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1 - 스모크스크린]
외전 1-1 : https://hygall.com/593753580
외전 1-2 : https://hygall.com/593971005

*라쳇 루트
*너붕이 스모크스크린을 단순한 친구로 생각하고 있었고 + 자신의 조수로 일하지 않겠냐는 라쳇의 제안을 받아들였을 때
*35화(https://hygall.com/591602216)의 라쳇이 너붕에게 조수로 들어올 것을 제안하는 부분부터 이어진다고 생각하면 될 듯
의인화ㅈㅇ + 개연성 없음ㅈㅇ + 썰체ㅈㅇ + 노잼ㅈㅇ + 두서없음ㅈㅇ

자신에게 왜 이런 제안을 하는거냐며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자신에게 질문을 돌리는 너붕의 모습에 라쳇은 뭐라 말을 덧붙이려 하다가도 이내 입을 다물었을거야. 구태여 말을 덧붙여서 지금 너붕에게 마음에 혼란을 주고 싶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완벽하게 순수한 의도로 너붕에게 이런 제안을 내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 라쳇 스스로가 잘 알고 있었지.

물론 너붕이 그동안 라쳇으로부터 배웠던 의학적인 지식을 이대로 방치하기에는 너붕의 재능이 아깝다고 생각한 것도 어느정도 영향을 미치긴 했을거야. 아무리 매트릭스의 능력이 없어진 일반인이라고 해도 너붕이 지금까지 배웠던 지식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잖아. 이전까지는 라쳇도 그렇지만 너붕도 많은 시간을 낼 수가 없었고, 시간이 촉박했다는 점을 감안하여 약식으로 가르칠 수밖에 없었지만 너붕이 자신의 밑에서 일을 하면 본격적으로 의학공부에 집중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니까. 

하지만 라쳇은 너붕이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일거라는 생각 자체를 염두에도 두지 않았어. 너붕이 자신의 조수로 들어오겠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럴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라쳇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지. 하지만 만약에, 아주 만약에 너붕이 자신의 이야기를 받아들인다면, 그 사실 하나에 라쳇은 가능성을 걸어본거야. 하지만 거의 가능성이 없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기에 라쳇은 반쯤은 자포자기한 상태였겠지. 그런데 너붕의 대답은 뜻밖의 것이었어. 

"...제가, 잘 할 수 있을까요?"

라쳇은 자신의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지. 당연히 거절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너붕이 제법 진지하게 라쳇의 제안을 고민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으니까. 그래서 처음에 라쳇은 너붕의 이야기를 듣고도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이라 생각해서 "...뭐라고?" 라고 되묻기까지 했어. 그 모습에 너붕은 "라쳇이 방금 말한거요. ...제가 잘 할 수 있을까요?" 라고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다시 대답을 돌려주었지. 

그 모습에 라쳇은 혹여라도 너붕이 마음을 바꾸면 어쩌나 싶은 마음에 그답지 않게 마구잡이로 다급하게 이야기를 내뱉었어.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이 어디있겠냐고, 그리고 자신에게 배웠으면서 그런 약한 소리를 할거냐며 자신도 모르게 핀잔 아닌 핀잔을 주고 말았지. 하지만 말을 내뱉자마자 라쳇은 스스로에게 자책 섞인 비난을 속으로 퍼부었을거야. 이런 말을 하려던게 아니었는데, 안그래도 복잡한 심정일텐데 그런 애 앞에서 좋은 말만 해줘도 모자란데 지금 무슨 말을 한거지? 

자신이 내뱉은 말을 다시 담을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하던 라쳇은 스스로 기회를 걷어찬 꼴이라고 생각하고 너붕이 무슨 말을 하던 받아들여야겠다고 생각하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어. 하지만 너붕이 한 이야기는 라쳇의 제안을 거절하겠다는 이야기가 아니었지. 

"저 이제 매트릭스도 아니잖아요. 막, 그... 사람 살리는 능력도 없고... 그냥 일반인인데..."
"..."
"그냥, 그냥... 궁금해서요. 제가 라쳇에게 도움이 될지, 그리고 왜 이런 이야기를 저한테 한건지..."

그 질문에 라쳇은 아주 잠깐, 솔직하게 자신의 개인적인 욕심을 너붕에게 털어놓을까 하는 고민을 했을거야. 하지만 라쳇은 숨을 고르며 다시금 그 마음을 밀어넣고 걸쇠를 걸어잠궜지. 왜냐하면 너붕을 마음에 품고 있는 이가 한둘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도 했고, 무엇보다 지금 너붕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이가 가까이에 있으니까. 바로 스모크스크린이었지. 너붕이 스모크스크린에게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를 라쳇이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스모크스크린처럼 젊고 멋있는, 심지어 너붕의 나이 또래의 남자가 곁에 저렇게 붙어있는데 자신에게 기회같은게 돌아올 리가 없을테니까. 

그날 너붕을 향한 감정을 깔끔하게 정리하기로 마음먹었으면서 이런 꼴이라니, 제발 정신 좀 차리라며 다시 한 번 자신을 향한 질책을 퍼부은 라쳇이었지. 그리고 이내 마음을 다잡은 라쳇은 조심스럽게 너붕을 격려하는 이야기를 건넸어.

