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드는 제다이 강령을 존경해왔고 여전히 존중하면서 지키기 위해서 노력하는 어리고 젊은 제다이 나이트니까 허락되지 않은건 당연히 하지 않겠지.....만은 그게 쉬운건 아닐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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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아침이야, 파다완.

제가 가야하는 길의 한복판에 꼿꼿하게 선 요드를 모르는 척 지나기 위해 인파에 섞이려던 제키는 굳이 제게 쾌활하게 인사하는 요드를 차마 모른척하지 못하고 멈춰서서 살짝 고갤 끄덕였음. 요드는 요드였지만 그 전에 제다이 나이트였으니까.

- 마스터 솔은?

그럴 줄 알았다. 제겐 별다른 말도 없이 바로 제 마스터의 행방을 묻는것에 제키가 못참고 눈을 굴렸어. 왜이렇게 얄미운지 모르겠다니까.

- 마스터 버네스트라와 할 말씀이 있다며 일찍 가셨습니다.

그렇군. 제키의 말을 곱씹으며 생각에 빠진 요드를 2초도 못참은 제키가 그럼 전 이만 하고 훽 하니 몸을 돌려 빠르게 사라졌어. 꽤 시건방진 행동임에도 요드는 알아채지도 못하고 무지하게 바쁜가보네 하고 어깰 으쓱이고 말았어. 그리고 고갤 돌려 타워쪽을 바라보고는 혼자서 입꼬릴 쭉 올려 웃었지. 제키가 질색을 하는 그의 쾌활함엔 이유가 있었을거야. 어제 처음으로 제가 좋아하는 사람과..... 키스를 했거든.

솔과 함께 어깰 붙이고 누워 감정을 쏟아낸 그날 이후로 두 사람 사이엔 눈에 띌만한 변화는 딱히 없었어. 그도 그럴게 그들은 마음을 나눈거지 미래를 약속한게 아니잖아. 제다이 강령에 예외는 있다지만 원칙적으로 애착 관계를 금지하기도 했고. 이 감정은 감정으로만 남아야지 당신과 나는 특별한 관계입니다ㅡ라고 정의하는 순간 애착 관계를 만들어낼걸 두사람 다 알기 때문에 애써 무시하려 했음.

그저... 언제나처럼 마스터 솔은 제다이 사원의 많은 일들과 제키의 훈련에 바빴고, 나이트 요드는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훈련을 놓지 않았고 동시에 제 파다완의 훈련에 집중했지. 굳이 달라진걸 찾는다면 서로를 만나는 시간이 더 잦아지고 길어졌다는게 있겠지.

데이트라는 표현은 제다이가 쓰기 적합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데이트 비슷한걸 했어. 사실 두사람이 할 수 있는게 뭐 얼마나 많겠어, 해봐야 같이 산책하고 사원 외부에서 같이 식사를 하고 도서관에서 만나 같이 책을 읽는 정도. 어제가 딱 그런 날이었지. 곧 로탈의 제다이 사원에 임무로 방문하게될 요드를 위해 행성에 대해 같이 알아보자며 두 사람은 도서관에서 함께 책을 읽다가 쿼터로 돌아왔을거야. 돌아오는 길에도 로탈의 역사에 대해 얘기하는 솔을 힐끔거리며 보던 요드가 결국 못참고 물어봤어.

- 로탈에서의 임무는 왜 얘기해주지 않으십니까?

분명 솔이 나이트로 승급하자마자 떠난 첫 임무가 로탈이었단걸 요드가 알고있었거든. 솔의 나이트시절 얘길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했지만 웬걸, 그는 로탈의 역사와 사회문화적인 환경, 지리 정보같이 책에서 볼 수 있는 것들만 늘어놓았지. 꼭 선생님처럼 말이야. 요드의 이글거리는 눈을 본 솔이 허 하고 웃음을 못참고 터뜨렸어. 어쩐지 아까부터 할말이 많은 얼굴이더라니...

- 별 얘기가 없어서 하지 않았는데.
- 파다완에게 들었습니다. 오래 계셨다고 하던걸요.

아, 이게 문제였군. 제키가 요드와 얘기하다 흘린 모양이었어. 실전 임무에 대해 얘기하다 짧게 언급한 얘기였는데. 요드는 항상 이걸 억울해했지. 제키는 알고 저는 모르는게 있다니요ㅡ하고 상처받은 얼굴을 전부터 자주 했었어. 이때문에 많은 이들에게 파다완을 둘이나 둔것이냐며 오해를 사곤 했었는데...

- 그래, 세달이 넘는 시간동안 있었지. 하지만 난 겨우 3주차 나이트였고 아우터 림으로 이동한건 처음이었어. 하이퍼 스페이스를 그렇게 오랜시간 경험한 것도 처음이었고 소행성군 사이를 지날때 우주선의 진동이 그렇게까지 심할 수 있단것도 처음 알았지.

솔이 웃음을 참으면서 짐짓 진지한 얼굴로 말했어.

