉았다. 반응이 빠른 반사 신경 덕분에 콰이곤은 볼품없이 바닥에 무너지는 파다완을 붙잡을 수 있었다. 콰이곤은 오비완을 팔에 안은 채 무릎을 꿇었다. 본드를 향해 손을 뻗어 봤지만 자신의 무릎 위에 쓰러져있는 아이에게서 아무런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심장이 아래로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오비완의 목에 손을 대어보자 느껴지는 약한 맥박에 그나마 안심이 되었다. 시시각각으로 오비완의 얼굴은 부어올랐고 입술은 시퍼렇게 변해갔다. 움찔거릴 때마다 조여든 목구멍에서 쌕쌕거리는 숨소리가 올라왔다. 주위에 몰려든 의원들과 고위 인사들이 충격과 공포에 빠져 웅성거렸다.

"독이 든 겁니까? 호이-브로스에 독이 들었던 거냐고요."

"제다이 측에서는 이런 식으로 아쿠아리쉬에게 모욕을 주려는 겁니까?"

"죽었나요? 죽은 것처럼 보여요....."

"불쌍한 아이 같으니.... 많이 아파 보이는군요."

"비켜 주십시오!" 날카로운 목소리가 모여있는 사람들을 가르자 구경꾼들은 의식의 집행자를 위해 옆으로 비켰다.

지팡이에 몸을 기댄 여인은 가까이 다가가 두 제다이를 내려다봤다.

"당장 의료 드로이드를 보내도록!" 여인이 말했다. "움직여! 호이-브로스에 알레르기가 있는 게 분명하다!"

알레르기라고? 놀란 콰이곤은 눈을 깜박이며 오비완을 더 가까이 끌어안았다. 소년은 고통스럽게 쌕쌕거리고 있었다. 매번 숨을 내쉴 때마다 숨소리는 점점 더 옅고 길어졌다. 오른쪽 손은 힘없이 배 위에 올라가 있었고 왼쪽 팔은 옆에 툭 떨어져 차가운 바닥 위에 올라가 있었다. 콰이곤은 한쪽 손을 오비완의 가슴에 올리고 눈을 감아 포스에 집중했다. 그리고 힘을 하나로 끌어 모아 아이에게 계속 숨을 쉬라고 재촉하며, 자신의 의지와 명령을 포스에 담아 거의 닫혀있는 오비완의 기도를 타고 숨이 산소가 부족한 폐로 들어가도록 구슬렸다. 모여든 손님들은 입을 다물고 제다이 마스터가 파다완을 살리기 위해 내면의 전투를 벌이는 모습을 경외심을 가지고 바라봤다.

몇 분이 지난 뒤에야 마침내 의료 드로이드가 윙윙거리려 홀로 들어와 아이를 재빨리 스캔했다. 그리고 삐 소리를 내며 간단한 진단을 내렸다.

"아나필락시스 쇼크. 환자 상태 : 위중함. 아드레날린과 항히스타민제를 즉시 투약합니다."

드로이드는 하이포 스프레이가 끝에 달린 팔을 뻗어 곧바로 오비완의 목에 꽂았다. 콰이곤은 계속해서 본드를 통해 파다완을 부르면서 숨을 쉬도록 만들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정신을 잃은 아이에게서는 여전히 아무 반응이 없었다.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자 주위를 둘러싼 손님들이 불안하게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시간 내 긍정적인 반응이 감지되지 않음." 드로이드가 전했다. "환자 상태 : 변함없음. 여전히 위중함. 긴급 2차 접종을 실시합니다."

쉭 소리를 내며 하이포스프레이가 다시 채워지더니 소년의 목에 꽂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채로 짧은 시간이 흘렀다. 그때 갑자기 콰이곤의 팔 안에 안긴 오비완의 등이 활처럼 굽더니 입이 열리더니 '헉'소리와 함께 깊은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났다. 오비완은 눈을 감은 채 눈꺼풀을 움찔거리면서 오른손으로는 배를 움켜쥐고 왼손으로는 버둥거리며 주위를 휘저었다.

"진정하거라, 오비완. 진정해." 콰이곤은 낮은 목소리로 달래주면서 왼팔을 구부려 파다완을 지지해주고 오른손으로는 오비완의 왼손을 힘껏 잡아주었다. "내 어린 파다완, 마스터가 여기 있단다. 이제 안전해. 오비완, 숨을 쉬거라..... 천천히 그렇게. 내가 여기 있으니 숨을 쉬는 데만 집중해....."

