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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5 05:06
안봐도 큰 상관은 없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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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4로 쓰려고 했는데 더이상 사서도 검투사도 아니어서 얘기가 좀 애매해졌음 그래서 걍 따로 빼버렸다
본문은 트포프 1시즌 초반 메가카 돌아온 직후 이야기
==========
“밑져야 본전이잖아요. 한번 시도나 해봐요, 옵티머스.”
라쳇의 말에 옵티머스가 짙은 눈썹을 조금 찌푸렸음.
"으으으음........"
그리곤 앓는 소리를 내며 한참을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하더니 여태까지 다른 오토봇 대원은 본 적 없을 정도로 심하게 인상을 구겼음. 라쳇과 둘만 있길 천만다행이었음. 다른 대원들이 그 표정을 봤다면 '옵티머스, 실수로 스크래플릿이라도 씹으셨나요?'라고 물어볼지도 몰랐음.
옵티머스가 대체 무슨 말을 들었길래 저런 반응을 보이느냐면ㅡ
==========
ㅡ사건의 전말은 이러했음.
"라쳇. 디셉티콘의 반응은 없나?"
오토봇 대원들이 인간 친구들과 바람을 쐬러 나간 사이 혼자 트럭으로 정찰을 다녀온 옵티머스가 루트모드로 트랜스폼하고 기지로 들어오면서 라쳇에게 물었음. 라쳇은 모니터를 들여다보면서 연신 데이터 패드를 두들기고 있다가 고개만 조금 뒤로 돌려 옵티머스를 흘깃 보면서 대답했음.
"어, 오셨군요. 별일 없습니다."
"다행이군. 메가트론이 얼마 전 돌아왔는데도 큰 움직임은 없는 모양이야."
"그게 오히려 걱정됩니다. 대체 그 교활한 놈이 뭘 꾸미고 있는지 알 수가 없으니까요."
라쳇은 그렇게 말하고 땅이 꺼져라 깊은 한숨을 내쉬었음. 옵티머스는 라쳇에게 다가가 어깨 플레이트에 조심스럽게 서보를 올리고 나지막하게 말했음.
"항상 고생해줘서 고맙네. 오랜 친구."
"그런 소리 들으려고 한 말 아니에요."
까칠하게 대답하는 라쳇의 옆모습을 인자한 옵틱으로 내려다보면서 옵티머스가 희미하게 웃었음.
"라쳇. 계속 탐지하느라 피곤할 텐데 오늘은 좀 쉬는 게 어떤가?"
옵티머스와 대화하면서도 데이터 패드를 끊임없이 두들기며 시선을 모니터에서 떼지 않던 라쳇이, 그 말에 고개를 돌려 옵티머스를 올려다보았음.
"제가 그렇게 피곤해 보이나요? 임무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라쳇의 날카로운 물음에 옵티머스가 답지 않게 조금 말을 더듬으며 대답했음.
"아...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오토봇의 유일한 의사, 과학자, 정비공, 기술자, 부관인 라쳇은 분명히 너무 많은 책임을 지고 있었음. 프라임을 짊어진 옵티머스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오토봇 대원 중에서는 옵티머스와 함께 가장 고참인데다가 맡은 일이 너무 광범위하고 다양했기 때문에 라쳇이 없으면 오토봇의 기지는 제대로 굴러가지 않을 정도였음. 옵티머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지나치게 많은 일을 해내는 라쳇에게 언제나 미안한 마음이 있었음.
그리고 지금 라쳇의 상태를 보아하니 그동안 쌓인 각종 스트레스로 폭발하기 직전인 것 같았음.
"......."
옵티머스는 오랜 친구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몰라 당황한 표정으로 쳐다만 보고 있었음. 조금 짜증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던 라쳇은 옵티머스의 페이스 플레이트를 보고서 그제서야 조금 누그러진 표정을 지어 보였음.
"옵티머스. 미안해요..."
"괜찮네. 자네에게는 항상 고마운 마음 뿐이야. 더 잘 표현하지 못해서 내가 미안하지."
라쳇이 서보를 들어 올려 마른세수를 벅벅하더니 기지 한쪽에 놓인 진료용 베드에 터벅터벅 걸어가 앉았음. 그리고는 우두커니 서 있는 옵티머스를 보고 간간이 한숨을 섞으며 말하기 시작했음.
"하아.... 사실 요새 심적으로 너무 힘들었어요. 메가트론 그 놈이 돌아오자마자 테러콘 군대를 만드는 걸 직접 보여주고 떠났잖아요. 그리고 그건 그저 전주곡일 뿐이라고도 했죠. 대체 조용히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건지....... 아무튼 그 이후로 뭐가 터질지 몰라서 도저히 신경이 곤두서서 스파크가 진정이 안 돼요."
"그래. 당연하겠지.... 내가 무언가 도와줄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하게. 라쳇."
라쳇과 둘이 함께 메가트론의 화려한 컴백을 목격하고 나서 한동안 디셉티콘이 잠잠했기 때문에 라쳇이 오히려 더 스트레스를 받는 모양이었음. 마치 폭풍전야처럼, 무슨 사건이 터질지 두려웠던 것임. 두 옵틱으로 어마어마한 수의 테러콘 군단을 직접 보고 돌아왔으니 그럴 만도 했음.
라쳇은 옵티머스를 멀뚱멀뚱 쳐다보더니 옵틱을 도르륵 굴리며 위아래로 천천히 훑어보기 시작했음.
