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6684376
view 12377
2024.03.05 17:34
1: https://hygall.com/586250471
2: https://hygall.com/586312197
3: https://hygall.com/586325570
4: https://hygall.com/586353222
5: https://hygall.com/586452708
6: https://hygall.com/586483427
7: https://hygall.com/586525386
8: https://hygall.com/586573006
9: https://hygall.com/586630833
오랫동안 한 몸이라고 느꼈던 폴의 혀가 제 입 속을 파고드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낯선 일이었어. 밀어내고싶었지만 본래 힘이 강한 건지 무엇에 취한 탓인지는 몰라도 폴의 몸은 꿈쩍도 하지 않았지. 오빠, 라는 힘없는 발음은 모두 두 사람의 입 속에 타액으로 녹아 사라졌어.
그리고 둘의 부딪히는 입술을 부유하는 곤충이 측면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지. 소리도 없이. 아버지가 오니솝터를 타고 하늘을 부유할 때에, 폴이 설명해준 적이 있었어. 저건 호버링이라는 기술이야. 왜 지금 그 말이 떠올랐는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적어도 지금, 정신없이 혀를 얽는 순간에도 두 가지만은 알 수 있었지. 눈을 감아선 안돼.
폴.
폴,
나의 시야를 봐.
우리를 향해 돌아서는 저 곤충을 봐.
봐!
오빠를 그토록 애타게 부르는 것이 무슨 의미는 있는지는 몰라도, 고개를 꺾으며 저를 굽히던 힘이 약해진 것은 맞았어. 약하진 정도가 아니라 마치 그대로 벼락맞고 죽은 사람처럼 굳어버린 것 같았지. 제 손으로 폴의 어깨를 살며시 미는데 그 손을 폴이 맞잡아왔어.
가만히.
가만히...
자신의 머릿 속에 울리는 폴의 목소리에 경악한 것도 잠시, 뒤를 돌자마자 곤충을 잡아채는 손길은 경악스러울 정도로 빨랐어. 아주 눈에 익숙한 동작들이었지. 베네 게세리트로서의 교육을 포기 당하기 전에 엄마로부터 배웠던 동작들이니까. 그리고 그 동작은 벽에서 튀어나온 암살자를 잡는데도 똑같이 이어졌어. 눈을 감고 싶었지만 눈을 감을 수는 없었고. 자신이 오빠를 부르기만 한다면, 그래서 오빠가 자신의 감각과 시야를 공유받는게 맞다면 지금은 눈을 감을 때가 아니라 폴을 불러야 할 때일테니까. 너붕은 눈을 똑바로 뜨고 마음 속으로 계속 폴을 불러. 그리고 속삭여주지.
폴, 난 저 동작을 알아.
저건 하코넨의 무술이야.
**
암살자는 잡혀죽었고, 레토는 밤 중에 일어난 일에 진노했어. 그도 그럴게, 당장 허니를 하코넨으로 보내지 않겠다고 선언한지 하루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잖아. 애초에 믿고 보낸 것도 아니었지만 제 딸을 결혼 상대로 데려가 아라키스로 외유를 보내주는 척 암살자를 딸려보낸 짓거리에 레토가 치를 떨며 분노했지. 그 분노는 경계 담당자인 투피르에게 그대로 쏟아졌어. 사직을 청하는 투피르에게 레토는 수염이 떨릴 정도로 노성을 질렀음.
"자네의 그까짓 명예는 중요치 않네! 내 자식들이 죽을 뻔했어!"
폴이 어째서 허니 비의 방에 있었는지는 아무도 문제삼지 않는 분위기였어. 몇몇 대신들은 폴의 무위를 칭찬하기도 했지. 그 분위기 속에서 폴은 살그머니 너붕의 손을 잡아왔지만, 너붕은 머뭇대다가 그 손을 피해버렸어.
머릿 속에는 오로지 한가지 생각 뿐이었지.
로타가 보낸걸까?
암살자를 고문하고 조사한 아저씨들이 그랬어. 방에 적어도 6주 이상은 머물렀던 자라고. 그렇다는건, 내내 빈 방으로 남겨져 있었을 그곳에 허니가 올거라는 걸 알았다는 말이잖아. 아라키스로 보내지도록 결정한 건, 그리고 그 결정을 아는 사람들은 얼마 없을거였고...폴의 손에 잡혀 수장된 헌터 시커는 명백히 암살을 위해 만들어진 병기였지.
로타가 나를 죽이려고 한걸까?
도대체 왜?
그 물음에 대답해줄 사람은 지금 아라키스에 없었지.
