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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4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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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터에게는 버킷리스트라고 할 것까지는 없고 그렇게 거창하지도 않지만 결혼하고 나면 하고 싶은게 있었음. 일종의 로망이었을텐데 주말엔 강아지랑 함께(이건 필수조건은 아님) 배우자랑 나란히 손잡고 산책하는거였음. 그런데 이젠 자기 옆에 행맨이 있잖아 그럼 당연히 손 잡고 산책 해야함. 
저녁 먹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서는데 행맨은 가까운데 나가는 것도 좀 차려입는거 좋아해서 치노팬츠에 적당한 피케이티셔츠 골라 입었을거고 루스터는 생각하기 귀찮아서 청바지에 손에 잡히는 아무 하와이 티셔츠나 주워 입음. 그리고 깍지끼고 천천히 동네 산책 하는데 솔솔 불어오는 선선한 저녁바람에 초여름이라 우거진 녹음에다가 길어진 해에 산책하기 딱 좋겠지. 춥지도 덥지도 않고 저녁이라 살짝 시원한 바람 솔솔 불어오고 근처 숲에서 불어오는 삼나무 향도 향기롭고. 


루스터의 오른손과 행맨의 왼쪽손이 깍지낀채로 느릿는릿하게 걷는데 행맨의 왼쪽손의 약지에 끼워진 결혼반지 손가락 사이에 서로 닿는 감촉 다 느껴져서 뿌듯함. 나머지 한 손에는 사이좋게 아이스아메리카노 하나씩 들고 빨대로 쪽쪽 빨아먹으면서 오늘 있었던 일 두런두런 말하면서 걷는데 네 얘기 잘 듣고 있다는 의미로 중간중간 응응 고개 끄덕이면서 추임새 넣어줌. 사실 손잡고 걸어갈 때 반지 느낌이 거슬릴 법도 한데 그 누구도 불편하다 꺼내지 않겠지. 빡센 러닝도 좋지만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꼭 이렇게 두 손 꼭 맞잡고 천천히 산책 하면서 휴식 즐길것 같다
천천히 왕복 1시간 정도 되는 거리를 천천히 걷다가 집에 올 때즘이면 깜깜해져올거야. 그럼 내일 아침에 먹을거 간단히 손질하고 정리해놓고 아까 먹은 저녁 설거지하고 같이 샤워하면서 좀 쭈물쭈물 하다가 침대 안으로 같이 들어가서 나란히 누워서 서로 바라보다가 잠들겠지. 






모임이나 회식 같은거 해서 행맨이 취하기라도 하면 루스터는 버릇처럼 취한 행맨 제 어깨에 기대게 하는데 그럴 때마다 주변인들 야유하면서 진짜 작작좀 해라 하는데 루스터는 아랑곳 않고 오히려 검지 입에다가 가져가면서 조용히 하라고나 해서 어우 증말 별꼴이다 소리 듣겠지ㅋㅋㅋ그렇게 잠깐 루스터 어깨에 기대서 졸다가 십오분 정도 뒤면 슬슬 행맨도 부스스 눈 비비면서 깨어나면 옆에서 물잔 갖다주면서 머리 아파? 바람 좀 쐴래? 물 더 마실래? 그냥 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케어하는데 행맨도 그게 아주 익숙한듯이 고개만 꾸닥이고 있음 걍 이게 일상임...


루스터에게 행맨은 하드덱에서 팔랑이며 아무렇지도 않게 당연하다는듯이 어깨를 두어번 두드린 다음에 냅다 머리를 기댄 그 날에서 멈추어 있음. 누군가 징으로 뒤통수를 후드려 패기라도 한듯이 강렬한 느낌이 여전하겠지. 비록 팬보이가 찍은 동영상은 초점도 나가고 불빛도 번지고 시끄럽고 구도도 엉망이고 웃느라 화면이 수전증 환자마냥 덜덜덜 떨리고 있어서 행맨이 보기엔 왜 이 때 나한테 반한거냐 의아해하는데 뭐...어느정도는 당연함. 하지만 루스터 각막에 새겨진 그 때의 그 순간은 영원히 행맨은 모를거야. 내가 너한테 반할 때 네가 얼마나 예뻤는데 정작 당사자가 그걸 모르다니 아쉽긴한데 뭐, 몰라도 어차피 행맨을 사랑하는데는 지장 없으니까 상관 없겠지

