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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7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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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다


기뻐서 한 모금, 화나서 한 모금, 슬퍼서 한 모금 방다병이 술잔을 비우는 이유는 매일 다를 듯

버릴까? 버리고 갈까?

연화루 앞 풀밭에 널브러진 방다병 옆에 쪼그려앉아 내려다보던 이연화 한참 고민하다가 안으로 끌어다 놓는 날도 있고
같이 마셔달라고 온갖 칭얼거림을 듣다가 한 잔 받아놓고 짠만 해주며 채소 손질이나 하는 날도 있고
초긍정 댕댕이 속상해서 눈물이라도 찔끔 흘리고 있을 땐 말없이 마주 앉아서 얘기 들어주기도 하는데

방다병 취기 올라서 볼 빨개지고 커다란 눈 다 못 뜰 정도 되면 이연화 이름 부르면서 이연화 옆으로 꼭 붙는 거 보고 싶다

처음엔 옆에 앉아서 팔뚝 잡으면서 어깨나 치대던게 점차 소매 안으로 손 넣어서 손목 안쪽 만지작거리기도 하고 고개 못 가누다가 이연화 어깨에 뺨 비비적댐

이연화 귀찮아서 밀어내는데 힘으로 안되고 피해보려 하는데 허리 낚아채서 도로 앉혀놓는 방다병 손길이 더 빠름 한번은 연화가 몸 확돌려서 빠져나왔는데 방다병 식탁 모서리에 이마 박아서 그대로 기절함 다음날 이마에 애기 주먹만 한 혹 생겨서 해장국 먹는 방다병 지난밤 누구한테 습격당했나 하루 종일 고민해서 이연화 두통에 시달릴 듯

어느덧 치대는 거 익숙해져서 옆에 방다병 달고서 요리책도 보고 불여우 간식도 챙겨주던 이연화 뒷목에 방다병 숨결 확 느껴져서 잠깐 멈칫함

귀찮네 한마디 하고는 방다병 손에 있던 술병 창밖으로 휙 던져버리는데 말리려던 방다병 균형 잃고 앞으로 쓰러지면서 이연화까지 뒤로 나자빠짐

그 정신에 이연화 바닥에 머리 부딪힐까 봐 손으로 받치느라 본인은 식탁 다리에 정강이 부딪쳤는데 신음 한마디 안 새어 나와 뭐 부러지는 소리 났잖아 이연화 놀라서 몸 일으키려는데 어깨 잡아 누르는 손길에 도로 제자리에 눕고 위에서 빤히 내려다보는 방다병이랑 눈 마주침

반만 뜬 눈은 여전히 취기에 정신없어 보여 다시 빠져나가려던 이연화 목덜미에 고개 푹 묻고 부비적대니 이연화 짧게 혀만 차고는 그냥 기절시켜야하나 고민함

눈만 도로록 굴리고 있던 이연화 갑자기 무릎 안쪽 잡아서 벌리며 자리 잡는 다부진 허리에 처음으로 정색하며 굳을 듯 그 모습을 본 방다병 입꼬리가 만족스레 말려올라가겠지 눈에 취기도 어느새 사라지고



연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