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연갤 - 일본연예
- 일본연예
614627730
view 2331
2024.12.16 05:53
케이가 눈물을 그치지 못해서 노부는 급히 케이를 도서관 뒤쪽의 소나무 숲으로 데리고 갔다. 두 사람은 사고를 당할 뻔했고, 이 음주운전인지 미친 질주는 많은 학생이 목격해서 케이가 차량에 치여 다친 줄 알고 놀라서 달려오는 학생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사고가 난 차량 주위에 학생들이 바글거리는 걸 보니 어차피 목격자는 많고 그 차가 케이를 치려고 했던 건 나중에 신고하면 될 것 같았고. 교내 곳곳에 CCTV도 있으니까. 다행히 기숙사에서 나올 때 미야무라가 걱정된다고 따뜻하게 우려낸 차를 담은 텀블러를 한 개 넣어줬기 때문에 그걸 케이에게 건네주자, 케이는 너무 울어서 목이 타는지 꽤 커다란 텀블러에 가득 들어 있던 차를 전부 다 마셨다.
노부는 케이에게 하고 싶은 말도, 해야 할 말도 많은데 울어서 새빨개진 코와 눈가, 그새 살짝 부은 듯한 눈가를 보니 차마 입이 안 떨어졌다. 그래서 케이와 마주앉아서 하염없이 얼굴만 쳐다보고 있자, 케이가 울어서 맹맹해진 목소리로 먼저 입을 열었다.
"고토 타다오미는 무슨 말이야? 누군데?"
정말로 기억을 못하는 건가?
노부는 여전히 혼란스러웠지만 최대한 차분하게 말을 골랐다. 케이가 노부가 죽는 걸 7번이나 봤다는 건 두 사람이 첫 번째 생에서 만난 이후 7번이나 만났다는 것이었다. 케이는 그 삶들을 다 기억하고, 노부는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어째서? 케이는 노부는 잊어버린 그 삶들도 전부 기억하고 있으면서 자신이 그렇게 아꼈던 동생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우리가 첫 번째 생 이후에 7번을 만났어요? 지금이 8번째 삶이고?"
"... 내가 알기로는 그래."
"어째서 삶이 반복... 반복은 아니지. 어째서 계속 기억을 가지고 환생하는지... 환생은 아닌가. 아무튼 이렇게 됐는지는 모르고요?"
"나도 몰라."
"그럼 그 7번 모두 10월 14일에 기억이 살아난 거예요?"
10월 14일은 지난 생에서 노부와 케이가 처음 만난 날이었고, 이번 생에서도 노부의 지난 생 기억이 돌아온 날이었다. 케이도 그랬을까.
"응."
역시.
그렇다면 환생은 아닌 건가. 환생했는데 기억이 특정 시점에 돌아오는 경우도 있는 건가. 그러고보니 이런 비슷한 설정의 책을 본 적이 있었다. 특정 시간이 계속 반복되는. 하지만 이건 그렇지 않잖아. 지금은 노부가 살았던 1700년대 말이 아니었다. 도대체 뭔지 모르겠지만...
"그때 나는 지난 생을 다 기억했어요?"
"아니. 네가 그때를 기억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야."
노부는 계속 기억이 리셋된 채로 환생했는데 케이만 외롭게 기억을 가지고 계속 노부를 만나고, 노부를 떠나보낸 건가. 왜 케이는 기억이 리셋되지 않는지, 이번 생의 노부는 왜 기억이 되돌아왔는지, 언제까지 이런 반복이 계속되는지, 왜 케이는 고토를 기억하지 못하는지, 케이와 노부의 주위에 그때의 그 친구들이 모두 비슷한 관계로 존재하고 있는 것도 케이와 노부의 특수한 상황 때문인지... 궁금한 게 한두 개가 아니었지만.
"그럼 이 말을 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겠네요."
노부의 수많은 궁금증을 해결하는 것보다 더 급한 일이 있었다. 노부는 손을 뻗어서 따끈따끈한 케이의 손을 잡았다. 너무 많이 울어서 열이 오르는지 손까지 따뜻해진 케이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고 빨갛게 부어 있는 케이의 눈을 바라봤다.
"그때, 케이가 마음이 진정되고 용기가 생길 때까지 차분하게 기다려주지 못하고 다그쳤던 거 미안해요."
케이는 이미 한참을 울었는데도 지금도 너무 빨간 눈에 눈물이 다시 차올랐다.
"그리고 케이에게 단검을 줬던 건, 그때 2황자와 3황녀가 뿌린 거짓 선동 때문에 케이를 오해하고 분노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혹시 케이에게 위험한 일이 생길까 봐 호신용으로 가지고 있으라고 줬던 거예요. 케이를 스스로 해치라고 준 게 아니었어요."
"..."
