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잇소에서 천원짜리 몇종류 써보고 넘 좋아서 본격 만년필 사고 싶어 드릉드릉하다가 입문용으로 추천 많이 하는 녀석들로 네 자루정도 들였는데 그중 젤 별로겠지 막연히 생각한 놈이 젤 좋아서 역시 가격은 정직하구나 생각함

플래티넘 프레피 -> 투명한 바디땜에 외양은 만년필같은 느낌이 별로 없음 가격대비 성능 매우 준수함 다만 흐름이 좀 박한 편임 잉크콸콸 좋아하면 실망할듯 과연 뚜껑이 개쩐다던 수많은 후기답게 오래 닫아둬도 닙마름이 잘 없음
총평: 족굼 비싼 펜 정도 가격에 만년필 시험해보고싶으면 들여도 ㄱㅊ 다만 플래티넘 카트리지 잉크는 흐름이 박하고 색깔이 구리다... 감안하고 사자

파이로트 카쿠노 -> 귀엽고 깜찍한 색깔에 만원 안쪽인 가격, 닙에 그려진 얼굴이 귀엽고 ㄹㅇ 바늘끝같은 세필을 자랑함. 흐름 나쁘지 않고 필감이 약간 긁히다 못해 종이 뜯는 느낌이 있긴 하지만 극세필의 댓가라고 생각하면 참을만함. 외관도 귀엽고 이정도 굵기면 하이테크만큼 세필이니 제법 어필하는 수요층이 있을 것 같음. 하지만... 저기요 대체 만년필 뚜껑에 구멍은 왜 나있는 건데요 개빡치게?? 이틀만 뚜껑 닫아 방치해도 잉크가 바짝 말라붙어있는 닙을 볼 수 있음 이새끼 지금 나랑 밀당하는 건가? 일요일에 쓰고 오늘 열었는데 잉크 말라붙어 안 나옴 나를 들었다놨다하는 스킬이 미친놈임
총평: 극세필 좋아하면... 글쎄... 극세필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이것보단 나은 만년필이 있지 않을까? 님의 9천원은 소중합니다 한 시간 노동에 버금가는 금액이니까요 정신건강을 위해 다른 펜 사

홍디안 1850 -> 존나게 고급지고 아름다운 외관, 만 육천원이라는 믿기지 않는 가격, 투톤으로 만들어져 눈이 부신 닙, 부드러운 필감에 잉크 흐름도 딱 적절하고 심지어 컨버터까지 아름다움. 뚜껑도 착 밀착되는 마그네틱 캡 방식이라 자주 안 써도 닙마름도 크게 느껴지지 않고 전체적으로 부담없이 쓰기 좋으면서도 딱히 모난 데 없는 준수한 성능을 자랑하지만... 무게가 미친놈임. 나는 24그람이 그렇게 무시무시한 무게일줄 몰랐지 과연 모든걸 다 갖춘 놈이 어디 한 군데 하자 있지 않으면 매력이 떨어지는 법임 그런 방면에서 나와 밀당하는 부분까지 사람을 미치게 함
총평: 장기간 필기하면 손목 나갈 게 분명하니 티타늄 손목인 사람만 사라 왕관의 무게를 느껴보고 싶으면 한번쯤... 추천함 

카웨코 스포츠 -> 사진을 봐도봐도 정이 가지 않는 미친 못생김, 이딴 생김새인 주제에 3만원대 중반인 가격(뭘 믿고 이 가격인지 오십번정도 궁금해함)... 이라고 생각했으나 실물을 영접하고 생각이 180도 바뀜 네 자루 중 가장 완벽하게 만족스러움. 8그램이라는 사뿐한 무게에 사진상으로 보기엔 엄청나게 크고 못생겨보이지만 캡 닫았을 때 전장이 10센티 남짓밖에 안 되는 몹시 깜찍한 사이즈임 실물은 되게 가느다래서 사진에서 보이는 그 투박하고 못생긴 느낌이 전혀 없으니까요 붕키 한번만 믿어줍쇼 3만원대인데도 푸쉬업캡이 아니고 트위스티 캡 방식이라 확연히 닙마름이 적고 흐름이 매우 적절함. 콸콸도 아니고 박하지도 않은 진심 사뿐한 흐름... 닙은 카쿠노나 홍디안에 비해 눈에 띄게 작은 편인데 그 작은 닙이 또 엄청나게 예쁨 근데 예쁘기만 하면 내가 얘 자랑하려고 이렇게 새 글까지 싸진 않았을듯 사이즈가 작아서 어디 부담없이 하루종일 들고 다니기도 좋고 필감이 좋아서 걍 하루종일 잡고 아무거나 쓰고 싶음 이런 완벽한 스포츠의 단점은 두가지인데요 펜 사이즈가 작아서 컨버터는 사용이 불가능하고 카트리지밖에 쓸 수가 없음+카트리지 사이즈가 다른 회사 펜에 비해 꽤 작음
총평: 만년필 입문자면 제발 얘 써봐주라 진짜 실망 안 할 거임 카트리지 작은 건 어쩌냐고? 괜찮음 넌 얠 사랑하게 될 거임 사랑하면 자주자주 돌봐야지

만년필 쓰는 붕들이 매번 추천하는 입문라인 대표인 놈들 내가 다 사서 써봤다
총평의 총평: 3만원 이하는 그냥 쳐다보지 않는게 정신건강에 좋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