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부디, 산타클로스가 당신네들 굴뚝에 불행을 떨어트리길
1.
녀석은 입을 틀어막고 비틀대다 소파에 걸려 주저앉았다. 그리고 나보고 들으라는 듯 아픈 척하는 신음을 커다랗게 내다 혀짧은 소리로 주절거리는 거다.
“띠발, 아저씨 성질 장난 아니다… 웬만하면 받아주던데.”
“씨발놈아, 이건 범죄야.”
나도 건너편 소파에 털썩 앉았다. 어지간히 골이 지끈거려 손가락으로 이마를 짚으며 고갤 뒤로 젖혔다. 호흡을 가다듬다가도 방금 녀석의 말과 좀전의 행태가 심히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게 아닌가. 안되겠다. 결국 분이 안 풀려 옆에 있던 책을 한 권 집어 번쩍 드니 녀석이 멈추라는 의미로 다급하게 손바닥을 펼쳐보였다.
“알아떠! 안 건드릴 테니까 나 딱 3주만 머물게 해줘. 크리스마스, 그때까지만. 나 진짜 사정이 급하단 마랴.”
거의 한 호흡에 쏟아내는 긴급속보 같은 말을 듣고도 난 무심히 말했다.
“되겠냐?”
“받은 돈 돌려줄게. 본- 그사람 말고 아저씨한테 줄게. 그냥 집세라 치고 한번만 재워주면 안 될까? 정말 잠만 자고 눈에 안 띌게.”
난 거의 그 말을 듣지 않고 있었다. 그냥 지금 들고있는 책을 어디까지 읽었었는지, 손상이 가도 되는지, 사람에게 상해를 가할 무기로써 손색이 없는지 가늠할 뿐이었다. 하지만 녀석의 필사적인 다음 말에는 나도 모르게 귀가 조금 열렸던 거다.
“아저씨, 나 정말로 갈 데가 없어. 지금 나가면 저 추위에 덜덜 떨면서 자야 된다고. 그게 얼마나 좆같은 지 알아? 새벽엔 정말 살을 에. 그냥 자는 게 아니야, 영원히 잠들게 될 거라고. 멀쩡한 사람 얼어죽게 만들 셈은 아니겠지? 아저씨가 그렇게 매정한 인간은 아니라고 봐 나는.”
그래서, 그 되도 않는 말에 대체 누가 흔들리겠냐 하면…… 내가 존나게 흔들렸다. 추운 겨울에 내쫓겨 정말로 얼어죽을 뻔한 사람을 알고 있으니까. 그 순간 생각날 게 뭐람.
20년도 더 된 일이다. 어린 나는 잔뜩 얻어맞고 외투도 없이 쫓겨나 한겨울에 어느 골목에서 얼어뒤질 뻔 했다. 그가 아니었다면, 그때가 끝이었을 거다. 물론 그때가 끝인 게 나았겠다, 라는 생각을 얼마 전에 하긴 했지만—아무튼 사람이 얼어죽는 것만큼 고통스럽고 끔찍한 일은 없다. 아무리 잘 알지 못하는 낯선 사람이라 해도, 저 새끼가 얼마나 인생의 막장을 달리는 또라이라고 해도 냉랭한 죽음에 대해 잘 아는 사람으로서 나는 저 말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나의 머뭇거림을 눈치챘는지 녀석은 고개를 기울이며 더 간절한 눈빛을 보내왔다. 그래, 녀석이 창놈이건 도둑놈이건 상관없다. 심지어 질 나쁜 범죄자라 해도, 요즈음 내 상태론 내 목숨을 그다지 걱정하지 않게 됐으니까. 시발...될 대로 돼라. 이미 크게 흔들려 버린 마음은 저 새끼의 정체가 뭐든 이제 놈을 쫓아낼 결심을 할 수 없게 했다.
한숨을 크게 쉬고,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가리켰다.
“눈에 띄지 마. 제일 안쪽 방이야. 3주가 지나고도 안 나가면 니 빌어먹을 궁둥짝을 걷어차주마.”
