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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2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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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ㅈㅈ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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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징은 나한상에 기대어 앉아 멀거니 먼산만 바라보고 있다가 서비와 영상재가 들었다는 말에 옷 매무새를 가다듬었음. 두 사람은 뭐가 그리 재미가 있는지 웃으면서 안으로 들어오다가 강징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무슨 일이 있으시냐고 물었어. 강징이 고개를 젓고는 주방에서 새로운 간식을 만들고 있는 중인데 마침 잘왔다고 반겨줌. 궁인에게 일러 서비와 영상재에게 새로 만든 간식과 차를 내어주라고 하고 다탁에 놓인 다완을 들었음. 한참 담소를 나누는 중에 강징의 태도가 평소와 뭔가 다르다는 것을 안 영상재가 무슨 고민이 있으시냐고 물었음. 강징은 별것 아니라고 얼버무리려다가 고민거리를 사실대로 털어놓았어. 사실 황제의 총애를 다투는 연적이나 다름없는 두 사람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게 우스웠지만 말이야. 물론 황제가 표기장군 위무선과 자신과의 사이를 의심한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고 요즘 폐하의 발길이 뜸해져서 걱정을 했는데 간밤에 폐하께서 찾아오셔서는 갑자기 폐하를 은애하냐고 물으시길래 당황한 나머지 대답을 못했더니 역정을 내고 가버리셨다고만 했음. 서비가 그 말을 듣고 대수롭지 않은듯 폐하께서 연심을 확인받고 싶으셨나봅니다라고 말함. 영상재 또한 별거 아니라는 듯이 폐하께서 얼음장처럼 차갑기만 한 분이신줄로만 알았는데 아직 소년 같은 부분이 있으신것 같다고 말했음. 강징이 무슨 말인지 이해를 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대자 두 사람이 잠시 시선을 교환하고는 누가 먼저 할것 없이 동시에 웃음을 터뜨림.






강징은 두 사람이 왜 웃는지 그 이유를 몰라서 어리둥절하기만 함. 서비가 대뜸 마마께서는 폐하를 은애하시냐고 물었어. 강징이 부군으로서 존경하고 군주로서 경모한단 말을 하자마자 영상재가 당황스러운 듯한 표정을 짓더니 그게 아니라 폐하를 뵈면 가슴이 설렌다거나 시도 때도 없이 생각이 난다거나 가슴 한구석이 저릿해진다거나 그러시지 않냐고 물어봄. 강징이 폐하께서는 하나뿐인 지아비이시니 매순간 그립고 뵙고 싶은게 당연한거 아니냐고 했음. 그러자 서비가 수심이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강징의 얼굴을 똑바로 보더니 폐하께서 그동안 속앓이를 꽤 하셨을것 같단 말을 함. 강징은 그 말에 당황스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음.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서비가 마치 타박하듯이 어찌 그리도 사내의 마음을 모르십니까. 폐하께서 마마를 은애하고 계신다는건 알고 계시지요? 마마께서 그동안 폐하께 연심을 얼마만큼 표현하셨냐고 묻길래 말문이 막혀서 아무 말도 못했더니 한숨을 쉼. 강징이 혼인을 하였으면 당연히 서로를 은애해야 하는게 아니냐고 굳이 그 마음을 확인 받아야 하고 확인을 시켜줘야 하는거냐고 물어보겠지. 영상재가 마마께서는 황궁무진정이라는 말도 모르시냐고 정치적인 목적으로 들인 간택 후궁을 진심으로 은애하는 군주가 몇이나 되겠냐고 단순히 총애하는 것과 진심으로 은애하는 것은 다르다고 말함. 폐하께서는 얼마든지 정치적인 이유로 다른 비빈을 총애하실 수 있지만 그러지 않으시는건 진심으로 은애하는 이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서라고 말했어.




