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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2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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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다고 악을 쓰든 말든 국혼은 차례대로 진행됐다. 어이없게도 당사자를 제외하고 정말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소식을 접한 아에곤의 형제들과 자캐리스의 형제들은 다들 표정으로 강력하게 의문을 표했다. 누구랑 누가? 특히 아에몬드와 루케리스는 경악에 가까웠다. 녹색파에게는 아무런 이득도 없잖아, 오히려 흑색파에게만 이득 아니야? 라고 소곤대는 궁정 안팎도 작게 소란스러웠다. 
 
난리를 치던 아에곤도 국혼 당일은 의외로 조용했다. 따로 알리센트가 언질을 줬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지만, 우울한 인형처럼 가만히 있었다. 아에곤은 대충 끝내고 싶었지만, 둘의 입지를 생각한다면 그건 불가능해서 어쩔 수 없이 도살장에 끌려온 짐승처럼 다 죽어가는 얼굴로 식을 치러야 했다. 못마땅한 표정으로 식을 지켜보던 아에몬드는 자캐리스 옆에서 유난히 불안해 보이는 제 형의 안색에 의문을 띄웠다. 국혼이 거의 막바지에 다를 즘, 아에몬드는 곧 부부가 될 두 사람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옆에 서있던 알리센트에게 조용히 물었다.
 
“조건으로 뭘 내놓던가요?”
“뭐?”
“이 결혼으로 분명 조건을 걸었을 텐데요. 그 무엇보다 혈통을 중시하는 우리 쪽에서 사생아를 들일 만큼 거부할 수 없는 조건을 제시했으니 받아들인 거 아닌가요?”
 
맞는 말이었다. 진즉에 이미 앞서 헬라에나와 자캐리스의 혼담이 오갔던 적이 있었으나, 사생아에게 하나뿐인 딸을 넘길 수 없다고 무산되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번엔 후계구도에서 가장 귀한 장남이었다. 알리센트의 어두운 안색을 보아하니, 분명 혼담을 먼저 제안한 것은 흑색파일거라 짐작했다. 공주의 장남을 계승권에 가장 위협이 되는 왕자와... 대체 왜? 
 
“... 별 소릴 다하는구나.”
“이 와중에 제게도 말씀 못할 정도인가요?”
“...”
“그래봤자 곧 들통날 것을요.”
 
서늘한 아에몬드의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은 반지를 주고받았으며 마침내 식이 끝을 맺었다. 형식적인 박수를 치는 알리센트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어두웠다.
 
 
*
 
 
거의 찢어버릴 듯 거칠게 옷을 벗어던진 아에곤은 씩씩대며 성을 냈다. 하얗게 빛나는 옷은, 그가 결혼식 내내 입었던 것이었다. 흐트러진 셔츠는 아무렇게나 구기고 신고 있던 신발도 벗어서 내동댕이 쳤다. 아직 손목에 매달린 재킷이 바닥에 질질 끌려다녔다. 습관적으로 방안에 있던 술을 찾으러 들어갔으나, 방 꼬락서니를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이건 다 뭐야!!”
 
모락모락한 김이 올라오는 욕조는 향긋한 입욕제 향을 가득 풍기고 있었고, 정체 모를 꽃잎들도 가득했다. 어둡고 단정한 색상으로 덮혀져 있던 침구는 하얗고 폭신한 침구로 바뀌어있었다. 내 방이 아닌 건가? 싶은 아에곤은 다시 방을 둘러봤으나 자신의 방이 맞았다. 게다가 방안에는 자신이 보지 못했던 물건들도 여럿 보였다. 소란을 듣고 밖에 대기하던 시종이 들어왔다.
 
“이게 다 뭐야? 누가 내 허락도 없이 이렇게 해놨지?”
“오, 오늘 두 분의 합방 일이라서...!”
“집어치워!! 가뜩이나 그것 때문에 죽겠는데! 저것들은 또 뭐고!!”
“자, 자캐리스 왕자님의 소지품입니다.”
 
