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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31 20:46
남반구는 이제껏 허니가 살아온 곳과는 많은 게 반대되는 곳이었다. 겨울이 와야 마땅할 날짜가 다가와도 겨울은 커녕 햇빛이 내리쬐고, 양산이 필요한 여름이 온다는게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허니는 여름을 아주 지난한 계절이라고 생각하며 삶을 살았다.

마치 살아 남는다는게 유일한 목표인 것 같이. 조금만 걸어도 푹푹 찌는 더위가 숨을 조여와도 고됨을 내색하지 않고 묵묵히 할 일을 다 했다.


딱히 인생에 있어서 어떤 큰 목표가 있던 것은 아니었다. 마찬가지로 어떤 신념도 있지 않았다. 남들처럼 살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다. 다만 영혼 깊숙히, 그래 마치 무언가에 각인이 된듯이 그저 살아야 한다는 걸 알았을 뿐이다. 그 과정 속에서 허니가 할 수 있었던 건 그저 그 장소를 고르는 것 뿐. 그 하나의 선택 마저도 겨울이 와야 마땅할 이 시기에 그저 쨍한 햇빛을 보면 후회가 되는 듯 싶었으나 어찌되었건 허니의 선택이었다.


곧 겨울이 올 곳을 떠나 여름이 시작되는 이 곳에서 살기로 마음 먹은 것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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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욱봉이 서봉과 싸운다면 누가 이겨요?"


꽃이 피던 봄에 갓 사랑을 시작한 두 남녀는 평화롭고 안온한 둘 만의 정사를 나누던 때가 있었다.


"허니.. 이 곳에서 본왕이 가장 강하다."

"그럼.. 근위대장도?"

"내가 가장 강하다."

"아니, 근위 대장이랑 서봉이 싸우면 누가 이기냐고 묻는거예요."

"나나 근위 대장이나 날때부터 칼을 잡아와서... 아마 서봉이라면 좀 힘들 것이다."

"음... 그럼 욱봉을 죽이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나를 죽인다라..."

"역시 기습이 좋을까?"

"청각과 순발력이 좋은 편이라 별로 먹히지 않을거야."

"그럼 독은요?"

"후각도 예민한 편이라... 헌데 이런걸 왜 묻는지 물어도 되나? 날 죽이려고?"

"설마... 내가요?"

허니는 슬몃 웃으며 장난스럽게 되물었다. 그러곤 잠시 슬픈 빛을 띄는 얼굴을 하곤 욱봉의 얼굴을 붙잡으며 말했다.

"절대 죽지 말아요, 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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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절대 죽지 않겠다, 허니."


행복하다는 듯이 미소짓는 욱봉을 보며 허니는 그에게 한점 남은 마음까지도 허락했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 그 언젠가 했던 이 말을 욱봉과 허니는 아주 오랫동안 기억함에도 욱봉은 허니가 준 독이 든 차를 마셨다. 대화를 기억하던 허니는 욱봉이 독이 든 걸 알고 있을거라는 걸 알면서도 차를 건넸고, 후각이 아주 좋은 욱봉은 독이 들어 있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그 차를 마셨다.


욱봉은 피를 토하고 죽어가는 와중에도 허니를 원망하는 대신 지난한 계절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자신을 죽여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피가 울컥울컥 목구멍을 따라 역류해 입을 통해 흉하게 터져나와도, 고통 따윈 모른다는 듯이 환하게 웃으며 죽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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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한 계절을 참고 참아 기다리면,"

"언젠가 너를 볼 수 있겠지."


"부디 너도 그러했기를."





*

"헉... 뭐야..."

잠에서 식은땀이 범벅된 채로 깨어난 허니는 간밤에 꾸었던 꿈이 무서웠다. 꿈 속 자신은 독이 든 차를 마시고 죽어가던 그 남자를 사랑했다. 얼굴은 흐릿했지만 마음도 아팠다. 참 이상한 일이었다. 얼굴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그 남자를 두고서 마음이 아프다니.








등륜너붕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