강징이 어두워진 낯빛으로 서비와 영상재를 번갈아보다가 땅이 꺼질듯 한숨을 쉬었음. 그러면 폐하께서 본궁에게 원하시는게 남녀간의 연모지정인거냐고 물었다가 영상재가 고개를 끄덕이자 기쁜 내색을 하기는 커녕 안색이 더욱 창백해졌음. 잠시후에 강징은 몸이 좋지 않다고 둘러대어 서비와 영상재를 내보내고 너른 소매의 끝부분을 매만짐. 황제의 여인이라면 누구나 황제의 총애를 독차지하고 싶어 하지만 진심을 바라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음. 황제는 일편단심으로 누군가를 연모해서는 안되는 존재였고 정치적인 목적에 의한 총애나 사랑놀음을 빙자한 한낱 유희조차 영원하지 않은 것이었지. 필부의 내자라면 제 지아비를 독점할 수도 있겠으나 황제는 지아비이기전에 군왕이었음. 황실의 후사를 번성케 하기 위해서는 수 많은 여인들을 거느려야 하는데 그런 사내가 지고지순한 연심을 한 사람에게만 바친다는건 말도 안되는 일이었지. 강징은 황제의 후궁이 되었을때 낭군과의 백년해로라는 이상을 버렸음. 불가능한 일을 꿈꾸는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었으니까. 황제의 성총을 독차지한 이후로 그가 자신에게 연심을 말하던 순간마다 그 순간만큼은 진심이길 바랐을뿐. 언젠가는 총애를 잃고 황제의 수 많은 여인중에 하나가 되거나 잊혀진 여인이 될수도 있다고 생각했거든. 슬하에 자식이 있으니 실총을 한다해도 황제의 존중을 받을테고 그때는 어미로서 살아가면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황제의 진심을 알고나니 머리속이 복잡해짐.





서비는 영상재와 함께 연희궁을 나와 걷다가 연희궁 근처에 황제가 홀로 서 있는것을 보고 한숨을 쉬며 물었음. 영상재 자네는 폐하를 연모하는가? 영상재가 폐하께서는 여인들의 마음을 한눈에 사로잡을 만큼 아름다운 용모를 가지신 분입니다. 그런 분을 어찌 연모하지 않을수가 있겠냐고 말하며 웃었음. 하지만 다른 여인을 은애하는 이를 보며 속앓이를 할 만큼 애정이 깊은 것도 아니라서 이렇게 폐하를 모실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함. 영상재가 웃으며 마마께서는 폐하를 연모하시냐고 묻자 서비가 고개를 저음. 누군가를 연모하는 마음만큼 사람을 괴롭게 하는 것이 없다고 하더니 연심이란 활활 타오르는 불과 같아서 다타고 나면 잿더미밖에 남지 않는 법이니 연모 따위 하지 않을거라고 함. 지금처럼 평온하게 살고 싶다고 다만 늘그막에 의지할 자식 하나만 있음 좋겠다고 말함. 그거말고 딱히는 바라는게 없대. 서비와 영상재는 황제가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연희궁으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궁문 앞을 서성이는 것을 보고 복잡미묘한 얼굴로 그 모습을 한참동안이나 바라보다가 황제가 자리를 뜨자 그제야 자신들의 궁으로 돌아감.





태후는 마뜩치 않은 표정으로 옆에 앉은 황제를 바라 보았음. 요즘 황상이 연귀비의 궁에 발걸음을 끊고 다른 비빈들을 찾는다기에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나 했더니 연귀비의 투기를 불러 일으키기 위한 행동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혀를 참. 황제가 규방의 여인처럼 사랑을 갈구하는 모습이 추하기 짝이 없다고 일갈하니 황제가 은애하는 이의 마음을 얻고자 하는게 그렇게 추한 행동이냐고 물어봄. 태후가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그럼 일국의 황제가 한낱 비빈에 불과한 첩실에게 애걸복걸하며 매달리는게 추하지 않다는거냐고 화를 냄. 은애라는 감정 따위는 욕망이 만들어낸 허상에 불과하오. 이 황궁에 황제를 진심으로 은애하는 이가 몇이나 될거 같냐고 연귀비가 황제를 진심으로 은애할거 같냐고 함. 폐하의 춘추가 스물이 넘었는데 아직도 사랑이라는 허상 따위에 휘둘릴줄은 몰랐다며 한심하다는듯 혀를 쯧쯧 참. 황제가 말없이 태후를 보다가 그럼 모후께서는 부황을 은애하신 적이 한번도 없냐고 물었다가 태후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지는 것을 보고 입을 다물었음. 태후가 궁중에서 사랑이라는 감정에 휘둘려 인생을 망치는 여인들을 수없이 봐왔으나 그들은 어리석어 그런거요. 연귀비는 총명하니 그런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않을테지. 그러니 황상도 은애니 뭐니 하는 헛된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그저 총애만 하시라고 함. 황제가 무표정으로 눈가에 눈물이 고인 태후를 물끄러미 보다가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이만 물러나보겠다고 하고 자리를 떴음.






