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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7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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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징은 초를 켜놓고 여칙을 필사하느라 여념이 없었는데 방대한 양을 모두 적으려니 어깨와 팔이 빠질것만 같았음. 그러다 상궁으로부터 황상께서 영상재의 녹두패를 뒤집었단 말에 작게 한숨을 쉬었어. 평소 교분이 두터운 사이는 아니었으나 무척 예의가 발랐던 것으로 기억함. 한미한 가문의 서녀로 자색이 뛰어난 편이 아니라 황제의 총애를 받지 못하여서 입궁한지 꽤 오래되었는데 품계가 낮았지. 영상재가 시침을 든지 오래되었으니 잘된 일이었음. 강징은 글을 베껴쓰다가 말고 붓을 내려놓고는 허기가 지니 간식을 들이라고 일렀음. 궁인이 가져다 준 팥떡을 한입 물었더니 입안 가득 달콤한 맛이 감돌았어. 저 아닌 다른 여인이 황제의 시침을 들때마다 입안이 썼어. 투기를 하면 안되는줄 알지만 속이 상하는것은 어쩔수가 없었지. 그래서 달디단 간식들을 먹으며 속상한 마음을 겨우 달래곤 했음. 강징은 간식이 든 접시를 한쪽으로 치우고 다시 붓을 들었음.






그 다음날 후궁들이 황후궁에 아침 문안 인사를 들었을때였음. 황후는 강징이 필사한 여칙을 대충 훑어보곤 귀찮으니 사흘에 한번씩 검사를 맡으라고 함. 그리고는 품에 안긴 강아지를 쓰다듬으며 어찌나 예뻐하는지 후궁들이 뭐라고 떠들어대든 신경도 안쓰는 눈치였음. 심귀인이 웬 강아지냐고 물으니 그제야 간밤에 황상께서 본궁께 주신 선물이라며 자랑을 하는 것이 아니겠음. 영상재가 웃으면서 간밤에 폐하께서 갑자기 황후궁으로 가신다기에 무슨 일이신가 했더니 마마께 선물을 주고 싶어 그러셨던거 같다고 하겠지. 황후가 자신때문에 간밤에 시침을 못들어서 어쩌나 했지만 미안한 기색은 전혀 없어보였음. 강징은 황후의 품에 안긴 강아지를 보고 의아했지만 황제에게 뭔가 다른 뜻이 있겠거니 하고 조용히 차를 마심.





그로부터 얼마후에 강징은 화원에 모포를 깔아놓고 공주와 공놀이를 하는 중이었음. 새로 지은 비단옷을 입혀놓으니 어찌나 예쁜지 작은 선녀님 같다고 궁인들이 감탄을 했음. 강징은 요근래 미운짓만 하던 공주가 오늘은 투정도 안부리고 재롱도 많이 떨어서 평소보다 더 많이 안아주고 실컷 놀아주었음. 공주가 굴리고 놀던 비단공이 다른쪽으로 가자 궁인이 주우러 갔는데 공주가 자기도 같이 가겠다고 칭얼거림. 공주가 근처에 있는 연못가로 갈까봐 강징이 따라가려는데 유모가 달려와서 황자 아기씨께서 갑자기 고열이 난다고 함. 강징은 아까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아이가 고열이 난단 말에 사색이 됐음. 궁인들에게 공주의 뒤를 따라가라고 이르고 연못가에는 절대 못가게 하라고 신신당부를 한 다음에 연희궁으로 갔어. 급히 태의를 부르고 처방받은 해열제를 먹이니 금방 열이 내려서 안심하는데 궁인 하나가 울면서 뛰어들어옴. 강징이 도대체 무슨 일인데 이리 소란이냐고 묻기도 전에 공주 아기씨가 연못에 빠지셨다고 함. 강징이 그 말을 듣고 다리에 힘이 풀려서 주저앉는데 넋이 나간 강징 대신에 상궁이 아기씨는 구했냐고 괜찮으시냐고 물음. 궁인이 물에 빠지신것만 보고 달려왔다고 하니 강징이 벌떡 일어나서 후원에 있는 연못가로 달려가기 시작함. 강징은 공주 걱정에 엉엉 울면서 연못으로 뛰어가다가 돌뿌리에 걸려 넘어졌음. 값비싼 비단 의복이 흙투성이 되고 넘어지면서 손바닥이 긁혀서 피가 났지만 아픈지도 몰랐겠지.