**
당연하게도, 너붕은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해. 암살자를 잡아죽인 방에서 발뻗고 잘 정도로 강인한 성미도 아니었고 레토는 그 방에서 딸을 그대로 재울 사람이 아니었지. 소란이 끝나고 허니는 힘빠진 발걸음으로 부모님이 마련해준 임시 거처로 발걸음을 옮겨. 너붕도 그렇게 생각하지. 쌍둥이 오빠와 입맞춘 방에서 잠 잘 정도로 스스로의 낯짝이 두껍지는 않다고 말이야.
하지만 방을 바꿔도 잠이 오지 않는건 마찬가지였어. 폴을 부르면 폴이 자신을 볼 수도 느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자 신경이 곤두서서 눈을 감을 수가 없었지. 생각하지 말라고 생각하면 그 생각을 더 하게 되는 것처럼, 폴에 대한 생각을 하면 안된다고 생각할 수록 점점 더 많은 생각이 났어. 결국 이불을 박차고 복도로 나선 너붕은 유에의 방으로 향해. 수면제라도 먹어야 겨우 눈붙일 수 있을 것 같았거든.
그런데 있잖아, 항상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예감은 틀리지가 않아. 복도를 걷는데, 무수한 헌터 시커들이 꼭 등 뒤에서 떠오를 것 같은거야. 누군가를 빼닮은 무기질의 눈동자자 수십쌍이 제 등 뒤를 공격해올 것 같은 거지. 무서워서 눈을 감고 복도를 달리다가, 마침 복도 끝에 선 유에를 발견한 너붕은 큰 소리로 유에를 불렀어.
그리고 앞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덕에 무언가에 걸려 넘어졌지. 무릎이 깨질 것 같은 고통에 몸을 웅크리고 있는데, 발 끝에 걸리는 게 느낌이 이상해. 물컹하고...뜨겁고...
그건 엎어진 사람이었어. 얼굴을 돌려볼 새도 없이 그게 누군지 알았지. 엄마가 새로 임명했다던 프레멘 시녀장이 눈을 시퍼렇게 뜬 채 엎어져 있었던 거야. 맞은 편에서 뛰는 발소리가 들리고 너붕은 겁에 질린 채 유에의 이름을 소리치듯 외쳤어.
하지만 유에는 너붕을 위로하지도, 시녀장을 살펴주지도 않았지.
제게 뻗어오는 손이 너붕이 본 마지막 장면이었어.
"꺼져"
그리고 무너지는 신형을 받아 안아든 것은 페이드 로타 하코넨이었지.
**
페이드로타너붕붕
오틴버너붕붕
폴너붕붕
티모시너붕붕
2: https://hygall.com/586312197
3: https://hygall.com/586325570
4: https://hygall.com/586353222
5: https://hygall.com/586452708
6: https://hygall.com/586483427
7: https://hygall.com/586525386
8: https://hygall.com/586573006
9: https://hygall.com/586630833
오랫동안 한 몸이라고 느꼈던 폴의 혀가 제 입 속을 파고드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낯선 일이었어. 밀어내고싶었지만 본래 힘이 강한 건지 무엇에 취한 탓인지는 몰라도 폴의 몸은 꿈쩍도 하지 않았지. 오빠, 라는 힘없는 발음은 모두 두 사람의 입 속에 타액으로 녹아 사라졌어.
그리고 둘의 부딪히는 입술을 부유하는 곤충이 측면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지. 소리도 없이. 아버지가 오니솝터를 타고 하늘을 부유할 때에, 폴이 설명해준 적이 있었어. 저건 호버링이라는 기술이야. 왜 지금 그 말이 떠올랐는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적어도 지금, 정신없이 혀를 얽는 순간에도 두 가지만은 알 수 있었지. 눈을 감아선 안돼.
폴.
폴,
나의 시야를 봐.
우리를 향해 돌아서는 저 곤충을 봐.
봐!
오빠를 그토록 애타게 부르는 것이 무슨 의미는 있는지는 몰라도, 고개를 꺾으며 저를 굽히던 힘이 약해진 것은 맞았어. 약하진 정도가 아니라 마치 그대로 벼락맞고 죽은 사람처럼 굳어버린 것 같았지. 제 손으로 폴의 어깨를 살며시 미는데 그 손을 폴이 맞잡아왔어.
가만히.
가만히...
자신의 머릿 속에 울리는 폴의 목소리에 경악한 것도 잠시, 뒤를 돌자마자 곤충을 잡아채는 손길은 경악스러울 정도로 빨랐어. 아주 눈에 익숙한 동작들이었지. 베네 게세리트로서의 교육을 포기 당하기 전에 엄마로부터 배웠던 동작들이니까. 그리고 그 동작은 벽에서 튀어나온 암살자를 잡는데도 똑같이 이어졌어. 눈을 감고 싶었지만 눈을 감을 수는 없었고. 자신이 오빠를 부르기만 한다면, 그래서 오빠가 자신의 감각과 시야를 공유받는게 맞다면 지금은 눈을 감을 때가 아니라 폴을 불러야 할 때일테니까. 너붕은 눈을 똑바로 뜨고 마음 속으로 계속 폴을 불러. 그리고 속삭여주지.