강징은 황제가 비빈들을 몇명 데리고 민정을 시찰하기 위해 출궁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당혹감을 느낌. 만삭의 몸도 아닌데 회임을 하여 거동하기 어려울테니 황궁에 남아있으라는 전언을 듣고 충격을 받았어. 예전 같았으면 저만 데리고 나갔을텐데 이제는 황제가 자신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음. 황제의 총애를 완전히 잃었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복잡해졌지. 강징을 그 이후로 한동안 연희궁에서 두문불출하며 황제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음. 황제가 돌아왔을때 먼발치에서 한번 뵌 이후로 용안을 한번도 뵙지 못함. 황제는 그 이후로도 연희궁을 찾지 않았고 몇번이나 양심전에 찾아갔으나 갖은 핑계를 대며 만나주지 않았어. 강징은 부황이 뵙고 싶다고 울어대는 공주를 끌어안고 달래다가 한가지 묘책이 떠올랐음. 그래서 그 이튿날부터 차가운 물로 세안을 하고 곡기를 끊은 채 틀어박혀 영견에 자수를 놓았음. 그리고 곡기를 끊은지 하루가 지났을때 치장도 하지 않은 모습으로 공주에게 영견을 쥐어주었음. 이것을 가지고 양심전으로 가 부황께 보이고 부황이 모친의 안부를 묻거든 모친이 병석에 누웠다고 전하라고 시켰음. 공주가 초췌해진 강징의 얼굴을 어루만지더니 울먹이며 모친 아프셔요? 부황 때문에 속이 상해 아프셔요? 아린이 호해주겠다고 안기는데 강징이 힘이 빠진 목소리로 모친이 시킨대로만 하면 금방 나을거라고 울먹이는 공주를 달랬음. 공주가 유모와 함께 나가고 침전에 홀로 남은 강징은 침상에 고단한 몸을 누이며 눈을 감음.





황제는 집무실에서 서책을 읽다가 문앞이 소란스러운 것을 알고 태감을 불러 무슨 일이 있는지 알아보라고 시킴. 잠시후에 태감이 들어와 공주께서 양심전 앞에서 울고 계신다고 아룀. 황제가 그 말을 듣고 밖으로 나서는데 공주가 부황을 보자마자 다리에 매달려 모비께서 아프다고 서럽게 울었어. 태감이 연희궁의 귀비께 병환이 생겼는데 태의도 부르지 않고 앓고 계신다고 아뢰자 황제가 귀비가 아픈데 어째서 짐에게 알리지 않았냐고 화를 냄. 태감이 바닥에 납작 엎드리며 폐하께서 연희궁에 대한 일은 당분간 듣지 않겠다고 하셔서 미처 아뢰지 못했다고 함. 황제가 당장 태의를 불러 진맥케하라고 하자마자 태감이 허둥지둥대며 자리를 떴음. 공주가 훌쩍이면서 손에 쥐고 있던 영견을 황제에게 건네줌. 이게 무엇이냐 물었더니 공주가 모친께서 주신거라는 말만 하고 좀처럼 눈물을 그치지 않음. 공주가 건네준 영견에는 이백의 장상사가 수놓아져 있었음. 해는 이미 넘어가고 꽃은 안개 머금고 달은 밝아 더욱 흰데 저는 근심으로 잠이 오지 않아요. 조슬은 잠깐 봉황주에 멈춰두고 촉금으로 원앙현을 타려 해요. 이 노래 담은 뜻을 전할 사람 없어 바람에 부쳐 당신 계신 연연 땅으로 보내고 싶소. 당신을 생각하니 푸른 하늘 너머 멀고 먼 곳. 옛날의 고운 눈매가 지금은 눈물의 샘이 되었소. 저의 애끊는 마음 못 믿기시면 돌아오셔서 거울 앞 내 모습 보시옵소서. 황제가 영견을 보자마자 공주를 안아들고 연희궁으로 가야겠으니 어가를 대령하라고 명령함.




