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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9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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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그게 덱스의 집착때문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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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탈 없이 복귀해서 다행입니다, 허니 비 요원. 이제 가 봐도 좋습니다."



원치 않았던 자의 반, 타의 반의 휴가가 끝이 났다. 허니는 출근하자마자 제일 먼저 절차대로 심리 상담을 받았다. 상급의 노동력을 지녔던 인재가 한 달동안 흠집이 나지 않았는지, 앞으로 더 써먹을 수 있는 상태인지를 따지는 시간이다. 남의 눈을 피해 이 도시의 질서를 해치는 악인을 가슴에 품고 있었지만, 다행인건지 수사국 기준에 그녀는 적합한 인물이라 평가되었다. 이 건물에 다시 발을 딛는 순간부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집단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 중, 자신처럼 모순된 삶을 사는 자들은 몇이나 있을까? 하고.

한 달만에 복귀하는 직장은 생각보다 많이 낯설었다. 갑자기 너무 많은 일이 있었던 탓일지도 모르겠지만, 허니는 이 일을 시작한 지 여러 해가 지났어도 이렇게 긴 휴가는 처음이었기에 그런 것일거라 단정지었다. 계획해서 낸 휴가도 아니었고. 긴 복도를 걷다보면 그녀를 아는 동료들이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그들의 시선도 낯설게 느껴진다. 잘 적응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사이에 다시 낯선 곳에 온 이방인이 된 것 같은 느낌. 지부장실에 들려 복귀 신고를 마치고 앉는 자신의 자리마저 낯설다. 괜히 차가운 책상의 끝을 양 손으로 쓸어보고 있으니 파티션 위로, 인근 카페의 테이크 아웃 커피를 든 누군가의 손이 재롱을 부리듯 올라왔다. 손의 주인이 누구인지 바로 알아본 허니가 웃으며 화답하자, 언제나 화사한 미소의 헤일리는 한 달 전과 똑같은 모습으로 고개를 내민다. 그녀의 등장으로 모든 것이 그대로이고, 바뀐 것은 자신의 생각과 태도뿐인 것 같다는 확신이 든다. 그 덕에 비로소 자신은 문제 없다는 안정감을 얻었다. 그녀는 오랜만에 보는 자신의 친구를 위해 손수 사 온 커피를 익살스럽게 전달하며, 행복한 유급 백수의 삶이 끝났음을 축하해줬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던 그녀들은 한 시가 바쁜 도시의 신여성들답게 각자의 업무로 돌아갔다가, 점심 시간이 되어서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한 달 전만 해도 자리에 같이 있던 어떤 남자의 빈 자리가 아무렇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둘 다 굳이 내색하진 않았다. 짧은 점심 시간을 의식해서 대화의 주제는 물 흐르듯이 빠르게 넘어갔고, 헤일리의 지난 한 달 간 근황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주다 보니 어느새 이야기의 주제는 허니로 바뀌었다.

애인 생겼다며? 사실 며칠 밤동안 오직 이 질문만을 위해 타이밍을 재고 있던 헤일리였다. 그녀는 허니의 애인이 궁금했던만큼, 소식을 먼저 알게 된 사람이 자신이 아니라는 것에 대한 서운함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이게 도통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남들이 보기에 자신과 그런 비슷한 관계를 가지고 있을만한 사람은 덱스 뿐이었기에, 허니는 그녀의 하소연을 들으며 어림 짐작으로 퍼즐을 짜 맞추고 있었다. 덱스가 어떻게 반응했는지는 몰라도 정황상 단골 가게 사장은 그를 자신의 애인이라고 단단히 오해한 모양이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는 이 일에 대하여 자신에게 단 한 마디도 언급한 적 없었다. 누군가와 외사랑을 하고 있을 때 이런 소식을 접하면 묘한 기대감이 생기기 마련이지만, 상대가 너무 특별한 인물인만큼 허니에게 기대란 쓸모없는 감정의 부산물이었다. 다행인건 그 덕분에 오히려 생각이 다 정리되자 어떠한 감정의 동요도 없이, 뻔뻔하게 말을 꾸밀 수 있었다. 헤일리에 대해 일언반구도 한 적이 없는 자신에 대한 오해는, 상대가 직장까지 쫓아 온 남자임을 알기에 충분히 납득 가능한 부분이었다. 그녀는 소문 속 연인 역할을 하고 있는 덱스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어떠한 경우에도 헤일리가 덱스를 만나는 상황은 분명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당연히 마주쳐서는 안되고, 다행히 절대 만날 일도 없는 사람이었지만 허니는 그저 웃으며 기회가 될 때 소개시켜 주겠다고 적당히 얼버무렸다.

