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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9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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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러 자카르 페레즈. 그는 뉴욕의 한 금융 컨설팅사에서 일하는 30대 직장인이다. 액티비티를 좋아하고 호기심 많은 그였지만, 하루 온종일 냉동고 속 먹다 남은 고등어마냥 책상에 박혀있기만을 몇 년. 그는 도시 속에서 답답함을 느껴 새로운 경험을 갈망하고 있었다. 이번 런던 출장은 테일러가 근무하는 컨설팅사의 글로벌 시장 확장을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현지 금융 파트너들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중요한 일정이었다. 런던 역시 또다른 커다란 도시긴해도 지금 이 냉동고에서 잠깐이라도 벗어나고 싶은 욕구 정도는 채워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며칠 뒤, 테일러는 드디어 런던의 땅을 밟았다. 회색 구름이 낮게 드리운 하늘 아래 런던의 거리는 바쁘고도 차분했다. 수백 년을 살아온 듯한 낡은 빵집에서 갓 구운 빵 냄새가 흐르고 카페들에서는 노트북을 펼친 이들이 각자 저마다의 일을 바쁘게 처리하고 있었다. 붉은 이층 버스는 사람들의 일상을 이어주듯 도시 구석구석을 유유히 누비고, 그 뒤로 검은 택시가 도로를 미끄러지듯 지나갔다.

하지만 현대의 바쁜 컨설턴트 테일러는 관광을 즐길 여유가 없었다. 비록 머리를 식히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그가 런던에 온 이유는 여행이 아닌 중요한 거래였기 때문이다. 그의 회사는 유럽 시장으로 확장 중이었고, 런던은 그걸 실현할 관문이었다. 여전히 그는 시계를 보며 첫 미팅까지 몇 시간이 남았다는 걸 깨달았다. 호텔 방이 너무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는 코트를 집어 들고 동네를 둘러보기로 했다.

특별히 정해진 목적지 없이 테일러는 그저 발길이 닿는 대로 걷기 시작했다. 비는 가벼웠고 그의 머리와 재킷에 물방울처럼 맺혔지만 우산을 펼 만큼은 아니었다. 그는 부티크 상점들, 창문에 김이 서린 아담한 카페들, 그리고 인도에 늘어선 꽃집들을 지나쳤다. 하지만 조용한 주택가 쪽으로 더 깊이 걸어가자 뭔가 이상한 소리가 그의 주의를 끌었다. 낮고, 그렁그렁하는 소리, 마치 큰 동물이 숨을 쉬는 것처럼 들렸다. 처음에는 빗소리가 도시의 소음과 섞여서 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소리가 다시 들려왔고, 이번에는 더 크게, 확실히 진짜였다. 그건 개도 아니었고 확실히 고양이도 아니었다.



"이게 대체?"



테일러가 중얼거렸다.



그는 소리가 들려오는 타운하우스 앞에 서 있었다. 소리는 높은 돌담 뒤에서 나는 것 같았다. 담벼락에는 담쟁이덩굴이 오르고 있었고 철문은 바람에 살짝 열린 채 삐걱거리고 있었다. 잠시 동안 그는 그냥 지나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건 그가 상관할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뭔가(아마도 평범하지 않은 걸 발견하는 짜릿함)가 그를 자꾸만 유혹했다.

테일러가 철문 가까이 다가가자 그 소리는 더욱 뚜렷해졌다. 물이 철렁대는 소리, 그리고 묵직한 숨소리가 들렸다. 그는 호기심에 철문 틈 사이로 살짝 들여다보았다가 그만 얼어붙고 말았다. 마당 한가운데, 작은 웅덩이에서 커다란 몸집을 이끌며 느릿느릿 움직이는 무언가가 있었다. 반들반들한 피부는 촉촉하게 빛나고 둥그런 등과 짧은 다리는 마치 장난감처럼 귀여웠다. 그러나 그 크기와 부피만큼은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로 이질적이었다. 짧고 둥근 귀가 느리게 파닥이고 큰 콧구멍에서는 푹푹 숨이 내뿜어지고 있었다.



그렇다 여기, 런던의 한복판 가정집에-



하마가 있었다.



테일러는 눈을 한 번 깜박였다가, 다시 깜박였다. 분명 시차 때문에 시력이 잘못된 걸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하마(크고, 둥글고, 진흙으로 뒤덮인)는 정확히 실재했다. 그것은 동그란 눈을 느릿느릿 깜박였고, 물웅덩이를 헤집고 있었다. 연일 흐린 날씨에 시달린 파티오 가구와 화분들 사이에 우스꽝스럽게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저거… 하마야?"



테일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는 오랫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도대체 누가, 제정신으로, 런던 한가운데에서 하마를 키우고 있을까.

