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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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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로트레인은 순조롭게 항해를 이어갔음. 처음으로 우주에 나가게 된 어린 메크들은 이게 긴장감인지 설렘인지 알 수도 없을 정도로 스파크가 뛰고 있을 듯. 그 소리가 직접적으로 들리는 사운드웨이브는 책임감이 막중해지는 걸 느꼈지. 아이아콘에선 그렇게 의연하게 굴더니 애들은 애들임. 스타스크림은 여차하면 버리라는 의도로 명령을 내렸지만.. 사운드웨이브는 이러나저러나 어린 메크들에게 약했음. 명령을 어길 생각까진 없어도 그렇게 되기 전에 최대한 막아봐야지. 저 은색 메크는 스타스크림이 제법 마음에 들어하니 살려서 데려가면 후배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고.
"자, 그럼 슬슬 목적지도 가까워지겠다 작전을 설명하지."
프라울이 언제 준비했는지 홀로그램을 켰음.
"일단 납치된 코그리스들의 행방을 아는 게 가장 중요하니 그쪽은 지금부터 내부 통신을 감청해 모든 단서를 수집해. 그리고 우리가 함선으로 잠입하는 동안 이곳에서 상황 지시를 부탁할게."
평정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 미묘한 떨림은 사운드웨이브에게 그대로 들렸지. 사운드웨이브는 어린 지휘관에게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음.
"잠입하고 나선 재즈 네 역할이 커질 거야. 네가 선두에서 위험을 감지하고 최적의 경로로 우릴 안내해."
어째 오라이온과 하던 짓이랑 비슷하네. 재즈는 문제 없다는 듯 알았다고 대답했음.
"그리고 디. 만약 전투가 벌어진다면 쿠인테슨과 상대하게 되는 건 너야. 사운드웨이브에게 쿠인테슨에 대한 정보를 모아둬."
디는 쿠인테슨이란 단어를 듣자마자 옵틱이 살벌하게 변했지. 프라울은 디가 분노에 눈이 멀어 지시를 거스를 위험에 대해 생각했음. 하지만 적어도 쿠인테슨과의 전투에서 밀릴 거 같다는 생각은 안 듬.
"단서가 더 모이면 자세한 계획을 설명할 거야. 어떤 방법을 써도 결국 무모한 작전이 되겠지. 실제로 무모하니까. 우리 중 몇은 죽겠지. 하지만 우린 더 큰 뜻을 가지고.."
"아니, 워, 잠깐. 아직 침투도 안 했는데 왜 무서운 말부터 하는 거야."
재즈가 턱을 괴고 듣고 있다가 황당하게 물음.
"상황의 심각성은 알아야지."
"난 좀 더 희망찬 지휘관이 좋아."
"네 취향에 맞춰줄 생각 없어."
재즈와 프라울이 가볍게 투닥대는 동안 비행선 내부에서 신호음이 울렸음.
[사운드웨이브. 아이아콘에서 통신이다.]
아스트로트레인의 음성이었지. 사운드웨이브는 통신 장치에 다가갔음. 통신이 연결되자 화면에 울트라 매그너스가 나타남.
"무슨 일이에요?"
[방금 쿠인테슨 함선에서 아이아콘.. 센티넬에게 통신이 도착했다.]
"쿠인테슨 측에서요? 뭐라는데요."
[...코그리스들이 탈출했다고 한다. 그들이 사이버트론으로 향했다면 송환하라 요구하더군.]
사운드웨이브는 자신이 무슨 말을 들었는지 고개를 기울였음. 하지만 셋은 곧바로 상황을 파악했지.
"오라이온!"
[오라이온? 자네들 친구말인가?]
"이런 짓 할 만한 녀석은 걔밖에 없어요!"
살아있었구나 라는 안도와 함께 경악이 몰려옴. 아무리 오라이온이라도 쿠인테슨 함선에서 탈출이라니? 다섯이서 함선에 돌격하는 입장에서 할 말은 아니지만.
[어떻게 탈출한 건진 모르겠지만 그들이 여기까지 올 수 있을 리가 없어. 분명 중간에 쿠인테슨에게 잡힐 거다. 그전에 너희가 먼저 찾아야 돼.]
울트라 매그너스는 데이터 하나를 전달했음.
[우리도 그쪽으로 가서 탈출한 포로를 찾아보겠다고 말해놓은 상태다. 그들이 위치 정보를 보내줬어.]
