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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4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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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시 포스트먼!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이러다 제가 태어난 날 제 울음소리까지 무례했었다고 하시겠어요, 어머니.”
 

그러니까 내가 나의 친근한 하녀 베시와 어릴 적부터 붙어 자랐고, 그래서 내가 글자를 배울 때면 그날로 꼭 베시에게도 가르쳐주었고, 내가 좋아하는 책은 베시도 함께 읽었고, 그 중 베시는 역사 속 위인들이 연인 혹은 아내와 주고받던 연애편지 모음집이나 그리스 신화 속 비극적인 사랑이야기에 푹 빠졌다.(베시는 정말 그 많은 신들과 영웅, 예언가들의 이름을 모조리 외웠다.) 그러다 우리 둘은 상상 속 연인을 그려보며 소설을 지어내듯 가짜 편지를 써보기도 했다. 베시는 첫눈에 반하는 사랑을 믿었기 때문에 술술 써내려갔다면, 알지도 못 하는 사내와 언젠가 결혼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사랑이 성가시고 무겁게만 느껴진 나는 썩 그러질 못 했다. 그리고 그건 실제로도 마찬가지여서 나는 도통 누군가의 구애의 편지에 제대로 된 답장을 해주는 법이 없었다.
 

“어쩜 답장 한 번을 안 할 수 있어? 너의 이런 무관심한 처사에 그쪽에서 흥미를 잃고 물러진 결혼 상대만 해도 벌써 몇 명이니?”
 

“숫자를 3까지 세기 어려우셔서 물어보시는 거죠?”
 

이 때 곁에 있던 아버지가 입은 웃음을 못 참은 채로, 눈짓은 내게 짐짓 꾸짓는 척 하시는 바람에 어머니의 화만 더 돋궜다.
 

“이러다 스물이 넘어버리면? 세상에, 생각해보렴. 너무 늦어! 모든 게 너무 늦어!”
 

이번 꾸중은 평소와는 달랐고 결국 책이 가득한 서재의 문을 잠궈버리셨다. 아버지가 “내 사랑, 그럼 나는 어디서 업무를 보면 좋겠소? 식당에서?” 라고 항의하셨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으셨다.
 

“온갖 잡다한 책들이 네 머리를 어지럽히니 이 꼴이 난 거야. 편지를 주고받는다는 걸 확인하고 나면 열어주마.”
 

어머니는 휑 하니 돌아서서 온실을 돌보러 나가버리셨고 아버지와 나는 서로를 보며 한숨을 쉬다가 결국 아버지마저 이야기라도 지어낸다고 생각해보면 어떠냐고 하셨다. 외동은 이래서 힘든 거지. 부모님은 결국 한쌍의 부부라서 결정적일 때는 내 편이 되어 주질 않고 자기들끼리 팀이다.

그러다 ‘이야기로 지어내면 어떻냐’는 아버지의 말씀에 베시를 떠올린 거다.







 

“이러다 들키면 저 정말 죽어요, 아가씨!”
 

“설마 대필 좀 했기로서니 목을 매달길 할까.”
 

한편으로는 베시도 ‘진짜 실체가 있는 상대’에게 연애편지를 쓴다는 것에 내심 설레기도 했다. 말을 저렇게 해도 입꼬리가 자꾸 올라가는 걸 어쩌질 못했다. 그렇게 세 번 정도 편지를 주고받고 나서야 (베시는 신사분의 공손함이 결코 비굴하지 않으면서도 품위 있고, 레이디에 대한 예를 충분히 갖추고 계신 분 갔다며, 글씨체도 정말 멋있으시다고 답장을 읽어주고 읽어주고 또 읽어줬다.)
 

“언젠가 청혼을 받으실 텐데 어떻게 받고 싶으세요? 하, 누군가 아가씨가 청혼을 받는 순간을 포착해 영원히 간직하게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나는 마굿간에서 말똥에 둘러싸여 받으면 딱이겠다고 대답해주려다 한껏 발그레 해진 베시의 표정을 망치기가 조금 미안해져 그저 마음껏 상상하게 내버려두었다.
 

그렇게 세 번의 주고받음 끝에 서재 문은 다시 열리게 되었고, 세 번의 주고받음 끝에 만나고 싶다는 글을 읽을 수 있었다. ‘공손하나 결코 비굴하지 않은 품위와 레이디에 대한 예를 갖췄다’는 신사분이 우리 저택으로 오기로 하셨다가, 돌풍에 큰 가지가 부러져 유리창문을 뚫어버린 통에 결국 내쪽에서 그를 찾아가게 되었다. 아주 먼 길을. 아주아주 먼 길을. 내가 베시에게 여러 기본적인 예절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알려주고 서로의 옷을 바꿔 입고 서로의 머리를 손 봐주고도 시간이 남을 정도로 아주 먼 길을.
 

