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607644424
view 1711
2024.10.10 14:13
노잼주의 캐붕주의 몰라그냥다주의



1-7 https://hygall.com/595911908
8 https://hygall.com/595911930
9 https://hygall.com/595960618
10 https://hygall.com/596030039
11 https://hygall.com/596420274
12 https://hygall.com/596475348
13 https://hygall.com/596806439
14 https://hygall.com/597545491
15 https://hygall.com/598283263
16 https://hygall.com/598559700
17 https://hygall.com/598875408
18 https://hygall.com/599356565
19 https://hygall.com/599439973
20 https://hygall.com/599599268
21 https://hygall.com/599645497
22 https://hygall.com/602682807
23 https://hygall.com/603791890
24 https://hygall.com/604523154
25 https://hygall.com/607441602





양 쪽을 뜨겁게 데워주는 건강하고 단단한 육체사이에 끼여서 이연화는 오랫만에 정신이 편안한 상태로 잠에 들었다.
하루꼬박 누워있어서 그런지 몸 상태는 나아졌지만 적비성에 혹사당한 근육과 하루종일 누워있느라 굳은 관절이 뻐근했다.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치워지는 손길이 느껴졌다.
누워있는 이연화 양 옆에서 소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 당분간 넌 이연화한테 손댈 생각하지마. 짐승도 너처럼은 안해. ”
“ 너도 손대지마라. ”
“ 나는 왜! 난 괜찮아. ”
이연화가 손을 올려 양 귀를 막았다.
“ 둘 다 손대지마. ”
“ 나는! 나는 왜! ”
목소리에서부터 억울함이 가득했다.

“ 좀 떨어져봐. 이제 일어나야겠어. 관절이 다 쑤시네. ”
적비성이 얼른 몸을 일으킨 후 이연화의 등 밑에 손을 넣고 몸을 일으켜줬다.
이연화가 앉아서 기지개를 폈다.
” 나도 이제 늙었어. 벌써 40이 넘었다고. 애 낳느라 뼈마디도 시원찮고. 지금처럼 덤비면 내 뼈가 삭을꺼야. 둘 다 좀.... 적당히 해. ”

방다병이 이연화의 옆에 바짝 붙어 매무새를 정돈해줬다. 아침부터 과하게 반짝거리는 눈에 이연화는 어쩐지 조금 쑥쓰러웠다.
“ 아비 물 좀 받아줘. 씻고 싶어. 절대 따라오지마. 방다병 석근죽 좀 끓여봐. 오랫만에 먹고 싶네. ”

뜨거운 물에 근육을 풀고 나니 그래도 적당히 살 것 같았다. 밀부는 아직도 부워있었고 온 몸에 멍과 울혈은 색이 조금 변해있었다.
방다병이 만든 죽까지 배부르게 먹고나니 새삼 행복했다.
셋이 함께여야 완전한 기분이 들었다. 이제 더이상 잠시도 헤어져있고싶지 않았다.

이연화가 서랍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가지고 왔다.
“ 가서 화로 좀 가지고 와. ”
방다병이 이연화의 손을 잡았다. 아직 10월인데 손이 차가웠다.
“ 벌써 추워? 어떡하지? ”
걱정이 가득한 눈을 보자 가슴이 간질거렸다.
“ 안추워. 추워서 그런거 아니야. 얼른 가져와. ”
적비성이 도톰한 망토를 가져와 이연화의 어깨에 올려줬다. 이연화가 웃었다.
“ 추워서 그런거 아니라고. ”
적비성이 이연화의 손을 잡았다.
“ 벌써부터 손이 차갑군. ”
“ 괜찮아. 니가 잡아주면 되잖아. ”
적비성이 입꼬리를 올리며 깍지를 껴왔다.

잠시 후 방다병이 붉은 숯이 가득한 화로를 들고 왔다.
이연화가 깍지낀 적비성의 손을 풀고 그의 손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훑어봤다.
“ 음... 어디가 좋으려나. ”
적비성과 방다병이 조금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이연화를 바라봤다.