"옵티머스! 당장 도와줄 일 있어요."
갑자기 라쳇이 자리에서 번쩍 일어나서 옵티머스 쪽으로 다가오면서 말했음.
"그래. 뭐든 말만 하게."
옵티머스는 바로 앞에 서서 맑은 청녹색의 옵틱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오랜 친구를 내려다보며 옅게 미소 지었음.
"메가트론을 자빠뜨려요."
......응? 라쳇이 지금 헛소리를 한 것 같은데?
"어....? 라쳇? 지금 뭐라고 했나?"
옵티머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한쪽 서보를 들어 오디오 리셉터를 만지작거렸음. 이상하다. 기능은 문제 없는데.
"메-가-트-론-을-자-빠-뜨-려-요-"
"....조, 조, 조금 소리를 낮추게. 당황스럽군. 라쳇 자네 괜찮은 건가?"
옵티머스는 진심으로 라쳇이 걱정되기 시작했음. 안 그래도 예민하고 까칠한 성격인데 극도의 스트레스와 과도한 업무로 브레인 모듈에 이상이 생기기라도 했나? 대체 뭔 헛소리를 하는 건가 싶었음. 그러자 라쳇이 갑자기 발을 쾅쾅 구르면서 허공을 향해 두 팔 벌려 성토하듯 외쳤음.
"모르고 있는 건 옵티머스 뿐이라고요!!!!!"
"무... 무엇을 말인가?"
"메가트론이 원하는 거요!!!!!"
"대체 무슨 말인지 나는 잘...."
"놈이 원하는 건 그때도 지금도 당신밖에 없다고요!!!!!"
"........?.........!.........?!?"
마이크로 클릭의 짧은 사이클 동안, 옵티머스의 페이스 플레이트에 온갖 종류의 표정이 스쳐 지나갔음. 옵티머스의 표정을 바로 앞에서 관람하던 라쳇은 답답해 죽겠다는 듯 두 서보를 펴 보이며 부탁하듯 말했음.
"둔한 것도 정도가 있어요. 옵티머스!"
"라쳇........"
"사이버트론 최고의 둔탱이라고 불려도 할 말 없는 거 알아요?"
옵티머스는 멀뚱멀뚱 서 있을 뿐 차마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있었음. 라쳇은 아랑곳하지 않고 허공을 보며 깊은 한숨을 쉬었음.
"하아아아아.... 그나마 지구에서는 좀 조용해서 당분간은 살만한가 싶었는데 메가트론 놈이 돌아오자마자 이 꼴이잖아요. 이제는 어디서 다크 에너존까지 찾아와서 테러콘 군단을 만드네 마네 더욱 미친 짓을 하고. 미칠 거면 곱게 미칠 것이지! 아니, 아니지. 그 놈이 절대 곱게 미칠 놈이 아니지."
라쳇은 아주 오랜만에 보이스 박스를 되찾기라도 한 메크처럼 우수수 말을 쏟아냈음.
"그러니까 그냥 놈이 원하는 걸 갖게 해주자고요. 네?"
"아니- 결론이 갑자기 왜 그렇게 되나!"
"놈이 매트릭스를 원한다는 거? 사이버트론과 지구를 지배한다는 거? 하! 새빨간 거짓말이에요. 둘이 처음 만났을 때부터 놈은 당신만을 원했다고요. 놈이 검투사였을 때 '케이온의 명물'이었다는 거 당신도 알잖아요."
라쳇은 '케이온의 명물'을 강조하며 양 서보의 디짓을 집게 모양으로 만들어 접었다 폈다 하며 까딱거렸음. 지구의 인간들이 가끔 하는 걸 본 적이 있긴 했는데, 유기체라면서 질색을 하던 라쳇이 대체 언제 저런 표현을 배웠담?
"갑자기 그 얘기가 왜 나오나?"
"밑바닥에서 구르던 하층민 검투사가 샤닉스에 몸을 파는 생활을 하다가 처음으로 다른 도시의 시민인, 그것도 사서인 당신하고 감정적으로 깊이 교류를 했어요. 그걸 놈이 어떻게 받아들였을 거 같아요?"
"....."
"물론 감정적인 교류뿐만은 아니었겠죠. 당신이 휴가를 내고 케이온으로 놈을 만나러 갔을 때마다 아무 일도 없었다고는 말하지 마세요. 아무도 안 믿으니까."
"......"
"그때부터 놈은 당신한테 광적으로 집착하고 있어요. 그걸 모르는 건 아마 온 우주에서 옵티머스 당신뿐일 겁니다."
라쳇이 주먹을 쥐고 자신의 가슴 프레임을 깡깡 두들기며 또다시 한숨을 쉬었음. 하도 한숨을 쉬어대서 땅이 조금 가라앉은 착각이 들 정도였음.
"메가트론이 나에게 집착하는 건 알고 있네. 하지만 그건 내가 프라임이니까-"
"당신이 프라임이 아니었어도 집착했을 거예요! 글쎄 그걸 모르는 건 당신뿐이라니까!"
이쯤되니 라쳇도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음. 아무리 오랜 친구라지만 아무 것도 모르겠다는 천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령관을 향해 소리를 빼액 지를 수밖에 없었음.
"으음......"
옵티머스는 짙은 눈썹을 축 늘어뜨리고 시선을 아래로 향했음. 라쳇의 말이 굉장히 당황스럽고 갑작스럽긴 했지만 쭉 듣고 보니 틀린 말 같지는....... 않았음? 아마도? 무엇보다 메가트론과 옵티머스의 관계를 처음부터 옆에서 지켜봐 온 라쳇이 하는 말이니까, 아마 맞을 거라는 결론에 도달했음. 옵티머스는 라쳇의 청록색 옵틱을 내려다보며 진지하게 물었음.