"그때 케이에게 말하진 못했었지만, 그 며칠 전에 케이를 해치려고 성에 침입한 사람들이 있었어요. 그런 사람들이 정말로 케이를 해칠까 봐 무서웠어요. 그래서 호신용으로 준 거예요."
"..."
"케이가 이게 네 선택이냐고 했을 때, 케이가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정말 몰랐어요. 케이가 오해하고 있는 걸 알았으면 절대로 그렇게 검만 두고 나오지 않았을 거예요."
"..."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생에서도 당연히 그랬을 거고, 내가 기억하는 생에서는 그때도 그리고 지금도, 케이가 죽기를 바란 적은 단 한 순간도 없었어요."
"..."
"내가 케이가 죽기를 바랄 리가 없잖아요. 그런 생각을 하는 것조차 상상할 수 없어요. 알잖아요. 내가 그런 생각을 할 리 없다는 걸, 단 한 순간이라도 그런 생각을 할 수조차 없다는 걸 케이는 알잖아요."
케이는 눈물이 차오르는 눈으로 멍하게 노부를 바라보고 있다가 비틀거리면서 일어나서 노부에게 다가오더니 노부를 끌어안고 또 오열하기 시작했다. 노부는 노부의 품 안에서 무너진 케이가 울다가 실신할 때까지 케이를 안고 같이 눈물을 삼켰다.
케이는 쿠로사와처럼 대학가의 원룸에 살고 있다고 했지만 미야무라나 쿠로사와도 정확한 주소를 모른다고 했기 때문에 노부는 기절한 케이를 기숙사로 데리고 왔다. 미야무라는 노부에게 업혀 온 케이를 보고 걱정했지만 그냥 잠든 것뿐이라는 말을 듣고는 슌짱의 집에 가서 자겠다고 흔쾌히 방을 비워 주었다. 노부는 눈물자국이 남은 케이의 얼굴을 따뜻한 물수건으로 닦아주고 빨갛게 부어 있는 케이의 눈 위에 냉찜질용 안대를 얹어놓은 후 뻑뻑한 눈을 문지르며 한숨을 내쉬었다.
케이도 이 이상한 현상의 원인을 모른다고...
그렇다면 역시 고토가 의심스러웠다.
고토를 그렇게 좋아했던 케이가 고토만 잊었다는 것이 무엇보다 이상했고.
고토의 회고록에는 이상하게도 출판 정보가 전혀 들어 있지 않았다. 아직 츠지무라에게 돌려주지 않았기에 다시 펼쳐봤지만 고토 타다오미라는 저자명과 단풍의 기억이라는 제목만 있을 뿐, 출판사나 출판인, 편집인, 등록번호 같은 게 전혀 없었다. 타다오미의 이름이나 단풍의 기억을 인터넷 검색해 봐도 나오는 것도 하나도 없었고.
게다가 곧 죽을 사람을 알 수 있었던 고토의 이상한 능력까지.
노부는 케이가 편하게 잘 수 있게 케이를 노부의 침대에서 재우고 미야무라의 침대에서 신세를 질까 하다가 좁을 줄 알면서도 케이를 끌어안고 누웠다. 먼 과거의 그때는 이보다 더 좁은 침대에서도 항상 끌고안고 잘만 잤는걸.
얼마나 울었는지 아이스팩을 대줬는데도 얼굴의 붓기가 빠질 생각을 안 하는 케이의 얼굴 곳곳에 입을 맞추고 있다 보니 마음이 하염없이 무너졌다. 노부는 케이가 죽는 걸 한 번 봤는데도 지금도 그때의 그 참혹한 모습이 생생하고, 그때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던 절망과 충격, 슬픔으로 지금도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은데. 노부가 죽는 걸 눈앞에서 7번이나 보는 동안 이 사람의 속은 얼마나 문드러졌을 것인가. 그것도 매번 케이를 구하려다 죽었다면 오늘 교통사고를 당할 뻔했던 것처럼 사고사를 당했거나 사건에 휘말려 죽었을 텐데, 그 죽음은 하나하나가 또 얼마나 처참했을까. 그걸 7번이나 보면서 이 사람은 대체...
노부는 따끈따끈한 케이의 뺨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며 대체 이 이상한 상황을 만든 게 누굴까 생각했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의심스러운 건 고토밖에 없는데...
고토의 회고록을 읽을 때, 노부는 타다오미가 노부에게 분명한 적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케이가 실종됐다 돌아온 이후의 서술에서는 모든 것이 노부의 탓이라고 서술하는 듯했으니까. 세 사람밖에 모르던 그 단검 이야기도 그렇고. 노부가 케이를 다그치던 때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전부 서술했던 것도 그렇고. 고토가 거짓을 기록했다는 말이 아니다. 고토는 사실 그대로 기록했지만 사실을 있는 그대로 서술하면서도 그 서술 자체에서 노부에 대한 원망을 느낄 수 있었다는 뜻일 뿐. 그때 고토는 케이를 사랑하고 아꼈던 만큼 케이가 사랑했던 노부도 많이 좋아하고 따랐지만, 케이가 죽는 걸 눈앞에서 본 후 노부에게 원망을 품었다고 해도 이해할 수 있었다. 고토가 유일하게 의지하고 있던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었으니까.
