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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4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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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린대의 선독부부는 유난히 사이가 좋았음.

고요하고 단정했으나 선독과 부인이 함께 있는 순간에는 둘 사이에 깃든 따뜻한 애정이 드러났음. 그들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저것이 사랑하는 부부의 모습이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음.

그들은 정말 문자 그대로 서로를 아꼈고 다정했으며 서로를 감싸는 따스한 눈빛과 대화는 부드럽고 아름다웠음.


선독의 부인임에도 손수 음식 만드는 것을 즐기던 진소는 요리 솜씨가 몹시 뛰어나 뭇 세가 부인들의 질투와 부러움을 샀음. 진소 또한 제 뛰어난 솜씨와 재주를 잘 알고 있었고 스스로도 몹시 뿌듯하게 여겼음.

당대 현모양처의 표본으로 불리우기에 손색없는 그녀의 뛰어난 솜씨와 정성은 선계의 아름답고 귀한 덕으로 칭송받았음. 선독인 부군을 위해 정성을 담아 맛있고 귀한 음식을 손수 만드는 것은 그녀의 삶의 즐거움 중 하나였고 무엇보다 그런 그녀를 지극히 사랑해서 그녀의 모든 수고에 감동을 표하는 부군의 다정한 눈빛과 감사의 말은 그와 함께하는 그녀의 모든 순간들을 기쁨과 충만한 만족감으로 채워주었음.

매일 자긍심으로 빛나는 환한 얼굴로 식재료를 조달하고 손수 재료 손질, 보관, 연구,개발하면서 정성 담긴 멋진 음식 만들어내던 진소였음.

플레이팅도 더없이 우아하고 화려해서 부인이 선독의 식사를 준비하는 날이면 금린대 주방의 사용인들은 부끄러움과 멋쩍음에 서로 민망한 눈빛을 교환하곤 했음. 두 주인 내외의 다정한 시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서둘러 물러나면서도 부인께서 준비하신 상차림을 열심히 훔쳐보며 역대 수진계 역사상 제일가는 품위있고 고급진 난릉금씨의 진수성찬 상차림을 두 눈에 담았음. 요리의 종류며 차림이며 모든 것 하나하나를 머리속에 베껴넣기에 바빴음.

문을 닫고 밖에서 대기하던 하인들은 닫혀진 문 너머로 간간히 들려오는 작은 웃음소리와 달그락 거리는 젓가락질 소리, 무어라 하는지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조곤조곤 서로에게 건네는 부드러운 말소리를 들을 때마다 왜인지 모르게 자신들이 마음에도 따뜻함이 들어차면서 기분 좋은 넉넉함이 채워지는 것을 느꼈음.

선독은 부인의 솜씨와 재능을 지극히 아꼈고 그녀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도록 지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음. 그녀의 모든 것을 응원했을 뿐 만 아니라 진소 혼자만의 고민과 사색에 대한 관심 또한 깊고 세심해서 그녀가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작은 고민들도 먼저 눈치 채어 때로는 위로를 해주었고, 그녀가 위로를 원하지 않을 때에는 그저 조용히 들어주며 그녀의 곁에 조용히 함께 있어주었음. 그리고 궁극에는 그 모든 것을 언제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게끔 부드럽게 해결을 해 주었음.




암튼 보고싶었던건

진소가 음식을 만들어오는 것을 보며 온화하게 미소짓던 광요의 부드럽고 따뜻한 눈빛임. 식사 혹은 간식 시간의 처음부터 끝까지 광요는 진소가 상을 내어오고 기대에 찬 눈빛으로 자신이 먹는 것을 바라보고, 음식에 대해 설명하고, 어떻게 만들었는지, 어디에 좋은지,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을 모두 들어주었음. 그녀가 하는 모든 말 한마디 한마디, 모든 내용을 빠짐없이 듣고 기억하고 반응했고, 질문과 대답, 칭찬과 감사를 나누며 광요와 진소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했음.

진소가 만들어온 음식은 실로 훌륭해서 단 한번도 실패한 적이 없었음. 부인이 준비한 모든 찬과 식사를 선독은 단 한 번도 남기는 법 없었음. 깨끗하게 비워진 접시와 더없이 만족스러운 표정의 남편이 정말 맛있었다며 소소한 칭찬으로 자신을 향하는 따스한 눈빛은 매일 받는 것이었지만 부끄럽고 쑥쓰러운 마음에 진소는 한번도 그 눈빛을 똑바로 바라본 적이 없었음. 하지만 무얼요.. 하고 말을 얼무어버리며 조용히 빈 접시들을 치우던 진소의 얼굴에는 숨기지 못하는 미소와 홍조가 가득 차 서툰 손길로 서둘러 자리를 정리하는 그녀를 바라보던 금광요의 마음을 간질이며 울렁이게 만들곤 했음.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친 선독은 더없이 부드럽고 온화한 미소로 남은 하루를 보내며 남은 일과를 마무리 하곤 했음.


십수년동안 선독의 자리에 있으면서 진소가 만들어온 음식을 광요는 한 번도 남긴 적이 없었고 진소의 음식은 그녀의 부군인 금광요 이외의 사람은 아무도 맛본 적이 없었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독부인 진소의 손맛은 정말 일품이라고 소문이 나서 그녀는 당대 천하제일의 솜씨를 지닌 요리계의 신선과 같은 명성을 누렸음.


이제는 잊혀져 아무도 기억하는 사람이 없지만 아주 오래전 금린대에는 서로 아끼고 사랑했던 두 사람이 이렇게 지내곤 했던 한 때가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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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령 광요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