몇 번 끊어질 듯한 숨을 들이마시던 오비완은 마침내 충격에 빠진 눈을 깜박이면서 마스터를 올려다봤다. 의식의 집행자가 오비완의 앞에 서자 은하계 각지에서 온 의원과 고위 인사들이 주위를 둘러쌌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음을 알아차린 오비완의 뺨에 당혹감으로 인한 붉은 홍조가 천천히 피어났다. 진이 빠진 듯이 온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마스터 콰이곤의 단단하고 의지되는 팔이 없다면 몸을 가눌 수도 없을 것만 같았다. 여전히 목구멍은 쓰라렸고 가슴은 욱신거렸으며 배는 고통스럽게 경련했다. 지쳐버린 온 몸의 근육이 고통에 떨리는 게 느껴지기도 했다.

"어.... 마스터?" 말을 하는데 성공한 오비완은 어리둥절하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살펴보려고 주위를 둘러보면서 위안을 찾아 본드를 향해 손을 뻗었다.

오비완의 손을 붙잡은 콰이곤의 손아귀에 힘이 더 들어가자 걱정으로 물든 사랑과 온기의 파도가 오비완을 덮쳤다.

"쉬.... 아가야." 제다이 마스터가 속삭였다. "호이-브로스 알레르기가 있었더구나. 전에 네가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는 기록이 없어서 내가 미처 몰랐어..... 파다완, 미안하구나."

"아니에요..... 마스터의 잘못이 아니에요. 저도 몰랐는걸요...."

"이제는 우리 둘 다 알게 되었구나." 마침내 콰이곤은 파다완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의식의 집행자와 포 누도 의원을 바라봤다. "오늘 이곳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의도적으로 무례를 저지를 생각은 추호에도 없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 어린 파다완에게 호이-브로스 알레르기가 있다는 것을 몰라서 저지른 무례였습니다."

"마스터 제다이, 사과할 필요 없습니다." 나이든 여자가 말하며 날카로운 경고의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자 모여 있던 귀빈들이 입을 닫았다. "호이-브로스에 그 정도 반응을 보인 건 저 아이가 처음이 아닙니다. 당신의 어린 제다이를 타고오신 비행선으로 데려가는 게 좋겠습니다. 휴식이 필요해 보이는군요. 후속 의료 조취가 필요할지도 모르니 계속 지켜보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제다이께서는 이 의식에 마저 참가하지 않으셔도 되니 이만 가보셔도 좋습니다. 아이가 빠르게 회복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콰이곤은 오비완의 왼손을 욱신거리는 배를 여전히 움켜잡고 있는 오른손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주었다. 그리고 파다완의 무릎 아래에 팔을 넣고는 손쉽게 오비완을 들어 올려 품 가까이에 안았다. 콰이곤이 살짝 허리를 숙여 의식의 집행자와 의원에게 인사를 올리자 두 아쿠아리쉬는 가보라고 손짓을 했다. 콰이곤이 돌아서자 몰려든 손님들은 공손하게 길을 비켜주며 오비완을 안고 홀을 떠나는 제다이를 가리키면서 서로 속삭였다. 콰이곤은 그들에게 귀를 기울이지 않고 비로 젖어 들어가는 숲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품안의 소중한 물건이 최대한 비를 맞지 않도록 아이 위로 머리를 숙이고는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셔틀 안으로 들어선 콰이곤은 경사로를 올렸다. 조그마한 수송선에는 조종사와 부조종사 좌석과, 조종석 뒤편에 있는 작은 이층 침대와, 락커정도 크기밖에 되지 않는 작은 프래셔가 있었다.

콰이곤은 다정하게 아래쪽 침대에 오비완을 눕히고는 축축하게 젖어 이마를 가리고 있는 머리카락을 넘겨주었다. 그리고 파다완 브레이드를 펴서 어깨 위에 단정하게 정리해줬다. 이어서 오비완의 부츠를 벗겨 한쪽에 두고는 침대 옆에 웅크리고 앉아 양 손으로 오비완의 한쪽 손을 붙잡았다. 그리고 차갑고 축축한 아이의 손을 자신의 손으로 비벼주며 온기를 전해주려고 했다. 그러자 여전히 고통이 뒤섞여 흐릿한 회색으로 변한 오비완의 눈이 콰이곤을 바라봤다. 아이의 눈동자에는 부끄러움과 혼란이 떠있었다.

