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하고 사귀는 동안 한번도 크게 싸운 적 없었는데 하필 1주년 기념일에 대판 말다툼을 하게 된거지. 기념일 전부터 브랫이 무리하는 중위님한테 몸 관리도 해라 그렇게 커피만 마시면 안된다 잔소리를 했는데 그냥 흘려듣던 네잇이 결국 기념일 전날에 밤 새서 공부하고 데이트에 지각한게 원인이었음. 네잇도 본인이 잘못한거 알아서 계속 사과했는데 브랫은 중위님이 지각한 것보다는 컨디션 안챙기는게 너무 속상한거지. 예리하십니다 때처럼 날카롭게 쏘아붙이고 뒤돌아서서 걸어가는데 자신을 붙잡지도 않는 중위님한테 화나서 돌아볼거야. 그런데 중위님이 고개 푹 숙이고 눈가를 가리고 있는거지. 순간 사막에서 자신 때문에 중위님이 혼자 울었었다는 얘기를 들은게 떠오르고 순식간에 후회와 죄책감에 범벅이 돼서 조심스럽게 다가갈거야. 중위님이 고개를 들면 빨개진 눈시울이 보이겠지. 브랫은 떨리는 손으로 중위님이 흘린 눈물을 닦아주면서 잘못했다고 할거야. 브랫이 갑자기 사과하면서 빌면 중위님은 ?? 싶겠지. 사실 운게 아니라 그냥 속눈썹이 떨어져서 생리적으로 눈물이 난거였음... 무뢰배 중위님은 절대 말다툼 하면서 울지 않음. 머릿속으로는 반박할 말 생각 중이었는데 브랫이 사과하니까 기분이 풀린 중위님이 나도 잘못했다고 앞으로는 내 몸도 잘 챙기겠다고 할거야. 그 말에 되려 브랫이 제대로 눈물 터져서 울겠지. 그저 중위님이 걱정됐을 뿐인데 바보같이 1주년 기념일에 애인이나 울린 나쁜놈이라고 스스로 자책함.
그 뒤에 브랫이 한참 눈치보면서 잘해주니까 네잇도 기분 좋아져서 전보다 잘 먹기도 하고 커피도 줄이고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중위님도 눈치챌 듯. 눈가로 손이 올라가기만 해도 어쩔 줄 몰라하는 브랫 때문에 슬그머니 안주머니에 인공눈물 챙기고 다니겠지. 그러다 다시 생활습관 예전처럼 돌아가서 브랫이 꾹 눌러참다가 뭐라고 한마디 하면 급하게 주머니 뒤적일거야. 그런데 이것저것 주머니에 물건들 마구 쑤셔넣고 다녀서 작은 인공눈물이 안잡히니까 그냥 브랫이 안보는 사이에 눈 찔러버리고 눈물 흘리는데 성공한 중위님.. 브랫이 중위님 눈 빨개진거 보고 기겁해서 또 그때처럼 사과하면 속으로 만족하겠지. 브랫은 오랫동안 중위님이 우는 척 한다고는 생각도 못할 듯. 평소에 워낙 상남자 중위님이라 설마 의도적으로 약한 척 한다고는 상상도 못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