- 그 덕분에 행성에 도착한 후 나흘정도를 아무 임무도 하지 못하고 끙끙 앓았단다. 자부심 가질만한 업적은 아니지? 제키에겐 비밀이야.

...말하자면 멀미를 세게 했다는거야. 요드는 그 말이 믿기지가 않아서 눈을 동그랗게 뜬채 입을 떡 벌렸어. 솔이 민망해하면서 웃자 그제서야 허어 하고 따라웃었음. 마스터 솔도 경험이 없어서 어설프게 행동했던 어린 시절이 있었던게 당연한건데. 그제서야 머릿속이 팽팽 돌면서 기분 좋은 웃음이 차올라 넘쳤지.

솔은 저를 향해 몸을 완전히 틀어서 거의 옆으로 걷고있는 요드의 모습이 우습기도 하도 애처럼 웃고있는 얼굴이 귀엽기도 해서 마주보고 웃어주었음. 한참 웃다가 저도 처음 임무를 떠났던 날 긴장돼서 잠을 못잤어요 하면서 머리를 긁적이는게 꼭 아이같았음. 파다완 시절 에너지가 넘치던 어린 모습이 자연히 떠올랐어. 그때는 저보다 작았는데 새삼 커가지고...

도서관에서 요드의 쿼터가 더 가까웠지만 굳이굳이 마스터를 모셔다드리고 가겠습니다 해서 빙 돌아 솔의 쿼터로 옴. 꽤 늦은 시간이라 복도는 인적이 드물어 조용했기 때문에 두 사람은 목소리를 낮추어 얘기했어.

- 좋은 밤을 보내세요.

요드가 뒷짐을 지고 예의바르게 인사했고 솔이 가볍게 고갯짓으로 인사했어. 바로 몸를 돌리지 않고 흠 하고 헛기침을 하길래 먼저 들어가란 소린거 싶어서 몸을 돌리려는데 요드의 로브자락이 허리춤에 걸려있는게 보였지. 몸을 돌리려는 요드의 팔꿈치부분을 살짝 잡아 빼주려는데 그 손길이 요드가 말 그대로 펄럭거리는 소리가 날 정도로 훽하니 몸을 돌렸어.

- 아, 이거 빼주려고.

놀란건지 동그랗게 뜬 눈을 한번 보고 손을 내려 정리해주었지. 다 되었다ㅡ하고 어깰 도닥여주려는데 빛을 등져 어두운 얼굴 위로 감정에 넘실거리는 눈과 조금 벌어진 입술이 보여서 솔도 멈칫하고 말았음.

제다이이기 이전에 사람인데... 가슴 가득 차오른 애정을 물건 버리듯 없애버리는게 불가능하단걸 그도 당연히 알았어. 눈 앞의 어린 제다이 나이트는 이게 집착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매번 스스로를 검열하면서 마음을 다잡으려 애쓰는게 눈에 빤히 보일정도였어. 하지만 한번씩 이렇게 넘쳐흐른 감정을 숨기지 못하곤 했지.

솔은 스스로를 제다이 마스터로서 저를 존경하고 따르는 요드가 혼란스러워하지 않도록 옳은 길을 알려주는게 제 의무인줄 알았지만 그보다 그가 하게될 자책이 더 걱정되었어. 그의 마음을 먼저 걱정하다니. 아마 저도 감정에 휩쓸려 제대로 된 사고를 하지 못하는거라고 생각했겠지.

그래서 넋을 놓은 얼굴을 밀어내기보단 복도의 양쪽을 한번씩 둘러보고 놓았던 요드의 팔꿈치 한쪽을 잡았어. 상체가 기울어지게 당겨와서는 헤 벌어진 입가에 부드럽게 입술을 누름. 작게 쵹 소리가 나게 입술을 떼어내니 목부터 발갛게 달아올라서는 눈도 한번 꿈뻑이지 않고 솔의 얼굴을 뚫어져라 보고있었겠지. 누가 보면 기습공격이라도 당한줄 알겠어. 솔이 여전히 손을 올려둔 팔꿈치를 다시 힘주어 잡아 이번엔 입술 위로 꾹 눌렀고 몸이 들썩 할정도로 놀란 요드가 그의 양 팔을 꽈악 잡아왔어. 더운 손에 바짝 들어간 힘에 비해 맞닿은 입술은 말랑하기만 했어.

- 마ㅅ, 마스터, 솔, 제가 마스터의 쿼터에 들어가도 됩니까?!

금방 떨어진 입술을 따라 고갤 쭉 내민 요드가 솔의 팔뚝을 부여잡은 손에 더 힘을 주며 더듬더듬 물었고, 솔은 몸이 잡힌채로 말 없이 문을 활짝 열어주었음. 요드는 헙 하고 숨을 들이쉬고는 그대로 솔을 들어옮길 기세로 부여잡고 쿼터 안으로 밀어붙였음. 강한 힘에 조금 당황했지만 뒷걸음질로 밀려들어간 솔이 발이 꼬여 엇 하고 비틀함. 그대로 다시 입술을 들이대려했던 요드가 화들짝 놀라서는 몸을 덥썩 끌어안아버렸음.

