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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6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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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빼고 다닌 다는 말이 이런 건가 싶었어. 메이저가 마크와의 기억을 찾고, 현실을 살아가기란 힘들었거든. 밤마다 꿈에 다정한 마크가 나와서 사랑을 속삭였어. 메이저는 더 이상 잠들지 못했어. 그가 너무 그리워서 말이야. 그럼에도 메이저는 일을 해야 했지. 카페 아르바이트는 메이저에게 쉬운 일이었어. 몸이 기억하고 있었거든.


“좋은 아침입니다.”
“안녕하세요. 따뜻한 카페라테에 락토프리로 변경하시고 시럽 한번 맞으시죠?”


메이저의 말에 손님은 네. 맞아요. 메이저. 하고 대답했어. 메이저는 매직을 들어 레시피를 적고 이름을 적어주었지. 그리고 커피를 내어주었어.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남자는 커피를 들고 걸음을 옮겼어. 메이저는 멍하니 나가는 남자를 보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어. 이름을 적었잖아…


Mark .Я.


메이저는 카운터를 나서 카페를 나갔지만 이미 남자는 사라진 뒤였음. 이름이 같을 수 있잖아. 그 손님은 매번 카페에 아침마다 오니, 메이저는 내일 확인해 보자는 생각을 하고 다시 카페로 들어가겠지.


“잠을 못 잔 거야? 너 정말 걱정된다.”


같이 일하는 아르바이트 사원은 메이저에게 말을 걸었어. 샌드위치를 먹으며 메이저를 보는데 메이저는 제 몫의 점심을 먹지 못하고 있었지. 밥생각이 없네… 하고 웃으며 일어나던 메이저는 결국 쓰러지고 말았어.



병원 응급실에서 눈을 뜬 메이저는 거친 호흡으로 눈을 떴어. 숨을 몰아쉬며 앉아있는 메이저의 곁으로 간호사가 다가왔어. 링거가 다 들어가면 퇴원해도 된다는 말을 하고 사라졌지. 메이저는 뚝뚝 떨어지는 링거액을 멍하니 보다가 다시 침대에 누웠어. 눈을 감기 두려웠어. 꿈은 너무나도 달콤해서, 깨고 싶지 않았어. 돌아갈 방법이 없는데… 마크를 보고 싶어도 볼 수 있는 방법이 없는데… 메이저의 눈에서 눈물이 차올라 결국은 떨어져 내리겠지.


~~~~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어. 마치 마크와 헤어진 짧은 2주처럼 메이저는 쉽게 잠들지 못했지. 언제나 같은 시간에 같은 메뉴를 시키는 고객을 기다렸어. 하지만 메이저가 인식하기도 전에 그는 카페를 나가버렸어. 이름을 적으면서도, 그 얼굴을 한번 바라보지 못했거든.


“마크.”


메이저가 컵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들었어. 카페 안으로 들어오는 여인을 반갑게 반기며 비쥬를 하는 남자를 말이야. 이름도 너무나 익숙했지. 줄리엣. 하고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어. 커피 나왔습니다. 메이저가 말을 하고 몸을 돌렸지.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메이저는 남자의 말에 고개만 까딱 였지. 남자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여자와 함께 카페를 나섰어. 그리고 다시 그가 카페 안으로 돌아왔을 땐, 메이저는 자리에 없었지.


“메이저요? 몸이 안 좋아 먼저 퇴근했어요.”
“연락처를 알 수 없나요?”
“죄송하지만,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그럼… 제 명함입니다. 꼭 전달 부탁드려요. 어… 밥.”


카운터 직원의 명찰을 읽으며 남자는 말했어. 남자는 인사를 하고는 몸을 돌려 카페를 나가겠지. 차 앞에 선 남자는 컵을 손가락으로 쓸었어.

Mark. Я.

적힌 이름에 R.은 반대로 그려져 있었어. 남자는… 그러니까 마크는 메이저… 하고 짧게 그의 이름을 불렀어.


~~~~


“마아크.”
“마크.”
“마크!”