강징은 선잠에 들었다가 뺨을 어루만지는 손길에 잠에서 깸. 황제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내려다보고 있기에 몸을 일으키고 폐하께서 어찌 이곳에 오셨냐고 말한후에 눈을 내리 깔았음. 황제가 왜 자신을 폐하라고 부르냐고 이제 더 이상 짐을 아잠이라고 부르지 않을 작정이냐고 함. 강징이 울먹이며 신첩이 어찌 폐하의 아명을 부르겠냐고 하고는 오년 가까이 지근거리에서 폐하를 모셨는데 성심이 어떤지조차 헤아리지 못했으니 폐하를 뵈올 낯이 없다고 얼굴을 가림. 황제가 강징의 손을 붙잡고 얼굴을 보여달라고 애원조에 가까운 말투로 말을 함. 강징이 그에 손을 내리고 창백한 얼굴을 보여주면서 병환때문에 초췌해져 보기 흉하진 않으시냐고 걱정을 함. 황제가 아픈데 어찌 태의를 부르지 않았냐고 가볍게 타박을 하자 강징이 근심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상사병은 화타가 살아돌아와도 못고치는 법인데 태의를 불러서 무엇을 하겠냐고 말함. 황제가 입가에 잔잔하게 미소를 띄우고 상사병에 걸릴 정도로 짐을 은애하냐고 묻자 강징이 울먹이면서 폐하께서는 어찌 모르십니까? 이 생의 유일한 반려는 폐하 한분뿐이시고 마음 깊이 폐하를 은애하고 있다는 것을요. 일전에 제게 표기장군을 은애하냐고 물으셨지요. 표기장군과는 아무런 사이도 아닙니다. 표기장군의 부친과 신첩의 부친이 막역지우셔서 어릴때부터 왕래하며 지내 친오라비처럼 따랐을뿐 그를 생각하는 마음은 혈육을 걱정하는 마음과 다를바가 없다고 함. 폐하께서는 신첩의 성정을 모르십니까. 신첩이 표기장군을 은애했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후궁 간택에 나오지 않았을거에요. 남루한 옷을 입고 풀뿌리를 캐어 먹는 곤궁한 삶을 살았을지언정 황궁에 들어오지 않을겁니다. 제가 진심으로 은애하는 이는 폐하뿐이라고 하자마자 황제가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고는 입을 맞춤. 그리고는 이마를 맞대고 그대에게서 은애한다는 그 말을 영영 듣지 못할까 두려웠다. 속 좁은 사내라고 흉을 봐도 좋다고 하기에 강징이 품에 안기면서 폐하께서 신첩을 진심으로 은애하셔서 그런거니 원망하지 않는다고 함.