"오비완, 여기서 쉬고 있거라." 콰이곤은 엄지로 아이의 뺨을 부드럽게 문지르며 얼굴에 난 땀과 뒤섞인 빗방울을 닦아줬다. "나는 이륙을 시키고 항로를 코러산트행으로 맞춰두고 있으마. 바로 저기에 있을 테니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부르거라. 잠을 좀 자려고 노력해보렴."

"네, 마스터." 충실하게 대답을 속삭이는 아이의 눈은 이미 반쯤 감겨있었다.

이제는 규칙적으로 돌아온 오비완의 깊은 숨소리에 만족하며 콰이곤은 조종사석으로 다가갔다. 몇 분이 지나지 않아 이륙 허가가 내려오자 공중에 떠오른 셔틀은 분홍 보라색 행성을 뒤로 하고 우주로 나아갔다. 콰이곤은 항로 목적지를 집으로 맞추고는 오토파일럿을 켰다. 하이퍼 스페이스 엔진을 달기에는 너무 작은 셔틀이어서 코러산트로 돌아가려면 며칠이 걸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오비완은 빠르게 회복하고 있으니 콰이곤은 그동안 휴식을 취하고, 명상을 하고, 검식을 연습하는 동시에 불행한 호이-브로스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오비완이 배운 것을 복습하기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셔틀이 안정한 항로에 들어서자 콰이곤은 컴을 켜서 제다이 사원에 연락을 넣었다.

"오, 안녕한가요 마스터 진." 카운슬 멤버인 아디 갈리아가 홀로그램으로 뜨면서 콰이곤에게 인사를 건넸다. "반갑지만 무슨 일인가요? 이렇게 일찍 연락을 받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답니다. 지금쯤이면 안도에 있어야 할 텐데 그런 거 같지 않군요."

"마스터 갈리아." 콰이곤은 겨우 미소를 짓는데 성공했다. "안타깝지만 안도에서의 일정이 중지되었습니다. 저희는 지금 사원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콰이곤, 문제가 생긴 건가요?"

"연회에서 호이-브로스를 받았을 때 문제가 생겼습니다."

"호이-브로스라! 오랜만에 들으니 반갑네요. 미안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음료가 호이-브로스여서요. 본론으로 돌아가서 어떤 문제가 생긴 건가요?"

"안타깝게도 어린 오비완에게 호이-브로스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힘든 방식으로 배우게 되었습니다." 콰이곤이 말했다. "오비완은 심각한 아나필락시스 쇼크에 빠져버렸습니다."

"오, 이런.... 콰이곤...... 불쌍한 아이는 이제 괜찮나요?"

콰이곤의 시선이 어깨 뒤편의 파다완을 바라보려고 저절로 돌아갔다. 여전히 침대에 누워있는 어린 제다이에 오른쪽 손은 배 위에 축 늘어져있었고 왼쪽 팔은 힘없이 침대 옆으로 내려와 있었다. 고른 숨소리와 함께 가슴이 깊게 위아래로 오르내렸고 머리는 마스터가 있는 왼쪽으로 살짝 기울어져있었다. 비록 얼굴은 아직 아주 창백했지만 평화롭게 잠든 건 확실해보였다.

"의료 드로이드의 도움을 받아 잘 회복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로 지쳐버려서 지금은 쉬고 있습니다." 콰이곤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쿠아리쉬인들은 괜찮았나요? 그들은 호이-브로스 의식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걸로 아는데...."

"거의 외교적 문제로 발전할 뻔했지만 듣자 하니 제 어린 파다완이 처음 그런 증상을 보인 사람은 아니더군요." 콰이곤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마스터 갈리아께서 제 감사와 진심이 담긴 사과를 의식의 집행자님과 포 누도 의원님에게 전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맡겨주세요, 마스터 진." 갈리아가 엄숙하게 약속했다. "오비완에게는 치료가 더 필요할 거 같나요? 지금 힐러를 파견해 코러산트에 도착하기 전 중간 지점에서 만날 수 있도록 조취 할까요?"

"감사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콰이곤이 고개를 저었다. "아드레날린과 항히스타민제를 두 번 맞아서 이제는 괜찮아졌고 제가 자는 오비완을 가까이서 지켜볼 예정입니다."

"알겠어요." 쏠로티안 마스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심히 돌아와요 콰이곤.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을게요."

