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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9 14:58
로봇을 구실삼아 모성에 대한 강요가 느껴져서 거부감 심하게 들었음. 로봇이라는 무성의 존재지만 정작 이름과 목소리는 너무나 여성이고, 로봇이 그렇게 프로그래밍되지 않았지만 해야한다, 할 수 있다고 하는 것도 마치 엄마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 여성에게 모성을 강요하는 것 같아 거부감이 들었음. 게다가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한 남성체 여우가 보육을 돕는 것도 너무 투명해서 기분 좆같아짐. 남성체 여우의 성격적 결함조차 엄마의 보육 탓임. 엄마가 사랑을 부족하게 줘서. 기승전 모성임. 내가 너무 편협하거나 예민하게 봤다고 생각하면 니 말이 맞음.
기러기 무리의 늙은 수컷 리더에 다시 리더 자리를 차지하는 건 또 젊은 수컷 빌임. 곱씹을수록 무성 로봇 방패로 남성한테 다 해주는 성녀 판타지임. 빌이 독립해서 떠나간 뒤에 로봇이 목적을 잃은 것도 그렇고. 게다가 자신을 싫어했던 숲의 모두를 구원하는 것도 너무나 전형적인 성녀 서사 같아서 더 기분 더러움. 거기에 더해 회수하러 온 로봇의 목소리나 태도 모두 인간이었다면 너무 전형적이었을 악녀 클리셰 아님? 악녀가 내보내는 로봇은 또 암묵적인 남성형임.
동물들 생각하면 더 투명해짐. 암컷 동물은 모두 엄마로서만 등장하지. 수컷은 각자 그 자체로 존재함. 대장(곰), 비버(우직하게 꿈을 좇아 큰 일을 해냄) 등.



만약 로봇이 아니라 인간이나 생명체간의 이야기였으면 구태의연하다 못해 더 역겨웠을텐데 한편으로는 무성 로봇 방패로 수컷의 해줘판타지를 전하는 거 같아서 더 유해한 느낌이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