위치 정보는 오라이온이 이 근처에 있었다는 걸 말해줬음. 하지만 중간에 끊겼어.
"탈출정: 쿠인테슨 정찰선."
사운드웨이브가 위치 정보의 거리와 시간을 보며 속도를 추측했지. 저 속도라면 정찰선이 분명함. 그리고 울트라 매그너스의 말이 맞음. 쿠인테슨에게 잡힐 거야.
"하지만 어디로 갔는지 알 방법이 없잖아. 정보가 중간에 끊긴 걸 보면 추적을 방지하는 방법이 있는 모양인데."
재즈가 화면을 들여다보며 입술을 깨물었음. 쿠인테슨의 정보를 감청하면서 뒤쫓는 방식으론 결국 뒤쳐지게 되겠지. 일일히 찾기엔 쿠인테슨에 비해 인원수가 부족하고.
"방법은 딱 하나야. 오라이온 쪽에서 우리에게 연락하도록 해야 돼."
"이 근처에 구조 신호를 퍼뜨리면? 사이버트론에서 온 신호가 감지되면 우리가 왔다는 걸 알겠지."
"그건, 안돼..."
프라울은 연산 때문에 머리가 아핐음. 오라이온과 코그리스들은 아이아콘의 상황을 몰라. 당연히 센티넬이 무너졌다는 것도 모를 테니 사이버트론에서 온 구조신호라면 센티넬의 함정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음. 그렇다고 구구절절 설명하기엔 쿠인테슨 측에서도 신호를 받고 있을 테니 무리고.
프라울은 쥐고 있던 홀로그램 장치를 깨부쉈음. 아. 정말로 그자식은..! 열심히 계획을 짜면 뭐하나. 그 오라이온 팍스가 구출 대상인데!
"...구조 신호라는 거 발신자를 수정할 수 있나?"
가만히 생각에 잠겨있던 디가 입을 열었음. 내내 불안정하더니 오라이온이 살아있다는 걸 듣고 옵틱에서 그나마 생기란 게 보일 듯.
"그정도는 할 수 있지. 하지만 우리 이름을 넣어봤자 그것도 센티넬로 의심할 확률이..."
"그거 말고. 이렇게 보내."
디는 확신에 찬 음성으로 말했음.
"잘 되어가?"
조종석에 앉은 오라이온이 코그리스에게 물었음. 코그리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정찰선에 연결된 케이블을 제거했지. 정찰선이 추적 당하지 않도록 약간의 조작을 가한 참임. 코그리스는 이제야 좀 한숨을 돌릴 수 있었지. 사이버트론으로 향하는 화물선에 밀항하려던 계획이 어긋나고 완전히 망했다고 생각했는데... 우연히 발견한 빈 정찰선 덕분에 모두와 같이 극적으로 탈출할 수 있었음.
다시 조종간으로 시선을 돌린 오라이온을 구경하던 코그리스는 오라이온의 옆에 바짝 붙어 앉았음.
"넌 평소에 뭘했길래 이런 걸 조종할 줄 알아?"
"그냥 참고 삼아 조작법을 읽어보기만 했어. 매트릭스가 어쩌면 사이버트론 밖에 있을지도 모르니까."
"매트릭스?"
"찾고 있었거든."
평소에도 꽤나 높은 꿈을 가지고 있었구나. 코그리스는 오라이온을 지금에서야 제대로 알게 된 게 제법 후회스러웠음. 소문을 들었을 때 진작 찾아가볼걸. 그 소문의 오라이온 팍스가 이렇게, 멋진 녀석인줄 알았더라면..
"음. 놀라지 말고 들어줄래?"
오라이온을 빤히 쳐다보며 생각에 잠겨있던 코그리스에게 오라이온이 말을 걸었음.
"뭘?"
"지금 아주 중요한 문제가 있거든."
"뭔데?"
오라이온은 조종간을 심각하게 내려다봤음.
"역시 쿠인테슨 정찰선은 우리랑 생긴 게 다르네.."
코그리스는 옵틱을 꿈뻑였음.
"그게 무슨 뜻,"
갑자기 정찰선이 크게 흔들렸음. 의자를 잡고 간신히 버틴 코그리스는 정찰선이 웬 행성으로 향하고 있단 걸 알아차렸지. 정확히는, 추락하고 있단 걸.
"잠깐 뭐야! 멈춰봐!"
"노력하고 있어."
오라이온은 조종간을 열심히 두들겼음.