큰 일을 겪기도 했지만, 그 사람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 같아 딱히 연락을 안했어. 헤일리의 말에, 허니는 그녀가 덱스보다 대인배인게 분명하단 생각을 하고 저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만난지 얼마나 됐냐는 질문만큼은 진심으로 답했다. 알게 된지는 몇 달 정도 되었고, 관계가 발전된 것은 아직 2주밖에 되지 않았다고. 오해하기 쉬웠지만 어떤 거짓도 없었고 둘러대기 정말 좋은 상황이었다. 진실이 빚어낸 오해는 헤일리를 충격적인 드라마를 본 열성 소녀팬처럼 날뛰게 만들 정도로 강력했다. 퇴근까지 허니의 얼굴만 보면 입을 틀어막고 소란스럽게 굴던 그녀와 함께 했고, 집으로 돌아오니 문제의 장본인이 제 집이라도 되는 것 마냥 거실에서 그녀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바깥 세상을 씨끌벅적하게 만든 덱스가 여간 뻔뻔해 보이지 않을 수 없었지만, 허니는 별 말 않고 다가오는 그와 입을 맞추며 연인처럼 인사를 나눴다.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자신이 아는 덱스는 과연 그의 얼마만큼을 차지하는 모습인가라는 의문에 오늘의 입맞춤은 왠지 씁쓸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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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식탁에서 덱스와 저녁을 먹으며, 허니는 갑자기 그의 집에 가봐도 되냐는 제안을 했다. 그 말에 덱스의 칼질이 멈춘다. 그는 한 번도 자신의 공간에 누군가를 데려와 본 적이 없었다. 상호합의되지 않은 방문은 있었지만 타인이 허락을 구하고 오겠다 한 것은 생애 처음이었다. 초대를 해본 적 없었지만서도, 나서서 오겠다고 할만큼 관계를 쌓은 사람이 없었던 것이 컸다. 덱스는 남들에게 굳이 알리고 싶지 않은 이 사실을 그녀에게 솔직히 털어 놓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허니가 방문하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자신의 아파트는 지루하고 별 볼일 없을 거라고 말했다. 그건 명백한 사실이었고 덱스도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분명 재미 없을거라고 재차 강조하는 그의 말은, 허니가 자신의 집은 특별한 재미라도 있냐고 묻게 만들었다. 이에 덱스는 허니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의 시선이 물음에 대한 답이라는 걸 아는 허니는 전율을 느끼며 별안간 얼굴이 화끈해지는 걸 느낀다. 대단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성적인 의미가 아님도 알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매사에 덤덤한 그녀의 심장을 그녀답지 않게 떨리게 만들고 있었다. 그들의 세계에선 이처럼 평범한 것이 귀할 때가 많았다. 보통의 하루를 보낸다는 것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이 관계의 시작처럼, 덱스의 아파트 방문 역시 허니의 단순한 충동에서 시작되었다. 아무에게 말하지 못했던 덱스의 존재를 다른 사람에게 처음 드러내고, 그에 대해 이야기 하다보니 그동안 아무렇지 않던 그에 대한 무지가 이제와서야 불편했고, 아쉬웠다.

살을 맞대는 사이인데도 허니와 덱스는 서로에 대해 캐묻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의 모든 벽은 허물어 진 것 같아 보였지만 여전히 보이지 않는 틀 속에 갇혀 서로 적정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상대에 대한 비밀주의는 금기이자 안전용 펜스같은 것이었다. 목숨을 위협받고 언제든 대립할 수 있는 일을 하는 둘에게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들은 각자 하는 일에 대해서는 약속이라도 한 듯 철저하게 기밀을 유지하고 있었다. 덱스는 그녀가 헬스 키친에 온 진짜 이유를 모르고, 허니는 그가 누구와 일하고 그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몰랐다.

우리가 적이 되면 이 관계는 어떻게 되는걸까?

어두운 숲 속의 그늘같은 이 관계가 주는 서늘한 안락함에 취하다 보면 가끔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계가 너무나 분명한 관계였기에 허니는 아직도 답을 내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번만큼은 그를 알고 싶은 갈증이 있다. 그에 대한 작은 정보라도 갱신되면 기쁠 것만 같은 기대가 있었다. 평소와 다르게 주책맞게 뛰는 허니의 심장이 무색할 정도로 그의 집 방문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둘은 허니의 집에서 식사를 마치고 곧장 덱스의 집으로 향했다. 그의 차를 처음 타는 것도 아니면서 허니는 괜히 운전석의 그를 보기가 떨려 창 밖만 보고 있었고, 덱스는 별 말 없이 차를 몰았다.