"그럼 자네는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먼 과거에 그런 일이 있긴 했어도 우리는 4백만 사이클을 넘게 싸운 적이야. 그것도 평생의 숙적이지."
"디셉티콘 신호가 뜨면 옵티머스한테만 알려줄게요. 가서 깽판 친 다음에 메가트론만 나오라고 해요."
"그리고는?"
"아이고!! 내가 그거까지 알려줘야 해요?!"
라쳇이 또다시 발을 쾅쾅 굴렀음. 옵티머스는 사이어에게 혼나는 스파클링이라도 된 기분이었음. 이상하네? 잘못한 게 없는데, 메가트론이 원하는 걸 몰랐다는 게 이렇게까지 혼날 일인가? 옵티머스는 새파란 옵틱을 좌우로 굴리며 그런 생각을 하다가 라쳇의 무시무시한 시선에 저도 모르게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사과했음.
"그.... 둔해서 미안하네."
"메가트론은 당신이 일대일로 붙자고 도발하면 반드시 혼자 나올 거예요."
"그걸 어떻게 확신하나?"
라고 묻자마자 라쳇이 살기등등한 옵틱으로 옵티머스를 노려보았음. "미안..." 하고 또다시 작게 사과한 옵티머스를 향해 라쳇이 학생에게 강의하듯 찬찬히 설명했음.
"자. 아무튼 놈이 나오면 가서 다짜고짜 옛날 이름 부르면서 덥석 끌어안고 사랑한다고 말하세요. 그러면 놈은 저항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그대로 자빠뜨려서 과거에 하셨던 것처럼 질척하게 인터페이스 하시면 되는 거예요. 겸사겸사 스파크 결합해서 스파클링이라도 만들어버리면 더 좋고. 아시겠죠?"
".......어......어? 어?"
“밑져야 본전이잖아요. 한번 시도나 해봐요, 옵티머스.”
"으으으음....."
"문제가 있습니까?"
문제가 있다고 대답했다간 라쳇이 어느샌가 서보에 꽉 쥐고 있는 커다란 렌치가 헬름을 직격할 것 같았음.
"아니... 없네."
"좋아요. 그럼 신호가 탐지되면 알려드릴게요. 마음의 준비나 하세요."
준비는 뭔 준비.
옵티머스는 갑자기 스파크 챔버에 돌덩이가 들어찬 듯한 기분이 되었음. 라쳇의 말대로 하면 괜찮을까? 정말 그래도 되나? 과거에 케이온에서 메가트론과 수많은 밤을 보낸 건 사실이지만, 이렇게 오랜 사이클이 지난 지금에 와서 갑자기 그렇게 밀어붙여봤자..... 메가트론은 적군의 수장이고, 언제든 프라임인 자신의 스파크를 매트릭스째로 뜯어낼 준비를 하고 있을 텐데.
이게 맞나? 정말 이게 맞아? 라쳇? 옵티머스의 브레인 모듈은 복잡한 생각을 처리하느라 풀가동 중이었음.
옵티머스의 복잡한 심경을 아는지 모르는지 라쳇은 어느새 다시 모니터 앞에 서서 데이터 패드를 두들기고 있었음. 라쳇 역시 옵티머스를 향해 그동안 쌓아두었던 말을 다 해버린 건 후회스러웠지만, 전부 털어내고 나니 스트레스가 제법 풀렸다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었음.
독수리 타법으로 데이터 패드를 연타하는 라쳇의 디짓이 아까보다 한결 가볍고 빨라진 것은 기분 탓이 아니었음.
==========
[디셉티콘의 신호가 잡혔어요.]
라쳇이 오토봇 대원들 모르게 옵티머스에게만 통신을 보냈음. 기지에서 인간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오토봇 대원들을 뒤로하고 옵티머스가 라쳇에게 그라운드 브리지를 부탁했음. 라쳇이 고개를 끄덕이고 브리지를 열었음.
"어? 옵티머스? 혼자 어디 가세요?"
미코와 메탈을 합창하던 벌크헤드가 브리지를 향해 걷는 옵티머스의 뒷모습을 보고 물었음. 옵티머스는 거짓말 같은 거하곤 담을 쌓고 살았던 메크라서 순간 뭐라 말할지 몰라 당황했음. 벌크헤드가 소리 내 묻자 당연히 기지 내의 모든 대원들과 인간 친구들의 시선이 옵티머스에게로 향했음. 그때, 라쳇의 보이스 박스에서 높고 까칠한 소리가 흘러나왔음.
"니들 때문이잖아! 기지가 시끄러워서 혼자 머리 좀 식히고 싶으시대!"
"아하. 다녀오세요~"
라고 말하며 벌크헤드가 커다란 서보를 흔들어 배웅했음. 알시와 범블비도 멋쩍었는지 넥케이블 뒤쪽을 긁적였지만, 이내 가볍게 옵티머스에게 서보를 흔들어 보였음. 옵티머스는 난처한 듯 짙은 눈썹 끝을 내리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뒤돌아 브리지 안으로 걸어 나갔음.
[라쳇. 내게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 이 통신망은 열어두게.]
[별 일 없을 거라니까요.]
[라쳇.]
[일단 알았어요.]