믿을 수가 없네. 이 말을 내뱉다니. 녀석은 그제서야 입에서 손을 떼고 활짝 웃는다.
“와우, 아저씨 진짜 부자구나. 방이 몇 개야?”
멍만 빼면 잘생기지 않았냐는 녀석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거리낌없이 웃는 녀석의 얼굴에 하마터면 건조한 심장이 조금 촉촉해질 뻔도 했으니까. 나름 연예계에서 봐왔던 별별 잘난 놈들의 얼굴을 떠올려봐도 녀석의 것이 조금도 뒤지질 않는 거다.
내 나이가 몇 갠데... 고작 애새끼 얼굴에 반응한 게 한심스럽긴 했다. 어른으로서의 내 자존심에 조그만 생채기가 나고 있는 새에 신이 난 녀석은 별 좆같은 걸음걸이로 거실을 휘젓고 다녔고, 난 그 모습을 지켜보다 코웃음을 흘렸다. 녀석은 커튼을 활짝 걷고 창문을 열어 바깥을 보기도 하고, 벽에 걸어둔 액자 속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기도 하고, 그러다 벽난로 앞에 멈춰서더니 내게 물었다.
“그렇게 부잔데 왜 가짜 벽난로를 써? 이게 좀 아쉽네.”
“…원래 그렇게 지어진 집이야.”
잠깐만. 저 새끼가 왜 남의 집을 평가하는 거지.
"니가 무슨 상관인데. 그게 싫음 꺼지든가."
“에이, 그냥 조금 그렇다는 거지. 내가 싫을 게 뭐가 있겠어. 이 집에 있는 거 하나하나 다 좋아. 아저씨도 좋아. 뭣보다 아저씨 이름이 제일 좋고, 노엘.”
얼씨구.
녀석은 벽난로 주변에 돌을 쓰다듬으며 고갤 절레 흔들더니 뭐라 중얼거렸다. 분명 아쉽다는 말일 거다. 개새끼.
“너, 이름은 뭔데.”
“앗 아직 안 알려줬구나. 그냥 리암이라고 부르면 돼.”
“그건 진짜 이름이냐?”
“상관없지 않나?”
맞다. 상관없다. 잠시 스쳐지나갈 놈인데, 부를 일도 거의 없을 이름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아서 뭘 어쩔까 싶다. 벽난로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저 놈에게 상관없는 것처럼. 새끼, 이상한 지점에서 의뭉스러운 구석이 있네.
고갤 주억거리고 있으니 놈이 씩 웃는 얼굴로 어느새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그리고 뭘 하기도 전에 내 얼굴을 붙들고 머리 위에 입을 댔다. 쪽- 소리를 내며 떨어진 놈은 가방을 들쳐매고 2층 계단으로 향했다.
“나 정말 잠만 자고 밤에 돌아다닐 거야! 내 일 알지?”
그 말을 남기고 후다닥 사라지는 놈의 뒷모습에 거실에 우두커니 홀로 앉아 이게 잘하는 짓인지 한참 생각했다. 잘했는지 못했는지 따지는 것도 어차피 쓸데없다. 이미 벌어진 일이니까. 고갤 흔들어 뇌를 비우고 다시금 고갤 젖혔다. 가만 눈을 감으면 열린 창 쪽에서 겨울의 서늘한 바람 소리가 들려온다. 아까 저 망할 놈이 집구석을 구경한다고 나대다 열었지.
몸을 일으키기 귀찮아 가만 바깥 소리를 듣고 있으니 좀전에 떠올렸던 그날의 기억이 더 선명해졌다. 기억을 아무리 닫아두어도 지독하게 새어나오는 때가 있다. 결국 난 그 골목에서 한 걸음도 벗어나지 못했다는 거다. 조금이라도 쌀쌀한 바람이 부는 날이면, 공포감이 스물스물 올라오니까. 추위를 피하려고 땀을 빼는 한이 있어도 옷을 겹겹이 입는 습관도 있다.