덱스의 아파트는 이웃들도 옆집에 범죄자가 사는 것을 상상이나 해 봤을까 싶을 정도로 지극히 평범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원목 바닥과 식탁을 제외하고는 온통 무채색인, 정갈하게 잘 정리된 집의 모습이 보인다. 묘한 이질감에 허니는 티가 나지 않게 몸을 한 번 떨었다. 이상할 것이 전혀 없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졌다. 아무도 거주하고 있진 않지만, 마치 누군가 살고 있다는듯이 잘 꾸며낸 장소 같았다. 칼같이 각이 잡혀있는 상태로 정렬되어 있는 식기, 그리고 신문과 서적. 사용감은 없어 보이나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한 장식들은 모델하우스에 들어온 것만 같은 착각을 준다. 있어야 할 것이 그저 그 자리에 있을 뿐, 집 주인의 기호나 취향이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은 인테리어라는 느낌이 자꾸 들었다. 아주 고요했고, 우디한 그의 향수 냄새가 공기 중에 옅게 나는 것을 제외하면 자신이 알고있는 벤자민 포인덱스터라는 사람을 나타낼만한 아무런 특색이 없었다. 어딘가 외로웠고, 완벽하게 채워져 있지만 텅 빈 것처럼 보인다. 덱스만의 공간은 그런 공간이었다. 그는 이 곳을 꾸미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덱스는 헤이즐넛 너트 색의 식탁 의자에 바른 자세로 앉아, 집을 둘러보는 허니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자신이 제일 잘 하는 일을 했다. 조용히 눈으로만 그녀를 쫓는다. 허니는 벽에 걸려있는 액자들로 시선을 옮겼다. 거실과 침실, 모든 액자 속 그림이나 사진들은 색이 없었다. 모두 비워져 있다면 아쉬울 위치에 줄을 맞춰 걸려 있었지만, 어떠한 의미를 부여받아 걸려 있는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조금 다른 점이라면 현관문과 제일 가까운 자리엔 액자가 걸려 있었다는 흔적으로 못이 박혀있었다. 저 자리에 걸려있던 액자엔 색이 있었을까? 무슨 액자였을까? 왜 액자를 떼어냈을까? 이 곳에 오기 전 설레었던 기분은 어느새 심해의 침전물처럼 가라앉아 있었다. 아무도 초대하지 않는 이 공간조차 보통의 사람같이 보이기 위해, 이렇게 만들었을 과거 그의 모습을 떠올리니 기분이 너무 이상했다.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었고, 섬뜩하면서도 한 편으론 착잡했다. 허니가 인상을 구기며 생각에 잠시 잠겨있자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덱스가 시간이 늦었으니 집에 데려다 주겠다고 말한다. 그가 그녀의 옷깃을 소심하게 잡아 끌고 있었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집을 구경시켜줘서 고맙다고 말하며, 멋진 집이라고 칭찬하는 그녀에게 덱스는 슬며시 웃었다. 그렇게 둘은 허니의 현관문 앞에 도착할 때까지 말이 없었다. 허니가 현관문을 열자 덱스가 자고 가도 되는지를 물어본다. 그동안 그녀의 의사와 상관없이 당당하게 자고 가던 모습은 어디갔는지, 이제와서 허니의 눈치를 본다. 그는 이렇게 가끔 이상했다. 그는 자신에게 다정한 그녀가 집으로 돌려 보내려는 걸 간접적으로 표현 한 것이라고 받아 들인 모양이었다. 허니는 덱스가 그의 집으로 가는 여정동안 말이 유독 없었던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자신이 알고 있는 덱스의 모습이었다. 솔직히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덱스가 원한다면 언제든 그의 집으로 돌아가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그를 그 집에 홀로 돌려보내기 싫어졌다. 허니는 그의 손에 깍지를 끼고 잡아 당겼다. 둘이 집에 나란히 들어간 뒤에 현관문은 밤새 닫혀 있었다. 




*




허니는 반짝 생긴 자신의 욕심을 바로 내려 놓았다. 덱스에 대한 별다른 수확은 없었다. 하지만 그의 집에 다녀오고 나서 서서히 익사하는 폐에 물이 공기를 밀어내고 차오르듯이, 허니의 마음에 벤자민 포인덱스터라는 사람이 좀 더 밀려 들어왔다. 그 이후로도 변함없이 같이 지내면서 각자의 일을 했다. 그녀가 하는 일에 덱스가 관심이나 있는지는 알 길이 없었지만, 허니는 종종 그가 벌인 일을 뉴스로 접하고 있었다. 기사에 누구의 소행인지 나타나 있지도 않았고 그의 입을 통해 들은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마치 목적이 있다는 듯이 한 길로 통하는 공통점들로 인해 그들이 벌인 일인 것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그가 윌슨 피스크를 노리고 있는 것 같았다.