통신 연결이 끊어지자 콰이곤은 천천히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침대 옆 갑판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아이가 깨지 않도록 아주 다정하게 손을 오비완의 가슴에 올리고는 포스로 살짝 살펴봤다. 콰이곤의 손길을 알아차렸는지 본드가 진동하자 콰이곤은 위안이 되는 부드러운 힘을 전했다. 오비완은 그 힘을 받아들이더니 잠에 빠진 채로 만족스럽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불 위에 누워있는 오비완을 깨우고 싶지 않아 콰이곤은 보관소에서 예비 담요를 가져와 아이의 위에 덮어주고는 어깨까지 감싸줬다. 그리고 여전히 창백하고 땀에 젖어 있는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조심스럽게 머리카락을 빗어줬다. 어린 제다이가 깊게 잠들었다는 데에 만족하며 콰이곤은 조종석으로 돌아와서 자리에 앉아 패널을 눌렀다. 이정도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제다이 사원의 기록에 접근이 가능한 덕분에 콰이곤은 아카이브에 접속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파다완을 그렇게 아프게 만든 원인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는 마음에 아나필락시스 쇼크와 이런 알레르기 반응이 가져올 수 있는 영향에 대해 검색하기 시작했다. 특히나 호이-브로스의 알레르기에 대한 자료는 더 철저하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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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이 지나고 천천히 잠에서 깨어난 오비완은 눈을 깜박이면서 초점을 맞췄다. 그러자 머리 위에 떠있는 이층 침대의 금속 프레임이 보였다. 인상을 쓰면서 한 손을 머리에 올리자 살짝 욱신거리는 배에 올라가있던 반대쪽 손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실험삼아 숨을 들이켜 보자 감사하게도 쉽게 숨이 쉬어졌다. 가슴은 더 이상 아프지 않았고 부어있던 목구멍도 가라앉아 있었다.

"아, 파다완. 일어났구나. 기분은 어떻느냐?"

"훨씬 낫습니다, 마스터." 오비완은 침대 가장자리에 앉으려고 몸을 일으키면서 예의바르게 대답했다. 또다시 피어난 부끄러움이 벌써 오비완의 뺨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마스터..... 죄송합니다....."

"오비완, 사과할 필요 없단다." 조종석에 앉아있던 콰이곤이 오비완을 돌아보고는 부조종사석으로 손짓했다. "몸이 괜찮다면 이리 와서 앉거라."

순종적으로 침대에서 일어난 오비완은 갑자기 몰려든 미약한 어지러움이 사그라지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배를 오른손으로 누르고 울렁거림이 가라앉기를 바라며 아직 남아있는 갑갑한 느낌을 포스에 흘려보냈다. 조종실로 건너간 오비완은 부조종사석에 앉았지만 마스터의 눈을 마주할 수 없어서 시선을 내렸다. 그때 기쁨의 감정이 트레이닝 본드를 콕콕 찌르는 게 느껴졌다. 질책이 날아오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깨닫자 오비완은 마침내 눈을 떴다.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마스터의 눈에 비친 따스한 걱정을 보고 놀랐다.

"오비완." 부드럽고 다정한 목소리로 콰이곤이 먼저 말을 시작했다. "오늘 네게 일어난 일은 너무 갑작스러워서 의심할 여지도 없이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거란다. 포스는 위대한 인도자지만 우리는 모든 것을 다 보거나 알지 못하지. 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 네게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게 안타깝기만 하구나. 하지만 나는 오늘 네가 겪은 시련이 마냥 나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단다. 특히나 연회장에서는 아주 처신을 잘 하더구나."

"많은 것을 배운 것 같습니다." 오비완이 동의했다. "하지만.... 저 때문에 마스터께서 곤란을 겪게 되어 죄송하다는 마음이 계속 들어요."

"네 잘못이 아니란다." 콰이곤은 같은 말을 다시 말해줬다. "내가 읽은 바에 따르면 호이-브로스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고 하지만 아예 없었던 적은 없더구나. 너는 제다이 오더에서 처음으로 호이-브로스 알레르기가 있는 파다완으로 기록될 거란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적어도 네가 호이-브로스를 마시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거지."

"맞아요." 파다완은 정직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찌푸리던 표정을 펴면서 미소를 짓기도 했다. "하지만.... 아쿠아리쉬에서 호이-브로스를 거절하는 건 대단한 모욕으로 받아들여진다고 하셨잖아요. 나중에 다시 마셔야 할 일이 생기면 어떻게 무례를 범하지 않고 거절할 수 있을까요?"