"뭘 알고 누르는 거야?!"
"걱정마! 내가 다 해결할 테니까 다른 애들 좀 달래줘!"
코그리스는 오라이온의 말에 뒤를 돌았지. 알을 품은 메크들이 모여 앉아서 겁에 질려 있었음. 코그리스는 일단 조종을 오라이온에게 맡기고 메크들을 달래야 했지.
오라이온은 온갖 버튼과 레버를 누르고 당기며 반응을 살폈음. 구조가 다르긴 하겠지만 우주 표준 규격상 어느 정도 통하는 부분이 있을 거야. 오라이온은 초조함에 자꾸만 흐트러지려는 집중을 최대한 유지했음. 자신이 이들의 목숨을 짊어지고 있는 이상 침착함을 잃을 순 없어.
정찰선은 기적적으로 안전하게 착륙했음. ...아니 요란하게 착륙했지만 적어도 터지진 않았음. 시동이 꺼진 정찰선 내에서 오라이온과 코그리스는 긴장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지. 무서웠는지 메크들이 훌쩍대면서 둘한테 붙어옴. 오라이온과 코그리스는 메크들을 품에 안고 서로를 보며 너덜너덜한 웃음을 지었음.
메크들을 안쪽에서 리차징 시키고 함선의 문을 연 둘은 자신들이 웬 유기체 행성에 왔다는 걸 알았지. 오라이온은 여기가 어딘지 상황 파악부터 했지만 코그리스는 거의 눈물을 흘릴 지경이었음.
"정말 거기서 빠져나왔어..."
아무래도 갇혀있던 시간과 담고 있던 절망의 크기가 다르니 감회가 다를 수밖에 없지. 오라이온은 부드럽게 웃으며 코그리스의 어깨를 잡았음.
"기쁜 건 이해하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야. 쿠인테슨이 바로 우리를 추적할,"
오라이온은 말을 끝맺지 못했음. 코그리스가 오라이온의 뺨을 덥썩 잡더니 입을 맞췄거든. 오라이온이 놀라서 옵틱을 크게 뜨고 있는 사이 코그리스가 떨어졌음.
"내가 살면서 했던 일 중에 최고로 바보같은 짓이었어! 정말 최고였다고!"
이건 욕이야 칭찬이야 싶지만 표정을 보면 감격에 가까워보임. 오라이온은 옵틱을 굴리다가 코그리스를 보며 빙긋 웃었음. 방금 한 키스에 깊은 생각은 하지 않기로 함. 뭐 너무 기쁘면 그럴 수도 있지. 어차피 거기 갇혀서 닳도록 한 게 키스고... 얘랑은 안 했지만.. 음..
코그리스가 정찰선에서 메크들을 지키는 동안 오라이온이 주변을 둘러보고 왔음. 일단 근처에 원주민은 없는 듯함. 지금 당장의 위험은 없다는 게 안심이 되지만 도움을 청할 수도 없다는 게 머리가 아프다. 다른 비행선을 타든 어떻게든 여기서 나가야 하는데.. 여기는 에너존 대신 먹을 만한 것도 없어보이고...
"뭐 좀 찾았어?"
정찰을 마치고 돌아온 오라이온에게 코그리스가 말을 걸었음. 오라이온이 고개를 젓자 코그리스는 이리 오라고 손짓을 했지. 코그리스는 리차징 중인 메크들에게 둘러싸여 일어날 수가 없었으니까. 오라이온은 메크들의 리차징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조심하며 다가갔음.
"근처엔 아무것도 없는 거 같아. 확실하게 알아보려면 더 멀리까지 가봐야 해."
"조심해. 여기가 쿠인테슨의 식민지가 아니란 보장은 없으니까."
"알고 있어."
음성 출력을 낮추고 속삭이던 오라이온은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코그리스에게 손목이 잡혔음. 그리고 주욱 당겨져 그에게 키스당했지. 오라이온은 당황한 티를 숨기지 않았지만 코그리스는 그저 해맑게 웃을 뿐임.
"너도 좀 쉬어. 자, 여기."
코그리스는 일부러 비워놓은 듯한 제 옆자리를 가리켰지. 오라이온은 옵틱이 또 한번 굴러갔음. 오라이온은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짚고 넘어가야할 필요성을 느낄 거임. 그렇기에 코그리스의 옆에 차분히 앉았음.
"있잖아. 왜 나한테.."
"키스했냐고?"