언젠가부터 덱스는 FBI와 엮일 일엔 휘말리지 않는 것 같았다. 그것이 그의 의지에 의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허니 역시 마지막 호송 작전 이후로 호송 임무에서는 철저하게 배제되고 있었기에 임무 도중 그와 만날 가능성이 매우 낮아졌다. 아마 본부에서 압박을 넣은게 아닐까하는 추측을 해보기도 했다. 이 관계를 되도록 오래 유지하고 싶은 허니 입장에서는 그와 총을 겨눌 일이 없어졌다는 것은 다행 중 다행이었다. 직업윤리적으로나 도덕적으로 그가 저지르는 행위를 말려야 하는 것이 당연한 도리였으나, 허니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선 이제 비리와 연관된 누군가의 죽음보다 그가 더 중요했다. 이러한 방관 행위로 인해 자신은 죽으면 신에게 버림받아 이 곳보다 더한 지옥에 떨어질 것이 틀림 없었다. 덱스의 뻔뻔함이 옮은 것인지, 그녀는 오히려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보단 이왕이면 그와 같은 지옥으로 배정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따윌 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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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신이 정말 있었던 것일까? 교만하고 나태로운 그녀의 일상을 꾸짖기라도 하듯이, 어느 날 상부로부터 특급 죄수를 감시하라는 명이 떨어졌다. 허니는 별 생각없이 지령을 읽다가 죄수의 이름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Wilson Grant Fisk 윌슨 그랜트 피스크.

덱스에 대한 일련의 사건 파일을 읽다보면 덱스 다음으로 많이 나오는 이름. 다른 요원들과 교대로 수감되어 있는 그의 일상을 지켜보고, 식사 도중 허튼 짓을 하지 않는지 감시하는 간단한 임무였지만 근거없는 불길함이 엄습해왔다. 그가 요원들을 포섭한 사례가 있음을 알았기에 어쩌면 다음 차례가 자신의 차례일 수 있겠단 생각을 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와의 접촉을 피하고 싶었다. 평소엔 따지지 않던 소속을 따지며 그와 독대하는 일이 없도록 애썼으나, 일주일만에 모든 노력은 물거품이 되었다. 함께 임무를 맡은 요원들이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자리를 비웠고, 그의 식사를 감시해야하는 상황이 오고 말았다. 모든 상황이 어떤 일을 행하도록 완벽하게 들어맞는 이 위화감은 저번에도 느낀 적이 있었다. 허니는 심호흡을 하고 철문을 열어 피스크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죄수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죄수복 대신 사복으로 수트를 차려 입고 있었다. 그건 그가 그녀도 무시할 수 없는 굉장한 특혜를 받는다는 증거였다. 거구의 덩치가 주는 위압감과 알 수 없는 표정에서 나오는 카리스마가 있었다. 자신에게 따라붙는 불쾌한 눈길을 애써 무시하며 식사를 그의 앞에 대령한 허니는 아무 말 없이 멀찌감치 서서 뒷짐을 지고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만나고 싶었습니다. 허니 비 요원."



그가 그녀를 알고 있었다. 자신이 이 곳에 있는 건, 그가 불렀기 때문이라는 것이 확실해지는 순간이었다. 피스크는 그녀가 이미 일부러 자신을 피했던 것까지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마치 이 자리를 오랫동안 염원한 것처럼 말한다. 시작부터 쉽지 않던, 한 쪽이 원치 않았던 일방적인 만남은 이렇게 성사되었다. 그동안 허니가 행했던 쓸데없는 반항은 컨트롤 프릭인 피스크를 충분히 짜증나게 만들었다. 그건 정말 그녀가 아직 그의 마수가 닿지 않은 곳의 소속인 덕이 컸다. 바로 얼마 전까지 시간이 너무 지체된다며 수하들에게 이성을 놓고 으름장을 놓긴 했지만 이 곳은 그의 땅, 그의 왕국. 결국 모든 일은 피스크의 뜻에 맞게 돌아간다. 지루한 독방에 갇혀 보고받는 바깥 이야기 중, 워싱턴에서 온 요원 이야기는 그의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했다. 아직 헬스 키친을 완전히 장악하려면 조금 더 시간과 공이 들어가야 했지만, 게임은 이미 끝났다. 피스크는 이 도시가 자신의 손에 떨어질 것이란 확신을 가진지 오래였다. 음지에서 빠져나와 떳떳하게 양지의 꼭대기에 서서 도시를 내려다 볼 계획이 있었다.

헬스 키친을 얻게 된다면, 그 다음은?

'고뇌를 하자 신이 자신에게 선물을 보냈다'고 피스크는 스스로 표현했다. 허니가 그 먼 곳에서 여기까지 온 공식적인 사유는 눈속임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이유가 어찌되었건 사람에게 목줄을 채우고 궁지에 모는 재주가 있는 피스크에겐 그저 발 앞에 굴러온 돌이었다. 심지어 자신이 통치하는 이 지옥에 굴러 들어온 그 돌은 원석도 아닌 보석이었다. 본부에서도 인정받는 요원이라면 더더욱 가만 둘 수 없었다. 약자는 지배당해야만 하고, 자신은 지배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었다. 계획을 세우고. 덫을 놓고. 조용히 기다렸다. 드디어 그녀가 걸려 들었고 낚아 챌 기회만을 보고 있었는데, 눈 앞에서 누군가가 그녀를 감싼 거미줄을 끊어버렸다. 피스크는 그 날 정말 불같이 화를 냈다. 관련된 자들 몇 명이 그의 손에 끔찍하게 죽어 나갔지만 분은 풀리지 않았다. 눈 앞에서 놓친 이유를 알아야 했다. 실패한 이유를 알아야만 했다. 버릇없는 개는 때려 죽여야만 했다.