그가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을까 말까 고민하는 순간, 타운하우스의 현관문이 삐걱거리며 열렸다. 한 남자가 문가에 나타났는데 그 모습이 상당히 지저분했다. 마치 방금 침대에서 굴러나온 것 같은 헝클어진 머리, 그리고 낡은 목욕가운에 짝짝이 슬리퍼. 한 손에는 커피 잔을 들고 있었고, 다른 손에는 이미 오래전에 꺼진 담배를 쥐고 있었다.



그 남자는 문 앞에 서서 사랑스러운 제 애완동물에게 넋을 잃고 있는 테일러를 보며 몇 초 동안 말없이 서 있었다.



"뭐야?"



그 남자가 마침내 말했다. 목소리는 거칠었고, 굵은 영국식 악센트가 섞여 있었다. 테일러는 자신이 아마 무단침입 중일 거라는 사실을 깨닫고 급히 자세를 바로 했다. "아… 미안해요. 그러려고 했던 건 아닌데… 그냥 지나가다… 어, 무슨 소리를…” 다시 한 번 하마가 물웅덩이에서 첨벙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남자는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고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마치 이런 대화를 수도 없이 했다는 듯이.



"그래. 얘는 닉뎅이야.”



그 남자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무심하게 말했다.



"그리고 그냥 하마가 아니고 피그미 하마야. 멸종위기종이지.”



남자가 낄낄거리며 말했다. 테일러는 그 무심한 고백에 깜짝 놀라 눈을 깜빡였다.



"뭐라고요?"



그 남자는 눈을 비비며 길게 말할 기분은 아니라는 듯 심드렁한 얼굴로 대답했다.



"내 말 들었잖아. 피그미 하마. 나한테 신세 진 놈한테서 받았지."



"잠깐만요."



테일러는 손을 들고 그 상황을 이해하려 애썼다.



"당신이 말하는 건… 멸종위기종을 개인이 키우신다는 겁니까? 런던 한복판에서?"



"그렇지."



그 남자는 마치 오늘의 날씨를 얘기하는 듯 무표정하게 어깨를 으쓱했다.



"근데 조용히 좀 해, 친구. 이웃들이 신경 쓰지 않게 말이야."



테일러는 소리를 낮췄지만, 도저히 숨길 수 없는 당혹감을 느끼며 한 발 더 다가갔다.



"그런데 어떻게… 아니 왜, 하마를 키우는 겁니까?"

“내가 당신한테 설명할 의무는 없어. 그냥 닉뎅이는… 투자였다고만 할게."

"투자요? 하마를 이용하는 투자가 어디 있습니까?"



그 남자는 테일러를 위아래로 훑어본 뒤 살짝 웃음을 지었다.



"너무 깊이 캐묻지 않는 종류의 투자 말이지."



테일러의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이건 분명 단순한 괴짜 애완동물 주인이 아니었다. 이 남자는 무언가 불법적인(어쩌면 위험한)일에 연루되어 있는 게 분명했다.



"이봐, 친구.”



남자는 주머니에서 새 담배를 찾아 꺼내들고는 연기를 내뿜으며 말했다.



"여기서 본 건 잊어버려. 닉뎅이는 당신 일이 아니야. 당신 할 일이나 하고, 이 대화는 없었던 걸로 하자고."



그의 말에 테일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머릿속은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는 사실 말려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 상황은 뭔가 묘하게 매력적이었다. 테일러는 다시 닉뎅이를 쳐다보았다. 닉뎅이는 물에서 첨벙거리며 행복하게 놀고 있었고 두 사람 사이의 긴장감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알겠습니다."



테일러는 마침내 말했다.



“못 본 일로 하겠습니다.”



남자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고, 다시 타운하우스 안으로 사라졌다. 테일러는 비에 젖은 채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한참을 밖에 서 있었다.



테일러는 미팅이 끝나고 호텔로 돌아오는 내내 그 하마만 생각났다. 그는 런던에 비즈니스 거래를 하러 왔지 하마 거래자를 만나러 온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리 마음을 다잡아도 자꾸만 그 토실토실한 피그미 하마가 떠올랐다. 닉뎅이. 그 둥글둥글하고 진흙투성이인 하마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호텔에 도착한 그는 코트를 벗고 그대로 침대 위로 던졌다. 창문 밖으로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고, 도시는 어둠 속에 잠겨가고 있었다. 테일러는 피곤한 몸을 소파에 털썩 주저앉히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마… 동글동글 귀여운 하마…….”



그가 중얼거리며 방 안에 있는 미니바를 열어 작은 병의 위스키를 꺼냈다. 컵에 얼음을 담고 위스키를 따라 한 모금을 마신 테일러는 잠시 눈을 감고 조용히 쉬려 했다.