강징은 후원 근처 풀숲에서 축 늘어진 공주가 시위에게 안겨 나오는 것을 보고 소리를 지르며 다가감. 시위가 당장이라도 쓰러질것 같은 강징의 낯빛을 보고 공주께선 놀라서 혼절하신것 뿐이라고 하고 연희궁으로 모시고 가겠다고 함. 그 이후에 무슨 정신으로 궁으로 돌아왔는지 모를거야. 강징은 태의가 와서 공주를 살피는 동안에 침상 곁에 서서 말없이 눈물만 흘렸음. 제 부주의 때문에 어린 공주가 물에 빠져 죽을뻔 했다는 생각이 들자 죄책감과 미안함 때문에 하염없이 눈물만 났어. 태의가 시위들이 재빨리 구해서 공주 아기씨의 존체에는 이상이 없을거라며 공주께서 많이 놀라셨을듯 하니 그에 맞는 탕약을 처방해주겠다고 함. 강징은 몇번이고 정말 괜찮은거냐고 묻곤 그때마다 태의에게서 똑같은 대답이 나오자 그제야 안도함. 망기가 뒤늦게 소식을 듣고 행차했을때 강징은 망기의 품에 달려들어 안기고 아이처럼 소리내어 울었음. 망기는 상궁과 태의가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공주가 괜찮을거라고 하자 안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물림. 강징은 아린은 괜찮으니 울지 말라고 아린이 물에 빠진것은 그대의 탓이 아니란 말을 듣고 겨우 진정을 함.





망기가 눈물로 엉망이 된 강징의 얼굴을 물에 적신 영견을 들이라 일러 손수 닦아주고 손바닥을 보곤 어찌 생채기가 났냐고 물어봄. 강징이 공주가 연못에 빠졌다는 소식을 듣고 가다가 넘어져서 생긴거라고 아프지 않다고 했음. 그러면서도 온통 공주에게 시선이 가 있었음. 잠시후에 공주가 깨어나자마자 어미인 강징부터 찾는데 강징이 펑펑 울면서 우리 아가하고 공주를 끌어안고 어미가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함. 망기는 두 모녀가 숨이 넘어갈듯이 우는것을 보고 그리 울면 열이 오른다고 달램. 잠시후 공주는 부황의 무릎에 앉아서 부황이 손수 떠먹여주는 탕약을 다 마시고 아기새처럼 입을 벌려 잘게 쪼갠 당과도 받아먹었음. 그리고 강징의 품에 안겨서 가슴을 만지면서 다시 잠이 들었어. 망기가 공주가 무사해서 천만다행이라고 하니 강징이 공주가 잘못되기라도 할까봐 무서웠다고 눈물을 흘림. 사실 공주가 물에 빠졌다는 말을 듣고 놀란건 망기도 마찬가지였지만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강징의 충격이 더 컸을것 같아서 눈물을 닦아주며 진정을 시킴.





