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연갤 - 중국연예
- 중화연예
https://hygall.com/609143565
view 900
2024.10.24 10:11
지역단위모름 의술모름 아무것도모름
방다병은 심부에 들어갔다가 몰래 빠져나왔다.
쪽지에 써있던대로 마을 북쪽의 큰 느티나무를 끼고 왼쪽으로 돌았다.
사람들이 모두 축제 전야제를 즐기러 저자와 강가로 갔는지 골목은 조용했다.
폐가로 들어갔다. 어쩐지 수강촌의 그 폐가가 떠올랐다.
혹시나 밀실이 있는지 벽과, 마당 담장을 둘러봤다.
다시 안으로 들어서자 조금 어지러운 것 같아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풀썩 쓰러졌다.
폐가 뒤편에서 태평루에서 허드렛일을 하던 여인와 주루 주인이 모습을 드러내 안으로 들어갔다.
“ 이 선생 주변에서 수상한 행동을 하면 방 공자가 의심스러운 눈을 할 줄 알았지요. 역시나. ”
“ 어떤가? 이 자라면 괜찮은 수준의 씨물을 뽑을 수 있겠는가? ”
“ 예, 제가 비록 평인이지만, 어릴 때부터 형질인의 체취에 훈련이 되지 않았습니까. 점심 때 그의 근처를 몇번 돌아봤는데 아주 진한 냄새를 맡았어요. ”
“ 좋군. 예전에 비해 숫자는 좀 줄었지만 그래도 60명 정도 모았으니 이대로 양주로 보내게나. ”
이연화는 자정에 가까운 시간이 되어서야 심부로 돌아왔다. 적비성과의 보내는 시간이 즐거워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연화는 의외라고 생각했다.
전 무림에서 이길 자가 없다는 무공을 가졌고, 사파제일의 금원맹의 맹주였다. 무공밖에 모르고 냉혈한이라는 평가를 들은 적이 있었지만 그는 생각보다 유머감각이 있었고, 다정했다. 자꾸 가슴께가 간지러웠다.
심부로 들어서고나서야 방다병이 떠올랐다.
어쩐지 조금 미안해졌다.
방다병의 방문 앞에 서자 안은 조용했고 불은 꺼져있었다.
잠깐 들어가서 볼까 하다가 혹시라도 잠에서 깨어나면 이 늦은 시간동안 뭐하다 이제서야 들어왔냐고 추궁당할 것 같아 그냥 조용히 물러났다.
다음 날 아침이 되었다. 방다병이 아직도 조용한 게 신경쓰여 방문으로 두드렸다.
인기척이 없어 조용해 문을 열고 들어갔다. 방은 비어져 있었다.
이연화는 의아함에 밖으로 나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혹시 아침 일찍부터 수련을 한다던지, 정원을 구경한다던지 할 수 있으니.
한참을 돌아보았지만 방다병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시종들에게 물어도 봤지만 어제 저녁 쯤 들어온 걸 보았지만 나가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고 했다.
적비성이 아침부터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이연화를 보았다.
“ 무슨 일이지? ”
“ 방다병이 안보여. 어제 분명 심부로 돌아간다고 했는데. ”
걱정이 가득 담긴 눈이 심기에 거슬렸다.
이연화가 빠른 걸음으로 다시 방다병의 방으로 향하자 적비성이 잠시 고민하다 따라붙었다.
이연화는 방다병의 방을 둘러봤다.
침상의 이불을 들추고 베게를 유심히 보았다.
“ 방다병은 어제 이곳에서 자지 않은 것 같아. 잠을 잔 흔적이 없어. ”
“ 정돈을 하고 일찍 나갔을 수도 있지않나. ”
“ 심부는 하루에 한번씩, 우리가 방을 나서면 침구를 갈아주고 있어. 방다병이 침구를 정돈 했을 순 있지만 이렇게 새 침구처럼 머리카락 한톨 없이 정리하는건 말이 안돼. ”
문 근처에서 인기척이 났다. 심유연이 걱정스러운 얼굴을 했다.
” 혹시.. 풍신의 입김을 맞은 건 아닐까요? “
실종사건!
방다병은 양인이니 가능성이 있었다.
이연화가 빠르게 밖으로 나섰다. 심유연에게는 따라오지 말라고 외쳤다.
