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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6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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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끝나고 미트볼 데리고 조용한 마을로 이사가서 평화롭게 사는 존게일 얘기 같은거ㅇㅇ







*

이곳으로 이사오던 날을 기억합니다.
큰 새를 타고 한참을 날았어요. 다 온줄 알았는데 시끄럽게 달리는 기차도 타고, 또 덜컹거리는 작은 지프를 타고 한참을 가고서야 우리집에 도착했죠. 조금 힘들었지만 이쯤은 거뜬합니다. 지칠때쯤 옆에 앉은 벅이 계속 쓰다듬고 뽀뽀해줘서 괜찮았어요. 버키는 "역시 100전대의 개야!" 하고 크게 외치며 내 뺨을 마구 꾸깃꾸깃 쓰다듬었어요. 귀찮았지만 옆에서 벅도 같이 웃고있어서 참았습니다.

우리집은 주변에 풀과 나무가 많아요. 내가 한참을 뛰어놀아도 충분할만큼 넓은 마당이 있고 조금 더 뛰어가면 호수도 있어요. 나는 보자마자 이 집이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때마침 아주 예쁜 색깔을 먹은 노을이 지고있었어요. 현관 앞에 가득 쌓여있는 이삿짐따위 아랑곳없이 우리 셋은 뒷마당 잔디에 앉아 한참이나 하늘을 올려다봤어요. 살랑이는 바람 소리와 풀벌레 소리 말고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죠. 나는 조금 지루해져서 벅과 버키가 무슨 대화라도 해주었으면 했지만 둘은 아까부터 계속 말이 없었어요. 하늘을 봤다가 서로의 눈을 봤다가 하더니 "조용하네." "그러게."라며 그냥 웃기만 했어요. 조용한게 뭐가 재밌을까요? 지루하지 않나요?
왜 웃는지 알수없었지만 두사람이 웃는건 내가 아주 좋아하는 일이니까 그냥 나도 좋았어요.






*

이곳의 하루는 아주 조용히 흘러갑니다.
나와 신나게 뛰어놀아주던 작은 인간들과 늘 시끌벅적하게 몰려다니는 형들이 없다는 것이 처음엔 조금 허전하고 심심했어요. 그래서 나는 나만의 모험을 떠났죠. 나비도 따라가고 작은 다람쥐도 따라다니다 보니 새로운 장소를 발견했는데, 그건 다른 인간의 영역이었던 모양이예요.

버키가 나대신 엉망이 된 빨래와 양배추밭과 암탉에 대해 사과했죠. 100전대에 있을 때도 이런 일은 종종 있었어요. 그땐 더 큰 모험을 했었는데. 내 뛰어난 사냥 실력을 형들에게 잔뜩 자랑하곤 했었죠. 그럼 형들이 나대신 마을 사람들에게 찾아가주었어요. 사람들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젓다가도 이내 크게 웃었죠. 그런데 이곳 인간들은 사과를 받고도 화만 내더라고요. 나때문에 버키가 곤란해진듯 합니다. 뒤늦게 따라온 벅이 함께 사과하니까 그제야 마음이 누그러진듯 했어요. 하긴 누가 벅을 보고 화를 낼 수 있겠어요.


"미트볼, 여기서는 남의 집에 들어가면 안돼. 물론 남의 밭도."

"남의 닭장도 안된다고 꼭 말해줘 벅. 우리 연금이 다 얘 닭값으로 나가게 생겼다고."


버키는 툴툴대면서도 '역시 100전대의 개야!'라며 내 볼을 꾸깃꾸깃 쓰다듬으며 웃었어요. 귀찮았지만 오늘은 내가 잘못한것 같아서 참았습니다. 그후로 일주일동안은 버키가 만든 닭고기 스튜만 먹어야했어요.






*

형들은 내가 비행을 무서워하지 않는다고, 대단한 개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죠. 버키는 늘 내가 100전대에 어울리는 용맹한 개라며 쓰다듬어줬고요. 나는 절로 어깨가 으쓱해지곤했어요. 그래서 큰 새를 타는 연습을 마치고 내리자마자 먹은걸 쏟아내는 아까운 짓을 하는 신병 형들을 볼때면 나도 모르게 혀를 차기도 했어요. 내가 너무 거만한 개일까요? 그치만 난 한번도 토한적 없는걸.