"내 어린 파다완아 현명한 질문이구나." 콰이곤은 생각에 빠진 표정으로 오비완을 바라봤다. "의식의 집행자께서 비슷한 증상을 보인 다른 사람이 있었다고 했으니까 아마 육체적으로 호이-브로스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에겐 예외를 둘 거 같구나.... 아니면 힐러에게 알레르기 반응을 막을 예방책이 있을 수도 있겠지. 사원으로 돌아가면 조사를 해보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왜 마스터께서 저를 아카이브로 보내실 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걸까요?" 오비완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지만 진심으로 불만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마스터의 임무는 가르치는 것이고...."

".....파다완의 임무는 배우는 거죠." 오비완은 건조한 목소리로 마스터 대신 문장을 마쳤지만 눈동자에는 즐거움이 비치고 있었다. "제게 배움의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스터의 지혜에는 한계가 없는 거 같네요."

"내 어린 파다완의 반어법만큼이나 한계가 없지." 콰이곤이 되받아쳤다. 하지만 오비완이 평소처럼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을 정도로 돌아왔다는 데에 콰이곤이 포스를 통해 발산하는 안도감은 손에 잡힐 듯이 뚜렷했다. "안도를 떠난 지 겨우 다섯 시간이 지났으니 코러산트에 도착하려면 며칠은 더 가야 한단다. 그럼 이제........ 어디 보자..... 아르코나에서 온 의원이 우리에게 전한 전통적인 환영사를 어디까지 이해했느냐?"

"음....." 오비완은 무의식적으로 배를 문지르면서 적회색 피부와 삼각형 머리를 가진 당당해보였던 의원의 번들거리던 눈동자를 떠올려봤다. "제 생각에는.... '두 분을 만나서 반갑습니다. 인생의 길을 함께 걸어가는 여행자이자 생명의 힘이 주는 빛의 축복을 받은 이여.'라고 하셨던 것 같습니다."

"생명의 힘이 아니라 근원이었단다." 콰이곤은 틀린 부분을 고쳐줬다. "하지만 그 부분을 제외하면 완벽하게 기억하고 번역했구나. 그렇다면 내가 이시히 티브 대사들와 논의했던 티브린의 현재 상황은 어떻지?"

오비완은 대답을 하려고 입을 열었다가 갑자기 고통스럽게 조여 오는 배 때문에 '헉'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눈을 깜박이며 살짝 흐려진 시야로 앞에 있는 조종 패널을 바라봤다. 다행히 콰이곤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창밖을 바라보느라 그런 오비완을 눈치 채지 못한 것 같았다. 마스터가 보고 있지 않자 오비완은 가슴 아래를 손으로 누르면서 마인드 실드를 높여 찰나동안 나타난 통증을 마스터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가렸다. 비록 고의는 아니었지만 오늘 이미 충분한 말썽을 일으켰다는 사실을 의식하고 있었던 오비완은 또 다시 미션에 지장을 주는 원인이 되고 싶지 않았다.

"해저 지진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비완은 갑자기 목구멍까지 올라온 덩어리를 삼키려고 하며 기억을 더듬었다. "티브린은 안도와 비슷한 해양 행성인데 최근 들어 바다 아래의 지각이 전례가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이동한다고 합니다. 해저에 있는 많은........ 해초..... 농장이 파괴되어서...... 식량 부족이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해수면이 약 3% 상승하는 동시에 육지로 강력한 쓰나미가 덮쳐와서...... 그래서 티브린은 의회에 설치를 도와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했는데 ..... 그.... 음..... 설치를 한다는 게....."

오비완은 갑작이 몰려오는 현기증에 눈을 꼭 감고 말꼬리를 흐렸다. 그리고 한쪽 손으로는 배를 꽉 움켜쥐고 반대쪽 손으론 머리를 눌렀다.

"파다완?" 그 즉시 옆에 있던 콰이곤이 좌석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오비완의 어깨를 붙잡고 빠르게 포스로 살펴보기 시작했다. "오비완? 왜 그러는 거냐? 내가 볼 수 있도록 실드를 내리거라." 

꽉 막힌 목구멍 아래로 침을 삼키려고 노력하면서 오비완은 온몸을 관통하는 떨림을 느끼며 새롭게 피어나는 공포를 포스에 흘려보내려고 했다. 이런.... 안 돼......