- 괜찮으... 괜찮으세요?

허둥지둥하는 요드때문에 제대로 웃음이 터진 솔이 소리내어 웃으면서 요드의 등어리를 도닥여줬어.

- 네가 잡아줘서 괜찮단다. 발이 꼬였어.

요드는 제 품 안에서 웃느라 작게 움직이는 몸을 느끼면서 눈을 꾸욱 감았음. 젠장, 마음만 앞서서 다 망쳤다 생각했음. 이래서는 분위기를 완전히 그르친것같다 생각하면서 자책하고있는데 요드의 몸을 슬슬 밀어낸 솔이 눈꼬리를 축 내린채로 입술을 꾹 다물고 있는 요드의 뺨에 손을 올려 가볍게 잡았음.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입술을 보며 뺨을 잡은 손에 힘을 줘 내리게해서 입을 맞추었음.

아. 요드는 제자리를 찾은것처럼 맞닿은 입술에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 같았어. 아아. 조금 마른 입술이 부드럽게 문질러지고 꾹 다문 입술 새로 빼꼼 나온 혀가 비벼지면서 나는 젖은 소리에 요드가 흐응 하고 신음 비슷한 숨을 내쉼. 솔이 입술을 붙인채로 웃었다가 터지는걸 못참고 몸을 물렸어.

- 마스터...

웃고있는 솔의 팔을 여전히 꾹 붙들고있던 요드가 입술을 들썩였고 솔은 냉큼 웃어서 미안 하고 사과함. 누군가와 이렇게 입을 맞추는것 자체가 처음인데 그게 마스터 솔이라 더 정신을 못차리겠는거야. 그렇다고 처음인걸 티를 내는건 조금 창피하게 느껴져서 말하지 않았지만 솔이 이렇게까지 웃어버리니 모든걸 들킨 기분이라 민망해졌지.

솔은 당연히 알겠지, 요드에게 이 모든게 처음이라는걸. 괜히 더 놀려주고픈 기분이 들었지만 그랬다간 이 불쌍한 청년이 눈물을 흘릴것만 같아서 참아냈어. 대신 제 팔을 움켜쥔 한 손을 뜯어다가 제 등으로 두를 수 있도록 옮겨주었어. 마른 등 위로 곧은 척추를 따라 요드의 더운 손 끝이 쓸듯이 올라왔어. 다른 한손은 제 목덜미와 턱을 함께 잡을 수 있도록 얼굴쪽으로 옮겨주었지. 뜨거운 손이 닿는 곳마다 열꽃이 피어나는 것 같았음.

이번엔 요드가 고갤 내려 입술을 꿍 하고 부딪혔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제 턱을 부드럽게 쓸어내는 손등을 솔이 감싸잡았어. 벌어진 잇새로 작게 혀를 넣어 핥아냈다가 아랫입술을 입에 담아 살살 빨고 쪽 소리나게 키스하자 요드가 하아 하고 연약한 숨을 뱉음. 웃음이 또 터질뻔한걸 겨우 참고 귀여운 반응을 맘껏 즐겼겠지. 몸을 폭 덮어버릴 것처럼 제 몸 위로 온 몸이 기울어졌을 땐 밀어내야했지만.







- 요드?

그 다음날 아침 일찍 일정이 있어 쿼터를 나선 솔은 문 앞에 우뚝 서있는 요드를 보고 놀라서 이름을 불렀어. 언제나처럼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단정히 차려입었지만 묘하게 퀭해보이는 얼굴을 한 요드가 큼 하고 목을 가다듬으며 허릴 푹 숙여 인사했어.

- 잠을 잘 못잤니?

숨기려 노력했지만 솔이라면 피곤해보이는 제 얼굴을 바로 알아챌거라고 생각했던지라 요드는 재빠르게 아닙니다 하고 대답했어. 좋아하는 사람과 입맞춘다는게 이런기분이구나ㅡ하고 몽롱한 정신으로 제 쿼터로 돌아온 요드가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기분에 밤을 꼴딱 샜지만 굳이 얘기하진 않았겠지. 대신...

- 무슨 일로...?
- 어젠 제가 경황이 없어서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솔은 결연한 표정에 제가 괜히 긴장되어서 몸을 바로 세웠어.

- 제가 정말로 좋아합니다, 솔.
- ...아?
-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고갤 푹 숙이고는 로브 자락을 휘날리면서 뛰듯이 사라지는 요드의 뒷모습을 한참 보던 솔이 허 하고 웃었어. 저렇게 귀엽게 구는데 어떻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냔 말이야. 그나저나 한번 입맞춘걸로도 저 지경인데 앞으론 어떡해야되지 하는 고민이 시작되었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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