오라이온은 느리게 고개를 끄덕임.
"하고 싶어서."
코그리스는 당당했음. 오라이온은 순간 말을 잊었다가 침착하게 설명함.
"네가 너무 거기 갇혀 있어서 뭔가 기준이 어긋난 거 같은데.. 이런 건 일반적인 친애의 행위로는 쓰이지 않고.."
"나도 알아. 네가 좋아서 했어."
잠깐 생각하던 오라이온이 농담이지? 라는 표정으로 코그리스를 봤지만 코그리스는 무를 생각 없다는 듯 오라이온을 보고 있음. 그 물러섬 없는 시선에 오라이온은 얼굴이 과열되는 걸 느꼈지. 장난식이나 가벼운 플러팅은 받아봤지만 이렇게 진지한.. 무언가는.. 처음임. 코그리스들 사이에서 오라이온은 보통 엮이면 피곤한 녀석 취급이었으니까.
오라이온이 대답하지 않자 코그리스는 살짝 어깨가 쳐져선 오라이온을 올려다봤음.
"싫었어..?"
"싫.. 싫다는 게 아니고.."
"난 진심으로 네가 멋지다고 생각해 오라이온."
오라이온은 코그리스를 난처하게 바라봤음. 코그리스의 열렬한 시선을 받고 있으니 어째 스파크 한켠이 욱씬거렸지.
"네가 지금 헷갈리고 있는 거야. 제대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메크를 너무 오랜만에 만나서..."
코그리스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 표정이 되었지만 오라이온은 달아오른 얼굴로 횡설수설 하고 있음. 코그리스가 반박하려던 때 정찰선에서 신호음이 울렸음. 둘은 놀라서 그쪽을 바라봤지. 리차징 모드에서 일어나려는 메크들을 달래서 다시 눕히고 소리가 난 쪽으로 다가갔음.
"...이건 무슨 표시야?"
둘은 모니터에 나타난 표시를 해석하는 데에 온 신경을 집중했음. 다행히 언어는 우주 표준어로 떠서 다행이었지. 추리력과 상상력을 최대한 동원해서 해석해보자면.. 사이버트론에서 보낸 비행선에서 광역 신호를 보내고 있는 모양임.
"센티넬?"
코그리스가 기겁하며 모니터에서 물러섰음. 사이버트론에서 왔다면 그거 밖에는 생각할 수 없음. 우리가 탈출했다는 소식을 듣고 온 건가? 아니면 쿠인테슨 측에서 사이버트론에서 온 구조 신호라고 함정을 파고 기다리는 걸 수도 있음.
"오라이온, 어쩌지?"
코그리스는 불안함에 오라이온을 바라봤음. 오라이온 또한 코그리스와 비슷한 결론에 이르렀지만 일단 최대한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모니터에 있는 모든 글자를 해석하는 중이었지. 아직 다른 언어는 익숙하지 않아서 오래 걸리지만 읽을 수는 있어.
"발신.. ㅁ..ㅔ가..트로..너.."
한글자씩 읽어나가던 오라이온의 옵틱이 점점 커졌지.
"메가트로너스.."
"메가트로너스?"
코그리스가 인상을 찡그림. 갑자기 웬 메가트로너스 프라임? 하지만 오라이온은 얼굴에 기쁨이 번져갔지.
"내 친구야! 우릴 데리러 왔어!"
오라이온의 말에 코그리스는 어리둥절함.
"네 친구가 메가트로너스야?"
"그건 아니지만 내 친구 맞아! 구하러 올 거라고 했잖아!"
오라이온은 전에 볼 수 없이 아이처럼 환하게 기뻐하고 있었지. 코그리스는 그 얼굴을 바라보며 옵틱을 꿈뻑였음.
그후로 한참 끙끙대며 신호에 반응할 방법을 찾다가 모니터에 뜨는 전송 완료 문구를 읽고 나서야 둘은 휴식을 취할 수 있었지. 벌써 아주 늦은 시간임. 여러가지로 지쳐있던 오라이온은 눕자마자 바로 리차징 모드에 돌입했음. 코그리스는 그 옆에 누워 한결 편안해보이는 오라이온을 바라보고 있었지.
...친구. 그래, 친구라고 하잖아. 나한테 기회가 없는 건 아니야. 코그리스는 긍정적으로 생각했음. 오라이온의 손을 잡은 코그리스는 자신 또한 리차징 모드로 들어갔지.