라쳇에게 당부하면서 브리지를 걸어 나온 옵티머스의 시야에 디셉티콘 광부봇들이 에너존을 채굴하는 모습이 들어왔음. 그리고 멀리 떨어진 곳에서 스타스크림이 광부봇들에게 큰 소리로 뭔가 명령을 내리고 있는 게 보였음. 스타스크림. 메가트론의 부관. 디셉티콘의 이인자. 하지만 옵티머스는 스타스크림을 대하는 것이 서툴렀음. 메가트론과 달리 어디로 어떻게 튈지 모르는 스타스크림의 독특한 성격은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았음.
"스타스크림."
옵티머스가 가까이 다가가서 이름을 나지막하게 부르자 스타스크림이 제자리에서 펄쩍 뛰며 고래고래 소리를 쳤음.
"옵티머스 프라임!!!! 네 놈이 여길 어떻게!!!! 아니 왜 혼자!!!"
"일단 진정하게. 싸우러 온 게 아니야. 할 말이 있네."
"시끄럽다! 디셉티콘-!!!! 공격을-"
"잠깐만! 제발 메가트론을 불러주게!"
"뭐? ........왜?"
스타스크림은 직전에 메가트론에게 대판 깨져서 심기가 아주 불편했음. 가만히 있으라는 메가트론의 명령을 무시하고 옵티머스를 직접 해치우겠다며 나름 브레인 모듈을 굴려서 인간 요원을 잡아 오긴 했는데 결국 오토봇에게 빼앗겼고 네메시스에 놈들의 침입을 허용하기까지 하고, 거기다 전함이 손상을 입기까지 했던지라 메가트론이 길길이 날뛰었기 때문임. 게다가 그런 스타스크림을 솥뚜껑같이 커다란 힐로 꾹꾹 밟아가며 '나 이외에는 아무도 옵티머스를 제거할 수 없다! 아무도!! 알아들었나!!!'라고 일갈하는 바람에 안 그래도 옵티머스를 생각하며 덴타를 으득으득 갈고 있던 중이었거든. 그런데 옵티머스가 이렇게 내 앞에 자진 납세를? 심지어 메가트론과 일대일로 만나고 싶다고? 뭐지? 이건 그동안 변덕스러운 폭군 밑에서 고생했던 지난날의 포상인가? 싶었음.
옵티머스는 양 서보를 펴고 팔을 높이 들어 올리며 항복하는 듯한 모션을 취했음.
"보다시피 나는 무장을 하지 않았네. 어서 메가트론을 불러주게. 긴히 디셉티콘의 수장과 할 말이 있네."
스타스크림은 빨간 옵틱을 가늘게 뜨고, 누가 봐도 '수상한데......'라고 생각하는 듯한 표정으로 옵티머스를 위아래로 훑어보았음. 옵티머스 또한 스타스크림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는 대략 짐작이 갔지만 그가 의심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했음. 그야 그럴 수 밖에! 갑자기 오토봇의 사령관이 저벅저벅 찾아와서 메가트론이랑 단둘이 대화를 하고 싶으니 불러달라는데 어느 모자란 메크가 예이 불러드립죠 하고 냅다 말을 듣겠음? 하.... 옵티머스는 한숨을 작게 쉬었음. 라쳇의 이상한 말을 듣는 게 아니었음. 아무래도 스트레스 때문에 단단히 브레인 모듈에 이상이 생긴게 틀림 없었는데, 상관이 되어서 그걸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곧이곧대로 그 말을 믿고 여기까지 혼자 왔으니. 프라임으로서, 오토봇의 사령관으로서 정말 바보 같은 실수를 한 것 같아서 옵티머스는 이대로 라쳇에게 브리지를 열어달라고 할까 무진장 고민하고 있었음.
하지만 다행히도? 옵틱 앞에 있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스타스크림이었음. 옵티머스의 예상과 달리 스타스크림을 나름대로 브레인 모듈을 풀가동해서 결론을 도출해냈음. 제 발로 굴러들어온 좋은 기회를 걷어찰 수는 없지 않겠음? 이대로 메가트론을 옵티머스와 단둘이 만나게 해준다는 핑계로 불러내고, 어쩌면..... 운이 좋다면 둘을 동시에 습격해서 제거해버릴 수도 있는 것임. 오? 제법 괜찮은데?
"알겠다."
"괜한 부탁을 해서 미안하네. 나는 돌아가 보도록 할-"
"단둘이 만나게 해주지."
"어. 정말인가? 스타스크림."
"그래. 잠시 기다려라."
그리고 스타스크림이 뒤돌아서 중얼거렸음. 메가트론에게 통신을 넣는 모양이었음. 옵티머스는 파란 옵틱을 동그랗게 뜨고 그 모습을 지켜봤음. 다행히도 일이 잘 풀리는 것 같았음. 옵티머스 자신도 이런 생각을 할 줄은 몰랐지만 여기서 스타스크림을 만난 게 운이 좋았던 거 같기도 하고....?
"로드 메가트론께서 곧 오신다. 장소는 그 분께서 정하셨으니 바로 안내해주지."
"알겠네."
일대일 면담을 요청한 게 자신이었으니 그쪽에서 장소를 정하는 게 맞는 것 같았음. 역시 메가트론다운 생각이었음. 스타스크림은 비클모드인 비행체로 변신해 천천히 비행하기 시작했음. 옵티머스는 스타스크림의 안내에 따라 비클모드로 이동하기로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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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포프로 얼레벌레 종전하는 옵메가 보고싶었고 예민까칠 닥터오브둠의 스트레스 때문에 이 사달이 났다
옵티메가 옵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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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은 트포프 1시즌 초반 메가카 돌아온 직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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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져야 본전이잖아요. 한번 시도나 해봐요, 옵티머스.”