딱히 계획이 있어서가 아니라 어차피 거절 할 청혼, 베시에게 ‘진정한 신사’로부터 대우를 받는 경험을 주고 싶었다. 겨우 세 번 편지를 주고받은 정도로 청혼을 계획하는, 생각도 짧고 얼굴도 모르는 사내를 골려주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베시는 늘그렇듯 겁에 질린 동시에 설레어 했고, 나의 꾸준한 교육에 꽤나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무척 열정적인 학생의 태도로 내가 일러주는 레이디의 예법이니 뭐니를 단단히 새겨들었다. 눈만 겨우 보일 살랑거리는 베일은 불안에 떨 베시를 위해 미리 준비한 것이다. 나중에 정말 내가 내 역할을 하게 되더라도 괜찮도록 말이다. 얼굴에 흉측한 종기가 나는 바람에 숙녀로서 너무나 부끄러워 가렸다는 식으로 둘러대기로 했다.

 

“세상에, 다정하기도 하셔라. 직접 마중을 나와계신 것 같아요. 저기 윤기나고 빛나는 금발 좀 보세요! 조금 긴장하셨나봐요. 그래보여요. 저 분일 거에요. 그렇죠? 맙소사. 저 못 할 것 같아요, 아가씨. 잘생긴 사람 앞에서는 언제나 실수 만발인 걸 아시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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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늦었어, 베시. 저 사람 코 앞에서 옷이라도 갈아입을 거야? 그냥 마음껏 즐겨.”
 

마차는 멈췄고 저택의 시종이 문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미소와 함께 내밀어진 손에 베시는 망설이며 나를 돌아보다가 한껏 숨을 들이쉬고 겨우 그의 손을 잡고서 마차에서 내릴 수 있었다.
 

“잭 로우든이라고 합니다, 레이디. 먼 길 오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우린 불어오는 바람에 모자가 날아가기보다 베일이 뒤집어질 걸 걱정했지만 다행히 모자가 먼저 날아갔고 신사분은 가볍게 모자를 낚아채 신사답게 베시에게, 아니, 그가 허니 비라고 생각하는 레이디에게 건네주었다.








 

모든 게 정말 쉽고도 순조로웠다. 때마침 방문해있던 그의 사촌형의 예민한 기색이나 속을 알 수 없는 친절함이 때때로 현실을 일깨워 주변을 경계하게 만들긴 했지만. 어쨌든 베시는 행복해 했고, 베시가 행복해 하면 그도 뿌듯해 했다. 가끔 베시가 ‘허니 비 아가씨’를 놓치고 ‘하녀 베시’가 튀어나와 삐걱댔어도 그는 꽤 단순한 사람인지 개의치 않아했다. 역시나 그의 사촌형은 그런 순간마다 참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곤 했지만. 어쩌면 베시의 실수 말고 내게도 못지 않은 실수가 자주 있었을까.

 

죄송해요, 아가씨..
 

맙소사, 베시! 베시! 너무 또박또박 읽혀버린 베시의 입모양 하며! 남자의.. 남자의 너무나 상기된 표정과 감추질 못 하는 미소! 그러다 결국 벅찬 마음을 터뜨리듯 짓는 함박 웃음까지!
 

‘문자 그대로’ 베일에 쌓인 여자의 뭘 보고 청혼을..

베시는 청혼을 승낙해버렸다. 너무나 극에 열중했고 모든 건 너무나 아름다웠던 탓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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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시는 아가씨가 청혼을 승낙했는데, 기쁘지 않나요?”
 

“네? 아..좋죠! 너무 기쁘네요!”
 

“쯧, 아가씨 얼굴에 종기가 결혼 전에는 나아져야 할 텐데. 치장을 준비해야 하는 하녀로서 걱정이 많겠어요.”
 

“..하하..”
 

베시 포스트먼!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고함이 목끝에 차올랐다. 무겁게 처지기만 하는 입꼬리를 겨우 끌어올려 행복한 한쌍에게 박수를 쳐주었다.

..내 꼬여버린 모든 삶에게도 위로의 박수를..











돌아가는 마차 안, 베시는 자기가 죄송한 만큼이나 정말 최선을 다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부로 만들어주겠다며 벌써부터 열가지는 넘는 헤어 연출 방법에 대해 상세히도 늘어놓기 시작했다.
 

“흠흠..그래도 베일을 쓰고 있어서..정말 천만 다행이었어요. 그렇죠, 아가씨..?”
 

“..그으래..”














로우든너붕붕
매튜좋은너붕붕

+ 그럼 허니 얼굴은 어쩌냐 하면, 소박한 차림의 평범한 하녀에게 그닥 관심을 가지지 않을거란 생각을 했다고 칩시다. 기억에도 남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듯ㅇㅇ 겁나 허술한 설정~


 
2024.11.05 00:0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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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뒤는??뒷내용은????
[Code: 9620]
2024.11.05 00:2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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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의 시작에서 센세와 함께 기념촬영☆★☆
[Code: 399a]
2024.11.05 00:2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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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더
[Code: 5c81]
2024.11.05 00:3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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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 스멜이 너무 나네 센세 멀리서도 대작 냄새난다고 찾아오겠어 이거 어나더 없으면 안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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