디오라 오라이온텀
아스트로트레인은 순조롭게 항해를 이어갔음. 처음으로 우주에 나가게 된 어린 메크들은 이게 긴장감인지 설렘인지 알 수도 없을 정도로 스파크가 뛰고 있을 듯. 그 소리가 직접적으로 들리는 사운드웨이브는 책임감이 막중해지는 걸 느꼈지. 아이아콘에선 그렇게 의연하게 굴더니 애들은 애들임. 스타스크림은 여차하면 버리라는 의도로 명령을 내렸지만.. 사운드웨이브는 이러나저러나 어린 메크들에게 약했음. 명령을 어길 생각까진 없어도 그렇게 되기 전에 최대한 막아봐야지. 저 은색 메크는 스타스크림이 제법 마음에 들어하니 살려서 데려가면 후배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고.
"자, 그럼 슬슬 목적지도 가까워지겠다 작전을 설명하지."
프라울이 언제 준비했는지 홀로그램을 켰음.
"일단 납치된 코그리스들의 행방을 아는 게 가장 중요하니 그쪽은 지금부터 내부 통신을 감청해 모든 단서를 수집해. 그리고 우리가 함선으로 잠입하는 동안 이곳에서 상황 지시를 부탁할게."
평정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 미묘한 떨림은 사운드웨이브에게 그대로 들렸지. 사운드웨이브는 어린 지휘관에게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음.
"잠입하고 나선 재즈 네 역할이 커질 거야. 네가 선두에서 위험을 감지하고 최적의 경로로 우릴 안내해."
어째 오라이온과 하던 짓이랑 비슷하네. 재즈는 문제 없다는 듯 알았다고 대답했음.
"그리고 디. 만약 전투가 벌어진다면 쿠인테슨과 상대하게 되는 건 너야. 사운드웨이브에게 쿠인테슨에 대한 정보를 모아둬."
디는 쿠인테슨이란 단어를 듣자마자 옵틱이 살벌하게 변했지. 프라울은 디가 분노에 눈이 멀어 지시를 거스를 위험에 대해 생각했음. 하지만 적어도 쿠인테슨과의 전투에서 밀릴 거 같다는 생각은 안 듬.
"단서가 더 모이면 자세한 계획을 설명할 거야. 어떤 방법을 써도 결국 무모한 작전이 되겠지. 실제로 무모하니까. 우리 중 몇은 죽겠지. 하지만 우린 더 큰 뜻을 가지고.."
"아니, 워, 잠깐. 아직 침투도 안 했는데 왜 무서운 말부터 하는 거야."
재즈가 턱을 괴고 듣고 있다가 황당하게 물음.
"상황의 심각성은 알아야지."
"난 좀 더 희망찬 지휘관이 좋아."
"네 취향에 맞춰줄 생각 없어."
재즈와 프라울이 가볍게 투닥대는 동안 비행선 내부에서 신호음이 울렸음.
[사운드웨이브. 아이아콘에서 통신이다.]
아스트로트레인의 음성이었지. 사운드웨이브는 통신 장치에 다가갔음. 통신이 연결되자 화면에 울트라 매그너스가 나타남.
"무슨 일이에요?"
[방금 쿠인테슨 함선에서 아이아콘.. 센티넬에게 통신이 도착했다.]
"쿠인테슨 측에서요? 뭐라는데요."
[...코그리스들이 탈출했다고 한다. 그들이 사이버트론으로 향했다면 송환하라 요구하더군.]
사운드웨이브는 자신이 무슨 말을 들었는지 고개를 기울였음. 하지만 셋은 곧바로 상황을 파악했지.
"오라이온!"
[오라이온? 자네들 친구말인가?]
"이런 짓 할 만한 녀석은 걔밖에 없어요!"
살아있었구나 라는 안도와 함께 경악이 몰려옴. 아무리 오라이온이라도 쿠인테슨 함선에서 탈출이라니? 다섯이서 함선에 돌격하는 입장에서 할 말은 아니지만.
[어떻게 탈출한 건진 모르겠지만 그들이 여기까지 올 수 있을 리가 없어. 분명 중간에 쿠인테슨에게 잡힐 거다. 그전에 너희가 먼저 찾아야 돼.]
울트라 매그너스는 데이터 하나를 전달했음.
[우리도 그쪽으로 가서 탈출한 포로를 찾아보겠다고 말해놓은 상태다. 그들이 위치 정보를 보내줬어.]