라쳇의 말에 옵티머스가 짙은 눈썹을 조금 찌푸렸음.
"으으으음........"
그리곤 앓는 소리를 내며 한참을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하더니 여태까지 다른 오토봇 대원은 본 적 없을 정도로 심하게 인상을 구겼음. 라쳇과 둘만 있길 천만다행이었음. 다른 대원들이 그 표정을 봤다면 '옵티머스, 실수로 스크래플릿이라도 씹으셨나요?'라고 물어볼지도 몰랐음.
옵티머스가 대체 무슨 말을 들었길래 저런 반응을 보이느냐면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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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사건의 전말은 이러했음.
"라쳇. 디셉티콘의 반응은 없나?"
오토봇 대원들이 인간 친구들과 바람을 쐬러 나간 사이 혼자 트럭으로 정찰을 다녀온 옵티머스가 루트모드로 트랜스폼하고 기지로 들어오면서 라쳇에게 물었음. 라쳇은 모니터를 들여다보면서 연신 데이터 패드를 두들기고 있다가 고개만 조금 뒤로 돌려 옵티머스를 흘깃 보면서 대답했음.
"어, 오셨군요. 별일 없습니다."
"다행이군. 메가트론이 얼마 전 돌아왔는데도 큰 움직임은 없는 모양이야."
"그게 오히려 걱정됩니다. 대체 그 교활한 놈이 뭘 꾸미고 있는지 알 수가 없으니까요."
라쳇은 그렇게 말하고 땅이 꺼져라 깊은 한숨을 내쉬었음. 옵티머스는 라쳇에게 다가가 어깨 플레이트에 조심스럽게 서보를 올리고 나지막하게 말했음.
"항상 고생해줘서 고맙네. 오랜 친구."
"그런 소리 들으려고 한 말 아니에요."
까칠하게 대답하는 라쳇의 옆모습을 인자한 옵틱으로 내려다보면서 옵티머스가 희미하게 웃었음.
"라쳇. 계속 탐지하느라 피곤할 텐데 오늘은 좀 쉬는 게 어떤가?"
옵티머스와 대화하면서도 데이터 패드를 끊임없이 두들기며 시선을 모니터에서 떼지 않던 라쳇이, 그 말에 고개를 돌려 옵티머스를 올려다보았음.
"제가 그렇게 피곤해 보이나요? 임무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라쳇의 날카로운 물음에 옵티머스가 답지 않게 조금 말을 더듬으며 대답했음.
"아...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오토봇의 유일한 의사, 과학자, 정비공, 기술자, 부관인 라쳇은 분명히 너무 많은 책임을 지고 있었음. 프라임을 짊어진 옵티머스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오토봇 대원 중에서는 옵티머스와 함께 가장 고참인데다가 맡은 일이 너무 광범위하고 다양했기 때문에 라쳇이 없으면 오토봇의 기지는 제대로 굴러가지 않을 정도였음. 옵티머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지나치게 많은 일을 해내는 라쳇에게 언제나 미안한 마음이 있었음.
그리고 지금 라쳇의 상태를 보아하니 그동안 쌓인 각종 스트레스로 폭발하기 직전인 것 같았음.
"......."
옵티머스는 오랜 친구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몰라 당황한 표정으로 쳐다만 보고 있었음. 조금 짜증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던 라쳇은 옵티머스의 페이스 플레이트를 보고서 그제서야 조금 누그러진 표정을 지어 보였음.
"옵티머스. 미안해요..."
"괜찮네. 자네에게는 항상 고마운 마음 뿐이야. 더 잘 표현하지 못해서 내가 미안하지."
라쳇이 서보를 들어 올려 마른세수를 벅벅하더니 기지 한쪽에 놓인 진료용 베드에 터벅터벅 걸어가 앉았음. 그리고는 우두커니 서 있는 옵티머스를 보고 간간이 한숨을 섞으며 말하기 시작했음.
"하아.... 사실 요새 심적으로 너무 힘들었어요. 메가트론 그 놈이 돌아오자마자 테러콘 군대를 만드는 걸 직접 보여주고 떠났잖아요. 그리고 그건 그저 전주곡일 뿐이라고도 했죠. 대체 조용히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건지....... 아무튼 그 이후로 뭐가 터질지 몰라서 도저히 신경이 곤두서서 스파크가 진정이 안 돼요."
"그래. 당연하겠지.... 내가 무언가 도와줄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하게. 라쳇."
라쳇과 둘이 함께 메가트론의 화려한 컴백을 목격하고 나서 한동안 디셉티콘이 잠잠했기 때문에 라쳇이 오히려 더 스트레스를 받는 모양이었음. 마치 폭풍전야처럼, 무슨 사건이 터질지 두려웠던 것임. 두 옵틱으로 어마어마한 수의 테러콘 군단을 직접 보고 돌아왔으니 그럴 만도 했음.
라쳇은 옵티머스를 멀뚱멀뚱 쳐다보더니 옵틱을 도르륵 굴리며 위아래로 천천히 훑어보기 시작했음.
"옵티머스! 당장 도와줄 일 있어요."
갑자기 라쳇이 자리에서 번쩍 일어나서 옵티머스 쪽으로 다가오면서 말했음.
