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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3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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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사관학교에 일곱 번 지원했다가 떨어졌다는 말은 브래들리 브래드쇼에게는 말 그대로 일곱 번의 실패를 의미하였으리라. 그렇지만 그 말은 누군가의 힘을 빌어 또 일곱 번의 추천서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 추천서 말이다.

모두 한 사람이 쓰고 서명하였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런 연유로 심장이 뛰고 마는. 지나간 시간 만큼이나 왼쪽 가슴에 무겁게 약장과 훈장을 달아버린 비 대령은 결국 해내고 말아버린 집념의 브래들리 '루스터' 브래드쇼 대위를 보고 있다. 지난 미션에서 탁월한 기량을 발휘하여 그를 치하하는 훈장을 수여받는 자리에서 비 중령은 단상 아래, 바로 앞 자리도 아닌, 앞에서 일곱 번 째 줄 쯤에 앉아 단상 위 그 어린 대위를 올려다본다.
 
루스터 대위와 비 대령의 간격은 그 쯤일 뿐이니까. 비는 가슴에 새로운 훈장을 다는 루스터를 보며 박수를 쳤다.

후배에게 그 정도의 축하는 해줄 수 있으니까. 

너는 결국엔 해내고야 말았구나. 으이구. 너 같은 애라면 언제든 그렇게 될 줄은 알았다만, 이렇게 이르게 사고를 쳐서야 되겠니. 그런 눈으로 바라보다가 제 밑의 관중들을 훑던 브래들리와 눈을 마주치고, 서로 시선을 강하게 얽지 않았다면 알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너도 이제 파병을 갓 나가던 사병이 아닌, 제 몫을 하는 대위였다. 아직도 전투기 조종간을 쥐던 감각을 잊지 못하는 대령은 등 뒤에서 손을 한번 쥐었다 편다.

못나게도 질투인지 미련인지 모를 감정에, 쓰게 바짝 말라오는 입 안을 모른 척 하며 겨우 침을 넘기고 나머지 행사를 지켜본다.


루스터 네 바로 앞에 같은 훈장을 받은 대령을 무시하고 말이다. 멍청한 네 삼촌. 

나는 이제 이 식이 끝나기 전에 빠져 나가야겠다. 그리고 브래들리 네가 날 찾기 전에 아이 핑계를 대며 또 변명을 할 셈이다. 애 베이비시터가 오늘 일이 있어서 바쁘다네, 바로 가봐야 해. 그렇게 말한 뒤에는 아이가 아프다는 핑계를 대면서 그 동안 일하느라 밀려버린 연차를 몽땅 사용해 버릴거고, 어차피 브래들리 넌 젊은데다가 동료들도 많고, 네 삼촌인 매버릭과 풀어야 할 시간이 길 테니까 내 생각은 들지도 않겠지.

예전엔 네가 큰 일을 치루고 나면 나와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축하하곤 했지만 이제는 그 자리를 네 가족이었던 매버릭에게 돌려줄 때가 되었다.

이제 루스터가 방황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먼 길을 돌아와서야 좀 더 굳건해질 네 미래에 나라는 불안정한 존재를 풀어놓을 수 없어 입을 다문다. 너도 좋은 사람을 만날 권리가 있어.


굳이 매버릭에게 시선을 주지는 않았다. 수 많은 강등과 진급을 번복하는 동안 나 또한 그의 일에 휘말린 전적이 있어 그의 미션 완수 결과로 이런 행사를 참여한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매버릭은 늘 이런 행사를 싫어했다. 툴툴대며 어쩔 수 없어 참여했다고 할 정도도 아니고 혐오했다고 봐야 할 정도로. 그의 메달마다 모두 누군가의 숨이 달렸다고 했었나.

루스터에 비해 주렁주렁 달린 훈장과 견장을 바라보다가 매버릭의 파란 눈과 시선을 아주 잠깐 마주쳤다. 불꽃이 파란 색일 때 가장 뜨겁다고 들었던 것 같기도 한데 매버릭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온 몸이 저릿할 정도로 감각이 곤두선다. 그 눈빛 아래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며 한 순간 내가 타겟이 된건가 락온 경고음이 들리는 것 같았다. 그가 루스터의 해사 추천서를 반려하지 않았더라면... 그 뒤에 나에 대한 정보를 찾지 않았더라면... 밀려버린 나의 진급으로 인해 무리한 미션을 나가다가 결국엔 파일럿을 포기 할 수 밖에 없던 일. 그러한 진단을 받고 집에 돌아와 울면서 식사도 거부하며 한 달이 지나도록 방 밖을 나오지 않았을 때.