큰 새를 타는 일은 나에게 조금도 무서운 일이 아녜요. 다만 내가 무서운 것은 큰 새를 타고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형들을 기다리는 일입니다.
큰 새를 타고 어디를 간걸까요? 집에 갔을까요? 가족을 만났을까요? 그치만 나한테 작별인사도 해주지 않고 가버린건 너무 섭섭합니다.

그렇게 큰 새가 돌아오지 않는 날이면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곤 했어요. 형들은 말수가 줄어들고 때론 화를 내거나 우는 사람도 있었던걸 보면 아마 저 형들도 나처럼 작별인사를 받지 못한 모양입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을 둘러 천천히 돌아오는 형들도 간혹 있었어요. 그래서 나는 기다리는 일을 포기할 수가 없었고요.

벅이 돌아왔던 날을 기억합니다. 신나서 달려가니 벅은 건물 뒤쪽에 숨듯이 혼자 앉아있었어요. 손에 쥐고있는 구겨진 종이에서는 희미하게 버키의 향이 났죠. "같이 왔어야 했는데.." "아냐, 내가 남았어야 했는데.." "나는 왜 이제야 깨달아서..." 벅은 알 수 없는 말을 속삭이며 나를 안고 한참을 슬프게 울었어요. 나는 같이 울고싶었죠. 내가 개가 아니었다면 벅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있었을까요?

그 후 한참 뒤에야 돌아온 버키는 변함없이 크게 웃으며 또 나를 꾸겨댔어요. 나는 너무 너무 너무 반가워서 귀찮다는 생각도 안들었죠.


"미트볼~~ 나없는동안 벅 잘 지켜줬어~?"

"무슨 소리야. 내 몸은 내가 지켜."

"그렇긴해~~"


두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며 웃는건 여전히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벅은 버키가 지켰으면 좋겠습니다. 벅이 없을 때의 버키는 나를 꾸기면서 쓰다듬어 주지도 않고 웃지도 않고 매일 지독한 술냄새랑 피냄새랑 화약냄새만 풍기고 다녔거든요. 벅이 있을땐 한번도 안그랬는데 말이예요.






*

"나무판자, 못, 방수포, 담요."

"오, 내 작은 발명가가 또 무슨 일을 벌이고 싶어서 그럴까?"

"미트볼 집."

"알았어. 최대한 구해볼게."


간혹 벅이 어딘가를 빤히 바라보다가 무언가 필요한걸 중얼중얼 말할 때가 있습니다. 버키는 매번 어깨를 으쓱이며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하지만 나도 벅도 이미 알고있어요. 버키가 그것들을 반드시 구해올거란걸요. 덕분에 마당 한켠에 내 근사한 집이 생겼죠. 버키는 벅이 시키지도 않은 페인트까지 구해와서 내 집을 칠해줬어요. 썩 맘에 드는 색은 아니었지만 벅이 웃으며 좋아하길래 나도 갑자기 좋아졌습니다.

버키가 페인트가 잔뜩 묻은 윗옷을 휙 벗어내니 머리카락이 마구 흐트러졌어요. 물묻은 강아지처럼 머리를 흔들어대니 벅이 웃으면서 양손으로 머리카락을 쓸며 정리해주다가 조용히 버키의 허리를 껴안고 목덜미에 입술을 묻었죠. 아무 말도 하고 있지 않지만 고맙다는 뜻인걸 나도 버키도 이미 압니다.

하지만 정작 벅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걸 버키에게 부탁하지 않는 날도 있습니다. 모두가 잠든 컴컴한 새벽, 벅 혼자 눈을 뜰 때가 있어요. 급하게 마당으로 달려나와 불안하게 왔다갔다 하거나 머리를 감싸쥐고 서있거나 몸을 둥글게 말고 부들부들 떨기도 해요. 평소의 벅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입니다. 큰 새를 타던 날의 기억때문일까요, 아니면 큰 새를 타지 못하던 날의 기억때문일까요?
그럴때면 나도 안절부절 못하고 벅의 뒤를 따라다니며 뺨을 핥아줄 수밖에 없어요. 버키에게 부탁하면 다 들어줄텐데. 왜 버키가 없는 곳에서 이러는걸까요? 아마 다른 사람같은 모습을 보여주고싶지 않았나봐요. 이럴때 내가 개가 아니었다면... 아니지, 내가 개라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죠. 나는 길게 하울링을 했어요.(아마 늑대피가 섞였나봐요) 순식간에 달려온 버키가 꽉 감싸안고 조용히 속삭이며 달래면 벅은 금방 평소의 벅으로 돌아옵니다.
이런 날은 나도 두사람과 함께 침대 발치에서 잠이 듭니다. 벅은 조금 떨리는 손으로 나를 쓰다듬다가 잠에 들죠. 내 털이 부드럽고 따뜻해서 어찌나 다행인지. 내가 개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뭐 이런거.. 서로 부둥부둥 상처 보듬어주면서 조용하고 재밌고 달달하게 사는 얘기가 보고싶었조🥹

