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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붕, 날조, 노잼ㅈㅇ 개연성 없음 ㅈㅇ 문제시 칼삭


적 맹주가 무슨 바람이 불어서 자꾸 날 찾아올까? 설마 아직도 결투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거야? 저번에도 말했다시피 이제 나는 웬만하면 칼을 잡고 싶지 않아서 말이야.”

 

비성이 문간에 들어오는 것을 보자마자 연화가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웃었다. 양손을 들어 손바닥을 내보이며 항복하는 듯한 몸짓을 보였으나, 상대방은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상관없다. 네 몸이 회복된 걸 알았으니 결투는 언제든지 할 수 있어.”

그러면 무슨 일로 왔어? 나를 설득하러 왔나? 강호로 나가자고? 그것도 저번에 얘기했잖아. 나는 아직

각주가 나에게는 너를 데리고 갈 명분이 없다더군. 그래서 너의 마음을 얻어보기로 했다.”

 

예상치 못한 말에 연화가 눈썹을 살짝 올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 마음을 얻는다고?”

그래, 각주 말로는 나는 네 정인도 아닐뿐더러 설령 정인이 된다고 해도 본인이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건 각주의 생각일 뿐, 너의 인정을 받으면 각주도 어찌할 방법이 없지 않겠어?”

적 맹주, 요즘 많이 심심한가? 내가 의부님께 부탁해 자네와 겨룰만한 고수를 찾아볼까?”

너와 겨루는 게 아니면 의미가 없다고 말한 것 같은데.”

정말 그 고집은 꺾을 수가 없군.”

 

고개를 내저으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내 자리에 털썩 앉은 연화가 이마를 짚고 생각에 잠겼다. 비성은 문가에 기대서서 연화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볼 뿐이었다.

 

‥‥난 가끔 적 맹주를 이해하지 못하겠어. 그리 중요하지도 않은 일에 고집을 피운단 말이지.”

그건 이연화 너도 마찬가지야.”

 

기다렸다는 듯 들려오는 무뚝뚝한 목소리에 연화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그래서 우리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인가? 그렇다면 적 맹주는 어떤 방법으로 내 마음을 얻을 생각이야?”

원하는 것을 해주면 되겠지.”

내가 무엇을 원하는 줄 알고 그런 말을 할까? 각려초는 적 맹주의 마음을 얻기 위해 강호 전체를 바치겠다고 했지. 적 맹주도 그 정도 각오는 되어 있는 거야?”

 

연화가 한 손으로 턱을 괸 채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다른 손으로는 찻잔을 쥔 채 그 모양을 감상하기라도 하는 듯 천천히 돌렸다.

 

천하를 가지는 건 지금 네 실력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적 맹주가 해준다면 굳이 내 힘을 들일 필요도 없잖아.”

천하를 원하나?”

아니, 전혀. 나는 천하를 가진다고 해도 아무 쓸모가 없는걸.”

 

진지한 물음에 연화가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농담이 통하지 않는 자라는 건 알았지만 또 이렇게 새삼 느끼네, 연화가 차를 홀짝이며 손을 내저었다.

 

예나 지금이나 나는 특별히 바라는 것이 없어. 그저 몸도 마음도 편히 살고 싶을 뿐이야.”

촌부(村夫)와 다를 게 없군.”

이제 와 부귀영화를 좇을 이유도 없잖아.”

 

연화가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비성은 말없이 문가에 기대선 채 물끄러미 쳐다볼 뿐이었다.

 

적 맹주가 내 호위도 아니고, 문가에 서 있는 건 그만하고 이리 와서 앉지?”

 

맞은편을 향해 눈짓하자 비성이 성큼 다가와 앉았다. 가만히 앉아있기에 찻주전자를 들어 잔을 채워주니 별말 없이 받아마셨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은은하게 웃으며 말을 꺼냈다.

 

특별히 바라는 게 없다는 마음은 진심이야. 오랫동안 쌓인 오해도 사라졌고, 우리를 괴롭게 할 일도 없잖아. 그래서 나는 지금 이 순간이 참 좋아.”

앞으로도 이렇게 살 작정인가? 각주는 너에게 이곳을 물려줄 생각이던데, 너도 원하는 바인가?”

그건 나도 잘 모르겠지만 한 곳에 가만히 있는 건 아무래도 나한테 맞지 않는 것 같아. 그러니 언젠가는 다시 떠나지 않을까? 그때가 되면 적 맹주가 동행해주겠어? 줄곧 나와 함께 떠나고 싶어 했잖아.”

