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우스가 키운 해리는 원작보다 자존감도 높고 장난기도 많고 언행도 거침없을텐데 그렇기 때문에 대부한테 바락바락 대들고 한마디를 안 지고 사춘기도 인상적으로 보낼 것 같음

원작 해리 릴리 베이스의 오지는 성격인데 남에게 부당하게 미움받는게 익숙해서 아이다운 응석이나 반항않고 참고 살고, 기껏 생긴 가족은 도망다니면서 쥐로 연명하는 처지라 걱정 많이 하고 화 한번 못내는 애였는데ㅠ 시리우스가 키운다고 하면 이유없이 자길 미워하는 버논페투니아 없고 하나뿐인 가족도 안전함. 그래서 시리우스한테 나름대로 애답게 행동하고 오지는 성격 죽이지 않고 다 보여줄 것 같아
그리고 시리우스도 딱히 자기 언행을 점잖게 유지하지 않을 것이라 해리가 걸어오는 싸움을 안 피할 것 같음... 아무리 감옥 안 간 시리우스라고 해도 론이나 헤르미온느 부모님의 든든한 학부모 분위기와 성격이 될 거라고 상상할 수가 없다. 여전히 한성깔하고 해리에게 형+아버지같은 존재일 것 같아. 21살보다는 정신적으로 성숙해지긴 할텐데 기본적인 성향이나 불안정한 유년기시절이 있으니까

방학 때 시리우스가 나름 보호자 노릇하려고 이것저것 잔소리를 하면 해리는 아저씨가 할말이냐고 원작에선 대부 못 듣는 데서 하던 말을 대놓고 뱉을 것 같지 않니ㅋㅋ 예를 들어서 어느 날은 해리가 근처 머글 마을에서 시원한 밤공기 쐬다가 평소보다 약간 늦게 집에 왔다고 해봐... 해리 입장에서는 아직 위험한 시간이 아닌데 현관문 살포시 닫자마자 대부 잔소리가 바로 귀에 꽂힘. 밤늦게 귀가할거면 연락하라고 했지 않냐고. 그러자 해리 입에서 거침없이 진실의 소리가 나오고 말았음

그러는 아저씨는 학교 다닐 때 밤에 몰래 기숙사 빠져나가는 날이 아닌 날보다 많았잖아요!

시리우스도 그걸 잘 알고 있어서 잠시 할 말을 잃었다가(과거의 성실한 비행을 후회하는 시간을 가짐) 그래도 넌 하면 안된다고 으름장 놓아버리니까 해리 입이 댓발 나와서는 쿵쿵거리면서 방으로 올라가서 문을 콰ㅏㅇ!!!!! 닫았어

그런데 이때 예전부터 심통나면 쾅쾅 닫아왔던 방문이 한번 맛이 가면서 집에 걸어둔 몇겹의 보호마법 중 하나를 건드리면 좋겠다.
해리는 시골에서 유유자적 단둘이 사는 집에 이렇게나 많은 마법이 걸려있을 줄 몰라서 화들짝 놀람. 경보 주문에 귀 따가워서 뒷걸음치던 해리가 평소 안 쓰는 벽난로에 다가가니까 주인이 대피한다고 판단한 마법이 플루가루 특유의 초록불꽃을 터뜨려서 또 놀라버림
마법을 감지한 시리우스가 혹시나 해리가 다쳤나 싶어서 계단 몇칸씩 건너뛰어서 방에 벌컥 들어왔는데 해리 아주 멀쩡하고... 분위기 서로 어색해지고... 시리우스는 해리를 향해서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지팡이 두세번 휘둘러서 경보 끄고 다시 퇴장했음.

해리는 미처 처리되지 못한 격렬한 초록빛 불꽃을 보면서 곤란해함. 무드등으로 쓸까? 그렇게 하기엔 실내에서 캠프파이어를 하는 기분이었음. 벽난로 타고 한 번 이동해서 불꽃을 없앨까? 하지만 함부로 이동했다가 목적지에 가루가 없으면 어쩌지 싶었음. 돌아올 때 필요한 가루를 확보하려면 결국 시리우스 시야에 들어갈 것 같았음. 아 그건 싫은데 하면서 자기가 해결해보려고 하는데... 되겠냐고... 결국 오만상쓰고 계단 터벅터벅 내려가서 소파에 앉아서 책읽는 대부 뒤통수에 대고 최대한 무미건조하게 말했음

저. 벽난로 불이 안 꺼져서요.

시리우스는 고개를 살짝 돌리더니 심드렁하게 불꽃 켜진 김에 어디 놀러가지 그랬냐고 말했음. 해리는 원래 이 정도 비꼬기는 넘길 수 있었는데 특유의 거만한 블랙가 표정이 무시할 수 없게 만들어서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음. 아 내 대부 진짜 재수없어.
근데 자기한테 슬그머니 다가온 대부가 씩 웃으면서 "내 말 듣기 싫다면서 잘 지키고 있었네!" 하고 해리의 답없는 포터악성곱슬을 헤집어서 짜증이 눈녹듯이 사라져버림. 해리는 선천적으로 잘생긴 사람의 미소에 약했음


해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