피스크는 자신의 미끼가 다른 이들의 손을 탔음을 그 때 알게 되었다. 돈에 눈이 먼 미끼가 피스크 말고 다른 집단에게도 정보를 제공했고, 결국 그들에게 버림받으면서 다 잡은 고기를 놓쳤던 것이다. 일을 망친 미끼는 과감히 폐기처분했다. 모두의 앞에서 보란듯이 살려달라고 소리지르는 턱을 박살냈다. 그 후 자신의 물건을 낚아챈 개를 쫓던 피스크는 자신이 짓밟고 온 패배자들 집단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재밌게도 그 무리의 중심에 과거 자신이 엉망으로 망쳐놓은, 크리스마스의 유령같은 한 남자가 있었다. 벤자민 포인 덱스터. 인정받지 못함에 분노하고, 혼자인 것을 두려워하던 나약한 남자. 그는 자신에 대한 복수심으로 불타고 있었다. 사방에 동업자만큼이나 적이 많은 그에게 사실 포인덱스터는 별로 큰 위협이 되지 않았다. 도태된 이유는 약해 빠진 자신들의 탓임을 모르고 저를 탓하는 집단은 발에 채일 정도로 많았다. 하지만 거슬리는 점은 따로 있었다.

내 눈에 좋은 물건은 남에게도 좋아 보이는 법. 개 버릇 남 못 준다던가? 포인덱스터는 예전 붉은 머리 여자에게 했던 것처럼 허니를 악취미의 대상으로 삼고 있었고, 피스크는 그 모습을 보고 황금으로 만들어진 자신의 체스 말을 노리는 그의 의중이 궁금했다. 포인덱스터와 그의 일당들을 어떻게 처리할 지를 함께 궁리하던 중, 허니가 무슨 생각인지 그와 어울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비상식적인 행동은 이해되지 않았지만, 덕분에 난공불락의 성에 작은 틈이 생겼다. 포인덱스터가 바로 그 균열이었다.

아주 재밌는 사람을 애인으로 뒀더군요. 피스크가 가볍게 웃는다. 그는 냅킨으로 입을 한 번 닦으며 가지고 있던 파일을 테이블에 올려 놓았지만 허니는 여전히 미동하지 않았다. 이건 벤자민 포인덱스터와 그의 동료들에 대한 신상입니다. 살아있는 생물이라면 누구나 갖는 호기심. 피스크는 그녀가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를 안다. 호기심은 항상 좋은 미끼가 됐다. 여기에 계속 두면 다른 요원들이 볼 지도 모르오. 그의 탈옥을 알고도 묵인하는 어떤 요원에 대해서도 알게 될 것이고. 피스크가 너스레를 떨며 말한다. 천천히 숨통을 조이고 말로 구슬려서 궁지에 모는 것이 피스크의 방식이었지만 그녀에겐 가식인 걸 간파 당하고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았다. 그의 독백은 계속된다. 나의 간단한 요구사항만 들어준다면, 목숨은 보장해드리겠습니다. 모두 그의 손바닥 안이라는듯이 거만하게 말하는 그의 말에 목적어는 없었지만 덱스를 두고 하는 말이 분명했다. 바로 허니가 서류를 낚아챌 것이라는 피스크의 기대와 다르게, 허니는 반응이 없었다. 피스크는 많은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녀에 대해 모르는 것이 하나 있었다.

덱스가 그녀를 알게된 지 얼마 안되어서부터 대담한 여자라고 평가했던 것처럼, 허니는 정말 대담했다. 허니는 그의 도발에도 평정을 잃지 않았다. 코 앞까지 다가온 이 위기가, 갑작스럽고 불가피한 재앙처럼 느껴지겠지만, 사실 모두 덱스의 손을 놓을 수 있었던 그 날부터 전부 예견되어 있던 일이었다. 지금 겪고 있는 이 상황까지 직접 내린 선택들의 인과였고, 매일 밤 덱스와 한 침대에서 잠들며 그 어떠한 것도 감내하리라 다짐하는 그녀인 것을 피스크가 알 리 없었다. 이미 쉽게 내린 결정이 아닌 만큼 쉽게 무너지지 않기로 결심했다. 허니는 자신이 한 선택에 얼마만큼의 책임이 따라야 하는지와 어떤 위험을 불러 올 수 있는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허니는 아무런 대꾸 없이 그와 테이블 위 파일에는 시선 한 번 주지 않고 식판을 들고 방을 나왔다. 피스크는 두 손을 모으고 숨을 길게 내 뱉으며 의자에 기댔다. 처음엔 건방지게 굴어도 결국 굴복하리라.