메이저의 부름에 마크가 대답을 하지 못했어. 결국 메이저는 입술을 내밀며 마크를 보다가 펜을 들어 글씨를 써내려 갔지.

“Mark. Я.”

탁! 소리 나게 펜을 내려놓은 메이저에 마크가 그제야 메이저를 바라보았어. 흥! 하고 고개를 돌리는 메이저에 마크는 안경을 벗고 일어나 메이저에게 다가갔지. 미안해요. 메이저. 하고 메이저의 팔을 쓸며 눈썹을 늘어트렸어. 그 표정을 본 메이저는 내가 불렀잖아요! 하고 소리쳤지. 마크는 네. 메이저. 하고 대답을 하고 말이야. 메이저는 그런 마크에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웃었어.

“마크.”
“네.”

마크의 손을 꽉 잡고 메이저는 다시 웃음을 터트렸지.


~~~~


메이저는 출근하지 않았어.


~~~~


멍하니 앉아있는 메이저에 놀라 불을키며 밥이 들어왔어. 메이저는 밥을 바라보았지.


“너, 잠은 자는거야?”
“...아니…”
“무슨 일 있는 거야?”
“없어.. 그냥 잠을 못자서…”
“이거 받아.”


밥의 손에 들린 명함을 메이저는 가만히 바라보겠지.


“꼭 전해달라고 하더라.”
“...”


메이저는 멍하니 명함을 바라보겠지.


“매일 아침마다 널 찾았어. 아는 사람이야?”



~~~~



“메이저.”


숨을 토하듯 그가 메이저의 이름을 불렀어. 메이저의 눈앞의 남자는 메이저가 기억하는 모습과 똑같았어. 블랙 슈트에 브라운 톤의 코트 차림이라는 게 달랐지만.


“안녕하세요…”
“메이저. 묻고 싶은게 있어요.”


그가 주머니에서 종이컵을 꺼내 들어 보였어. 남자가 내민 컵을 메이저는 받아 들었지.


“R을 왜 반대로 쓰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불러도 대답이 없어서… 장난으로 시작한게 굳어졌어요.”


메이저가 고개를 들어 남자를 바라보았어.


“그래서 언제나 R을 반대로 적는게 습관이 되었어요.”
“다른 사람에게도… 그렇게…”
“아니요. 언제나 마…”


메이저가 바라보는 초록눈이 촉촉하게 젖어가고 있었어. 메이저는 숨을 토해내듯 그를 불렀지.


“마크?...”


그가 다가와 메이저를 품에 안았어.


“무서워요. 이것도 꿈인가요?”
“아니요. 꿈이 아니에요. 메이저.”
“돌아가고 싶어요. 마크에게… 많이 놀랐을 거예요.”
“... 돌아가고 싶나요 메이저?”


마크의 얼굴을 쓸며 메이저는 미소를 지었어.



~~~~



숨을 삼켜내며 메이저는 눈을 떴어. 익숙한 천장. 숨을 쉬는 걸 잊은 사람처럼 메이저는 거칠게 숨을 토해냈지. 그리고 침대에서 일어나 침실을 둘러보았어. 주변을 두리번 거리는 메이저는 열린 테라스 창에 걸음을 옮겼어. 테라스 난간에 기대어 지친 얼굴을 쓸어내리는 마크가 보였어. 메이저는, 걸음을 옮겼어. 그리고 달려 그의 품에 안겨. 놀란 마크가 메이저를 떨어뜨리려 했지만, 메이저는 더 마크의 품을 파고들었어.


“마크.”
“메이저.”
“무서운 꿈을 꿨어요.”


메이저가 고개를 들어 마크를 바라보았지. 마크는 메이저의 얼굴을 감싸고 바라보다가 메이저의 입술을 집어삼켰어. 메이저가 쓰러진지 벌써 3개월이 지난 시점이었어.



~~~~


마크는 메이저가 사라진 자리에 떨어진 컵을 들어 올렸어. 짧게 이름 위에 입을 맞추며. 그 역시도 바람처럼 사라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