강징은 둥글게 부푼 배를 쓰다듬는 황제의 손을 조심스럽게 겹쳐잡음. 이미 한차례 정사를 나누고 난 뒤라서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였는데 몸을 밀착하고 있으니 민망했음. 강징이 민망함에 황제에게 춥지 않으시냐고 물었더니 계수를 끌어다 덮어주고는 좀처럼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음. 황제가 배를 만지다가 저번 회임보다 배가 더 크게 부푼것 같다고 했음. 강징이 웃으면서 아잠을 닮아 씩씩하고 건강한 황자가 태어나려봅니다 그리 말했다가 목덜미에 입을 맞추는 황제 때문에 웃음을 터뜨림. 황제는 다정한 말투로 열흘후에 그대의 가족들을 황궁으로 부르기로 했으니 오랜만에 보는 양친이 걱정하지 않게 건강 관리에 더 각별히 신경을 쓰라고 함. 강징이 신경을 써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하고 이제 회임한지 다섯달이 넘었으니 순산을 기원하기 위해 보화전에 가서 불공을 드리고 싶다고 함. 황제가 날이 밝으면 짐과 함께 가서 불공을 드리자고 말하고 몸이 피곤할테니 일찍 자라며 강징이 잠들때까지 배를 어루만짐. 이튿날 황제는 연희궁에서 조반을 들고나서 정무를 보고 다시 올테니 그때 같이 보화전에 가자고 함. 강징은 황제를 배웅하고 와서 어두운 얼굴로 경대의 앞에 앉아서 궁인들의 시중을 받아 정성껏 치장을 했음. 본궁이 폐하의 총애를 되찾은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야겠다. 평소에는 거추장스럽다고 하지 않던 화려한 봉황 비녀와 촉금 비단으로 만든 옷을 입었음. 그리고 황제의 첫 시침을 들었을때 하사품으로 받았던 옥팔찌를 팔목에 꼈어. 그때 유모와 함께 들어온 공주가 모친이 후원의 꽃들보다 아름답다고 칭찬을 하기에 환히 웃어보였어. 황제를 은애한다는건 진심이었지만 아직 어린 공주까지 이용해가며 총애를 되찾으려고 수를 쓴게 마음에 걸려서 기분이 울적했는데 공주가 제 미모를 칭찬하는 말에 마음이 풀림. 강징은 공주의 머리를 쓰다듬고 모친이 불공을 마치고 돌아오면 후원에서 술래잡기를 하자고 약속하고 자리를 뜸.






강징은 궁인의 부축을 받고 보화전 안에 들어섰음. 황제가 먼저 향을 올리는 것을 보고 예를 갖춘 다음에 천천히 걸어가는데 바닥이 미끄러워서 그만 중심을 잃고 넘어지고 말았음. 바닥에 넘어질때 앞으로 넘어지면서 배를 세게 부딪혔는지 강한 복통을 느끼고는 비명을 지름. 황제와 궁인들이 놀라서 뛰어오고 황제가 바닥에 쓰러진 강징을 일으킴. 강징이 황제의 소매를 붙잡고 배가 너무 아프다고 아기가 잘못된거면 어쩌냐고 울먹이다가 끝내 혼절을 함. 황제가 당장 어가를 대령하고 가까운 전각으로 연귀비를 데리고 갈테니 태의를 불러오라고 소리를 지름. 황제가 강징을 안고 밖을 나설때 축 늘어진 손에서 옥팔찌가 흘러내려 바닥에 툭 떨어짐. 멀찍이 서 있던 보화전의 태감이 그것을 주워들고 소매에 넣어 감췄다가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황후궁인 경인궁으로 달려감. 황후는 연귀비가 넘어졌다는 말을 듣고는 회임을 한 몸인데 조심하지 않고 쯧쯧 혀를 차다가 태감이 내미는 팔찌를 받아들고 웃었음. 황후인 본궁조차도 구경을 못할만큼 값비싼 옥으로 만든것을 보면 연귀비의 것이 확실하군. 태감에게 애를 썼다며 은자가 두둑이 담긴 주머니를 던져주었음. 황후의 곁에 서 있던 심귀인이 연희궁에 가보셔야 되질 않겠냐고 함. 황후가 웃으면서 연귀비가 우는 모습을 오랜만에 보겠다고 연희궁에 갈 채비를 하라고 함. 잠시후에 경인궁을 나온 심귀인이 한숨을 쉬자 궁인이 마마께서 원하시는 대로 되었는데 어찌 한숨을 쉬시냐고 물어봄. 황후가 지나치게 악독해서 큰일이라고 연귀비의 태중 황손에게 손을 쓴것을 폐하께서 아시면 황후는 몰라도 나는 죽은 목숨이니 살아남을 방법을 강구해봐야겠다고 함. 심귀인의 궁인이 폐하께서 어찌 아시겠냐고 보화전의 바닥을 미끄럽게 만든게 황후와 마마의 분부를 받잡은 태감이 한 일이기는 해도 연귀비가 실수로 넘어진 것인줄 아실테니 이 일의 배후가 누군진 절대 모를거라고 함. 심귀인이 저 멀리 보이는 연희궁을 보며 이 일이 언젠가 황후의 발목을 붙잡을지도 모른다고 그때를 대비해서 증좌를 남겨야겠다고 소매로 입을 가리며 웃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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