그건 어렵지 않아. 하지만 네가 하는 약속을 믿어도 될지 의심스럽군.”

지금 나를 못 믿는 거야? 서운하네, 우리가 함께 한 시간이 얼마인데 말이야.”

한두 번 겪는 게 아니니까 못 믿는 거다.”

 

비성이 약 올리듯 말했다. 팔짱을 낀 채 상체를 뒤로 한껏 젖힌 모습이 꽤 얄미웠다. 한 손으로 턱을 괸 연화가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적 맹주는 믿음을 주지 않는 자와 함께 하고 싶은 거네? 도대체 그자의 무엇을 보고 그런 생각을 했을까?”

심술을 부리는군.”

심술이라니, 궁금해서 그런 거지.”

 

연화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비성은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한동안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신경전이라기에는 꽤 평온한 표정이었다.

 

알면서 떠보는 건지 정말 몰라서 묻는 것인지 알 수가 없군.”

거봐, 이렇게 의심 많은 사람이 무엇 때문에 나처럼 믿을 수 없는 사람이랑 같이 다니고 싶어 하는지 모르겠다니까.”

방다병이 계속 속아 넘어가면서도 너를 따라다닌 이유랑 같지 않겠어.”

방소보랑 적 맹주랑 같아? 다병에게 나는 강호에서 처음 사귄 친구잖아. 수사에 도움을 주기도 했고 말이야. 알고 보니 스승이기까지 했으니 뭐, 나랑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되어버린 거겠지.”

그건 나도 마찬가지일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나?”

마찬가지라니, 그건 또 무슨 의미이려나?”

 

툭 내뱉는 말에서 못마땅함이 느껴졌다. 상체를 기울이며 아이를 어르듯 나긋하게 묻자 비성이 콧방귀를 뀌었다. 다탁 위에 양팔을 가지런히 올리고 눈을 맞추려 해도 상대방은 굳은 얼굴로 시선을 피할 뿐이었다. 그러자 연화가 뾰로통한 표정으로 몸을 뒤로 물렸다.

 

적 맹주가 말하지 않으면 나는 알 수가 없어. 아무리 눈치가 빠르고 잔꾀를 잘 부린다고 해도 독심술을 할 줄은 모르거든.”

정말 몰라서 묻는 건가?”

그럼, 적 맹주를 속여서 얻을 수 있는 게 뭐겠어?”

내 입을 통해서 확인받고 싶은 건 아니고?”

상대방이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도 모르는데, 무엇을 어떻게 확인받겠어.”

 

비성으로서는 연화의 말이 진심인지 거짓인지 도통 짐작할 수 없었다. 눈을 가늘게 뜨고 표정을 유심히 살필 뿐이었다. 잠시 상대방의 속내를 가늠해보던 비성이 다시 입을 열었다.

 

마음을 터놓을 벗이 없었기는 우리 둘 다 마찬가지 아닌가? 적으로 만났지만 너만큼 나를 잘 아는 이가 없었고, 나만큼 네 사정을 잘 아는 사람도 없었지. 그러니 나 역시 너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지.”

흐음

그러니 나도 너와 함께 할 자격이 있지 않은가? 엄밀히 따지면 방다병보다는 내가 더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는 것 같은데.”

자격이라니 가당치도 않지. 감히 내가 대마두에게 자격을 논하다니.”

장난으로 넘어갈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눈을 동그랗게 뜨며 화들짝 놀란 척을 하자 비성이 낮게 위협하듯 말했다. 자리를 피할 틈을 주지 않으려 연화의 팔목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일부러 미간을 찌푸리며 작게 신음하자 팔목을 쥔 손에 힘을 빼긴 했지만, 잔뜩 굳은 얼굴은 그대로였다.

 

엄살 부리지 마라. 무공을 할 수 있는 몸인데 고작 이 정도로 아프다고?”

내력이 돌아온 거지, 내 몸이 강철로 만들어진 건 아니라고.”

못 본 사이에 더 나약해진 것 같군.”

아무리 생각해도 적 맹주는 나와 겨루고 싶은 마음이 더 큰가 본데.”

 

도발하듯 던진 말에 비성이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듯 말했다.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끝없이 겨룰 구실을 만들어서라도 널 내 주변에 두고 싶은 거라고 해두지.”




랑야방 연화루 각주종주 정왕종주 비성연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