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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5 11:04
지역단위모름 의술모름 아무것도모름





적비성이 다시 돌아왔을 쯤에는 이연화는 잠이 들어있었다. 이연화의 손을 잡은 채 방다병이 침상 앞을 지키고 있었다.
질투심에 눈이 돌아버린 적비성이 방다병에게 다가가려다 멈칫했다.
자신은 어떤 명목으로 방다병을 제지 할 수 있을까.

10여년 전 이상이가 금원맹에서 도망치고 난 후 적비성은 사고문으로 사람을 보냈었다.
이상이는 자신과 혼인을 했으니, 죽더라고 자신의 옆에서 죽어야했다. 절대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이상이의 행방을 알 수 없었다. 사고문에도, 장강성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금원맹과 사고문 주변에서도 행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적비성은 이상이가 자신에게서 도망쳤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가 죽었다고 공표했다. 죽었다면 시체라도 찾아내 자신의 옆에 묶어 둘 생각이였다.

얼마간 시간이 흐르고 냉정해진 머리로 금원맹과 이상이에게 있었던 일들을 생각했다.
의심의 싹을 틔웠던 선고도와의 서신엔 별 내용이 없었다.
이상이를 찾아왔던 교완만은 사고문 소자금과 혼인을 앞두고 그 소식을 전하러 왔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 정말 제가 폭탄을 터트리지 않았어요! 믿어주세요!
믿어달라던 이상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결국, 아무것도 밝혀진 것이 없었다.
자신을 믿지 않는 적비성에게서, 금원맹에게서 도망치려는 이상이를 막아선 것도 금원맹이고, 그를 다치게 한 것도 금원맹이였다.
본인에게 어떠한 명분이 있기는 한지, 기억이 돌아오면 싸늘하게 변할 그 눈을 생각하자 심장을 움켜쥔듯 고통스러웠다.
적비성은 내실로 들어가지 못하고 방 밖 벽에 몸을 기댔다.

반시진 정도 지나고 이연하가 눈을 떴다.
자신의 손을 양손으로 잡고 뺨에 대고 있는 방다병을 보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마주 웃는 얼굴이 귀여워 눈가를 쓰다듬어줬다.
그 모습을 방문 앞 열린 틈으로 적비성이 바라봤다.

“ 이제 일어나야겠어. 뤄 주인을 만나러 가자. 아- 아비는 왜 안보여? ”
“ 몰라. 말도 없이 가.. ”
“ 밖에 있다. ”
적비성이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방다병이 이연화 모르게 입을 삐죽거렸다.

“ 뤄 주인은 어디있어? ”
“ 창고에 가둬두었다. 지금 갈텐가. ”
“ 응. 물어볼 말이 산더미네 ”
세 사람은 창고에 가둔 뤄 주인에게 갔다.
창고 문을 열고 들어가자 뤄 주인은 몸을 돌려 그들을 외면했다.

“ 그래도 목숨을 구해드렸는데 너무 차가우신거 아닙니까? ”
이연화가 웃으며 말했다.
“ 하지만 놓아주실 생각은 아니잖습니까? ”
“ 그거야 주인장 하기 나름이지요. ”
뤄 주인이 몸을 돌렸다. 단 하룻밤 사이에 얼굴이 헬쓱해져 있었다.

“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하셨지요? 원하시는 곳으로 갈때까지 보호해드겠다고 하면 어떻겠습니까? ”
살집에 가려졌던 눈이 크게 뜨였다.
“ 정말, 정말이십니까? ”
“ 네 약조하지요. 다만, 도착하는 순간부터는 알아서 살아가셔야 합니다. ”
“ 예예,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전 바라는게 없습니다. 그럼 전 뭘 내드리면 되겠습니까? ”

이연화가 의자를 끌어다가 뤄 주인 앞에 앉았다. 뤄 주인은 잠시 이연화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사람 좋아보이는 얼굴과 은은한 웃음, 무해한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지난 밤, 그의 실력을 보았다. 이연화는 생각만큼 쉬운 사람은 아니였다.
“ 어룡우마방은 대체 정체가 뭐예요? ”
“ 어룡우마방은 만성도에서 갈라져 나온 문파입니다. 만성도는 남윤의 주술사 풍아로가 만들었고요. 풍아로는 남윤을 재건하기 위해 만성도를 세웠으나 백년 전 어느날 갑자기 사라졌죠. 풍아로가 사라지고 나서 만성도는 오랫동안 갈피를 못잡고 흔들렸습니다. 그러다가 갈라져 나온게 어룡우마방이고요. ”
뤄 주인이 계속 말을 이었다.

