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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5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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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ㅈㅈㅇㅁㅇ
슬램덩크 슬덩



사실 미야기의 졸업식 때 첫번째 꽃다발을 주려고 했었다. 그러나 건방지고 실력 좋은 후배이자 미츠이의 작고 사랑스러운 연인은 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미국으로 훌쩍 떠나버리게 되어 꽃다발을 줄 시기가 조금 늦춰지게 되었다.

미야기가 미국을 간 지 2년 만의 일시귀국. 공항 게이트 앞에 서있는 미츠이의 손에는 히비스커스로 이루어진 꽃다발이 들려있었다. 그 애가 오키니와 출신이라는 사실이 번뜩 떠올랐고 오랜만에 고국을 방문하는 미야기에게 편안함을 선사해 주고도 싶어 미야기의 고향에 지천으로 피어난다는 붉은 꽃으로 정한 것이었다. 그리고 조금 뒤, 그 꽃다발을 받아든 미야기의 표정은 어쩐지 슬프면서도 기뻐보였고, 무엇보다 그리워보였다.





히비스커스.

오키나와를 떠올리게 만드는 새빨간 꽃.

아직 가족이 다섯이었을 시절.

안나도.
어머니도.
아버지도.
그리고 소쨩도.

모두 함께 했던 시절.

행복했었던 그 때의 기억.

그 속에서도 빨갛게 피어난 히비스커스는 어제 일처럼 선명해.

히비스커스는 우리집 꽃병에 꽂혀있기도 했고 집 바깥 담장 밖에 피어있기도 했으며 가끔은 안나의 머리를, 어머니의 머리를 장식하기도 했어. 아버지는 머리가 짧아 귀에 꽂으셨고 소쨩도 마찬가지.

히비스커스가 새빨간 색이라서 다행이다. 덕분에 거짓말처럼 선명하게 기억났어.

나도 잊고있었던 그 시간이.





“미, 미야기, 왜 울어?”
“고마워요, 미츠이상.”
“어?”
“꽃다발 너무 마음에 들어요.”

새하얀 옷을 입고 여름바람처럼 다가왔던 소년은 어느새 히비스커스처럼 붉은 불꽃을 품고 미야기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나에게 소중한 기억을 주더니 나에게 소중했던 기억도 떠올리게 해주네요. 그리고 미츠이상이 내게 또 한 번 소중한 기억을 주었어요. 이제 히비스커스를 보면 당신도 함께 떠오를 것 같아요.

말로 전하는 대신 미츠이가 건네준 꽃다발을 조심스럽게 안으며 물기 어린 눈으로 환하게 웃는 미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