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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1 14:27
*비문주의 날조주의 대사틀림주의 등등
*묵문패지
란각은 늘 알고 있었다. 그의 단단하고 뜨거운 눈빛이 어디에 머무는지. 그의 눈밑이 언제 붉어지는지. 그들의 사소한 첫만남 이후, 이상하리만치 빠르게 가까워지는 관계 속에서 란각은 늘 어렴풋이나마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돌아볼 수 없었다. 알아채서도, 응답해서도 안되었다. 그에게는 할일이 있었다. 그전까지 그는, 무엇보다도 반역자의 자식이었다. 왕대인과 지금껏 쌓아온 친분만으로도 자신은 이미 그에게 버거운 짐이 될 수 있었다. 그런 연유로 그 역시 더이상 다가오거나 드러내지 않는 것이리라 짐작하였다.
어쩌면 그런 다음에. 모든 누명이 벗겨지고 제가 떳떳할 때. 그의 곁에 짐이 아닌 벗으로서 당당히 설 수 있을 때. 란각은 이 또한 어렴풋이 생각하였다. 그 날이 온대도 물론 그리할 수 없으리란 짐작 또한 마음 한구석에 깔리는 것은 어찌할 수 없었다. 다만 미뤄둘 뿐이었다. 어쨌든 지금은 아니었다. 저에겐 먼저 해야 할 일들이 있었다.
"어찌 상이 이리 소박한가? 실망이네, 패지."
천연덕스레 농을 섞어 타박하는 그를 보다, 저도 모르게 굳어지는 표정을 찰나 숨기지 못했다. 이런 예상은 하지 못했다. 전장이라니. 묵문의 용맹스러움과 전사로서의 능력과 관계없이, 한순간의 운으로 목숨들이 우수수 스러지는 것이 전쟁터였다. 이럴 줄 알았다면. 이렇게 될 줄 미리 알았다면, 묵문.
"이별 얘기는 하지 말고 평소처럼 이야기하자던 건 자네인데, 왜 말이 없나 패지."
돌처럼 단단한 그의 뒷모습이 벌써 아득하게 보였다. 제 앞을 지키고 서서 저를 비난하는 무리와 상대하던 그 뒷모습. 무슨 사건이 터지건 제일 먼저 달려와 저와 눈을 맞추고,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슥 뒤돌아서던 익숙한 인영.
란각은 술을 따라 그의 옆으로 가 앉았다. 묵문은 태연하게 웃으며 말을 주고받았지만 긴장된 입꼬리를 숨기지는 못했다. 무수한 훈련을 거쳤다지만 그에게도 진짜 전장은 처음이었다. 아무리 용감한 자라도 진짜 죽음과 피, 들끓는 살의와 만연하는 고통 속에서 어찌 태연할 수 있을까. 할 수만 있다면 그를 힘껏 껴안아주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대신 그와 술잔을 부딪히며 애써 농담을 건넸다. 목을 넘어가는 술이 전에 없이 몹시 쓰고 독하게만 느껴졌다.
"패지. 내가 떠나면 자네를 지켜줄 사람이 없을테니, 부디 몸 조심하게."
위험한 곳으로 떠나는 것은 자네인데 누가 누굴 걱정하나, 혀끝까지 튀어나오려던 말을 겨우 억눌렀다. 그러기에는 묵문의 걱정과 염려가 너무도 진심이었다. 여느 때처럼 따스한 온기로 일렁이는 그의 눈빛이 불안해하는 란각의 마음을 위로하는 듯했다.
그래, 묵문은 살아남을 것이다. 금세 승리하고 돌아올 것이다. 어찌 이리 빨리 왔나, 적들이 시시하여 금방 끝내버렸네, 따위의 농을 주고받으며 밤새 코가 비뚤어지도록 열 동이의 술을 해치울 것이다. 신이 나서 무용담을 이야기하는 묵문은 어린 사내아이처럼 천진하고 밝게 빛날 것이었다.
"묵문."
드물게 고요하던 술자리 끝에 돌아서는 그를 붙잡은 것은 순수한 충동이었다. 왠지 다급한 마음에 말로도 부족하여 그의 소맷자락을 붙잡아버렸으나, 돌아서는 그에게 실은 건낼 말을 찾지 못해 눈동자만 황망하게 흔들렸다. 그렇게 시선이 마주친 몇 초 간 그의 눈빛에 담긴 의문은 가라앉고 이내 눈가가 붉게 물드나 싶더니 그가 성큼, 제 앞으로 한 걸음 다가오며 저를 잡아끌었다. 엉겁결에 안긴 그의 품은 거의 뜨거우리만치 따뜻했고 타는 장작 같은 향기가 났다. 숨이 막힐 만큼 세게 끌어안는 그를 말리는 대신, 란각은 그의 허리 뒤로 살짝 손을 얹었다. 마주 안았다고 하기에는 어설픈 머뭇거림에 가까웠으나 순간 저를 더 세게 껴안는 묵문에 란각은 거의 으스러질 뻔하였다.
"몸 조심하게, 패지. 제발. 부탁이네."
제가 그동안 속을 많이 썩이긴 한 모양인지, 묵문의 어투가 하도 간곡하여 그만 파스스 웃음이 났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네, 묵문. 그러나 란각은 그 말 대신 그저 알겠네,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한참을 안고 선 채로 가만히 있다가, 란각의 뒤통수를 두어번 쓰다듬은 묵문은 그대로 뒤를 돌아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그의 감정이 번번이 새어나오는 붉은 눈매를 보이기 싫다는 듯이. 오히려 지금 절절하게 붉어진 눈을 하고 있는 것은 저였음을, 묵문은 결국 보지 못하였으니 다행이었다.
.