하지만 고토가 이 이상현상을 만들고 있는 거라면...
케이가 노부의 죽음을 7번이나 눈앞에서 보게 했다는 게 말이 안 됐다. 고토는 노부를 원망한 만큼 케이를 원망했을 수는 있었다. 케이를 사랑했던 만큼 고토의 눈앞에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케이를 원망했을 수 있었다. 고토가 전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케이밖에 없었다는 것을 알면서 고토를 버리고 떠나 버린 케이를 원망하는 건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케이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눈앞에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고?
그건 말이 안 됐다. 고토가 그럴 리 없었다. 고토가 케이에게 그렇게까지 잔인할 수는 없었다.
노부는 믿고 싶었다. 섬뜩한 능력을 타고 났었음에도 천사같았던 그 소년이, 케이가 정말 사랑했고, 케이를 정말 사랑했던 그 소년이 케이에게 그렇게까지 잔인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믿고 싶었다. 고토는 선의로 두 사람이 계속 만나게 했는데 뭔가 잘못돼서 케이가 반복적으로 노부의 죽음을 보게 됐을 수 있지만, 그게 고토의 본의는 아니어야 했다.
고토의 회고록 마지막을 차지하고 있던 그 문장들.
그곳에서 나는 마치다와 스즈키의 이야기를 들었다. 마치다는 목숨을 끊기 전 눈물로 남긴 유서에서는 다음 생이 있다면 다시는 만나지 말자고 했지만.
묘소에 잠든 마치다는 다시 만나 왜 그랬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마치다의 묘소 옆에 마련된 묘소에 잠든 스즈키는 그런 게 아니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이 다시 만나게 했다.
그 문장들이 고토가 노부와 케이를 계속 다시 만나게 하는 진짜 이유여야 했다. 고토가 케이와 노부를, 그리고 다른 친구들을 계속 다시 만나게 하고 있는 이유가, 케이에게는 기억을 잊는 축복조차 주지 않고 계속 환생시키는 이유가 케이와 노부가 죽어서도 버리지 못하고 품고 있던 소망을 들어주기 위해서였여야 했다.
그래야 케이를 이 끝없이 반복되는 참혹한 지옥에서 구할 수 있을 테니까.
새벽에 까무룩 잠들었던 노부가 눈을 뜨자 케이가 여전히 노부의 품에 누워서 눈을 뜨고 노부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까지 케이가 노부와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던 것이 노부와 눈을 마주치면 저 커다란 눈에 자신의 마음이 그대로 투영되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노부가 항상 사랑했던 케이의 눈에는 노부를 향한 애틋함과 그리움, 서운함과 미안함, 서러움과 원망까지 모든 것이. 넘쳐흐르는 애정에 가득 녹아서 일렁이고 있었다.
꼭꼭 숨겨놓으려 했던 마음을 들킬까 봐 두려워서 케이는 이번 생에서 고집스럽게 노부와는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 했었구나. 저절로 알 수밖에 없을 정도로.
온갖 감정이 다 담긴 그 커다란 눈을 마주보고 있으니 목이 꽉 막힌 것처럼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아서 그냥 끌어안자 노부의 어깨와 목으로 따뜻하고 서글픈 한숨이 닿아 길게 흩어졌다. 드디어 되찾은 따끈한 체온을 한참이나 품에 안고 있은 뒤에야 겨우 입이 열렸다.
"잘 잤어요?"
그러자 케이는 손을 뻗어서 노부의 뺨을 한참동안 부드럽게 쓰다듬더니 갑자기 꽉 꼬집었다. 그래놓고는 노부가 놀라서 악하고 작게 소리지르자, 케이는 장난꾸러기처럼 키득키득 웃었다. 그 시절처럼 맑게 웃는 게 너무 애틋하고 사랑스러워서 뺨이 꼬집혀 놀랐던 것도 잊고 저도 모르게 케이의 뺨을 만지작거리자, 케이는 자기가 꼬집었던 노부의 뺨을 쓰다듬으면서 중얼거렸다.
"이런 꿈을 하도 많이 꿔서 또 꿈인가 했어."
"그러면 케이 뺨을 꼬집어야지, 왜 내 뺨을 꼬집어요."