바짝 독이 오른 얼굴로 신경질을 내던 아에곤이 고장 난 장난감처럼 굳었다. 끼기긱, 소리가 날 것 같은 움직임으로 돌아보며 서늘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 그게 왜 여기 있는데?”
“네, 네? 두 분은 이제 부부가 되었으니 침실을 합치시는 게 당연..”
“세상에.”
“자캐리스 왕자님께서는 다른 방을 준비할 필요 없이 직접 이곳으로 오시겠다고 하... 하셨습니다.”
 
말을 끝맺기도 전에 눈을 치겨뜨는 모양새가 금세라도 방안을 뒤집어엎을 기세였다.
 
“그놈이 여기로 오겠다고 했다고?”
 
그놈,이라는 입에 담을 수 없는 단어에 시종은 차마 고개도 못 들었다.
 
“네, 굳이 신혼 방을 꾸미는 것보단 아에곤 왕자님께서 편하신 대로 하라고-”
 
역시나 말을 끝맺기도 전에 으악, 소리를 내며 아직 손목에 걸려있던 재킷을 잡아뜯어 바닥에 내던졌다. 몸 둘 바를 모르던 시종이 살짝 뒷걸음쳤다. 툭- 하고 뭔가 걸려서 뒤를 들으니 보이는 것은 방금 전에 언급한 왕자 전하였다. 고요할 정도로 차분함을 가진 그의 모습에 시종은 눈은 동그랗게 뜨고 식은땀을 흘렸다. 그는 미동도 없이 아에곤이 난리 치는 걸 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이만 나가보거라.”
 
공손히 절을 올리고 황급히 나서는 시종을 뒤로하고, 자캐리스는 천천히 안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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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연도 일찍 파하고 들어왔는데, 뭔가 불만이 더 남았어?”
 
차분한 목소리에 신경질적으로 뒤를 돌아본 아에곤은 한껏 성난 얼굴로 쿵쿵대며 다가왔다. 자캐리스의 시선이 밑으로 향했다. 신발도 그 무엇도 없이 하얀 맨발이 눈에 들어왔다.
 
“뭔가 더 불만이 남았냐고? 지금 그게 할 소리야?”
“이제 진정해. 보다시피 결혼식은 끝났어. 방은... 신혼 방을 따로 꾸리는 것보단 원래 있던 방이 나을 거 같아서 그렇게 했는데 싫으면 다시 준비하라 할까?”
“아니, 그 뭔...”
 
자캐리스의 방은 아에곤의 방과 가장 먼 위치였다. 귀찮게 옮기지 않으면 아에곤으로서는 손해 볼게 없었지만, 그건 그거대로 이상했다. 쟤는 그 귀찮은 짓을 굳이 왜? 그냥 공평하게 신혼방-아에곤이 차마 입에도 담기 싫은 단어-을 새로 만들지. 마치 전투의지를 상실한 전사처럼 힘이 빠진 아에곤은 한숨을 내뱉으며 이마를 짚었다.
 
“됐다. 내가 너랑 무슨 말을 하겠어.. 나 씻을 거니까, 나가.”
“왜?”
“뭘?”
“왜 나가야 하는데? 잊었어? 우리 이제 부부야. 오늘은 첫날밤이고.”
 
듣기만 해도 온몸이 간지러운 단어가 튀어나왔다. 첫날밤. 아에곤은 필사적으로 표정을 일그러뜨리지 않기 위해 애를 썼으나 소용없었다. 자캐리스는 하얀 발끝에 주던 시선을 올리고 웃옷을 벗었다.

“..! 뭐 하는 거야?”
 
생각보다 격한 반응으로 놀라는 아에곤을 보고 그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씻을 거라며?”
“근데 네가 왜 벗어?”
 
영문 모를 얼굴로 묻는데도 벗는 손은 멈추지 않았다. 다 벗어내고 마침내 속옷마저도 벗었을 때, 아에곤은 고개를 옆으로 돌려버렸다.
 
“우리 오늘 첫날밤이라니까? 같이 씻어야지.”
“당장 옷, 입어-”
“이미 결혼도 했던 분이 왜 이렇게 부끄러움이 많아요, 숙부님?”
“야-!”
 
여전히 앞을 못 보는 아에곤을 지나쳐 첨벙, 소리를 내며 욕조에 들어간 그는 줄곧 시선을 아에곤에게 고정했다.
 