"다시는...." 패닉에 빠진 오비완은 중얼거리면서 머리에 대고 있던 손을 내려 목을 붙잡고 좌석에서 억지로 몸을 일으켜서 비틀거리며 내비게이션 콘솔에서 떨어지려고 했다. "안 돼.... 제발.... 또 이려면......."

"오비완!" 파다완의 어깨를 붙잡은 콰이곤은 어린 제다이의 숨소리에서 다시 들리기 시작한 숨길 수 없는 쌕쌕거림을 들었다. "진정하거라. 공포를 포스에....."

말보다 행동이 어려운건 당연한 일이었다. 폐에 더 이상 신선한 공기가 들어오지 않자 오비완은 눈앞에서 춤을 추는 검은 불빛을 노려보면서 막힌 숨에 헉헉거리며 무작정 손을 뻗어 아무거나 붙잡으려고 했다. 멀리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마스터의 목소리를 겨우 알아들은 순간 쭉 뻗은 팔을 붙잡는 단단한 손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손이 이끄는 데로 따라가다 몸이 눕혀지는가 싶더니 등에 닫는 침대가 느껴졌다. 트레이닝 본드를 통해 몰려온 강렬한 파도 같은 위로에 몸이 씻기는 것 같았다. 닫혀버린 목을 무의미하게 긁던 오비완의 귀에 뭔가가 움직이더니 보관함이 열리고 물건을 꺼내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다시 마스터가 옆으로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파다완, 금방 괜찮아질 거란다." 속삭이는 목소리가 귓가를 스치더니 목에 하이포 스프레이가 꽂히는 느낌이 들었다.

약이 돌기 시작하자 오비완의 몸이 경련을 일으켰다. 눈이 뒤로 넘어가는 동시에 침대에서 떨어진 오비완은 누군가가 자신을 갑판 바닥에 눕히는 것을 느꼈다. 마스터가 근처이 있음을 감지한 오비완은 정신을 잃지 않기를 바라며 그들의 본드에 매달렸다. 베개처럼 머리에 닿는 마스터의 무릎과 위안을 주며 다정하게 이마에 놓인 손이 느껴졌다. 천천히 이완되는 목구멍 사이로 깊게 숨을 들이마시는 순간 그토록 오비완이 필요로 하던 공기가 폐로 몰려왔다. 근육을 타고 도는 오한이 여전히 느껴졌지만 눈을 깜박일수록 시야가 깨끗해졌고 마침내 위쪽에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마스터의 수염 난 얼굴이 또렷하게 보였다. 마스터는 슬퍼 보이는 작은 미소를 짓더니 오비완을 들어서 조심스럽게 다시 침대에 눕혔다.

".....무슨 일이....?" 겨우 입을 연 오비완이 속삭였다. "저는....."

"2상 반응이라고 부르더구나." 콰이곤은 파다완의 손을 잡고 엄지로 오비완의 손마디를 문질러줬다. "같은 알레르기에 2차로 반응이 일어나는 거지."

오비완은 손을 잡아준 마스터에게 화답하려고 똑같이 손을 마주잡으려고 했지만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자 충격을 받았다.

"혹시..... 다시 일어날까요?" 조금이라도 불안을 가라앉히고 싶었던 오비완은 질문을 던졌다.

"그럴 거 같지는 않구나." 마스터가 파다완의 뒷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답했다. "아이야, 미안하구나. 완전히 안정이 될 때까지 억지로라도 쉬게 했어야 했었는데.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아드레날린와 항히스타민제를 구급약품에 넣어 두어 다행이구나. 그래서 지금은 좀 어떻느냐?"

"어.... 괜찮은 거 같아요." 오비완은 무거운 눈꺼풀을 깜박이며 답했다. 꼭 티브린의 해일에 휩쓸린 것처럼 피곤했다. "감사합니다, 마스터 콰이곤."

"지금은 자거라. 일어나면 훨씬 나아져있을 거란다."

마스터의 말에 따르는 것 말고 다른 선택지가 없어 오비완은 잠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순간 마스터가 침대 옆에 앉는 게 느껴지더니 따뜻하지만 크고 단단한 손 하나가 오비완의 손 위에 올라왔다. 그리고 반대쪽 손이 이마를 덮는 게 느껴졌다. 본드를 통해 사랑과 감사의 파도를 보낸 오비완은 반대쪽에서 그에 대한 화답을 받자 저절로 피어나는 미소를 감출 수가 없었다. 그리고 잠에 굴복하여 깊은 치유의 꿈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전반적으로 이런 분위기다. 읽어줘서 고마워.

콰이오비 리암유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