“ 갈라져 나온만큼 사이가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 뿌리이니 적대적이진 않았어요.
만성도가 남윤 재건에 있어서 강경파라면 어룡우마방은 적당히 남윤인의 세를 불리고 대희국의 주요직을 차지하면서 대희국에 정착해 평안하게 살아가는 것을 목표로 했고요. ”

“ 방주는 어떤 사람인가요? ”
뤄 주인이 힐끔 이연화의 뒤에 병풍처럼 서있는 두 사람을 바라봤다.
“ 당대 방주가 누군지는 저도 정확하게는 모릅니다. 다만, 방주는 중원의 남자에게 반해 그 남자에게 갔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고, 지금 어룡우마방에 있는 방주는 그냥 꼭두각시라는걸 알만한 사람은 다 알죠. ”

“ 벽차지독이 남윤의 독이라는데 맞나요? ”
“ 맞습니다. 벽차지독은 풍아로가 만든 독으로, 만성도가 제조법을 가지고 있죠. ”
“ 해독약은요? 해독약도 있겠죠? ”
방다병이 앞으로 나서며 다급하게 물었다.

“ 벽차지독은 원래.. 맹독이 아니였어요.
옛 남윤에서는 부부간이나 연인간의 금슬을 자랑하는 용도로 벽차지독을 사용했다고 해요. 벽차지독을 함께 나눠마시고 중독된 다음 색사를 하면 상대방의 씨물과 애액이 서로에게 해독약이 되는,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진 약이였어요. 해독을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색사를 할 수 밖에 없는. ”
이연화가 인상을 찌푸렸다.

“ 하지만 세상사가 그렇듯 점점 변질되어갔죠. 평생의 사랑을 약속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독은 점점 상대를 능욕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바람이 섞여 한 사람에게만 독이고, 다른 한 사람에게는 독이 아닐 수 있게 변했다고 해요.
그러면서 조금씩 변해 지금의 맹독이 된거고요. ”

“ 그래서! 해독약은 있다는거예요? ”
“ 그건 저도 모르겠어요. 그 약은 만성도에서 만든거니, 봉경에게 확인해보셔야 할 것입니다. ”

“ 제 사부님은 정말 남윤인인가요? ”
“ 사부님의 요리책이 있다고 하셨죠? 보여주실 수 있나요? ”
이연화가 품에서 요리책을 꺼내 건냈다.
뤄 주인이 요리책을 한장한장 넘겨보았다.
“ 저도 아버지에게 전해들은 것들만 몇 알고 있는데 이 요리책의 반절 정도는 남윤 요리가 맞아요. ”

“ 이 요리책을 단서로, 제 사부가 누구인지 알 수 있을까요? ”
뤄 주인이 고개를 저었다.
“ 남윤 황실과 관계가 있는 사람 같으나 황실과 관련된 일들은 아마도 만성도의 봉경이나 방주 정도 되는 사람이나 알 것 같네요. ”

적비성과 방다병은 이연화가 찾는 사부가 칠목산임을 알았지만 말하지 않았다.
이연화가 이상이 임을 본인에게도 알려줄 수 없었고 적비성은 방다병이, 방다병은 적비성이 이연화가 이상이임을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

방다병은 두 사람 사이의 일들을 알 수 없었다. 적비성은 이상이의 부군이지만 자신은 아무런 관계도 아니였다.
적비성은 이연화가 기억을 찾으면 자신을 용서하지 않을 것을 알았다.
그래서 두 사람은, 이연화가 제 사부를 간절히 찾고 있음을 알아도 말해주지 않았다.