위치 정보는 오라이온이 이 근처에 있었다는 걸 말해줬음. 하지만 중간에 끊겼어.
"탈출정: 쿠인테슨 정찰선."
사운드웨이브가 위치 정보의 거리와 시간을 보며 속도를 추측했지. 저 속도라면 정찰선이 분명함. 그리고 울트라 매그너스의 말이 맞음. 쿠인테슨에게 잡힐 거야.
"하지만 어디로 갔는지 알 방법이 없잖아. 정보가 중간에 끊긴 걸 보면 추적을 방지하는 방법이 있는 모양인데."
재즈가 화면을 들여다보며 입술을 깨물었음. 쿠인테슨의 정보를 감청하면서 뒤쫓는 방식으론 결국 뒤쳐지게 되겠지. 일일히 찾기엔 쿠인테슨에 비해 인원수가 부족하고.
"방법은 딱 하나야. 오라이온 쪽에서 우리에게 연락하도록 해야 돼."
"이 근처에 구조 신호를 퍼뜨리면? 사이버트론에서 온 신호가 감지되면 우리가 왔다는 걸 알겠지."
"그건, 안돼..."
프라울은 연산 때문에 머리가 아핐음. 오라이온과 코그리스들은 아이아콘의 상황을 몰라. 당연히 센티넬이 무너졌다는 것도 모를 테니 사이버트론에서 온 구조신호라면 센티넬의 함정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음. 그렇다고 구구절절 설명하기엔 쿠인테슨 측에서도 신호를 받고 있을 테니 무리고.
프라울은 쥐고 있던 홀로그램 장치를 깨부쉈음. 아. 정말로 그자식은..! 열심히 계획을 짜면 뭐하나. 그 오라이온 팍스가 구출 대상인데!
"...구조 신호라는 거 발신자를 수정할 수 있나?"
가만히 생각에 잠겨있던 디가 입을 열었음. 내내 불안정하더니 오라이온이 살아있다는 걸 듣고 옵틱에서 그나마 생기란 게 보일 듯.
"그정도는 할 수 있지. 하지만 우리 이름을 넣어봤자 그것도 센티넬로 의심할 확률이..."
"그거 말고. 이렇게 보내."
디는 확신에 찬 음성으로 말했음.
"잘 되어가?"
조종석에 앉은 오라이온이 코그리스에게 물었음. 코그리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정찰선에 연결된 케이블을 제거했지. 정찰선이 추적 당하지 않도록 약간의 조작을 가한 참임. 코그리스는 이제야 좀 한숨을 돌릴 수 있었지. 사이버트론으로 향하는 화물선에 밀항하려던 계획이 어긋나고 완전히 망했다고 생각했는데... 우연히 발견한 빈 정찰선 덕분에 모두와 같이 극적으로 탈출할 수 있었음.
다시 조종간으로 시선을 돌린 오라이온을 구경하던 코그리스는 오라이온의 옆에 바짝 붙어 앉았음.
"넌 평소에 뭘했길래 이런 걸 조종할 줄 알아?"
"그냥 참고 삼아 조작법을 읽어보기만 했어. 매트릭스가 어쩌면 사이버트론 밖에 있을지도 모르니까."
"매트릭스?"
"찾고 있었거든."
평소에도 꽤나 높은 꿈을 가지고 있었구나. 코그리스는 오라이온을 지금에서야 제대로 알게 된 게 제법 후회스러웠음. 소문을 들었을 때 진작 찾아가볼걸. 그 소문의 오라이온 팍스가 이렇게, 멋진 녀석인줄 알았더라면..
"음. 놀라지 말고 들어줄래?"
오라이온을 빤히 쳐다보며 생각에 잠겨있던 코그리스에게 오라이온이 말을 걸었음.
"뭘?"
"지금 아주 중요한 문제가 있거든."
"뭔데?"
오라이온은 조종간을 심각하게 내려다봤음.
"역시 쿠인테슨 정찰선은 우리랑 생긴 게 다르네.."
코그리스는 옵틱을 꿈뻑였음.
"그게 무슨 뜻,"
갑자기 정찰선이 크게 흔들렸음. 의자를 잡고 간신히 버틴 코그리스는 정찰선이 웬 행성으로 향하고 있단 걸 알아차렸지. 정확히는, 추락하고 있단 걸.
"잠깐 뭐야! 멈춰봐!"
"노력하고 있어."
오라이온은 조종간을 열심히 두들겼음.
