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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협의 방은 일반적인 손님 방과 크게 다르지 않았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질감이 느껴지는 것은, 서양식 인테리어와 홍차에 맞지 않는 대협의 유카타 차림 때문일거라고 생각했음. 이정환은 조금 굳은 얼굴로 홍차를 따르는 대협의 손을 뚫어져라 바라봤음. 얼굴을 보기는 어쩐지 껄끄러운 기분이었음.

 

"레몬 넣을까요?"

"아니, 됐어."

 

정환의 말에 대협은 차가 담긴 잔을 그에게 건네줬음. 그리고 자신의 잔에도 차를 적당히 따른 후, 얇게 썰린 레몬 조각을 넣었음. 레몬은 아직도 좋아하나 보네. 정환은 그 모습을 보다가 홍차를 한모금 마셨음. 옅은 오렌지 향이 나는 차는 부드럽게 넘어가면서도 혀끝에 쌉싸름한 맛을 남겼음.

 

"문제 해결 사무소라… 어쩐지 안 어울리는데요."

"보지도 않고 평가가 박하네."

"아니, 뭐랄까. 남의 심부름이나 뒷치닥거리나 하는 이미지는 아니라."

"말에 가시가 있다?"

"그럴리가요."

 

윤대협은 정말 아무런 의도도 없다는 듯 깨끗한 웃음을 지으며 정환을 바라봤음.

 

"그래서, 제 뒷조사를 하러 오신 거라고요?"

"정확히 말하면 사기꾼을 찾으러 온 건데…"

"아?"

"…여기 오기 전까지는 영매사가 너일 줄은 몰랐다."

"그럼 오해는 다 풀린 건가요?"

 

대협의 질문에 정환은 어깨를 작게 으쓱하며 시선을 돌렸음. 첫사랑에게 네가 돌아가신 노부인의 애인인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는 말을 대놓고 할 정도로 뻔뻔하지는 못했음. 윤대협은 대충 알겠다는 듯이 하하 웃고는 차를 마셨음.

 

아끼듯 조금씩 마시던 홍차도 어느 덧 절반이 넘게 줄어 있었음. 한잔 더 줄까, 하는 대협에게 정환은 괜찮다고 거절하고는 테이블 위에 빈 잔을 내려 놓았음.

 

"난 조금 피곤해서 방으로 돌아가 쉴게."

"그래요."

 

대협은 막 비운 잔에 홍차를 채우며 대답함. 정환은 잠깐 머뭇거리다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 쪽으로 향했음. 그리고 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대협이 뒤에서 그를 불렀음.

 

"형이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에요."

"……"

"그럼 푹 쉬어요."

 

정환은 말 없이 복도로 나와 문을 닫았음. 그리고 이상하게 화끈거리는 얼굴을 손으로 가리며 깊은 한숨을 내뱉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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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환대협 마키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