망기는 정무를 보다가 급히 온거라 더 이상 연희궁에 있을수가 없다고 곁에 있어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자리에서 일어남. 강징은 아이를 안은채로 망기의 앞에 서서 말없이 용포 자락을 쥐었어. 그리고 그건 망기만 아는 일종의 버릇같은거였지. 망기는 그게 강징이 몹시 불안하거나 애정어린 손길을 받고 싶을때 종종 하는 행동임을 알아서 강징의 젖은 눈가를 조심히 쓸어주고 입을 가볍게 맞춘 다음에 저녁에 다시 들리겠다고 약조하고 돌아섰음. 그리고 망기는 연희궁을 나오자마자 중심을 잃고 비틀거림. 공주가 물에 빠졌단 소식을 듣고 놀란 나머지 어가도 타지 않고 양심전에서 멀리 떨어진 연희궁까지 뛰어왔겠지. 그러다 넘어져 무릎을 크게 다치기까지 했는데 강징의 앞에선 내색을 하지 않았음. 태감이 급히 부축을 하면서 폐하께서 다치신것을 태후께서 아시면 자기는 죽은 목숨이라고 울상임. 망기가 서늘한 표정으로 너와 나만 입 다물면 아무도 모른다고 입조심을 하라고 함. 특히 연귀비가 이 사실을 알아선 절대 안된다고 하고는 태감의 부축을 받으며 어가에 올랐음.





강징은 불상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부처님께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수 있게 해달라고 빌고 또 빌었음. 하늘의 보살핌으로 두 아이를 무사히 낳았지만 성인이 될때까지 무사히 자랄거라는 보장이 없었음. 선대 황제의 자식들만 해도 열둘이나 되는 황자녀들중에 장성한건 황제와 이역만리 타국으로 시집을 간 공주 둘 그리고 얼마전에 병으로 세상을 뜬 친왕과 아직 성년이 되지 못한 막내 황자뿐이었으니까. 강징은 불상앞에서 기도를 하다가 상궁이 들어와 태후와 황후께서 행차했다는 말에 자리에서 일어남. 태후는 침상 옆에 앉아서 잠든 공주를 내려보다가 못마땅한듯이 혀를 찼음. 황후는 무감한 표정으로 나오지도 않는 눈물을 영견으로 찍어내는척 하다가 강징이 들어와 예를 올리자 가증스럽게도 소리를 내어 우는척을 했음. 태후는 강징의 얼굴을 보자마자 공주를 어찌 보살폈기에 연못에 빠지게 했냐고 호되게 질책함. 강징은 바로 무릎을 꿇고 자신이 공주를 제대로 보살피지 못해 태후마마와 황후마마께 염려를 안겨드려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임. 태후가 겨우 둘밖에 없는 황손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쩔거냐고 손에 쥐고 있던 염주를 바닥에 던졌음. 강징이 앞으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성심을 다해 황자와 공주를 잘 보살피겠다고 했지만 들은척도 하지 않고는 오늘 공주를 돌봤던 궁인들과 유모를 모조리 신형사를 끌고 가 곤장을 삼십대씩 치라고 명함. 그리고는 귀비는 황자를 양육하는 것도 버거워보이니 화정공주는 다른 비빈에게 맡겨 키우는게 좋겠다고 함. 강징은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에 놀라서 공주가 아직 어려 어미인 제가 없으면 잠도 잘 못자고 내내 울기만 한다고 자신이 보살피게 해달라고 빌다시피 함.




공주가 소란스러움에 잠에서 깨자 황후가 공주를 안아들고는 오늘 일로 아린이 많이 놀랐겠다고 공주가 좋아할만한 인형을 안겨주고 머리를 쓰다듬음. 그리고는 앞으로 모후와 함께 경인궁에 가서 사는게 어떻냐고 묻는데 공주가 인형에 정신이 팔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니 경인궁에는 아린이 좋아하는 강아지도 있고 토끼도 있다고 꾀여냄. 모친을 닮아서 작은 동물을 무척 좋아하는 공주가 강아지랑 토끼라는 말에 눈을 반짝이며 좋다고 하겠지. 태후가 그 모습을 보고는 공주는 생모인 자네보다 적모인 황후를 더 좋아하는것 같으니 앞으로는 공주의 양육을 황후에게 맡기라고 함. 강징이 그게 무슨 말씀이시냐고 공주는 제 자식인데 어찌 다른 사람에게 맡기라고 하시냐며 매달렸지만 황후가 키우는게 공주의 장래를 위해서라도 좋을거라고 단호하게 뿌리침. 황후의 상궁이 안으로 들어와서 공주를 안고 나가려고 하자 강징이 폐하께서 직접 명령하신게 아니니 공주를 데리고 갈수 없다고 침전의 문앞을 막아섬. 태후가 태감들에게 귀비가 추태를 부리니 진정을 시키라고 명을 하자 태감 서넛이 강징의 팔을 붙잡고 질질 끌어내다시피 함.