오랜만에 담배가 땡겨왔다. 벽에 걸어둔 외투를 뒤져 담배를 꺼내들고 창쪽으로 가서 한 개피를 태웠다. 어딘가에서 나지막한 트럼펫 연주가 들려온다. 그것 역시 좆같은 캐롤이었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창놈을 보내다니. 본헤드 그 새끼, 그날 이후로 잠수 탄 나에게 연락이 닿지 않아 발을 동동거렸을 거다. 위로를 해주기엔 그놈 성질에 민망한 일일 테니, 차라리 되도 않는 짓을 벌여 내가 대거리를 하길 바랬던 게 분명하다. 정말로는 당장에 전활 걸어 욕을 해주고 싶은데, 그 빌어먹을 계획에 얌전히 따라주는 건 또 이쪽 성질에도 민망한 일이지.
한손으로는 주머니에 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다른 한손으로는 담배를 태우며 창밖을 바라봤다. 조용히 타들어가는 담배 너머 거리엔 사람들이 조금 줄어있었다. 담뱃대를 툭툭 터니 하얀 재가 흩날린다. 가벼운 눈송이처럼 바람을 타고 빠르게 흩어지는 그것들을 바라보다 창문을 굳게 닫고 다시 커튼을 쳤다.
*****
시발. 역시 사람은 믿을 게 못 된다. 가방끈은 짧아도 인생 살면서 배울 건 다 배웠다고 생각했는데, 어김없이 거짓말에 속아넘어가는 나는 순진한 건가, 멍청한 건가.
눈에 안 띄겠다고 했던 놈은 다음날부터 끊임없이 눈에 거슬렸다. 간만에 좋은 꿈을 꾸어 상쾌한 아침에 거실로 나왔더니, 소파에 외출복 차림 그대로 웅크려 처자고 있질 않나, 흔들어 깨워줬더니 부스스 일어나 내 머리에 또 입을 맞추고는 내가 들고 있던 찻잔을 뺏어서 그 뜨거운 걸 한입에 털어넣고 2층으로 올라간다.
저녁엔 간단하게 토스트를 구웠는데, 딱 첫입을 베어무는 순간 불쑥 튀어나와 가로채고는 또, 또, 장난스럽게 활짝 웃으며 내 머리에 입을 맞추고 집을 나서는 거다. 녀석은 나가기 직전 몸을 돌려 내게 묻기도 했다.
“아저씨, 갖고 싶은 거 없어? 나라든가.”
“꺼져.”
다음날에도 똑같은 패턴이었다. 그 다음날에도, 또 그 다음날에도. 녀석은 정해진 일정표대로 움직이는 것처럼 아침엔 소파에 웅크려 자다 내가 깨우고 나면 내 차를 뺏어마시고는 내 머리에 입을 맞춘 뒤에 흐느적거리며 2층으로 올라가고, 저녁엔 내 저녁거릴 뺏어먹고 집을 나서기 전 내게 원하는 것이 없는지 물어왔다.
며칠이 지난 아침에 거실에 나왔더니 똑같은 모습으로 소파에 웅크리고 있길래 열이 받아 이날만큼은 놈을 깨우지 않고 무시하려 했다. 차를 끓이고 내 방으로 돌아가려는 차에 놈이 불편한지 끙끙 거리는 소릴 흘리며 거슬리게 하는 거다. 아무래도 3주는 길다. 좋은 방을 내줬더니 거길 냅두고 저따위로 구는 게 어지간히 거슬리기도 하고. 혹시 집세를 조금이라도 깎아보려는 속셈인가, 시팔놈.
경계심을 세운 채로 녀석을 흔들었다. 피곤한 소리를 내며 잠에서 깬 놈은 나를 물끄러미 올려다보고는 커다랗게 하품을 하며 일어서선 또 내게 다가왔다. 고갤 내려 내 머리에 입을 대려는 순간에 놈의 턱을 콱 붙들었다.
“또 혀 깨물리고 싶냐.”
놈은 퍼뜩 고갤 흔들었다.
“당장 쫓겨나고 싶지 않으면 이짓거리 그만해. 잠도 방에 올라가서 자고, 내 눈에 안 띄게.”