이연화는 함강을 향해 빠르게 걸으면서 적비성에게 수강촌에서 일어났었던 형질인 사건에 대해 간략하게 말했다.
” 그들은 그저 하부 조직이라고 했어. 그렇다는 건 비슷한 조직들이 대희국 전역에 퍼져있다는거지.
이곳에서는 매년 축제 때 형질인 실종사건이 벌어지고 있고, 두 사건은 결이 똑같아.
수강촌의 범인들은 양인의 씨물을 짜내고 시원찮아지자 폐기하라고 지시했어. 실제로 시신들이 발견되기도 했고.
심 낭자에게 물어봤는데 이 곳에서는 실종자들의 시신이 발견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대. 그래서 풍신의 입김을 맞아서 떠밀려 사라졌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들이 생긴거야.
시신이 없다는 건, 납치된 사람들이 이곳 풍기촌에서 어디론가 보내지고 있는 것 같아. ”
빠르게 말하는 이연화의 얼굴을 바라봤다.
여전히 영민했다. 작은 단서, 작은 이야기에서 인과관계를 추론해나갔다.
“ 함주는 지리적 이점으로 무역이 발달되었기 때문에 오가는 물자와 사람들에 대한 관리가 느슨하지 않아. 그렇다면 납치한 사람들을 언제, 어떻게 해야 외부로 안전하게 빼돌릴 수 있을까? ”
함강 가까이 다가갔다. 이연화가 거친 숨을 몰아 쉬었다.
함강에는 놀잇배부터 제사를 지내는 배, 물자를 실은 배, 온갓 배들이 띄워져 있었다.
“ 배지. 특히, 축제 당일의 배! ”
강가의 상류에서 축제 의식이 준비되었다.
마을 장로와 풍기촌에서 대대로 터를 잡은유명 가문의 가주 몇 사람이 의식을 주관했다.
장로와 가주들이 나란히 서서 신성한 바람의 상징인 바람 나팔을 길게 불자 축제가 시작되었다.
강가에는 색색의 옷을 입은 사람들이 즐비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그들의 옷이 깃발처럼 펄럭거렸다.
나뭇잎이 흔들리고, 풀들이 흔들리면서 쏴- 소리를 냈다.
사람들이 소원을 써 넣은 각양각색의 배를 띄웠다. 나무부터 종이, 심지어는 배모양이 아닌 것들도 있었다.
축제 당일 소원을 쓴 배를 띄우면 풍신이 소원이 이뤄지도록 밀어준다고 했다.
강 위는 지상보다 더 복잡하게 얽혀있었다.
이연화의 눈이 불안으로 흔들렸다.
방다병이 자신을 따라 함주에 오지 않았다면 이런 일을 겪을 필요도 없었다.
만약 다시는 그 빛나는 동그란 눈을 보지 못한다고 생각하자 가슴이 아렸다.
눈을 감았다 뜬 이연화가 생각에 빠졌다.
방다병은 나이에 비해 무공 실력이 출중했다. 근골도 훌륭했고 몸놀림이 좋았다.
그렇다면 방다병과 1대1로 겨뤄 납치하려면 상대도 굉장한 고수여야 한다.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다.
약이나 암기에 당했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이건 중요한 게 아니였다.
어제 저녁 분명 심부로 돌아왔다. 본 사람이 있으니 이건 확실했다. 그렇다면, 왜 다시 나왔을까? 무슨 이유로?
어떤 방법으로 방다병을 다시 밖으로 불러냈던 걸까?
함주에는 방다병과 얽힌게 없었다.
그가 형탐이라는 것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심 노인도 방다병이 형탐인 것 까진 몰랐다.
함주와 엮인 건 이연화였다.
심 노인이 그렇고, 사부의 요리책으로 인해 태평루 주인과 본의 아니게 엮여 있었다
그렇다면, 이연화 자신을 미끼로 꼬여낸건가?
방다병이라면 분명, 자신을 연모하는 방다병은 분명 걸려들고 말 것이다.
“ 아무래도.. 방다병은 나 때문에 납치된 것 같아. ”
이연화의 목소리에 자책과 슬픔이 녹아나왔다.
“ 방다병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지? 나 어떡해야해? ”
적비성이 주먹을 꽉 쥐었다. 묻고 싶은 말이 입안에만 맴돌았다.