피스크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허니는 그 날 이후 여러 사유로 그와 계속 독대해야만 했다. 허니를 도와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가 당신같은 여자에게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까? 벤자민 포인덱스터는 그저 고장난 불량품에 지나지 않소. 그의 본성이 무엇인지 당신은 아직 모르고 있지. 그가 어떤 말을 뱉어도 허니는 그를 없는 사람 취급하며 할 일을 하고 방을 나가버렸다. 그녀가 뜻대로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이자 피스크는 오늘도 한숨을 쉬었다. 왜 다들 쉬운 길을 가지 않고 어렵게 돌아갈까. 재주 좋은 그녀도 결국 사람이기에 너무 어리석었다. 플랜 A가 먹히지 않는다면, 플랜 B를 개시하면 된다. 이곳에선 그가 원하는 것은, 반드시 이루어 진다.


어느 날부터 이 바닥에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피스크는 또 다시 출소할 것이고, 이제는 다른 지역 FBI에서도 그를 지원하는 든든한 조력자가 있다고. 자신과 관련된 소문이라면 쓰레기를 파 먹는 쥐새끼들처럼 죄다 주워먹는 자들이 많다는 것을 아는 피스크는, 그 조력자의 존재가 자신의 입지에 치명적인 것처럼 꾸며대라 지시했다. 소문은 거치는 사람이 많을수록 점점 몸집을 키우며 밝은 곳에서 어두운 곳으로 흘러 내려갈 것이다. 모두가 혈안이 되어 자신의 약점을 유추할 것이다. 그들은 절실한만큼 진실과 거짓을 구분해내지 못한다. 그러다보면 그녀의 남자가 있는 밑바닥까지 닿을 것이고. 그 때가 되면 포인덱스터가 어떻게 움직일 것이란 것을 피스크는 벌써 예견할 수 있었다. 그 뒤에 그가 자멸하길 바란다. 포인덱스터는 지배받을 수 밖에 없는 하등한 인간이었기에 그에게 걸맞는 피날레 시나리오까지 준비했다. 허니가 그 전에 자신의 말이 되어준다면 지켜줄 수 있으련만. 아무리 값진 인재라 하더라도 자기 편으로 만들 수 없다면 쓸모 없었다. 때론 가슴 아파도 괘씸한 만큼 제일 고통스러워 할 방법으로 저항의 대가를 알려주어야 했다. 그것이 오늘 날 이 자리에 자신이 올라온 노하우들 중 하나였다. 귀한 인재를 하나 얻거나, 쓸모없는 폐기물을 둘 다 치우거나. 어느 쪽이든 피스크가 손해볼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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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에겐 피스크 말고도 신경써야 할 상대가 하나 더 있었다. 그는 도시의 낮을 수호하는, 다정하고 선량한 맹인 변호사였다. 과거에 그와 덱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가 덱스에게 굉장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확실했다. 직업에 의한 것이 아닌 수준이라는 것은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맷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 또한 달라졌다. 일 때문에 그를 마주해야 할 때마다 그에게 관찰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버릴 수 없었다.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 발자국 다가가면 맷은 두 발자국 뒤로 물러선다. 그가 자신과 덱스의 관계를 아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그와의 거리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다가, 동네 양아치에게 당하고 있는 그를 도와주고 겨우 기회를 얻었다. 우리 여전히 친구 맞죠? 그녀가 먼저 내민 손을 맷이 잡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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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맷의 생각이 바뀐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허니가 덱스와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뒤로, 끈질기게 그녀의 뒤를 캐고 다녔다. 그녀가 자신의 추측보다 덱스와 훨씬 깊은 사이임을 알게 되었고, 덱스와 그녀가 한 패라는 생각은 거리를 두고 지켜보게 만들었다. 그녀도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을 것이다. 자신이 덱스를 경계한다는 것을 안다. 자신의 정체를 모르는 그녀가 맹인의 몸으로 덱스와 큰 일이 날까봐 걱정한다는 것도 안다. 그녀는 선하고 믿음직한 사람이지만 이 일을 오래 하면서 얻은 경험에 의해 가까이 할 수 없었다. 최근 맷은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덱스와 몇 번 맞붙은 적이 있었고, 제법 고전을 면치 못했다. 마치 분화하는 화산처럼 그와의 갈등은 나날이 고조되었다. 며칠 전 밤, 덱스와 같은 패거리들에게 쫓기던 찰나, 마침 임무에 파견된 허니가 그들로부터 자신을 구했다. 그녀는 자신이 구한 헬스 키친의 악마가 누군지 모르겠지만 그녀의 행동은 충분히 맷의 태도를 바꿀만큼 영향이 있었다. 맷은 그녀에게서 희망을 보았고, 이제 그녀와 이야기를 해 볼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일부러 그녀가 지나가는 길목에서 양아치들에게 시비가 걸렸다. 자신에게 먼저 내밀어준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렇게 오랜만에 허니와 맷은 마주보고 앉았다. 인파 속에서 커피를 시켜놓고 앉았지만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 지 몰랐다. 먼저 입을 연 것은 허니였다. 거의 아물어가는 상처들을 보고 허니가 왜 다쳤는지 묻는다. 맷은 차마 당신의 남자친구와 다투다 생긴 상처라고 말하지 못하고 넘어졌노라고 답했다. 허니가 그대로 믿지 않고 의심의 눈초리를 하자 맷은 입을 삐죽이며 뻔뻔하게 말했다. 그럼 앞이 안 보이는 제가 누구에게 맞서기라도 하다가 다쳤겠어요? 허니가 말문이 막히자 맷은 속으로 재밌다는 듯이 웃었다. 얼어있던 분위기가 조금은 풀렸다. 맷이 먼저 말을 다시 이었다. 시간을 끄는 대신, 정면 돌파를 택했다. 허니, 포인덱스터에게서 멀어져야 해요. 그는 너무 위험해요. 그녀가 어떻게 들을 진 모르겠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당신이 여기 오기 전, 포인덱스터에게도 좋은 친구가 있었어요. 내가 그를 의심해도 끝까지 그를 믿었고, 날 설득하려고 했었죠."