"그래. 뭐든 말만 하게."
옵티머스는 바로 앞에 서서 맑은 청녹색의 옵틱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오랜 친구를 내려다보며 옅게 미소 지었음.
"메가트론을 자빠뜨려요."
......응? 라쳇이 지금 헛소리를 한 것 같은데?
"어....? 라쳇? 지금 뭐라고 했나?"
옵티머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한쪽 서보를 들어 오디오 리셉터를 만지작거렸음. 이상하다. 기능은 문제 없는데.
"메-가-트-론-을-자-빠-뜨-려-요-"
"....조, 조, 조금 소리를 낮추게. 당황스럽군. 라쳇 자네 괜찮은 건가?"
옵티머스는 진심으로 라쳇이 걱정되기 시작했음. 안 그래도 예민하고 까칠한 성격인데 극도의 스트레스와 과도한 업무로 브레인 모듈에 이상이 생기기라도 했나? 대체 뭔 헛소리를 하는 건가 싶었음. 그러자 라쳇이 갑자기 발을 쾅쾅 구르면서 허공을 향해 두 팔 벌려 성토하듯 외쳤음.
"모르고 있는 건 옵티머스 뿐이라고요!!!!!"
"무... 무엇을 말인가?"
"메가트론이 원하는 거요!!!!!"
"대체 무슨 말인지 나는 잘...."
"놈이 원하는 건 그때도 지금도 당신밖에 없다고요!!!!!"
"........?.........!.........?!?"
마이크로 클릭의 짧은 사이클 동안, 옵티머스의 페이스 플레이트에 온갖 종류의 표정이 스쳐 지나갔음. 옵티머스의 표정을 바로 앞에서 관람하던 라쳇은 답답해 죽겠다는 듯 두 서보를 펴 보이며 부탁하듯 말했음.
"둔한 것도 정도가 있어요. 옵티머스!"
"라쳇........"
"사이버트론 최고의 둔탱이라고 불려도 할 말 없는 거 알아요?"
옵티머스는 멀뚱멀뚱 서 있을 뿐 차마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있었음. 라쳇은 아랑곳하지 않고 허공을 보며 깊은 한숨을 쉬었음.
"하아아아아.... 그나마 지구에서는 좀 조용해서 당분간은 살만한가 싶었는데 메가트론 놈이 돌아오자마자 이 꼴이잖아요. 이제는 어디서 다크 에너존까지 찾아와서 테러콘 군단을 만드네 마네 더욱 미친 짓을 하고. 미칠 거면 곱게 미칠 것이지! 아니, 아니지. 그 놈이 절대 곱게 미칠 놈이 아니지."
라쳇은 아주 오랜만에 보이스 박스를 되찾기라도 한 메크처럼 우수수 말을 쏟아냈음.
"그러니까 그냥 놈이 원하는 걸 갖게 해주자고요. 네?"
"아니- 결론이 갑자기 왜 그렇게 되나!"
"놈이 매트릭스를 원한다는 거? 사이버트론과 지구를 지배한다는 거? 하! 새빨간 거짓말이에요. 둘이 처음 만났을 때부터 놈은 당신만을 원했다고요. 놈이 검투사였을 때 '케이온의 명물'이었다는 거 당신도 알잖아요."
라쳇은 '케이온의 명물'을 강조하며 양 서보의 디짓을 집게 모양으로 만들어 접었다 폈다 하며 까딱거렸음. 지구의 인간들이 가끔 하는 걸 본 적이 있긴 했는데, 유기체라면서 질색을 하던 라쳇이 대체 언제 저런 표현을 배웠담?
"갑자기 그 얘기가 왜 나오나?"
"밑바닥에서 구르던 하층민 검투사가 샤닉스에 몸을 파는 생활을 하다가 처음으로 다른 도시의 시민인, 그것도 사서인 당신하고 감정적으로 깊이 교류를 했어요. 그걸 놈이 어떻게 받아들였을 거 같아요?"
"....."
"물론 감정적인 교류뿐만은 아니었겠죠. 당신이 휴가를 내고 케이온으로 놈을 만나러 갔을 때마다 아무 일도 없었다고는 말하지 마세요. 아무도 안 믿으니까."
"......"
"그때부터 놈은 당신한테 광적으로 집착하고 있어요. 그걸 모르는 건 아마 온 우주에서 옵티머스 당신뿐일 겁니다."
라쳇이 주먹을 쥐고 자신의 가슴 프레임을 깡깡 두들기며 또다시 한숨을 쉬었음. 하도 한숨을 쉬어대서 땅이 조금 가라앉은 착각이 들 정도였음.
"메가트론이 나에게 집착하는 건 알고 있네. 하지만 그건 내가 프라임이니까-"
"당신이 프라임이 아니었어도 집착했을 거예요! 글쎄 그걸 모르는 건 당신뿐이라니까!"
이쯤되니 라쳇도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음. 아무리 오랜 친구라지만 아무 것도 모르겠다는 천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령관을 향해 소리를 빼액 지를 수밖에 없었음.
"으음......"
옵티머스는 짙은 눈썹을 축 늘어뜨리고 시선을 아래로 향했음. 라쳇의 말이 굉장히 당황스럽고 갑작스럽긴 했지만 쭉 듣고 보니 틀린 말 같지는....... 않았음? 아마도? 무엇보다 메가트론과 옵티머스의 관계를 처음부터 옆에서 지켜봐 온 라쳇이 하는 말이니까, 아마 맞을 거라는 결론에 도달했음. 옵티머스는 라쳇의 청록색 옵틱을 내려다보며 진지하게 물었음.