나는 10년동안 널 찾아다녔는데 넌 그새 다른 사람이 생긴거냐고.
멍하니 강을 바라보고 있던 이연화가 적비성을 바라봤다.
“ 하류로 가야겠어. ”
축제용 배라면 하류까지 오지 않을 터였다. 풍기촌을, 함주를 빠져나가는 배 만이 하류까지 올 것이니, 하류에서 배들을 살펴 볼 생각이였다.
함강의 하류로 가자 갈대의 일종인 모량이 강 주변을 빽빽하게 매우며 자라고 있었다.
모량은 이 함주에서만 자라는 종인 것 같았다.
성인의 키보다 큰 모량은 잎이 무성하고 우거졌다. 단단하지 않아 바람에 잘 흔들렸다.
강가 가까이 모량를 해치고 들어가자 모량밭 곳곳에서 색사를 나누는 사람들에 화들짝 놀랬다.
심유연의 말이 떠올랐다.
- 축제가 끝나는 날까지 강 하류의 모량밭에서는 남녀가, 양인과 음인이 여러 일들을 벌인답니다.
낯가죽이 두꺼운 이연화도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타인의 색사에 민망함을 느꼈다.
슬쩍 곁눈질로 적비성을 보았으나 적비성의 낯빛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사람들을 피해 모량밭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강가라 그런지 바람이 세게 불었다.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앉아있으니 춥게 느껴졌다. 심지어 이연화는 얇은 옷감으로 만든 옷을 입고 있었다.
적비성이 고개를 돌리자 몸을 움츠린 이연화가 어깨를 감싸고 있었다.
이상이도 추위를 많이 탔으니, 이연화도 추위를 많이 타겠다 싶어 장포를 벗어 건냈다.
이연화가 휘둥그레한 눈으로 적비성을 바라봤다.
“ 춥잖아. ”
건내 받은 장포를 어깨에 두르자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온기와 체취, 마치 적비성에게 안긴 것 같은 느낌이였다.
순간 사타구니가 축축해졌다. 애액이 나왔다. 놀라 움찔하며 몸을 더 움츠렸다.
어쩐지 공기가 달큰했다.
그제서야 왜 모량밭에서 다들 저러고 있는지 눈치챘다.
짓이겨진 모량의 즙에는 최음 효과가 있었다.
이대로 이 곳에 있으면 안될 것 같아 급하게 몸을 일으키자 적비성도 몸을 움직였다.
- 보고 싶었소. 내내
갑자기 기억이 밀려들어왔다.
깜깜한 밤 어스름한 달빛을 의지해 서로를 바라보던 연인이 있었다.
- 저도요.
눈 앞에 서있는 사람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기억에 이연화가 휘청거리자 적비성이 얼른 이연화의 허리를 감쌌다.
“ 왜 그래? 어디 안좋아? ”
적비성을 바라보는 이연화의 눈이 흔들렸다.
적비성이 걱정어린 눈으로 바라보다 이내 뭔가 깨달았는지 이연화의 허리를 더 당겨 안으며 얼굴을 가까이 맞댔다.
“ 혹시...? ”
혼란스러운 표정의 이연화가 적비성을 밀치고 벗어나려고 했다. 그런 이연화를 뒤에서 껴안았다.
“ 가지마. ”
이연화가 우뚝 몸을 멈췄다.
가지말라는 적비성의 목소리와 기억 속 사내의 목소리가 겹쳤다.
앞으로 둘러진 손을 올려 이연화의 얼굴을 옆으로 돌렸다.
부챗살처럼 촤르르 퍼진 속눈썹과 까만 눈동자가 이연화의 양 눈동자를 이리저리 번갈아가며 바라봤다.
애타는 뜨거운 눈빛을 더 마주하지 못하고 큰 숨을 내쉬며 눈을 감았다.
입술에 와 닿는 뜨거운 감촉에 이연화가 흐느끼듯한 한숨을 내뱉었다.
천천히 입을 벌리며 혀가 밀려들어왔다.
아주 조심스러운 움직임이였다.
굳어있는 이연화의 혀를 혀끝으로 조심스럽게 건드리다 휘감아 비볐다. 입천장을 혀끝으로 문지르니 이연화가 앓는 소리를 냈다.
예전과 전혀 변하지 않았다.