반대로 행맨은 루스터의 사소한 다정함에 감겼기 때문에 루스터의 사소한 배려나 다정함에 그냥 퐁당 빠져버리는거지. 그냥 속절없이 퐁당 빠져서 루스터가 주는 다정함에 하루하루 살살 녹아가는데 사귀기 전에 다정함으로 꼬셨을 때처럼 늘 한결같이 굴 거 같음. 에피타이저로 나온 우유푸딩 접시를 다시 거두어가고, 자신이 못 먹는 음식을 누군가 주문하려고 하면 말하기 애매하고 '그냥 안 먹으면 되지' 생각하고 있을 때 마주친 갈색 눈동자가 우연이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그 빈도가 늘어나서 우연이 아니라고 확신하게 되고, 나중엔 결정타로 자신이 아플 때 서류를 가져가기까지. '너 아프잖아. 이건 내가 할테니까 좀 쉬어' 삐딱하게 고개 세운채 뭔가 마음에 안 든다는듯한 표정으로. 



나중에 지나가는 말로 너 왜 그렇게 나한테 다정했어? 유죄짓이야 임마 그거 마음에도 없으면서. 그렇게 말 했을 때 그야 너 좋아하니까 그랬지. 그래서 행맨 깜짝 놀랐겠지 자긴 분명히 자기가 먼저 루스터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자기보다 훨씬 더 먼저 루스터가 자길 좋아하고 있엇던거지ㅋㅋㅋㅋ 예의 어깨에 기대서 방긋 웃어버리는 사건을 계기로. 자긴 기억도 안 나는 그 때 그걸 계기로. 자기는 흑역사라고 생각하는 그 때의 기억이 누군가는 사랑에 빠진 순간이라니 얼마나 로맨틱하고 웃김ㅋㅋㅋㅋ 
왜 하필 내 흑역사가 너한테는 사랑의 순간이냐 싶은데 루스터는 웅...그때 자기가 얼마나 예뻤는데 이따위 대답만 늘어놔서 행맨 복장만 터짐ㅋㅋ
ㅋㅋ




얼마나 궁금하면 어느날 피닉스한테 물어보기까지 함. 그 때의 상황을 상기한 말술 피닉스가 팔짱을 끼더니 음....하고 말이 없어서 행맨은 불안해짐. 뭐야 나 뭐 실수하기라도 했어? 나 뭐 이상한 소리했어? 동영상에는 뭐 없던데? 다리 덜덜 떨면서 손톱 씹고 있으면 피닉스가 픽 하고 웃으면서 

"네가 그때 좀 귀엽게 웃긴 했지."

이래버려서 행맨만 벙찜. 어? 뭐? 뭐라고? 누구세요? 어이가 없어짐. 뭔 소리야 너까지 왜 그래? 아니 그 날 동영상 찍은게 팬보이 뿐이야? 다른 영상 없어? 아니 진짜 걔 말을 못 믿겠어서 그래 걔 진짜 뻥치는거 아니야? 나 진짜 그날 필름도 끊겼는데 네가 우리 중에서 제일 술 세잖아 아 쫌 말 해줘라 좀! 그러고 있는데 마침 일 때문에 루스터가 좀 늦게 도착함.
루스터 눈에 들어온 광경 : 피닉스한테 칭얼거리면서 뭔지 모르겠지만 뭘 말해달라고 조르고 있는 행맨

"자기야. 뭐가 궁금해서 피닉스 귀찮게 해? 뭔데 그래?"
"...넌 됐어. 말 안 해줄거잖아."
"무슨 소리야. 자기가 말 해달라고 하는건 다 말해주지."
"너 맨날 헛소리만 하잖아!"
"내가 헛소리를 하다니....무슨 말이 그래 자기야 나 섭섭해?"