이연화가 상자에서 한뼘 정도되는 막대기를 꺼냈다. 막대기 끝에는 엄지손톱 두개 정도 크기의 철에 연꽃이 양각으로 조각되어 있었다.
두 사람이 도성으로 돌아간 후 저자 구경을 하다 우연히 발견한 대장간에 의뢰해 만든 도장이였다.

이연화가 화롯불에 도장을 올려놨다.
“ 음 여기가 좋겠네. ”
적비성의 손목 안쪽을 엄지손가락으로 쓰다듬어 맥이 강하게 뛰는 곳을 찾았다.
달군 도장을 들어올렸다. 불에 달궈진 연꽃이 붉게 변해있었다.
” 내가 뭐 할지 걱정 안돼? “
“ 안된다. 니가 나를 찌른다고 해도 상관없다. ”
이연화가 쿡쿡 웃더니 달군 도장을 적비성의 손목에 꾹 눌렀다.
살이 익는 냄새와 연기가 났다. 적비성의 미간이 구겨졌으나 조금의 움직임도 없었다.
도장을 떼자 벌겋게 익어 부풀어 오른 자국이 보였다.

방다병이 기대에 찬 얼굴로 의자를 끌며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도장을 다시 화로에 올렸다.
역시나 방다병의 손목을 잡고 맥이 강하게 뛰는 곳을 찾았다.
살이 타는 냄새가 방안에 퍼졌다.
이연화가 두 사람의 손목에 약을 뿌리고는 깨끗한 천으로 감으며 말했다.

“ 내가 주는... 혼인 예물이야. 이 상처가 남아있는 한 내가 너희를 버릴 일은 없어. ”
두 사람이 놀란 얼굴로 바라보자 이연화는 조금 민망해져 콧등을 긁적거렸다.
“ 너희는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이미 함께 살고 있고 아이까지 낳았으니, 난 혼인관계라고 생각해왔어. 그래도 한번쯤은 확실하게 말해두고 싶었어. ”
“ 이연화... 너.. ”
방다병의 눈가가 붉어졌다. 당장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것 처럼 눈동자가 투명하게 부풀어 올랐다.
이연화가 방다병의 눈가를 매만졌다. 엄지손가락을 타고 흐르는 눈물이 따뜻했다.
“ 한평생 나한테 붙들릴 거 생각하니까 슬퍼? ”
방다병이 자신의 얼굴을 감싼 이연화의 손바닥에 입을 맞췄다.
손바닥과 입술 사이로 연신 눈물이 타고 내렸다.

한쪽 손을 적비성이 잡았다. 이연화가 적비성을 돌아보았다.
“ 앞으로 이 부군을 잘 모셔야해 적맹주. 소박 맞고 금원맹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으면. ”
이연화의 말에 적비성이 웃었다.
“ 너도야. 방다병. 이 부군은 까다롭기 그지없으니 세심하게 시중 들라고. ”
방다병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럼....그럼... 우리 오늘 첫날밤...이야? ”
이연화가 방다병의 뺨을 밀었다.
“ 넌 내 꼴이 이 지경인데, 첫날밤 소리가 나와? 그리고 이미 닳고 달았으면서 어디서 새신부 흉내를 내? ”
방다병의 입을 삐쭉거렸다.

적비성이 금원맹으로 돌아가는 날이 왔다.
도성에 온 이연화에 놀라 갑작스럽게 온거라 다시 돌아가야했다. 해야 할 일도 있고.

적비성이 이연화의 손을 만지작거리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곧 다시 만날꺼지만 떨어져있는 잠시의 시간도 아쉬웠다.
“ 내 예물을 받았으니, 다시 올 땐 혼수를 단단히 챙겨오라고. ”
이연화가 아이를 적비성에 건냈다.
“ 딸이랑도 인사도 좀 하고. ”
화안을 품에 안고 이마와 뺨에 입을 맞췄다.
“ 네 아버지를 잘 지켜줘야 한다. 안안. ”