"뭘 알고 누르는 거야?!"
"걱정마! 내가 다 해결할 테니까 다른 애들 좀 달래줘!"
코그리스는 오라이온의 말에 뒤를 돌았지. 알을 품은 메크들이 모여 앉아서 겁에 질려 있었음. 코그리스는 일단 조종을 오라이온에게 맡기고 메크들을 달래야 했지.
오라이온은 온갖 버튼과 레버를 누르고 당기며 반응을 살폈음. 구조가 다르긴 하겠지만 우주 표준 규격상 어느 정도 통하는 부분이 있을 거야. 오라이온은 초조함에 자꾸만 흐트러지려는 집중을 최대한 유지했음. 자신이 이들의 목숨을 짊어지고 있는 이상 침착함을 잃을 순 없어.
정찰선은 기적적으로 안전하게 착륙했음. ...아니 요란하게 착륙했지만 적어도 터지진 않았음. 시동이 꺼진 정찰선 내에서 오라이온과 코그리스는 긴장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지. 무서웠는지 메크들이 훌쩍대면서 둘한테 붙어옴. 오라이온과 코그리스는 메크들을 품에 안고 서로를 보며 너덜너덜한 웃음을 지었음.
메크들을 안쪽에서 리차징 시키고 함선의 문을 연 둘은 자신들이 웬 유기체 행성에 왔다는 걸 알았지. 오라이온은 여기가 어딘지 상황 파악부터 했지만 코그리스는 거의 눈물을 흘릴 지경이었음.
"정말 거기서 빠져나왔어..."
아무래도 갇혀있던 시간과 담고 있던 절망의 크기가 다르니 감회가 다를 수밖에 없지. 오라이온은 부드럽게 웃으며 코그리스의 어깨를 잡았음.
"기쁜 건 이해하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야. 쿠인테슨이 바로 우리를 추적할,"
오라이온은 말을 끝맺지 못했음. 코그리스가 오라이온의 뺨을 덥썩 잡더니 입을 맞췄거든. 오라이온이 놀라서 옵틱을 크게 뜨고 있는 사이 코그리스가 떨어졌음.
"내가 살면서 했던 일 중에 최고로 바보같은 짓이었어! 정말 최고였다고!"
이건 욕이야 칭찬이야 싶지만 표정을 보면 감격에 가까워보임. 오라이온은 옵틱을 굴리다가 코그리스를 보며 빙긋 웃었음. 방금 한 키스에 깊은 생각은 하지 않기로 함. 뭐 너무 기쁘면 그럴 수도 있지. 어차피 거기 갇혀서 닳도록 한 게 키스고... 얘랑은 안 했지만.. 음..
코그리스가 정찰선에서 메크들을 지키는 동안 오라이온이 주변을 둘러보고 왔음. 일단 근처에 원주민은 없는 듯함. 지금 당장의 위험은 없다는 게 안심이 되지만 도움을 청할 수도 없다는 게 머리가 아프다. 다른 비행선을 타든 어떻게든 여기서 나가야 하는데.. 여기는 에너존 대신 먹을 만한 것도 없어보이고...
"뭐 좀 찾았어?"
정찰을 마치고 돌아온 오라이온에게 코그리스가 말을 걸었음. 오라이온이 고개를 젓자 코그리스는 이리 오라고 손짓을 했지. 코그리스는 리차징 중인 메크들에게 둘러싸여 일어날 수가 없었으니까. 오라이온은 메크들의 리차징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조심하며 다가갔음.
"근처엔 아무것도 없는 거 같아. 확실하게 알아보려면 더 멀리까지 가봐야 해."
"조심해. 여기가 쿠인테슨의 식민지가 아니란 보장은 없으니까."
"알고 있어."
음성 출력을 낮추고 속삭이던 오라이온은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코그리스에게 손목이 잡혔음. 그리고 주욱 당겨져 그에게 키스당했지. 오라이온은 당황한 티를 숨기지 않았지만 코그리스는 그저 해맑게 웃을 뿐임.
"너도 좀 쉬어. 자, 여기."
코그리스는 일부러 비워놓은 듯한 제 옆자리를 가리켰지. 오라이온은 옵틱이 또 한번 굴러갔음. 오라이온은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짚고 넘어가야할 필요성을 느낄 거임. 그렇기에 코그리스의 옆에 차분히 앉았음.
"있잖아. 왜 나한테.."
"키스했냐고?"