이미 도착했을 때엔 행맨이 적당히 취해 있는데다가 오늘 타깃은 행맨인지 다들 작정하고 놀리는 분위기가 뻔했음. 행맨이 또 의외로 놀리는 맛이 있어서ㅋㅋㅋㅋㅋ 뭔가 하고 들어보니 루스터가 말하는 '처음 반한 순간'이 진짜일리가 없다 너 그 때 완전 꽐라됐는데ㅋㅋㅋㅋ 하고 놀리는거였음. 그래서 제일 말술이라 끝까지 남아있는 피닉스 붙잡고 너 그 때 기억 말해달라고 하고 있는거였음. 

"자기야 나 섭섭해...그렇게 말 해줬는데도 내 말을 못 믿어?"
"아니 얘들이...나 그때 막...완전 꽐라 되서 너 알아보지도 못 했다고 막..."
"알아보지는 못 했을걸? 나인걸 알았으면 그렇게 예쁘게 웃었겠어?"


여전히 기억 안 나는 본인의 흑역사에 자신이 없는 행맨은 그냥 입술만 깨물깨물 하다가 씨이...하면서 주먹으로 루스터 튼실한 팔뚝이나 툭 때릴거임. 이놈들이 자기 놀리는거 같긴 한데 그렇다고 루스터가 거짓말 하는것 같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넘어가기엔 좀 뭔가 찝찝한 것이...
얼굴 막 찡그리면서 짜증내는데 딱히 반박할 말도 없고 루스터 보니까 괜히 술기운 올라오는거 같고...
결국 피닉스가 루스터 말이 맞다고, 너 그 때 취해서 루스터 보고 좀 귀엽게 몇 번 웃다가 루스터 어깨에 기대서 잠들었다고 공언하고 나서야 행맨 안심하고 나서 다시 까무룩 잠들겠지. 버릇처럼 루스터 어깨에 기대서 잠드는데 그럼 루스터가 세상 소중하다는듯이 행맨 쳐다봐서 다들 으으,, 니들 결혼하면 덜 할 줄 알았는데 어째서 왜 더 하냐고 질려함ㅋㅋㅋ





루스터행맨

2023.03.24 03:2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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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보려고 이 시간까지 버텼다
[Code: 3083]
2023.03.24 03:5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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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면 덜 할줄 알았는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랑꾼 루스터 세심하게 행맨 배려하고 신경써주는거 진짜 넘 간질간질하다.. 피닉스가 인정할 정도로 이쁘게 웃었다니까 그제야 안심하는 행맨도 넘 귀엽고ㅠㅠㅠㅠㅠ 순애부부 ㄹㅇ 달달하고 행복에너지 만땅임ㅠㅠㅠㅠ
[Code: 3083]
2023.03.24 03:4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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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다 말랑말랑하고 평온한 분위기에서 느껴지는 사랑이라니ㅠㅠㅠ 결국 사랑에 빠진 순간을 알았구나ㅋㅋㅋ 행맨은 바로 믿지도 못할만큼 이해 못하는데 루스터에겐 행맨이 그 순간으로 남아있어ㅠㅠㅠ 울고싶게 좋다ㅠㅠ
[Code: 721b]
2023.03.24 03:5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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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터에게 행맨은 방글방글 웃고 머리 기댔던 그 날 그 순간에 멈춰있다고요....네... 이젠 염병첨병을 넘어 어나더레벨이라고밖에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루스터시럽에 절여진 행맨과 함께 영사뿐이야ㅠㅠㅠ
[Code: fb30]
2023.03.24 04:0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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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 썩었다 이놈들아...
[Code: 0597]
2023.03.24 05:3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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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너무 달달하다ㅠㅠㅠㅠㅠㅠㅠ이렇게 사랑스럽게 연애해도 되냐 진짜ㅠㅜㅜㅜㅜ결혼해도 다정하고 달달해 ...
[Code: ecec]
2023.03.24 08:1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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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하다ㅠㅠ 이 집 양봉하나봐..... 꿀이 뚝뚝 떨어져ㅠㅠ
[Code: 86de]
2023.03.24 08:2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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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너무달달하고 귀엽고 사랑스럽고 ㅜㅠㅜㅠ너무좋다
[Code: 3528]
2023.03.24 09:5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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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치과 단골고객되겠네.... 달달해서 내 이 다 녹는다ㅜㅜㅜㅜㅜㅜㅜㅠ
[Code: e05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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