그런데 그때, 방 밖에서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복도에서 무언가가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소리. 테일러는 더이상 뭔가에 엮이고 싶지 않아 처음엔 무시하고 싶었지만 곧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곧바로 문을 향해 누군가가—아니, 뭔가가 천천히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뭐야, 이 시간에?"



테일러는 의아해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문으로 다가가 문구멍을 통해 확인했지만, 복도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데.”



테일러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문을 열기 위해 손잡이를 돌렸다. 그리고 문을 살짝 열자마자, 무언가가 무거운 몸을 밀어넣듯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우악!"



테일러는 깜짝 놀라 카펫 바닥에 그대로 주저 앉아버렸다. 그런 그의 눈앞에는 온몸이 흠뻑 젖은 채로 카펫 바닥에 물을 흘리며 서 있는 피그미 하마가 있었다. 낮에 본 그 하마, 닉뎅이였다.



"뭐, 뭐야!"



테일러가 소리쳤다.



"네가 여길 어떻게 왔어? 아니 어떻게 호텔까지 들어온 거야?"



닉뎅이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물론, 하마가 대답할 리 없었다). 그저 눈을 한 번 느릿느릿 깜빡이고 젖은 몸을 뒤뚱거리며 방 안으로 완전히 들어왔다. 그는 마치 이곳이 자신의 집인 양 자연스럽게 소파 옆에 자리를 잡고, 카펫 위에 육중한 엉덩이로 철퍼덕 앉았다. 카펫이 흥건히 젖어가기 시작했다.



테일러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 주변을 둘러봤다.



"세상에,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드디어 내가 미쳤나 봐."



하지만 닉뎅이는 전혀 그런 걱정을 하지 않는 듯했다. 작은 코에서 후후, 거친 숨소리를 내며 자신만의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테일러는 머릿속이 하얘졌다. 눈앞의 이 하마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일단… 너… 너 여기 있어. 내가 뭐 어떻게 해볼게."



테일러는 급히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경찰을 부를까? 아니면 동물 관리소에 연락해야 하나? 그는 곰곰이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번호를 눌러도 "피그미 하마가 제 호텔방에 들어왔어요"라고 설명할 자신이 없었다.



그가 휴대폰을 쥔 채 고민하는 동안 닉뎅이는 소파 옆에서 몸을 뒤척이며 그가 만들어낸 작은 물웅덩이 속에서 편안하게 누웠다. 방은 이미 물로 흥건해졌고 소파 밑은 점점 물이 고였다.



"좋아, 좋아. 진정하자, 테일러 자카르 페레즈."



그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일단 하마를… 뭐… 밖으로 내보내야겠지?"



하지만 문제는, 닉뎅이는 전혀 움직일 기미가 없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점점 더 편안해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의 둥글둥글한 몸이 침대 시트만큼이나 부드러워 보였고, 이제는 눈까지 감고 있었다.



"설마 자는 거야?"



테일러는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닉뎅이를 바라봤다.



"이런 상황에서 잠이 오냐고!"



그는 몇 번 더 휴대폰을 들었다 놨다. 그러다 결국 한숨을 쉬며 포기했다. 연락해봤자 이 불쌍한 멸종위기종 하마는 동물원 신세일텐데, 내일 날이 밝으면 그 주인네로 다시 찾아가는 게 최선인 것 같았다. 닉뎅이 역시도 오늘 밤은 이곳에 있으리라 결심한 듯했다.



테일러는 소파에 다시 앉아 머리를 감싸 쥐었다.



“해리포터의 나라라서 그런가…? 내일은 더이상 이상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레화블 테잨닉갈
2024.09.29 23:28
ㅇㅇ
앜ㅋㅋㅋ 닉뎅이 어떻게 테일러 호텔까지 찾아온거야 ㅋㅋㅋㅋ 흥미진진
[Code: dee9]
2024.09.30 00:52
ㅇㅇ
모바일
ㅋㅋㅋㅋㅋㅋ하 이름부터 닉뎅이래..존나 귀엽다ㅠㅠㅠㅠㅠㅠ
[Code: 045e]
2024.09.30 03:43
ㅇㅇ
모바일
해리포터의 나라라 그런갘ㅋㅋㅋㅋㅋㅋ아니 겠냐고ㅠㅠㅠㅠ
[Code: ea36]
2024.09.30 03:45
ㅇㅇ
모바일
센세 어케 이런 무순을..개꿀잼이에요 30세 금융맨 테잨이라니 군침이 싹돌았는데 귀여운 히포 닉갈이라니..수인같은거라도 되는건가??? 테잨이 관심가지는거보고 탈출해서 찾아온거야 뭐야 존커 ㅜㅜㅞ
[Code: ea36]
2024.09.30 10:51
ㅇㅇ
모바일
미친ㅋㅋㅋㅋ센세 닉뎅이 하마
[Code: d7c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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