"과거형으로 말하는군요. 그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요?"


 
"..죽었습니다. 포인덱스터의 손에."



한참동안 주변 사람들이 내는 소음만이 둘의 사이를 차지한다. 수 분이 지났을까. 맷이 조심스럽게 먼저 입을 열었다. 나는 그의 과거를 알아요. 그래서 당신을 위험에 그냥 둘 수가 없어요. 그를 반드시 막을 겁니다. 원하는 것은 단 하나였다. 자신의 진심이 그녀에게 닿길 바랐다. 강단있는 그의 세 마디에 허니는 깊게 한숨을 내쉬면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온 세상이 나서서 그를 거부한다. 그를 멀리하라 말한다. 그와 겉으로만 평화로운 삶을 꿈꾸는 것조차 사치라 말한다. 현실은 덱스만큼이나 잔혹했다. 잠시 침묵을 택했던 그녀는 맷에게 말했다. 맷, 아까 우리 여전히 친구라고 했죠?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도 목소리에 어떠한 결심이 들어가 있음을 맷은 알아 차렸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맷이 어렵사리 그렇다고 답하자 허니가 덱스에게도 하지 않은 이야기라며 자신의 과거사를 꺼내기 시작했다.



"저희 어머니는 정의감이 넘치시는 분이었어요. 어릴 때부터 곤경에 처한 사람이 있으면 넘어가질 못하셨죠. 그녀를 떠나 보낸 그 날, 저희 가족은 누군가가 불특정 다수에게 악의를 가지고 설치한 폭탄이 있는 쇼핑몰에서 주말을 보내고 있었어요. 그녀 덕에 아버지와 저는 무사했지만, 안에 사람이 있다는 걸 안 어머니는 다시 뛰어들어갔고, 14명을 더 살린 대신 돌아오지 못했어요."



맷이 그녀에게 유감을 표했다. 그녀도 자신이 살아 돌아오지 못할거라고 생각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어요. 허니는 커피 몇 모금으로 목을 축였다. 맷은 조용히 그녀가 다음 말을 할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눈 앞에서 엄마를 잃은 어린 저는 엇나가기 시작했고, 나중에 철이 조금 든 뒤에 아버지에게 물어 봤어요. 사랑하는 그녀를 왜 말리지 않았냐고. 그 때 아버지가 말했죠. 병은 얼마든지 고칠 수 있지만, 사람은 고칠 수 없다고.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가끔은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 때가 있다고 말이예요. 그냥 그녀는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남을 위하는 사람으로 태어났던 거였고, 아버지는 그걸 받아들였던 것 뿐이었어요."



맷은 방금까지 자신이 느낀 불길한 예감이 무엇인지 알 것만 같았다. 덱스를 향한 그녀의 감정은 훨씬 깊고 진했다. 그 감정은 가끔 자신에게 힘을 줄 때도, 괴롭힐 때도 있었기에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자세히 말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었다. 사람을 좀 먹어 들어가는 그 감정은 이미 그녀를 삼켰다.



"그가 한 행동들이 정당하다는 것은 아니예요. 그는 위험한 사람이고, 벌을 받아 마땅하죠. 당신이 덱스에게 무슨 짓을 해도 말릴 생각은 없어요. 저에게 그럴 권리도 없고요. 덱스를 노리는게 FBI나 악인을 벌하는 이곳의 어떤 자경단원이든 전 똑같은 입장이예요."