우습게도 전역을 하고 싶었던 나는 한참 남은 재활 기간과 보험 문제로 그대로 침묵하며 다른 길을 모색했지. 그 길은 아이러니하게도 매버릭이 아니라면 견딜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나도 기댈 어른이 필요했었던 걸까. 훌쩍 커버렸지만 아직 앳된 병아리 같은 너를 떠올리면서 네가 이 사람에게 얼마나 의지했을지 상상이 됐다.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걸 알아서 마냥 미워할 수 없었다. 한 잔의 술을 핑계로 그의 소매를 먼저 잡아 당긴건 나 였으니까, 매버릭이 나에게 가진 죄책감을 이용해 위로를 얻어낸 쪽은 나라서. 그저 착한 사람이라서, 좀 철이 많이 부족하지만 정도 많고 잃은 것이 많은 사람이라서. 그가 나를 얻었다고 생각하기 전에 떠난 것도 나였으니까.

 
너는 그 반가운 삼촌과 후희나 나누었으면 좋겠다, 이 자리까지 초대받은 입장으로 둘 모두에게 인사 한 번 하지 않고 헤어지는 매정하고 무관심한 나를 잊어주기를 바란다. 쏟아지는 축하와 관심 속에 나를 전에 알았었던 지인 정도로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사람들은 종종 길을 돌아가곤 한다. 매버릭이 조카와도 같은 아이에게 사실을 고백하지 못하고 타인과 다름없는 내게 고해한 것 처럼. 교관 자리에 매버릭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우연인 것 처럼 루스터를 추천한 나 처럼. 둘 사이에 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중간에서 말을 전달해줄 생각은 못하더라도.

두 사람의 화해가 반갑고 기쁘지만. 

그 옆에 이젠 내 자리가 없다.


대신 이제 나한테도 나만의 가족이 생겼으니까.


-

[누나 아까 본 것 같은데 인사를 못했네.]

나도 축하인사 하러 갈까 하긴 했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더라.

그래도 축하해. 많이 안다친것 같아서 다행이야.

[걱정해줘서 고마워.]
[누나 나 복귀하기 전에 같이 밥 한번 먹을래? 내가 살게.]

됐어ㅋㅋ
귀한 휴가 나 말고 더 중요한 사람들한테 소중히 쓰세요~

[누나 말고 내가 친구가 어딨어ㅠㅠㅠㅠ]

ㅋㅋㅋㅋㅋ 나두 휴가 받아서 밀린거 해야 해
우리 애 방학도 시작했고 이제 엄마 노릇 좀 해야지.


-


"아 비 대령. 아까 본 것 같았는데 뒷풀이 안왔길래 연락했어."
"음... 기다렸는데 말이야. 내가 먼저 말 걸까 하다가 자네가 먼저 자리를 뜬 것 같더라고."
"무슨 일 있는건 아니지? 예전엔 이런 자리 잘 안빠졌잖아."
"궁금하기도 하고 오랫만에 봤는데 미션 이야기나 하느라 서로 대화를 해본 적이 없는거 같아서 그래."
"언제 저녁 한 번 하자. 이번 주 시간 괜찮아? 메세지 받으면 연락 부탁해."

"미첼 대령님 메시지 받았어요. 아이 베이비시터가 그날 일이 생겨서 뒷풀이까진 시간이 안되겠더라구요. 어... 제가 이번 주 부터 길게 휴가를 받아요. 간만에 이렇게 오래 시간이 난거라서 애랑 같이 여행이라도 다니면서 집중하려고 해요..."





뭐 이렇게 두 사람 피하는거 보고 싶당...
결국엔 아이까지 사자대면 하는 것도 보고 싶고.... 애는 둘 중에 아빠를 모르는 한 명이어도 좋겠지만 각각 아빠가 다른 나이 차이가 별로 안나는 둘이어도 괜찮을 듯.. 


탑건너붕붕
매버릭너붕붕
루스터너붕붕
2024.10.04 00:50
ㅇㅇ
모바일
하... 내가 이거 보려고 안 잤구나...
센세 억나더...
[Code: 071e]
2024.10.04 20:45
ㅇㅇ
모바일
선생님 사랑해
[Code: 1cb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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