연화루 이연화 비성연화 다병연화
방다병은 심부에 들어갔다가 몰래 빠져나왔다.
쪽지에 써있던대로 마을 북쪽의 큰 느티나무를 끼고 왼쪽으로 돌았다.
사람들이 모두 축제 전야제를 즐기러 저자와 강가로 갔는지 골목은 조용했다.
폐가로 들어갔다. 어쩐지 수강촌의 그 폐가가 떠올랐다.
혹시나 밀실이 있는지 벽과, 마당 담장을 둘러봤다.
다시 안으로 들어서자 조금 어지러운 것 같아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풀썩 쓰러졌다.
폐가 뒤편에서 태평루에서 허드렛일을 하던 여인와 주루 주인이 모습을 드러내 안으로 들어갔다.
“ 이 선생 주변에서 수상한 행동을 하면 방 공자가 의심스러운 눈을 할 줄 알았지요. 역시나. ”
“ 어떤가? 이 자라면 괜찮은 수준의 씨물을 뽑을 수 있겠는가? ”
“ 예, 제가 비록 평인이지만, 어릴 때부터 형질인의 체취에 훈련이 되지 않았습니까. 점심 때 그의 근처를 몇번 돌아봤는데 아주 진한 냄새를 맡았어요. ”
“ 좋군. 예전에 비해 숫자는 좀 줄었지만 그래도 60명 정도 모았으니 이대로 양주로 보내게나. ”
이연화는 자정에 가까운 시간이 되어서야 심부로 돌아왔다. 적비성과의 보내는 시간이 즐거워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연화는 의외라고 생각했다.
전 무림에서 이길 자가 없다는 무공을 가졌고, 사파제일의 금원맹의 맹주였다. 무공밖에 모르고 냉혈한이라는 평가를 들은 적이 있었지만 그는 생각보다 유머감각이 있었고, 다정했다. 자꾸 가슴께가 간지러웠다.
심부로 들어서고나서야 방다병이 떠올랐다.
어쩐지 조금 미안해졌다.
방다병의 방문 앞에 서자 안은 조용했고 불은 꺼져있었다.
잠깐 들어가서 볼까 하다가 혹시라도 잠에서 깨어나면 이 늦은 시간동안 뭐하다 이제서야 들어왔냐고 추궁당할 것 같아 그냥 조용히 물러났다.
다음 날 아침이 되었다. 방다병이 아직도 조용한 게 신경쓰여 방문으로 두드렸다.
인기척이 없어 조용해 문을 열고 들어갔다. 방은 비어져 있었다.
이연화는 의아함에 밖으로 나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혹시 아침 일찍부터 수련을 한다던지, 정원을 구경한다던지 할 수 있으니.
한참을 돌아보았지만 방다병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시종들에게 물어도 봤지만 어제 저녁 쯤 들어온 걸 보았지만 나가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고 했다.
적비성이 아침부터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이연화를 보았다.
“ 무슨 일이지? ”
“ 방다병이 안보여. 어제 분명 심부로 돌아간다고 했는데. ”
걱정이 가득 담긴 눈이 심기에 거슬렸다.
이연화가 빠른 걸음으로 다시 방다병의 방으로 향하자 적비성이 잠시 고민하다 따라붙었다.
이연화는 방다병의 방을 둘러봤다.
침상의 이불을 들추고 베게를 유심히 보았다.
“ 방다병은 어제 이곳에서 자지 않은 것 같아. 잠을 잔 흔적이 없어. ”
“ 정돈을 하고 일찍 나갔을 수도 있지않나. ”
“ 심부는 하루에 한번씩, 우리가 방을 나서면 침구를 갈아주고 있어. 방다병이 침구를 정돈 했을 순 있지만 이렇게 새 침구처럼 머리카락 한톨 없이 정리하는건 말이 안돼. ”
문 근처에서 인기척이 났다. 심유연이 걱정스러운 얼굴을 했다.
” 혹시.. 풍신의 입김을 맞은 건 아닐까요? “
실종사건!
방다병은 양인이니 가능성이 있었다.
이연화가 빠르게 밖으로 나섰다. 심유연에게는 따라오지 말라고 외쳤다.
이연화는 함강을 향해 빠르게 걸으면서 적비성에게 수강촌에서 일어났었던 형질인 사건에 대해 간략하게 말했다.