마음이 무겁고 혼란스러울 걸 알아서 일부러 가볍게 말하자, 케이는 이제 아팠던 감각도 완전히 사라진 노부의 뺨을 계속 쓰다듬으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너도 그렇고, 유이치나 소라나, 류세이나... 아무도 그때를 기억하지 못했어. 항상 나만 모든 기억을 가지고, 나 혼자 그 시절을 기억하고 있어서 내가 미친 게 아닐까 싶었던 적도 정말 많았는데..."
"..."
"그런데 어떻게 이번엔 네 기억이 생생한 거지? 언제 기억이 떠올랐어? 너도 10월 14일에?"
"네. 도서관에서 케이랑 만났을 때요. 그래서 그때 케이를 보고 얼마나 놀랐는데요."
"그랬겠네. 나도 처음엔 다시 널 만났을 때는 널 보고 정말 놀랐었는데. 네가 그때를 기억하지 못해서 더 놀랐고."
하긴 노부도 케이가 그때를 기억하지 못하는 줄 알고, 노부만 기억을 가지고 환생한 줄 알았을 때 놀랐던 걸 생각하면, 그때 케이의 혼란을 이해할 수 있어서 고개를 끄덕이자 케이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웃었다.
"넌 나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는데도 나한테 바로 반하더라?"
케이는 노부가 케이에 대한 기억이 없는 상태에서도 케이한테 또 반한 게 기쁜지 미열이 내린 뒤로는 계속 창백하기만 하던 뺨에 홍조까지 올라와 있었다. 그 얼굴이 너무 귀여워서 따끈해진 뺨에 입을 맞춰준 노부는 더 빨개진 케이의 뺨을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그게 신기해요?"
"응. 진짜 나에 대해서,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에 대해서 아무것도 기억 못하는데 계속 나한테 반하더라고."
계속?
"그동안 케이가 계속 환생하는 동안 내가 계속 기억을 완전히 잃은 채로 케이 앞에 나타나서 마주칠 때마다 케이한테 빠졌어요?"
"우리가 계속 마주친 건 그럴 수밖에 없었어. 내가 그랬잖아. 계속 10월 14일에 기억이 깨어났다고. 나는 어떤 시대에서든 그 대학의 그 도서관, 그 자리에서 기억을 되찾았어. 너랑 내가 마주보고 앉았던 자리에서 내 필통이 쏟아지면서 네가 잠에서 깨어나는 걸로 매번 삶이 다시 시작됐거든. 그러니까 계속 다시 마주친 건 당연한 거고."
"..."
"매번 기억을 잃은 너는 나를 마주칠 때마다 나한테 빠졌고."
케이는 노부가 항상 케이에게 반했던 게 어지간히 기쁜지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고 입술 끝은 연신 움찔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곧 귀엽게 움찔거리던 입술 끝이 천천히 굳더니 케이의 얼굴이 무섭게 창백해졌다. 기억을 모두 일은 채 나타나서 매번 케이에게 반하고, 매번 케이의 눈앞에서 처참하게 죽었다니... 노부는 케이가 노부가 매번 케이 앞에서 죽었던 기억까지 떠올린 걸 깨닫고 서둘러 케이의 입술에 다정하게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당연하죠. 나는 어떤 나라도, 기억이 있는 나라도, 기억이 없는 나라도 케이를 좋아할 수밖에 없어요."
다행히 창백해졌던 케이의 얼굴이 빠르게 빨개지면서 민망한지 괜히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무슨 소리야. 왜 그렇게 되는 건데."
"그러게, 왜 그렇지? 유전자에 새겨져 있나? 케이만 보면 사랑에 빠지도록 내 DNA에 새겨져 있는 건지도 몰라요."
"무슨 헛소리야?"
그러면서도 기분이 좋은지 입술을 움찔거리더니 투덜거리듯이 덧붙였다.
"그러게 넌 기억이 없어도 항상 날 너무 좋아하더라."
그리고는 입을 맞춰오는 케이를 끌어안고 따뜻하고 말캉한 입술에 입술을 겹치면서 노부는 간절히 빌었다.
모든 기억을 잃고도 나는 당신을 만날 때마다 당연히 당신에게 정신없이 빠져들었겠지만, 참혹했을 내 7번의 죽음이 당신에게 너무 큰 충격과 슬픔이 되지 않도록 제발 그 마음을 조금만 티냈었기를... 노부는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의 노부들이 당신에게 끌리는 마음을 눈치없이 있는 그대로 다 내보여서, 당신이 매번 내 죽음 앞에서 심장이 너덜너덜해지게 하지 않았었기를... 아무것도 모른다는 핑계로 매번 당신에게 상처만 가득 남겨놓고 떠나진 않았었기를...
케이는 매번 심장이 난도질당했을 거라는 걸 알고 있기에 더욱 간절히 빌었다.
과거의 노부들이 기억이 없고, 아무것도 몰랐어도 제발 케이를 조금이라도 덜 아프게 하는 선택을 했었기를...
#성혁망사놉맟환생물
[Code: 86c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