오라이온은 느리게 고개를 끄덕임.
"하고 싶어서."
코그리스는 당당했음. 오라이온은 순간 말을 잊었다가 침착하게 설명함.
"네가 너무 거기 갇혀 있어서 뭔가 기준이 어긋난 거 같은데.. 이런 건 일반적인 친애의 행위로는 쓰이지 않고.."
"나도 알아. 네가 좋아서 했어."
잠깐 생각하던 오라이온이 농담이지? 라는 표정으로 코그리스를 봤지만 코그리스는 무를 생각 없다는 듯 오라이온을 보고 있음. 그 물러섬 없는 시선에 오라이온은 얼굴이 과열되는 걸 느꼈지. 장난식이나 가벼운 플러팅은 받아봤지만 이렇게 진지한.. 무언가는.. 처음임. 코그리스들 사이에서 오라이온은 보통 엮이면 피곤한 녀석 취급이었으니까.
오라이온이 대답하지 않자 코그리스는 살짝 어깨가 쳐져선 오라이온을 올려다봤음.
"싫었어..?"
"싫.. 싫다는 게 아니고.."
"난 진심으로 네가 멋지다고 생각해 오라이온."
오라이온은 코그리스를 난처하게 바라봤음. 코그리스의 열렬한 시선을 받고 있으니 어째 스파크 한켠이 욱씬거렸지.
"네가 지금 헷갈리고 있는 거야. 제대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메크를 너무 오랜만에 만나서..."
코그리스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 표정이 되었지만 오라이온은 달아오른 얼굴로 횡설수설 하고 있음. 코그리스가 반박하려던 때 정찰선에서 신호음이 울렸음. 둘은 놀라서 그쪽을 바라봤지. 리차징 모드에서 일어나려는 메크들을 달래서 다시 눕히고 소리가 난 쪽으로 다가갔음.
"...이건 무슨 표시야?"
둘은 모니터에 나타난 표시를 해석하는 데에 온 신경을 집중했음. 다행히 언어는 우주 표준어로 떠서 다행이었지. 추리력과 상상력을 최대한 동원해서 해석해보자면.. 사이버트론에서 보낸 비행선에서 광역 신호를 보내고 있는 모양임.
"센티넬?"
코그리스가 기겁하며 모니터에서 물러섰음. 사이버트론에서 왔다면 그거 밖에는 생각할 수 없음. 우리가 탈출했다는 소식을 듣고 온 건가? 아니면 쿠인테슨 측에서 사이버트론에서 온 구조 신호라고 함정을 파고 기다리는 걸 수도 있음.
"오라이온, 어쩌지?"
코그리스는 불안함에 오라이온을 바라봤음. 오라이온 또한 코그리스와 비슷한 결론에 이르렀지만 일단 최대한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모니터에 있는 모든 글자를 해석하는 중이었지. 아직 다른 언어는 익숙하지 않아서 오래 걸리지만 읽을 수는 있어.
"발신.. ㅁ..ㅔ가..트로..너.."
한글자씩 읽어나가던 오라이온의 옵틱이 점점 커졌지.
"메가트로너스.."
"메가트로너스?"
코그리스가 인상을 찡그림. 갑자기 웬 메가트로너스 프라임? 하지만 오라이온은 얼굴에 기쁨이 번져갔지.
"내 친구야! 우릴 데리러 왔어!"
오라이온의 말에 코그리스는 어리둥절함.
"네 친구가 메가트로너스야?"
"그건 아니지만 내 친구 맞아! 구하러 올 거라고 했잖아!"
오라이온은 전에 볼 수 없이 아이처럼 환하게 기뻐하고 있었지. 코그리스는 그 얼굴을 바라보며 옵틱을 꿈뻑였음.
그후로 한참 끙끙대며 신호에 반응할 방법을 찾다가 모니터에 뜨는 전송 완료 문구를 읽고 나서야 둘은 휴식을 취할 수 있었지. 벌써 아주 늦은 시간임. 여러가지로 지쳐있던 오라이온은 눕자마자 바로 리차징 모드에 돌입했음. 코그리스는 그 옆에 누워 한결 편안해보이는 오라이온을 바라보고 있었지.
...친구. 그래, 친구라고 하잖아. 나한테 기회가 없는 건 아니야. 코그리스는 긍정적으로 생각했음. 오라이온의 손을 잡은 코그리스는 자신 또한 리차징 모드로 들어갔지.
디오라 오라이온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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