폴, 난 저 동작을 알아.
저건 하코넨의 무술이야.
**
암살자는 잡혀죽었고, 레토는 밤 중에 일어난 일에 진노했어. 그도 그럴게, 당장 허니를 하코넨으로 보내지 않겠다고 선언한지 하루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잖아. 애초에 믿고 보낸 것도 아니었지만 제 딸을 결혼 상대로 데려가 아라키스로 외유를 보내주는 척 암살자를 딸려보낸 짓거리에 레토가 치를 떨며 분노했지. 그 분노는 경계 담당자인 투피르에게 그대로 쏟아졌어. 사직을 청하는 투피르에게 레토는 수염이 떨릴 정도로 노성을 질렀음.
"자네의 그까짓 명예는 중요치 않네! 내 자식들이 죽을 뻔했어!"
폴이 어째서 허니 비의 방에 있었는지는 아무도 문제삼지 않는 분위기였어. 몇몇 대신들은 폴의 무위를 칭찬하기도 했지. 그 분위기 속에서 폴은 살그머니 너붕의 손을 잡아왔지만, 너붕은 머뭇대다가 그 손을 피해버렸어.
머릿 속에는 오로지 한가지 생각 뿐이었지.
로타가 보낸걸까?
암살자를 고문하고 조사한 아저씨들이 그랬어. 방에 적어도 6주 이상은 머물렀던 자라고. 그렇다는건, 내내 빈 방으로 남겨져 있었을 그곳에 허니가 올거라는 걸 알았다는 말이잖아. 아라키스로 보내지도록 결정한 건, 그리고 그 결정을 아는 사람들은 얼마 없을거였고...폴의 손에 잡혀 수장된 헌터 시커는 명백히 암살을 위해 만들어진 병기였지.
로타가 나를 죽이려고 한걸까?
도대체 왜?
그 물음에 대답해줄 사람은 지금 아라키스에 없었지.
**
당연하게도, 너붕은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해. 암살자를 잡아죽인 방에서 발뻗고 잘 정도로 강인한 성미도 아니었고 레토는 그 방에서 딸을 그대로 재울 사람이 아니었지. 소란이 끝나고 허니는 힘빠진 발걸음으로 부모님이 마련해준 임시 거처로 발걸음을 옮겨. 너붕도 그렇게 생각하지. 쌍둥이 오빠와 입맞춘 방에서 잠 잘 정도로 스스로의 낯짝이 두껍지는 않다고 말이야.
하지만 방을 바꿔도 잠이 오지 않는건 마찬가지였어. 폴을 부르면 폴이 자신을 볼 수도 느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자 신경이 곤두서서 눈을 감을 수가 없었지. 생각하지 말라고 생각하면 그 생각을 더 하게 되는 것처럼, 폴에 대한 생각을 하면 안된다고 생각할 수록 점점 더 많은 생각이 났어. 결국 이불을 박차고 복도로 나선 너붕은 유에의 방으로 향해. 수면제라도 먹어야 겨우 눈붙일 수 있을 것 같았거든.
그런데 있잖아, 항상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예감은 틀리지가 않아. 복도를 걷는데, 무수한 헌터 시커들이 꼭 등 뒤에서 떠오를 것 같은거야. 누군가를 빼닮은 무기질의 눈동자자 수십쌍이 제 등 뒤를 공격해올 것 같은 거지. 무서워서 눈을 감고 복도를 달리다가, 마침 복도 끝에 선 유에를 발견한 너붕은 큰 소리로 유에를 불렀어.
그리고 앞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덕에 무언가에 걸려 넘어졌지. 무릎이 깨질 것 같은 고통에 몸을 웅크리고 있는데, 발 끝에 걸리는 게 느낌이 이상해. 물컹하고...뜨겁고...
그건 엎어진 사람이었어. 얼굴을 돌려볼 새도 없이 그게 누군지 알았지. 엄마가 새로 임명했다던 프레멘 시녀장이 눈을 시퍼렇게 뜬 채 엎어져 있었던 거야. 맞은 편에서 뛰는 발소리가 들리고 너붕은 겁에 질린 채 유에의 이름을 소리치듯 외쳤어.
하지만 유에는 너붕을 위로하지도, 시녀장을 살펴주지도 않았지.
제게 뻗어오는 손이 너붕이 본 마지막 장면이었어.
"꺼져"
그리고 무너지는 신형을 받아 안아든 것은 페이드 로타 하코넨이었지.
**
페이드로타너붕붕
오틴버너붕붕
폴너붕붕
티모시너붕붕
[Code: 76c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