"그럼 자네는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먼 과거에 그런 일이 있긴 했어도 우리는 4백만 사이클을 넘게 싸운 적이야. 그것도 평생의 숙적이지."
"디셉티콘 신호가 뜨면 옵티머스한테만 알려줄게요. 가서 깽판 친 다음에 메가트론만 나오라고 해요."
"그리고는?"
"아이고!! 내가 그거까지 알려줘야 해요?!"
라쳇이 또다시 발을 쾅쾅 굴렀음. 옵티머스는 사이어에게 혼나는 스파클링이라도 된 기분이었음. 이상하네? 잘못한 게 없는데, 메가트론이 원하는 걸 몰랐다는 게 이렇게까지 혼날 일인가? 옵티머스는 새파란 옵틱을 좌우로 굴리며 그런 생각을 하다가 라쳇의 무시무시한 시선에 저도 모르게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사과했음.
"그.... 둔해서 미안하네."
"메가트론은 당신이 일대일로 붙자고 도발하면 반드시 혼자 나올 거예요."
"그걸 어떻게 확신하나?"
라고 묻자마자 라쳇이 살기등등한 옵틱으로 옵티머스를 노려보았음. "미안..." 하고 또다시 작게 사과한 옵티머스를 향해 라쳇이 학생에게 강의하듯 찬찬히 설명했음.
"자. 아무튼 놈이 나오면 가서 다짜고짜 옛날 이름 부르면서 덥석 끌어안고 사랑한다고 말하세요. 그러면 놈은 저항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그대로 자빠뜨려서 과거에 하셨던 것처럼 질척하게 인터페이스 하시면 되는 거예요. 겸사겸사 스파크 결합해서 스파클링이라도 만들어버리면 더 좋고. 아시겠죠?"
".......어......어? 어?"
“밑져야 본전이잖아요. 한번 시도나 해봐요, 옵티머스.”
"으으으음....."
"문제가 있습니까?"
문제가 있다고 대답했다간 라쳇이 어느샌가 서보에 꽉 쥐고 있는 커다란 렌치가 헬름을 직격할 것 같았음.
"아니... 없네."
"좋아요. 그럼 신호가 탐지되면 알려드릴게요. 마음의 준비나 하세요."
준비는 뭔 준비.
옵티머스는 갑자기 스파크 챔버에 돌덩이가 들어찬 듯한 기분이 되었음. 라쳇의 말대로 하면 괜찮을까? 정말 그래도 되나? 과거에 케이온에서 메가트론과 수많은 밤을 보낸 건 사실이지만, 이렇게 오랜 사이클이 지난 지금에 와서 갑자기 그렇게 밀어붙여봤자..... 메가트론은 적군의 수장이고, 언제든 프라임인 자신의 스파크를 매트릭스째로 뜯어낼 준비를 하고 있을 텐데.
이게 맞나? 정말 이게 맞아? 라쳇? 옵티머스의 브레인 모듈은 복잡한 생각을 처리하느라 풀가동 중이었음.
옵티머스의 복잡한 심경을 아는지 모르는지 라쳇은 어느새 다시 모니터 앞에 서서 데이터 패드를 두들기고 있었음. 라쳇 역시 옵티머스를 향해 그동안 쌓아두었던 말을 다 해버린 건 후회스러웠지만, 전부 털어내고 나니 스트레스가 제법 풀렸다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었음.
독수리 타법으로 데이터 패드를 연타하는 라쳇의 디짓이 아까보다 한결 가볍고 빨라진 것은 기분 탓이 아니었음.
==========
[디셉티콘의 신호가 잡혔어요.]
라쳇이 오토봇 대원들 모르게 옵티머스에게만 통신을 보냈음. 기지에서 인간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오토봇 대원들을 뒤로하고 옵티머스가 라쳇에게 그라운드 브리지를 부탁했음. 라쳇이 고개를 끄덕이고 브리지를 열었음.
"어? 옵티머스? 혼자 어디 가세요?"
미코와 메탈을 합창하던 벌크헤드가 브리지를 향해 걷는 옵티머스의 뒷모습을 보고 물었음. 옵티머스는 거짓말 같은 거하곤 담을 쌓고 살았던 메크라서 순간 뭐라 말할지 몰라 당황했음. 벌크헤드가 소리 내 묻자 당연히 기지 내의 모든 대원들과 인간 친구들의 시선이 옵티머스에게로 향했음. 그때, 라쳇의 보이스 박스에서 높고 까칠한 소리가 흘러나왔음.
"니들 때문이잖아! 기지가 시끄러워서 혼자 머리 좀 식히고 싶으시대!"
"아하. 다녀오세요~"
라고 말하며 벌크헤드가 커다란 서보를 흔들어 배웅했음. 알시와 범블비도 멋쩍었는지 넥케이블 뒤쪽을 긁적였지만, 이내 가볍게 옵티머스에게 서보를 흔들어 보였음. 옵티머스는 난처한 듯 짙은 눈썹 끝을 내리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뒤돌아 브리지 안으로 걸어 나갔음.
[라쳇. 내게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 이 통신망은 열어두게.]
[별 일 없을 거라니까요.]
[라쳇.]
[일단 알았어요.]