기한불이 운피구를 불렀다.
“ 운 원주, 몇 달 전 수강촌에서 일어났던 형질인 사건 기억하지? 그와 동일한 사건이 함주 풍기촌에서 벌어졌다네. ”
“ 범인들은 잡았답니까? ”
“ 일단 납치되어가던 형질인들은 구조했으니 수사는 이제 시작될 듯 하네. 이번 사건도 방다병이 해결했다지. 아무래도 배후가 양주에 있는 듯 하네. 방다병 혼자로는 버거울 것이야. 운 원주가 양주로 가서 도와줌이 어떻겠나? ”



선고도는 벌거벗은 채 침상에 누워있다 주먹으로 침상을 내려쳤다.
선고도의 양물이 다리 사이에 힘없이 늘어져있었다. 다시 또 발기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는 이제 부족했다.
이연화를 잡으러 보낸 이들에게선 소식이 없었다. 더 기다릴수 없었다.
선고도가 몸을 일으켰다. 시뻘겋게 충혈된 눈이 형형하게 빛났다.
직접 양주로 이연화를 잡으러 갈 생각이였다.



각려초가 손톱을 물어뜯었다. 혈파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리고 적비성을 찾으라 보낸 이들에게서도 이렇다 할 실마리가 없었다.
“ 부인 - ”
“ 들어오라. ”
“ 함주에서 온 소식입니다. ”
서신을 읽던 각려초의 미간이 거칠게 구겨졌다.
“ 함주도 와해되었다? 형탐패를 꺼내든 이에게? 대도를 든 사내와 유약해보이는 사내, 세 명이서 함주 지부를 무너트렸다고? 설마.. !?”
각려초가 벌떡 일어났다. 주변을 서성거리다 서신을 마저 읽었다.
“ 그들이 양주로 간다는 말을 했다고? 안되겠다. 양주로 가야겠어. ”



적비성과 이연화가 창고에서 나오며 이야기를 나눴다.
“ 뤄 주인 호위를.. ”
“ 내가 처리하마. ”
“ 고마워. 만성도랑 어룡우마방에서 공격해올지도 모르니 조심해야 해. ”
“ 걱정하지마라. 정예로 보낼테니. ”
“ 그래 수고 좀 해줘. 엇! ”
이연화가 자갈을 밝고 휘청했다.
두 사람의 뒤에 서있던 방다병이 손을 뻗었으나 옆에 있던 적비성이 더 빨랐다.
이연화의 허리에 손을 감고 그를 부축했다.
적비성의 움직임이 자연스러웠다. 허리에 둘러진 적비성의 팔을 잡은 이연화의 행동도 자연스러웠다.
방다병이 두 사람의 뒤에서 침울한 얼굴을 했다. 10년 전 금원맹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자신은 모르는 부부로 살아온 두 사람만의 시간이 존재했다.
적비성에 비하면 자신은 이뤄놓은 것도, 가진 것도 없는 애송이에 불과했다.



심 노인에게 작별을 고하자 심 노인이 아쉬워했지만 잡지는 않았다. 딸에게 언질을 받은 것 같았다.
심부의 배웅을 받으며 풍기촌을 떠나 양주로 향했다.

이연화는 연화루를 몰며 두 사람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리고 인정할 건 인정하기 시작했다.
방다병의 마음을 받아들인거나 다름 없었다. 이연화도 방다병이 좋았다. 그런 반짝거리는 눈으로 뒤를 쫒는데 거부할 사람이 있을까 싶었다. 물론 걸리는 것들이 잔뜩 있었지만 마음은 방다병에게 향해있었다.

그리고 적비성.
적비성과 자신이 옛날 만난 적이 있었다는 건 눈치챘다. 정확히 무슨 관계였는지는 명확하게 알지 못했지만.
이연화는 적비성에게도 끌렸다. 그게 언제부터인지, 독혈문의 지붕에서 처음 눈이 마주쳤을 때부터인지, 아니면 더 오래 전 기억나지 않는 과거부터인지 알 수 없었다.

“ 나 이렇게 헤픈 사람인가... ”
죽음을 코앞에 두고 욕심이 많아진 것 같았다.
둘 다 갖고 싶다고 하면 방다병은 울고 적비성은 화낼 것 같았다.
흐음-
마음의 고민은 마음의 고민이고, 몸의 고민도 깊어졌다. 하루에도 몇번씩 음욕이 올랐다.





연화루 이연화 다병연화 비성연화
휴 이게 뭐라고 벌써 30회가 넘어가네;;;;
떡치떡치로 중무장 하고 돌아오고 싶었는데 오늘도 떡을 못쳐...
음욕에 시달리는 건 우리 붕붕이들일텐데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