엉성하지만 자급자족용 글
묵문 만세!!!
*묵문패지
란각은 늘 알고 있었다. 그의 단단하고 뜨거운 눈빛이 어디에 머무는지. 그의 눈밑이 언제 붉어지는지. 그들의 사소한 첫만남 이후, 이상하리만치 빠르게 가까워지는 관계 속에서 란각은 늘 어렴풋이나마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돌아볼 수 없었다. 알아채서도, 응답해서도 안되었다. 그에게는 할일이 있었다. 그전까지 그는, 무엇보다도 반역자의 자식이었다. 왕대인과 지금껏 쌓아온 친분만으로도 자신은 이미 그에게 버거운 짐이 될 수 있었다. 그런 연유로 그 역시 더이상 다가오거나 드러내지 않는 것이리라 짐작하였다.
어쩌면 그런 다음에. 모든 누명이 벗겨지고 제가 떳떳할 때. 그의 곁에 짐이 아닌 벗으로서 당당히 설 수 있을 때. 란각은 이 또한 어렴풋이 생각하였다. 그 날이 온대도 물론 그리할 수 없으리란 짐작 또한 마음 한구석에 깔리는 것은 어찌할 수 없었다. 다만 미뤄둘 뿐이었다. 어쨌든 지금은 아니었다. 저에겐 먼저 해야 할 일들이 있었다.
"어찌 상이 이리 소박한가? 실망이네, 패지."
천연덕스레 농을 섞어 타박하는 그를 보다, 저도 모르게 굳어지는 표정을 찰나 숨기지 못했다. 이런 예상은 하지 못했다. 전장이라니. 묵문의 용맹스러움과 전사로서의 능력과 관계없이, 한순간의 운으로 목숨들이 우수수 스러지는 것이 전쟁터였다. 이럴 줄 알았다면. 이렇게 될 줄 미리 알았다면, 묵문.
"이별 얘기는 하지 말고 평소처럼 이야기하자던 건 자네인데, 왜 말이 없나 패지."
돌처럼 단단한 그의 뒷모습이 벌써 아득하게 보였다. 제 앞을 지키고 서서 저를 비난하는 무리와 상대하던 그 뒷모습. 무슨 사건이 터지건 제일 먼저 달려와 저와 눈을 맞추고,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슥 뒤돌아서던 익숙한 인영.
란각은 술을 따라 그의 옆으로 가 앉았다. 묵문은 태연하게 웃으며 말을 주고받았지만 긴장된 입꼬리를 숨기지는 못했다. 무수한 훈련을 거쳤다지만 그에게도 진짜 전장은 처음이었다. 아무리 용감한 자라도 진짜 죽음과 피, 들끓는 살의와 만연하는 고통 속에서 어찌 태연할 수 있을까. 할 수만 있다면 그를 힘껏 껴안아주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대신 그와 술잔을 부딪히며 애써 농담을 건넸다. 목을 넘어가는 술이 전에 없이 몹시 쓰고 독하게만 느껴졌다.
"패지. 내가 떠나면 자네를 지켜줄 사람이 없을테니, 부디 몸 조심하게."
위험한 곳으로 떠나는 것은 자네인데 누가 누굴 걱정하나, 혀끝까지 튀어나오려던 말을 겨우 억눌렀다. 그러기에는 묵문의 걱정과 염려가 너무도 진심이었다. 여느 때처럼 따스한 온기로 일렁이는 그의 눈빛이 불안해하는 란각의 마음을 위로하는 듯했다.
그래, 묵문은 살아남을 것이다. 금세 승리하고 돌아올 것이다. 어찌 이리 빨리 왔나, 적들이 시시하여 금방 끝내버렸네, 따위의 농을 주고받으며 밤새 코가 비뚤어지도록 열 동이의 술을 해치울 것이다. 신이 나서 무용담을 이야기하는 묵문은 어린 사내아이처럼 천진하고 밝게 빛날 것이었다.
"묵문."
드물게 고요하던 술자리 끝에 돌아서는 그를 붙잡은 것은 순수한 충동이었다. 왠지 다급한 마음에 말로도 부족하여 그의 소맷자락을 붙잡아버렸으나, 돌아서는 그에게 실은 건낼 말을 찾지 못해 눈동자만 황망하게 흔들렸다. 그렇게 시선이 마주친 몇 초 간 그의 눈빛에 담긴 의문은 가라앉고 이내 눈가가 붉게 물드나 싶더니 그가 성큼, 제 앞으로 한 걸음 다가오며 저를 잡아끌었다. 엉겁결에 안긴 그의 품은 거의 뜨거우리만치 따뜻했고 타는 장작 같은 향기가 났다. 숨이 막힐 만큼 세게 끌어안는 그를 말리는 대신, 란각은 그의 허리 뒤로 살짝 손을 얹었다. 마주 안았다고 하기에는 어설픈 머뭇거림에 가까웠으나 순간 저를 더 세게 껴안는 묵문에 란각은 거의 으스러질 뻔하였다.
"몸 조심하게, 패지. 제발. 부탁이네."
제가 그동안 속을 많이 썩이긴 한 모양인지, 묵문의 어투가 하도 간곡하여 그만 파스스 웃음이 났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네, 묵문. 그러나 란각은 그 말 대신 그저 알겠네,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한참을 안고 선 채로 가만히 있다가, 란각의 뒤통수를 두어번 쓰다듬은 묵문은 그대로 뒤를 돌아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그의 감정이 번번이 새어나오는 붉은 눈매를 보이기 싫다는 듯이. 오히려 지금 절절하게 붉어진 눈을 하고 있는 것은 저였음을, 묵문은 결국 보지 못하였으니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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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성하지만 자급자족용 글
묵문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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