하지만 우리가 친구라면, 당신만큼은 날 흔들지 않았음 해요. 허니의 말에 맷은 씁쓸하게 웃었다. 그녀에겐 이미 스스로의 생사를 초월한 목적이 있었다. 자신이 이 이상 더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좀 더 빨리 알아차렸더라면 그녀를 멈출 수 있었을까? 그녀가 포인덱스터에게 가지고 있는 유대감이 왜 이렇게 강한지 모르는게 허망하다. 이럴 때마다 무력해진다는 것은 몇 번을 겪어도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았다. 결국 맷은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기로 한다. 포인덱스터에게 먼저 닿는 쪽이 이기는 게임. 반드시 살아남아서 내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해줘요. 맷이 허니에게 말하자 그녀도 웃는다. 시계를 본 허니가 복귀할 시간이 되어 먼저 가봐야겠다며 맷에게 양해를 구했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의자를 빼던 그녀가 무언가 생각해냈다. 맷, 당신이 틀린게 하나 있어요. 맷이 그녀의 얼굴이 있을 곳으로 올려다 보았다. 그 사이에 그녀의 목소리가 활기를 되찾았다. 그녀는 일전에 자신이 했던 밑이 깨진 잔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밑이 깨진 잔은 깊은 물 속에 담그면 물을 가득 채울 수 있어요. 바닷속에 모두 담궈버리면 밑이 깨진 잔도, 다른 잔들과 똑같아 지겠죠."



생각해 본 적 없는 답변에 허를 찔린 맷이 멍하게 그녀를 바라본다. 그 자리에 서서 옅게 웃는 그녀가 느껴졌다. 그녀가 머물다 간 자리에는 그녀 대신 알 수 없는 이상한 감정만이 남아 있었다. 신에게 그녀에 대한 기도를 하면 들어주실까. 맷은 한참을 일어날 수 없었고, 그 모습이 맷 머독으로서 본 그녀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윌스니너붕붕 믣 데어데블 불스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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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9 16:14
ㅇㅇ
모바일
미친 내 센세!!!!!! 읽고 올게!!!!!!
[Code: 31f0]
2024.09.29 16:32
ㅇㅇ
모바일
하 센세 진짜 덱스가 자신의 특별한 존재가 허니라는 걸 말 없이 눈으로 알려주는거 너무 좋아ㅠㅠㅠㅠ허니 자꾸 덱스의 대해 알고 싶어하고 덱스 공간에 자기도 들어가고 싶어하는게 갈수록 빠져가는게 보여ㅠㅠㅠ둘이 뒤틀린 관계지만 그래도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피크스 미친 센세는 천재야....전개 진짜 미쳤어 흡입력 장난 아니라고!!!!ㅠㅠㅠㅠ맷에 피크스에 덱스 사랑에는 방해꾼이 너무 많다 이러다 덱스가 무슨 짓 하면 어캐 센세 망가뜨려서라도 옆에 두고 싶다는데 허니는 덱스한테 다 걸었는데ㅠㅠㅠㅠ물론 그것도 대존맛인데 그래도 순애했으면 좋겠다가 더 흑화했으면 좋겠다가 아니 근데 또 무슨일이 일어나는거야 맷으로 본 마지막 모습이라니 진짜 이렇게 감질나게 끝나면 크아아아악 센세 너무 좋아 사랑해!!!!!!!༼;´༎ຶ ۝༎ຶ`༽
[Code: 31f0]
2024.09.29 17:49
ㅇㅇ
모바일
아니 흥분해서 이름까지 틀렸었네 피크스 아니고 피스크!!! 아무튼 또 읽으러 왔는데 센세 글은 진짜 읽어도 읽어도 정말정말 좋아( o̴̶̷̥᷅⌓o̴̶̷᷄ ) 허니가 다른 사람의 죽음보다 덱스가 더 중요해졌다는게 지옥에 간다면 덱스랑 같은 지옥에 배정되고 싶다는게 하 너무 찐사랑이라고 센세ㅠㅠㅠㅠㅠㅠ외줄타기 같은 사랑인데 둘이 진짜 어떻게 될까 센세가 다음편 줄때마다 처음부터 정주행하는데 진심 처음이랑 지금 비교하면 둘이 쌍방이라는게 날 미치게 해 이러다 나도 덱스처럼 센세 따라다니게 생겼어 내 지하실로 가자 센세
[Code: 610b]
2024.09.29 17:0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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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만 기다리고 있었어요
[Code: 8b87]
2024.09.29 20:0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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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이 깨진 잔은 깊은 물 속에 담그면 물을 가득 채울 수 있어요
표현력 미쳤다
[Code: ca02]
2024.09.29 20:3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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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내가 윌스니 너붕붕을 여태 놓치고 있었다니 낭비한 인생이 며칠이여
[Code: a891]
2024.09.29 20:5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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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모습이라니 모야.. 슬픈 전개가 되는건가요 센세 너무 재밌다 매일와주라
[Code: d129]
2024.09.29 22:5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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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필력 미쳤어요 센세 와...
[Code: e3a0]
2024.09.29 23:3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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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맛있어요
[Code: 8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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