” 그들은 그저 하부 조직이라고 했어. 그렇다는 건 비슷한 조직들이 대희국 전역에 퍼져있다는거지.
이곳에서는 매년 축제 때 형질인 실종사건이 벌어지고 있고, 두 사건은 결이 똑같아.
수강촌의 범인들은 양인의 씨물을 짜내고 시원찮아지자 폐기하라고 지시했어. 실제로 시신들이 발견되기도 했고.
심 낭자에게 물어봤는데 이 곳에서는 실종자들의 시신이 발견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대. 그래서 풍신의 입김을 맞아서 떠밀려 사라졌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들이 생긴거야.
시신이 없다는 건, 납치된 사람들이 이곳 풍기촌에서 어디론가 보내지고 있는 것 같아. ”
빠르게 말하는 이연화의 얼굴을 바라봤다.
여전히 영민했다. 작은 단서, 작은 이야기에서 인과관계를 추론해나갔다.
“ 함주는 지리적 이점으로 무역이 발달되었기 때문에 오가는 물자와 사람들에 대한 관리가 느슨하지 않아. 그렇다면 납치한 사람들을 언제, 어떻게 해야 외부로 안전하게 빼돌릴 수 있을까? ”
함강 가까이 다가갔다. 이연화가 거친 숨을 몰아 쉬었다.
함강에는 놀잇배부터 제사를 지내는 배, 물자를 실은 배, 온갓 배들이 띄워져 있었다.
“ 배지. 특히, 축제 당일의 배! ”
강가의 상류에서 축제 의식이 준비되었다.
마을 장로와 풍기촌에서 대대로 터를 잡은유명 가문의 가주 몇 사람이 의식을 주관했다.
장로와 가주들이 나란히 서서 신성한 바람의 상징인 바람 나팔을 길게 불자 축제가 시작되었다.
강가에는 색색의 옷을 입은 사람들이 즐비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그들의 옷이 깃발처럼 펄럭거렸다.
나뭇잎이 흔들리고, 풀들이 흔들리면서 쏴- 소리를 냈다.
사람들이 소원을 써 넣은 각양각색의 배를 띄웠다. 나무부터 종이, 심지어는 배모양이 아닌 것들도 있었다.
축제 당일 소원을 쓴 배를 띄우면 풍신이 소원이 이뤄지도록 밀어준다고 했다.
강 위는 지상보다 더 복잡하게 얽혀있었다.
이연화의 눈이 불안으로 흔들렸다.
방다병이 자신을 따라 함주에 오지 않았다면 이런 일을 겪을 필요도 없었다.
만약 다시는 그 빛나는 동그란 눈을 보지 못한다고 생각하자 가슴이 아렸다.
눈을 감았다 뜬 이연화가 생각에 빠졌다.
방다병은 나이에 비해 무공 실력이 출중했다. 근골도 훌륭했고 몸놀림이 좋았다.
그렇다면 방다병과 1대1로 겨뤄 납치하려면 상대도 굉장한 고수여야 한다.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다.
약이나 암기에 당했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이건 중요한 게 아니였다.
어제 저녁 분명 심부로 돌아왔다. 본 사람이 있으니 이건 확실했다. 그렇다면, 왜 다시 나왔을까? 무슨 이유로?
어떤 방법으로 방다병을 다시 밖으로 불러냈던 걸까?
함주에는 방다병과 얽힌게 없었다.
그가 형탐이라는 것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심 노인도 방다병이 형탐인 것 까진 몰랐다.
함주와 엮인 건 이연화였다.
심 노인이 그렇고, 사부의 요리책으로 인해 태평루 주인과 본의 아니게 엮여 있었다
그렇다면, 이연화 자신을 미끼로 꼬여낸건가?
방다병이라면 분명, 자신을 연모하는 방다병은 분명 걸려들고 말 것이다.
“ 아무래도.. 방다병은 나 때문에 납치된 것 같아. ”
이연화의 목소리에 자책과 슬픔이 녹아나왔다.
“ 방다병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지? 나 어떡해야해? ”
적비성이 주먹을 꽉 쥐었다. 묻고 싶은 말이 입안에만 맴돌았다.
나는 10년동안 널 찾아다녔는데 넌 그새 다른 사람이 생긴거냐고.
