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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7 04:53
비슷한 ㅁㅅ 쓴 적 있음




어린 시절, 정확히 말해 살아 있는 평생에 서태웅은 계속 몸이 약했음. 타고나기도 약한 편이었는데 고향에서 쫓겨나 길에서 떠도는 고아가 제대로 된 영양을 섭취할리가 만무했고, 결국 길 한복판에서 쓰러짐. 그렇게 죽는 건가 했는데 가물가물하던 정신에 누군가가 자신을 안아드는 것이 느껴졌고, 다시 눈을 떴을 때는 깨끗한 집의 침대 위였음.

닫힌 방문 틈새로 미미하게 쓴 약 냄새가 나고 있었음.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나가니 팔을 걷어붙이고 냄비 앞에서 불을 조절하고 있는 남자가 보임. 그는 태웅이 조용히 다가온 것에 크게 놀라지도 않았음. 그는 식탁 위에 천을 덮어둔 그릇을 턱짓으로 가리키며 가서 먹으라고 말했음.

그리고는 다시 약재를 끓이는데 시간을 쏟는 남자를 보다가 태웅은 식탁 쪽으로 향했음. 천을 걷어내니 그릇에는 묽은 스프가 담겨 있었음. 언제 만든 건지 식어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식욕이 끌리지 않는 건 아니었음. 조금씩 떠서 입술과 목을 적시는 듯한 느낌으로 먹다가, 절반쯤 됐을 때는 그냥 크게 떠서 먹기 시작했음. 그렇게 먹다 거의 바닥이 보일 쯤에 남자가 하던 일을 마치고 와서 태웅의 맞은편에 앉았음.

"정신이 들어서 다행이다."
"......"

태웅은 자신에게 친절을 베푸는 남자를 경계함. 그가 지금까지 겪어온 경험으로는 그럴 수밖에 없었음. 사람들은 타인에게 어떠한 조건 없이 베풀지 않는다고. 그리고 세상에는 정말 이상한 취향을 가진 새끼들도 많다는 걸 알고 있었음.

태웅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았는지, 그와 눈을 맞추고 있던 남자는 웃음을 터뜨림.

"이상한 사람 아니니까 걱정마."
"...이상한 사람이 자길 이상하다고 하고 다니진 않아."
"하하, 그 말도 맞네."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는 어깨를 으쓱함. 그렇지만 진짜 아니야. 그리고는 태웅의 앞에 있는 빈 그릇을 챙겼음. 무의식중에 그릇을 따라 시선이 돌아간 태웅이 군침을 삼켰음. 비록 묽고 간도 거의 안 된 스프였지만 더 먹고 싶었음. 하지만 남자는 고개를 저었음.

"조금 있다가 더 줄게. 너무 한꺼번에 먹으면 속이 놀라."

그는 다른 그릇들이 모여있는 물통에 그릇을 넣어두고, 수건을 하나 챙겨서 태웅에게로 다가왔음.

"그 사이에, 일단 씻고 오지 않을래?"

남자는 태웅이 나온 방 옆의 닫힌 문을 가리켰음. 갈아입을 옷은 준비해 줄게. 그리고는 다시 자기 할 일을 하려는 듯 몸을 돌려서 가버림. 태웅은 손에 느껴지는 폭신폭신한 수건의 감촉을 느끼며 느릿느릿 욕실 쪽으로 걸음을 옮겼음. 갑자기 돌변해서 같이 들어가자는 둥 하면서 쫓아오지는 않을까 했는데, 남자는 콧노래를 부르면서 아예 집 밖으로 나가버렸음. 낮게 흥얼거리는 목소리가 조금씩 멀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태웅은 재빠르게 욕실로 들어가 문을 걸어잠갔음. 그러고 나서야 조금 마음을 놓고 씻을 수 있었음.



오랜만에 따뜻한 물과 비누로 몸을 씻고 나니 몸이 한참 가벼워진 것 같았음. 문을 열고 나오니 또 언제 들어와서 옷을 두고 간 건지, 잘 개어진 셔츠와 바지가 있었음. 몸 크기는 전혀 신경을 안 썼는지 소매와 바지 기장이 한참 남아서, 태웅은 낑낑거리며 옷을 접어 올렸음. 그러고 집 안을 둘러보는데 남자는 또 보이지 않음. 그래서 조금 마음을 놓고 더 이곳저곳 살펴봄.

집은 꽤나 어수선하지만 뭔가 나름의 질서는 있는 것 같기도 했음. 바닥에 널린 책만 좀 치워도 괜찮을 거 같음. 주방인지 작업실인지 잘 구분이 안되는 공간에는 다양한 크기의 냄비와 빈 포션병들이 늘어서 있었음. 약재사...구나. 한쪽에서 말리고 있는 약초들에서는 지금보다도 더 어릴 때 맡았던 익숙한 냄새들이 났음.

엄청 크지도 작지도 않은 집을 둘러보는 데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음. 태웅은 벽난로 옆의 안락의자로 향했음. 의자 위에 뒤집혀 놓여있던 책을 치우고 의자에 앉으니 푹신한 쿠션에 몸이 푹 묻히는 느낌이 났음. 경계를 아직 다 풀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지만 그보다는 피로가 더 강했음. 벽난로의 온기까지 더해지니 눈꺼풀이 계속해서 무거워졌음. 그리고 결국 태웅은 안락의자에서 잠이 들어버림.





슬램덩크 태웅대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