적비성이 돌아가자 이연화를 독점할 수 있는 기회에 방다병이 티나게 기뻐했다.
거의 두달 만에 만나는거였고, 이런저런 일로 인해 방다병은 애가 타 죽는 줄 알았다.
화안을 한 팔로 안고 이연화의 손을 잡고 대문을 들어섰다.
“ 너도 가야하지 않아? 이렇게 있어도 괜찮아? ”
“ 잠시 가긴 가야해. 이번 황궁 일도 좀 처리를 해야하고.
하지만 앞으로 절대 우리 둘 다 니 옆을 비울 일은 없어. 아비가 오면 갈꺼야. ”
“ 폐하는.... ”
“ 어제 붕어하셨어. ”
이연화가 발걸음을 멈췄다.
“ 뭐? ”
“ 어젯밤 늦게 전서구를 받았어. 아마 한달 내로 새 황제가 황위에 오르겠지. 다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야. 그러니 신경쓰지마. ”
방다병이 이연화의 손을 힘주어 잡았다.
“ 나 달래줘야 해. 이번 일로 나 너무 속상했어. 니가 날 의지하지 않는 것 같아서. 니가 제일 힘들 것 같아서 티 내지 않으려고 했지만 나 정말 힘들었어. ”
“ 미안해. 진심이야. 너희를 생각한다는게 경시가 될 지 몰랐어. ”
“ 말로 쉽게 때우려고 하지마. 나 진짜 속상했다고. ”
’ 하지만, 몸으로 떼울 수 없어. 소보. 나도 살아야하지 않겠니. 복상사로 죽고 싶진 않아. ‘
이연화가 시선을 돌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적비성이 돌아왔다는 소리를 듣고 무안이 대당으로 들어섰다.
“ 존상, 돌아오셨습니까. ”
무안이 인사를 올리고 고개를 들었다.
“ 존상. 머리가..”
적비성이 내림 머리 없이 하나로 틀어 올린 머리를 하고 있었다.
“ 이제 혼인을 했으니, 머리를 올려야 하지 않겠나. ”
“ 네?? “
존상의 혼인 소식이 금원맹 내부로 퍼져나갔다.
약마는 처소에서 그 소식을 듣고 혀를 찼다.
삶이 고달프게 느껴졌다.
손톱 밑 가시였던 이연화가 이제는 제 몸을 옭아매는 넝쿨이 되었다. 앞으로 또 무슨일로 자신을 괴롭힐지 두려워졌다.

적비성은 머리를 풀고 잘 준비를 하다 웃음을 터트렸다.
이연화에게 예물을 받은 날 이연화가 콧등을 긁으며 입을 열었다. 그 모습을 보고 방다병과 적비성은 긴장했다.

“ 내가 생각해도 조금 뻔뻔한 느낌이 들긴하는데, 너희 둘다 혼례 예물도 받았으니, 머리를.. 머리를 올리지 않을래? ”
또 어떤 해괴한 소리를 할지 긴장했던 적비성은 크게 웃었다. 이런 부탁이라면 백번 천번도 들어줄 수 있었다.

“ 그래야, 괜한 벌과 나비가 안꼬이지. 앞으로 그런 종류의 소문이 내 귀에 들리면 그냥 넘어가진 않을꺼야. 특히 너 방다병. ”
이연화의 말에 방다병이 억울한 얼굴을 했다.
“ 내가 뭐! 난 절대 여지도, 눈길도 줘 본 적이 없어. 상대가 혼자 착각하는걸 어떡하라고. ”
“ 착각하게 만드는 것도 니 잘못이야. 똑바로 처신해. 그리고.. ”
이연화가 콧등을 긁었다. 적비성이 눈을 가늘게 떴다.
“ 난 머리를 올리진 않을꺼야. 내가 올려봤는데 안어울려. 난 이 머리가 훨씬 낫더라. ”
방다병이 기가 찬 얼굴을 했다.
“ 이연화 너 말야. 뻔뻔해도 정도껏 해야하지 않을까? ”
“ 그래서 뭐! 맘에 안들면 무르던가. ”
“ 이미 예물을 받았으니까... 무를 순 없지. ”
적비성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이연화의 긴머리를 쓰다듬었다.





연화루 이연화 비성연화 다병연화



읽어준 붕붕이들 고맙다!!!
이제 이것도 다 끝나간다. 끝이 보이니 후련하네 ㅎㅎ
오늘도 즐거운 하루들 보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