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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9 21:31
자주 걱정했을 것 같음. 자기랑 똑같이 코그리스에 매일이 험난하고 위험 사고 발생 가능성도 높은 광부 일 하는데, 거기에 덧붙여 매트릭스 찾겠다고 안 해도 될 짓들을 벌이고 다녔을 테니까. 처음에는 네가 그걸 무슨 수로 찾냐, 우리는 그냥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 일 끝나고 피곤하지도 않냐 등등 잔소리도 계속 했던 디임. 하지만 오라이언이 당최 들어먹지를 않아서 반 쯤 포기했겠지. 조심하라는 당부만 수 차례 하고, 언제까지 돌아오겠다는 약속만 수 차례 받아냈을 듯.

그러다 하루는 오라이언이 밤 늦게 돌아왔는데, 부상을 좀 당해서 온 거야. 경비에게 발각되어서 급하게 탈출하다 발목 부근을 어딘가에 걸렸다든가. 미묘하게 절룩거리는 걸 디가 딱 캐치한 거지. 오라이언은 자기 아무렇지도 않다고, 개운하게 리차징하고 나면 멀쩡해질 거라고 하지만 디는 그저 심란... 너무 늦은 시간이라 치료를 받으러 갈 수도 없기는 했어. 그래서 그냥 한숨 푹 쉬며 알겠다고 하려 했는데, 입 밖으로는 다른 말이 튀어나간 거야.

"너는 내가 걱정하는 건 신경도 안 쓰지?"

저도 모르게 뱉은 말이 진심이었다는 걸 깨달은 짧은 찰나에 디는 부끄러움과 당혹감과 원망스러움 등등 온갖 감정을 다 느꼈음. 말을 주워담을 수 있다면 그러고만 싶었어. 이 말을 오라이언은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 아닌 걱정이 됐는데, 오라이언은 그냥 평소처럼 호탕하게 굴었음. 아이, 당연히 신경 쓰지, 신경 쓰는데ㅎㅎㅎㅎ 이런 식으로. 적당히 넘어가자는 태도여서 디는 순간 서운함도 훅 올라왔다가 그건 애써 표현하지 않고 입을 꾹 다물어버림.

그렇게 그날도 서로의 리차징베드로 들어갔음. 오라이언은 피곤했는지 금세 잠들어 버렸지만, 디는 아까의 상황을 곱씹느라 도무지 잠을 잘 수가 없는 거야. 왜 말이 그렇게 나왔을까... 오라이언이 안전하기를 바라는 건지, 그가 자기를 좀 신경써줬으면 좋겠는 건지. 물론 둘 다 진심은 진심이겠지만, 괜히 복잡한 거지. 결국 디는 리차징베드에서 나와 맞은 편의 오라이언에게 감. 눈을 감고 곧게 누워 있는 친구의 모습을 빤히 바라보다가, 그가 다친 발목을 살펴보기 위해 몸을 굽혀. 이렇게 봐 봤자 뭔가를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마음만 울렁울렁할 뿐이지.

다시 한번 충동에 사로잡힌 디는 오라이언의 몸에 손을 댔음. 아주 아주 조심스럽고 가벼운 접촉이었는데, 오라이언도 깊게 잠들었던 건 아니었던 탓에 바로 깨버렸어.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풍경이 자기 앞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디라서 오라이온은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지. 왜 그러고 있냐고 묻고 싶었는데, 디가 말하는 게 더 빨랐음.

"다음에는 나도 같이 가."
"응...?"

정신이 덜 깬 오라이언은 물음표만 띄웠고, 디는 여전히 고개 숙인 채로 오라이언의 발목 쪽만 바라보며 중얼거림. 나도 같이 가자고. 기록 보관소든 어디든 너 혼자 가서 고생하고, 다쳐서 오지 말고... 나도 같이 가면 더 나을 수도 있잖아... 뭐 이런 이야기들. 한숨처럼 흘러나오는 말들을 들으며 오라이언은 점점 가슴 안쪽이 조여드는 느낌을 받아. 정말로, 누군가가 드라이버 같은 거라도 넣어 볼트를 꽉 돌려버리는 듯한. 그리고 그제야 몇 시간 전의 대화에서는 웃어 넘겨버렸던 말의 무게도 깨닫는 거야.

천천히 오라이언은 리차징베드에서 나와 디의 앞에 똑같이 쭈그리고 앉았어. 마땅히 해야 했던 말을 이제라도 하는 게 좋을 것 같으니.

"미안, 내가 바보 같았어."

진지하게 사과를 건네고 보니 디는 여전히 못마땅한 듯 보이기도 하고, 마음이 약간은 풀린 것처럼 보이기도 해. 어느 쪽인지 확신할 수는 없는 상태로 오라이언이 디의 이마에 툭 이마를 갖다 대면, 시선을 다른 곳에 주고 있던 디가 오라이언을 바라 봤다가 또 표정을 찡그리는데... 오라이언에겐 그 미묘한 움직임들 하나하나가 다 선명하게 와닿겠지.

"됐어. 아무튼 다음 번에는 나도 따라갈 거야."

사실, 디는 이미 마음 풀린 지 오래였음. 이성적으로 생각하자면 오라이언이 자기 때문에 그가 원하는 걸 못 하거나 안 하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하잖아. 자기가 이 욕심 많고 자신감도 넘치는 애를 어떻게 일일이 통제하겠어. 그러면 안 되는 게 맞다는 걸 아니까 방향을 바꿔서 제안했던 거야.

하지만 디가 알지 못했던 건, 이 제안을 덥석 받아들이기엔 오라이언 역시 디가 위험에 처하게 될까 걱정하는 마음이 있다는 사실. 침묵이 길어질수록 점점 명확해지기는 하겠지. 걱정은 나만의 것이 아니었구나. 아, 우리 서로 같은 마음이구나.







디가 오라이언 걱정하는 건 일상인데, 사실 오라이언도 만만찮게 디 걱정하는 어쩌고... 혁명 같은 거 하지 말고 그냥 평생 서로 아끼는 마음으로만 지낼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하며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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