마옵에 존게일 칼럼오틴버 칼틴버
2024.05.06 22:12
ㅇㅇ
모바일
너무 좋아ㅜㅜㅜㅜ
[Code: 6dc9]
2024.05.06 22:12
ㅇㅇ
모바일
ㅠㅠㅠ미트볼ㅠㅠㅠㅠㅠㅠ 형아들이랑 행복해야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으아아 좋아ㅠㅠㅠㅠ
[Code: 50f2]
2024.05.06 22:13
ㅇㅇ
모바일
ㅠㅠㅠㅠㅠㅠㅠㅠ 미트볼 너는 정말 100전대 최고의 강아지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c844]
2024.05.06 22:17
ㅇㅇ
미트볼 ㅠㅠㅠㅠㅠㅠㅠㅠㅠ 굳독굳독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존게일은 행복해라 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fae1]
2024.05.06 22:19
ㅇㅇ
모바일
센세 미트볼이야...?미트볼탈햎해...
[Code: b265]
2024.05.06 22:21
ㅇㅇ
모바일
존나좋아서 한번읽고 또읽음ㅜㅜㅜㅜㅜ
[Code: b265]
2024.05.06 22:21
ㅇㅇ
모바일
미트볼 ㅠㅠㅠㅠㅠㅠㅠㅠ 사랑스러워ㅠㅠㅠㅠ하 마음이 너무 아픈데 몽글몽글하고 ㅠㅠㅠㅠㅠ 셋이서 행복만하길.. ㅠㅠㅠㅠ
[Code: 2e3f]
2024.05.06 22:22
ㅇㅇ
모바일
ㄱㅇㅇ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da58]
2024.05.06 22:29
ㅇㅇ
모바일
따수워서 눈물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8474]
2024.05.06 22:53
ㅇㅇ
모바일
미트볼ㅠㅠㅠㅜ귀염둥이ㅠㅠㅠㅠ잔진하고 평화롭고 너무좋다ㅠㅠㅠㅠㅠ
[Code: bc5e]
2024.05.06 23:22
ㅇㅇ
모바일
너무 좋다 부드럽고 포근하고 사랑 넘치고ㅠㅠㅠㅠㅠㅜㅠㅠㅠㅜㅠㅠㅜㅠㅠㅜㅜ
[Code: b29e]
2024.05.06 23:22
ㅇㅇ
모바일
큰 새를 타는 일은 나에게 조금도 무서운 일이 아녜요. 다만 내가 무서운 것은 큰 새를 타고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형들을 기다리는 일입니다.
큰 새를 타고 어디를 간걸까요? 집에 갔을까요? 가족을 만났을까요? 그치만 나한테 작별인사도 해주지 않고 가버린건 너무 섭섭합니다.

근데 여기서는 개큰울음ㅠㅠㅜㅠㅜㅜㅠㅜㅜㅠㅜㅠ
[Code: b29e]
2024.05.06 23:2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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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센세 미트볼이지 존게일이랑 동거 중이지 지금ㅜㅜ 다 알아........ 어떻게 지내는지 얘기 더 써주지 않으면 이웃집 밭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뒤집어 씌워버릴 테다
[Code: b29e]
2024.05.06 23:4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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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8aa5]
2024.05.07 00:1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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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어엉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1bc2]
2024.05.07 01:02
ㅇㅇ
모바일
ㅠㅠㅠㅠㅠㅠㅠㅠ이건 문학이야....
[Code: 4219]
2024.05.07 05:3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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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트볼이 벅이랑 버키랑 사는 얘기 만날 해주면 좋겠다 센세....
[Code: 1e74]
2024.05.07 23:2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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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숩다 더 들려줘 센세ㅠㅠㅠㅠㅠ
[Code: 87fa]
2024.05.08 11:5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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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워!!!!!!!! 하면서 읽ㄷㅏ가 중간부터는 눈물 그렁그렁해서 제대로 못읽었다.. 다시 읽을거야 닳고 닳도록 읽을거야
[Code: 6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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