놈은 순순히 고갤 끄덕이고는 비틀비틀 나를 지나쳐갔다. 어느정도는 말을 들어처먹는 놈인가 싶었다. 녀석이 내 손에서 또 찻잔을 뺏어가기 전까지는.
성질을 죽이려 한숨을 쉬었다. 요새 들어 한숨이 늘었다. 뻔뻔한 세입자 때문에 집주인들이 여간 고약해지는 게 아냐. 세상의 모든 집주인에게 박수를. 고런 생각을 하며 부엌으로 향하는데 녀석이 순식간에 달려와 움직이지 못하도록 날 뒤에서 꽉 끌어안고는 머리에 입을 맞추는 게 아닌가. 열받게도 이번엔 여러번을, 쪽쪽- 끔찍한 소리를 내며. 그리고 다 갈라진 목소리로 말한다.
“아저씨 머리가 너무 동그래서 귀엽잖아. 어떻게 뽀뽀를 안 해. 아저씨도 보면 그러고 싶을 걸.”
머리숱도 많아서 푹신해, 하며 녀석은 그 뒤로도 몇 번이나 머리 위를 돌아다니며 입을 맞추고는 내 손에 찻잔을 쥐어준 채 포옹을 풀었다. 돌아서니 후다닥 2층으로 올라가는 빌어먹을 개새끼의 뒷꽁무니만 보인다.
여러가지 살해 방법에 대한 고민에 빠져 습관처럼 차를 마시려고 잔을 들었는데 깨끗한 밑바닥만 보였다. 아, 이걸로 녀석의 머리를 내려치는 것도 좋겠다.
*****
요새 들어 늘어난 것은 한숨만이 아니었다. 주로 악몽에 시달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는데 요즈음 괜찮은 꿈들을 연속해서 꿨다. 아주 기분 좋은 꿈을. 거기다 별 노력한 것도 없는데 숙면을 취하게 됐는지 아침마다 느끼는 끔찍한 피곤함이 사라졌다. 환상적인 컨디션의 나날이 아닌가.
그러니까 녀석을 가만 둔 건, 좋은 아침을 망치고 싶지 않아서란 거다. 대충 시리얼을 말아먹고, 아주 오랜만에 기타를 꺼내들었다. 익숙한 코드들을 짚으며 소리를 내니 금방이라도 멜로디가 튀어나올 것 같았다. 곧장 노트와 펜을 늘어놓고 가사를 휘갈겼다. 거의 한 시간도 안 됐을 거다. 그날의 첫 번째 곡이 나온 건.
소파에 구겨앉아 하루종일 창밖을 바라보다 기타를 치며 곡을 쓰고 노랠 흥얼거렸다. 해 질 무렵 리암이 내려올 즈음엔 앨범 하나를 채울 양을 쓰고서였다.
“좋은데, 무슨 노래야?”
놈이 멀찍이 앉아 잠에서 덜 깬 눈을 하고서 물어온다. 옷차림은 외출할 준비를 다 마친 채였다.
“제목이 뭐야?”
“아직 없어.”
녀석은 흩어져있는 종이들을 바라봤다. 그 중 하나를 집어 내가 써놓은 가사를 조용히 읊다가 날 보며 미소짓는다.
“아저씬 이렇게 돈을 버는 어른이 됐구나. 멋져.”
그렇게 말하는 녀석의 표정이 묘하게 느껴졌다. 부러움도, 시기나 질투도, 하다못해 존경이나 선망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무시나 비꼬는 투도 아니었다. 단 한 번도 저런 눈빛을 누구에게서든 받아본 적 없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무척이나… 뿌듯해하고 기특해한다..? 말이 되나, 이게?
“너 몇 살이냐.”
뜬금없이 묻자 녀석이 웃으며 답했다. 아니, 내가 바랬던 건 답이었는데, 녀석은 오히려 되물었다.
“몇 살로 보여?”
“스무 살 애새끼.”
“그쯤 돼.”
순식간에 강한 의심이 드는 거다.
“미성년자는 아니겠지.”
“아니지.”