“아까 결혼식에서 서약도 했으니 이제 못 물러. 그러니까 그냥 날 받아들여.”
“너 원래 이렇게 뻔뻔했냐?”
“그렇게 싫다면 첫날밤은 미룰게.”
 
저 ‘첫날밤’이 뭘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딱딱하게 굳은 아에곤이 다시 고개를 돌려 자캐리스를 노려봤으나, 나른하게 올려다보는 얼굴엔 은은한 미소만 있었다.
 
“억지로 할 생각 없어.”
“...”
“그러니까, 이리 와. 목욕하고 바로 자자. 오늘 피곤했잖아.”
“...”
 
왕족으로 태어난 이상 아에곤도 알고 있었다. 국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직 이 죽음의 경쟁구도에서 혼담성사로 서로가 무엇을 주고받았는지 듣지 못했지만, 적어도 그들이 부부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건 알았다. 첫날밤을 제대로 치르지 않는다는 말은 듣도 보도 못했다. 자신도 평생 함께 자라온 여동생 헬라에나와 첫날밤 합궁은 미루지 않았다. 들을수록 의문만 가득인 말이라서, 아에곤이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내 아이를 낳아달라는 말은 오늘 하지 않을 테니까 안심해.”
 
차분한 목소리와 나른한 표정으로 내뱉는 말에 입술을 짓씹었다. 바로 얼마 전에 있었던 그날이 생각났다. 그땐 너무 당황해서 되묻지도 못하고 얼어붙었었는데, 자캐리스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싱긋-웃고는 ‘결혼식 때 봐요’, 하고 제 갈 길을 가버렸었다. 이번에는 제대로 대처해야 해. 조금 떨려오는 두 손끝을 꾹 말아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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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베타야. 어디서 이상한 헛소리를 듣고 그런 말 하는지 모르지만...”
“헬라에나도 알고 있었어.”
 
거짓말처럼 입이 조개처럼 딱 다물렸다. 그 순간 방안에 공기가 싸늘하게 내려앉았다.
 
“... 방금 뭐랬어?”
“내가 알고 있다는 거, 헬라에나도 알고 있었어.”
“저번부터 네가 무슨 말 하는지 하나도-”
“서로 말하지 않기로 약속했었어.”
“...”
“내가 어떻게 알게 됐는지 궁금하지 않아?”
 
차분하고 다정한 목소리로 도발하듯 그를 불러들였다. 그의 하얀 발끝이 냉기를 머금어 붉게 변한 게 자캐리스의 눈에 들어왔다.
 
“이리 들어와요. 알려줄게.”
 
꾹, 다문 입술에 힘을 풀고 숨을 내뱉었다. 신경질적으로 셔츠를 벗고 남은 옷가지도 벗었다. 그 순간 하나하나까지 놓치지 않겠다는 듯, 뚫어져라 바라보는 자캐리스의 시선을 똑같이 마주하면서. 첨벙, 소리를 내며 붉고 하얀 발끝이 따듯한 물속으로 담가지는 걸 보는, 짙은 갈색의 눈동자가 눈꺼풀 아래로 감춰졌다.
 
 





























 
처자식도 있는 한번 갔다온 기혼자 앞에서 부끄러워 하지 말라는 미혼자
그갸갹 아에곤 짤 찾기 겁나힘드네
 
힐..링물맞음...
알오주의
근친주의
재캐리스아에곤 제이스아에곤
톰글린카니 해리콜렛
하오드 하오스오브드래곤
 
 
2024.10.02 22:57
ㅇㅇ
모바일
와 센세 ㅜㅜㅜㅜㅜㅜㅜㅜㅜ 제이스 어떻게 알게된거냐 개설레
[Code: 356c]
2024.10.02 23:00
ㅇㅇ
모바일
센세가 어나더!!!! 자캐리스 능글맞네 ㅋㅋㅋ 아에곤이 정신을 못 차리는데 그리고 헬라에나 알고 있다니 무슨 일이야 제이스야 응원한다 아에곤 침대로 꼭 데리고 가라!! 센세 고마워!!
[Code: 32b4]
2024.10.03 04:08
ㅇㅇ
모바일
힐링물이라며…??? t센세…
[Code: bc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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