강징은 눈앞에서 자식을 빼앗기고 울다가 태감들을 힘껏 뿌리치고 문 밖으로 나가려는 황후의 치맛자락을 붙잡고 매달림. 앞으로 마마께서 시키는 일은 무엇이든 할테니 공주를 제게 돌려주세요 저는 공주가 없으면 살수가 없습니다하고 애원함. 황후가 못마땅한 얼굴로 누가 보면 본궁이 공주를 잡아먹기라도 하는줄 알겠다고 왜 이리 야단이냐고 짜증을 냄. 귀비가 죽던지 말던지 본궁이 알바가 아니지만 황자까지 뺏기고 싶지 않거든 성심을 다 해서 잘 보살피라고 하고는 나가버림. 강징이 절망감을 이기지 못하고 차가운 바닥에 엎드려 울자 상궁이 들어와서 폐하께 가서 아뢰겠다고 했지만 강징은 태후의 명령이 내려진 이상 황제도 어쩔수가 없다는 것을 알아서 고개를 저었음. 내가 힘이 없어서 자식과 생이별을 하는구나 그 말 한마디만 하고 울화가 치밀어 주먹을 쥐고 가슴을 퍽퍽 쳐댔음. 황궁에 들어와 지금까지 줄곧 황제의 넘치는 총애를 받으며 지내왔기에 힘을 가져야겠단 생각을 한번도 해본적이 없었지만 공주의 양육권을 빼앗기고 나니 태후와 황후를 대적할 힘을 가져야겠단 생각이 들었음. 강징은 눈물을 흘리며 사가에 계신 부친에게 서신을 써야겠으니 지필묵을 가지고 오라고 이름.





황후는 궁이 떠나가라 우는 공주를 보고 귀찮은듯이 고개를 저었음. 공주의 밥투정과 잠투정이 어찌나 심한지 짜증이 날 정도였지. 그래도 제 궁에 데려온 이상 아무렇게나 대할수는 없어서 공주를 안아서 달래는데 훌쩍이면서 가슴을 세게 움켜쥐길래 악 소리를 지르며 공주의 등을 세게 때림. 어디 배운바가 없어서 본궁의 가슴을 함부로 만지냐고 호되게 혼을 내니 공주가 겁에 질려서 더 크게 울기 시작함. 유모가 그 모습을 보고 안절부절 못하다가 황후의 눈치를 보며 공주를 안아들고 달래는데 공주가 좀처럼 울음을 그치지 않겠지. 공주가 반시진 가까이 우는 것을 보고 참다 못한 황후가 짜증을 냄. 우는 소리가 시끄러워 죽겠으니 입을 틀어막으라고 했다가 아직 어리셔서 그렇다는 유모의 말에 천한 제 어미를 닮아 배운바가 없으니 성질이 까탈스러운거 아니냐고 공주의 앞에서 귀비를 모욕하는 발언을 함. 그리고는 자신은 시끄러우면 잠을 못자니 공주를 멀리 떨어진 골방에서 약을 먹여 재우라고 함. 유모가 만약에 폐하께서 아시면 경을 친다고 저어하니까 양심전에 계시는 폐하께서 어찌 아시냐고 자기 명을 따르지 않으면 곤장을 치겠다고 유모와 공주를 밖으로 내쫓음. 그리고는 황제가 준 강아지를 품에 안고 어르는데 공주를 대할때와는 전혀 다르게 애틋한 손길로 만지고 어여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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