“...믿을 수가 있어야지."
그래,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놈이 느닷없이 나타나 내 집에 눌러사는 것도, 이름도 나이도 명확히 알려주지 않는 놈을 곁에 둔 나 자신도, 놈이 밤중 일을 전문으로 한다는 것도.
상관하지 않기로 했지만 녀석이 하는 일이란 게 아무리 좋게 봐줘도 신경쓰이는 건 사실이었다. 것도 저렇게 어린 놈이.
“넌 왜 그런 일을 하는데?”
“그냥 늘 하던 거라 쉬우니까? 내가 다른 일을 구할 수나 있으려나.”
“가족은?”
“그런 건 없고. 아빠같은 사람이 하나 있긴 하지. 근데 난 내놓은 자식이라. 그리고 그 사람이 이 일을 주는 걸.”
아.
아무렇지 않게 튀어나오는 녀석의 속사정에 솔직히 당황해버렸다. 금방 감추려고 했지만 이미 봤는지 녀석이 실실 웃어대며 덧붙여 말했다.
“근데 난 좋아. 사람들이 원하는 걸 줄 수 있어서. 난 그런 게 좋더라고.”
대체 무슨 소리인가. 몸을 파는 일을 봉사 정신, 희생하는 마음 뭐 그런 걸로 한다고. 이해가 되질 않았다. 더더욱이 그게 그나마 다행인 건지 아닌지도 판단할 수 없었다. 다만 녀석을 보고 있으면 그런 생각이 드는 거다. 사람들이 녀석을 원하는 것도 그럴 만하다고.
대충 걸친 옷차림에도 태가 나고 이젠 멍이 사라져 깨끗한 녀석의 얼굴은 눈길을 끌만한 정도였다. 솔직하게 녀석의 웃는 얼굴엔 나도 모르게 심장이 뛸 때가 있으니까. 그리고 고갤 돌려 바깥을 바라보는 녀석의 옆모습은 예쁘다, 란 말이 나올 법도 했다. 속을 알 수 없는 그 얼굴에서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아저씨, 눈 온다.”
녀석의 말대로 정말 눈이 내리고 있었다. 잔 눈송이가 조금씩 떨어지다 곧 어둑한 거리를 가득 채우며 펑펑 쏟아졌다. 기타 소리도, 대화도 멈춘 이 공간이 너무나 고요해서 눈송이가 느릿하게 떨어지는 소리가 어렴풋 들리는 것도 같았다. 내일이면 온 세상이 하얗겠군. 눈이 부시겠지.
한없이 바깥을 바라보고 있는데 녀석이 그러는 거다.
“다른 사람들이 그러는 것처럼, 아저씨도 나를 원했으면 좋겠어.”
고갤 돌리자 녀석이 희미하게 입꼬리를 올린 채로 날 보고 있었다. 꼭, 하늘에서 떨어진 눈송이가 천천히 내 살갗에 닿아 녹아드는 것 같다. 거의 그만한 정도로 아주 조용하고 잔잔한 목소리로 리암이 내게 물었다.
“노엘, 나를 원해?”
하마터면 고갤 끄덕일 뻔했다. 굳은 채로 녀석을 바라보고 있자니 녀석이 천천히 다가와 늘상 하듯 고갤 내린다.
하필 눈이 내린 탓일 거다. 하필 상쾌한 아침을 맞았고, 하필 곡이 잘 써졌고, 하필 녀석의 속사정을 들어버린 탓일 거다. 난 자연스럽게 머리를 내주었다. 하지만 리암은 내 머리에 입을 갖다대는 대신에 허릴 더 숙여 내 볼에까지 내려왔다.
볼에 입술이 붙었다 떼여진 뒤엔 살며시 우리 둘의 고개가 틀어져 녀석과 내 입술이 붙었다 떨어졌다. 찰나의 순간이었다.
“원하게 되면 언제든지 얘기해.”
그날에도 녀석은 집을 나섰고, 다음날 아침이 될 때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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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암노엘메리퍼킹크리스마스
와싯리암노엘럄뉄 (약간)젊럄현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