라쳇에게 당부하면서 브리지를 걸어 나온 옵티머스의 시야에 디셉티콘 광부봇들이 에너존을 채굴하는 모습이 들어왔음. 그리고 멀리 떨어진 곳에서 스타스크림이 광부봇들에게 큰 소리로 뭔가 명령을 내리고 있는 게 보였음. 스타스크림. 메가트론의 부관. 디셉티콘의 이인자. 하지만 옵티머스는 스타스크림을 대하는 것이 서툴렀음. 메가트론과 달리 어디로 어떻게 튈지 모르는 스타스크림의 독특한 성격은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았음.
"스타스크림."
옵티머스가 가까이 다가가서 이름을 나지막하게 부르자 스타스크림이 제자리에서 펄쩍 뛰며 고래고래 소리를 쳤음.
"옵티머스 프라임!!!! 네 놈이 여길 어떻게!!!! 아니 왜 혼자!!!"
"일단 진정하게. 싸우러 온 게 아니야. 할 말이 있네."
"시끄럽다! 디셉티콘-!!!! 공격을-"
"잠깐만! 제발 메가트론을 불러주게!"
"뭐? ........왜?"
스타스크림은 직전에 메가트론에게 대판 깨져서 심기가 아주 불편했음. 가만히 있으라는 메가트론의 명령을 무시하고 옵티머스를 직접 해치우겠다며 나름 브레인 모듈을 굴려서 인간 요원을 잡아 오긴 했는데 결국 오토봇에게 빼앗겼고 네메시스에 놈들의 침입을 허용하기까지 하고, 거기다 전함이 손상을 입기까지 했던지라 메가트론이 길길이 날뛰었기 때문임. 게다가 그런 스타스크림을 솥뚜껑같이 커다란 힐로 꾹꾹 밟아가며 '나 이외에는 아무도 옵티머스를 제거할 수 없다! 아무도!! 알아들었나!!!'라고 일갈하는 바람에 안 그래도 옵티머스를 생각하며 덴타를 으득으득 갈고 있던 중이었거든. 그런데 옵티머스가 이렇게 내 앞에 자진 납세를? 심지어 메가트론과 일대일로 만나고 싶다고? 뭐지? 이건 그동안 변덕스러운 폭군 밑에서 고생했던 지난날의 포상인가? 싶었음.
옵티머스는 양 서보를 펴고 팔을 높이 들어 올리며 항복하는 듯한 모션을 취했음.
"보다시피 나는 무장을 하지 않았네. 어서 메가트론을 불러주게. 긴히 디셉티콘의 수장과 할 말이 있네."
스타스크림은 빨간 옵틱을 가늘게 뜨고, 누가 봐도 '수상한데......'라고 생각하는 듯한 표정으로 옵티머스를 위아래로 훑어보았음. 옵티머스 또한 스타스크림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는 대략 짐작이 갔지만 그가 의심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했음. 그야 그럴 수 밖에! 갑자기 오토봇의 사령관이 저벅저벅 찾아와서 메가트론이랑 단둘이 대화를 하고 싶으니 불러달라는데 어느 모자란 메크가 예이 불러드립죠 하고 냅다 말을 듣겠음? 하.... 옵티머스는 한숨을 작게 쉬었음. 라쳇의 이상한 말을 듣는 게 아니었음. 아무래도 스트레스 때문에 단단히 브레인 모듈에 이상이 생긴게 틀림 없었는데, 상관이 되어서 그걸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곧이곧대로 그 말을 믿고 여기까지 혼자 왔으니. 프라임으로서, 오토봇의 사령관으로서 정말 바보 같은 실수를 한 것 같아서 옵티머스는 이대로 라쳇에게 브리지를 열어달라고 할까 무진장 고민하고 있었음.
하지만 다행히도? 옵틱 앞에 있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스타스크림이었음. 옵티머스의 예상과 달리 스타스크림을 나름대로 브레인 모듈을 풀가동해서 결론을 도출해냈음. 제 발로 굴러들어온 좋은 기회를 걷어찰 수는 없지 않겠음? 이대로 메가트론을 옵티머스와 단둘이 만나게 해준다는 핑계로 불러내고, 어쩌면..... 운이 좋다면 둘을 동시에 습격해서 제거해버릴 수도 있는 것임. 오? 제법 괜찮은데?
"알겠다."
"괜한 부탁을 해서 미안하네. 나는 돌아가 보도록 할-"
"단둘이 만나게 해주지."
"어. 정말인가? 스타스크림."
"그래. 잠시 기다려라."
그리고 스타스크림이 뒤돌아서 중얼거렸음. 메가트론에게 통신을 넣는 모양이었음. 옵티머스는 파란 옵틱을 동그랗게 뜨고 그 모습을 지켜봤음. 다행히도 일이 잘 풀리는 것 같았음. 옵티머스 자신도 이런 생각을 할 줄은 몰랐지만 여기서 스타스크림을 만난 게 운이 좋았던 거 같기도 하고....?
"로드 메가트론께서 곧 오신다. 장소는 그 분께서 정하셨으니 바로 안내해주지."
"알겠네."
일대일 면담을 요청한 게 자신이었으니 그쪽에서 장소를 정하는 게 맞는 것 같았음. 역시 메가트론다운 생각이었음. 스타스크림은 비클모드인 비행체로 변신해 천천히 비행하기 시작했음. 옵티머스는 스타스크림의 안내에 따라 비클모드로 이동하기로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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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포프로 얼레벌레 종전하는 옵메가 보고싶었고 예민까칠 닥터오브둠의 스트레스 때문에 이 사달이 났다
옵티메가 옵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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