멍하니 강을 바라보고 있던 이연화가 적비성을 바라봤다.
“ 하류로 가야겠어. ”
축제용 배라면 하류까지 오지 않을 터였다. 풍기촌을, 함주를 빠져나가는 배 만이 하류까지 올 것이니, 하류에서 배들을 살펴 볼 생각이였다.
함강의 하류로 가자 갈대의 일종인 모량이 강 주변을 빽빽하게 매우며 자라고 있었다.
모량은 이 함주에서만 자라는 종인 것 같았다.
성인의 키보다 큰 모량은 잎이 무성하고 우거졌다. 단단하지 않아 바람에 잘 흔들렸다.
강가 가까이 모량를 해치고 들어가자 모량밭 곳곳에서 색사를 나누는 사람들에 화들짝 놀랬다.
심유연의 말이 떠올랐다.
- 축제가 끝나는 날까지 강 하류의 모량밭에서는 남녀가, 양인과 음인이 여러 일들을 벌인답니다.
낯가죽이 두꺼운 이연화도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타인의 색사에 민망함을 느꼈다.
슬쩍 곁눈질로 적비성을 보았으나 적비성의 낯빛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사람들을 피해 모량밭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강가라 그런지 바람이 세게 불었다.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앉아있으니 춥게 느껴졌다. 심지어 이연화는 얇은 옷감으로 만든 옷을 입고 있었다.
적비성이 고개를 돌리자 몸을 움츠린 이연화가 어깨를 감싸고 있었다.
이상이도 추위를 많이 탔으니, 이연화도 추위를 많이 타겠다 싶어 장포를 벗어 건냈다.
이연화가 휘둥그레한 눈으로 적비성을 바라봤다.
“ 춥잖아. ”
건내 받은 장포를 어깨에 두르자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온기와 체취, 마치 적비성에게 안긴 것 같은 느낌이였다.
순간 사타구니가 축축해졌다. 애액이 나왔다. 놀라 움찔하며 몸을 더 움츠렸다.
어쩐지 공기가 달큰했다.
그제서야 왜 모량밭에서 다들 저러고 있는지 눈치챘다.
짓이겨진 모량의 즙에는 최음 효과가 있었다.
이대로 이 곳에 있으면 안될 것 같아 급하게 몸을 일으키자 적비성도 몸을 움직였다.
- 보고 싶었소. 내내
갑자기 기억이 밀려들어왔다.
깜깜한 밤 어스름한 달빛을 의지해 서로를 바라보던 연인이 있었다.
- 저도요.
눈 앞에 서있는 사람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기억에 이연화가 휘청거리자 적비성이 얼른 이연화의 허리를 감쌌다.
“ 왜 그래? 어디 안좋아? ”
적비성을 바라보는 이연화의 눈이 흔들렸다.
적비성이 걱정어린 눈으로 바라보다 이내 뭔가 깨달았는지 이연화의 허리를 더 당겨 안으며 얼굴을 가까이 맞댔다.
“ 혹시...? ”
혼란스러운 표정의 이연화가 적비성을 밀치고 벗어나려고 했다. 그런 이연화를 뒤에서 껴안았다.
“ 가지마. ”
이연화가 우뚝 몸을 멈췄다.
가지말라는 적비성의 목소리와 기억 속 사내의 목소리가 겹쳤다.
앞으로 둘러진 손을 올려 이연화의 얼굴을 옆으로 돌렸다.
부챗살처럼 촤르르 퍼진 속눈썹과 까만 눈동자가 이연화의 양 눈동자를 이리저리 번갈아가며 바라봤다.
애타는 뜨거운 눈빛을 더 마주하지 못하고 큰 숨을 내쉬며 눈을 감았다.
입술에 와 닿는 뜨거운 감촉에 이연화가 흐느끼듯한 한숨을 내뱉었다.
천천히 입을 벌리며 혀가 밀려들어왔다.
아주 조심스러운 움직임이였다.
굳어있는 이연화의 혀를 혀끝으로 조심스럽게 건드리다 휘감아 비볐다. 입천장을 혀끝으로 문지르니 이연화가 앓는 소리를 냈다.
예전과 전혀 변하지 않았다.
연화루 이연화 비성연화 다병연화
https://hygall.com/609143565
[Code: a68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