"허니. 매트릭스로서의 능력은 그저 네가 가지고 있던 수많은 능력들 중 하나일 뿐이야. 그게 사라졌다고 네가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한 게 아니라고."
"...그치만, 그거 때문에 라쳇이 절 가르친거잖아요."
"그걸 아무나 따라올 수 있었을거라고 생각하는건 아니겠지? 난 네가 그럴 그릇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으면 진작에 선생노릇을 그만뒀을거다."
"..."
"그러니까, 허니 네가 스스로 노력해서 얻어낸 것들에 대해서 자부심을 가지란 말이다. 넌 그럴 가치가 있는... 학생이야."

다소 쌀쌀맞아 보일 수는 있겠지만 그 모든 이야기들이 자신을 걱정하기 때문에 내뱉은 이야기라는 것을 모르지 않는 너붕은 조심스럽게 웃어보였지. 그리고는 조용히 자신이 그동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조곤조곤 이야기를 늘어놓았어. 주제넘은 욕심이라고 생각될지는 모르지만 라쳇으로부터 의학을 배우는 과정에서 조금 더 학문적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말이지. 그리고 그 모든 감정은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와준 라쳇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거란 이야기도 함께 덧붙였어. 그리고 조심스럽게 눈치를 보며 물었을거야. 

"...이런 불량 학생도 조수로 받아주시나요?" 

그런 너붕의 대답이 돌아왔을 때, 라쳇은 주의를 기울이고 있지 않았더라면 아마 평정심을 잃은 자신의 표정을 그대로 얼굴 위로 드러낼 뻔했겠지. 그정도로 너붕의 결정은 라쳇에게 있어 기적과도 같은 것이었어. 하지만 어디까지나 너붕의 곁에 가까이 머무를 수 있는 유예기간이 늘어났을 뿐, 너붕의 마음을 얻어낸 것은 아니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쳇에게 있어 이 작디작은 기적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었어. 

그렇기에 라쳇은 꼴사납게 들든 자신의 모습을 들키지 않기 위해 애써 입꼬리를 끌어내리며 선생이 학생을 차별하는 일이 있어서야 되겠냐고, 그리고 너붕처럼 우수한 학생이 그런 말을 해서 되겠냐며 이야기를 돌려주었지. 그 말에 그제서야 안심했다는 듯, 편안하게 표정이 풀린 너붕은 해맑게 웃어보이며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선생님." 이라고 대답했고, 라쳇은 앞으로 각오하는게 좋을거라고 말을 하면서도 다정하게 너붕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을거야. 
 
---***---

너붕이 옵티머스의 저택에서 하녀 일을 그만두고 라쳇의 조수로 들어가겠다는 의사를 밝혔을 때, 옵티머스는 생각보다 흔쾌히 너붕의 의사를 존중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 오히려 너붕의 앞길을 응원하겠다고, 너붕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다행이라며 너붕을 격려하는 이야기를 건네기까지 했어. 다만 너붕과 함께 일했던 동료들에게 일을 그만둔다는 이야기를 꺼냈을 때에는 그야말로 난리가 났겠지. 

다들 한바탕 가지 말라며 눈물을 쏟아내다가도 송별회를 열어야 한다며 한바탕 난리법석을 떨었을거야. 그리고 너붕이 저택을 떠나는 날까지도 다들 손수건이 마를 새 없이 훌쩍이며 가서도 자신들을 잊지 말라고, 가끔씩이라도 좋으니 편지를 쓰라는 이야기와 함께 너붕을 보내주었어. 

그렇게 너붕은 그날 이후로 저택을 떠나 라쳇의 조수로 일하기 위해 라쳇의 집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을거야. 사실 처음에 너붕은 일을 좀 더 하며 다른 방을 구해서 나가기 위해 돈을 모으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라쳇이 그러지 말고 자신의 집에 머무르라며 먼저 제안을 해왔거든. 

그동안 모은 돈은 그런 곳에 쓰지 말고 조금이라도 더 모아두라는 라쳇의 이야기에 너붕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어. 아니, 그러면 너무 감사하긴 한데, 그래도 괜찮아요?... 당연히 너붕은 공부야 라쳇에게 배우는거지만 따로 집이나 방을 구해서 나가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 그런 너붕에게 라쳇은 자신은 어차피 업무 때문에 낮 동안에는 거의 집을 비우는 데다가 일을 배우는 단계에는 자신의 밑에서 지내며 조금이라도 많이, 빨리 배우기 위해 시간을 아끼는 편이 좋다고 대답했지. 

손님용 방이 어차피 하나 비던 참이었으니 잘 된 일이라고 말하는 라쳇의 이야기에 너붕은 그거 괜찮은거 맞냐고, 정말 괜찮냐고 몇 번씩이고 물어보았어. 그런 너붕에게 그럼 진짜지 거짓말이겠냐며 핀잔을 주면서도 열심히 하는 학생에게 이정도 도움도 못주겠냐며 너붕 몫의 짐가방을 들어올렸지.

그런 라쳇의 뒤를 졸졸 따라가며 너붕은 장난스럽게 성인 남녀가 같은 지붕 아래에서 이렇게 살아도 되는거냐며 짓궂은 농담을 던져보았어. 자신의 마음을 자각하기 전이었다면 못하는 말이 없다며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칠 상황이었고, 당연히 너붕도 라쳇이 그렇게 반응할 것을 예상하고 던진 장난이었어. 그리고 라쳇도 그런 농담을 하는걸 보아하니 몸은 완전히 괜찮아진 모양이라며 너붕의 농담을 되받아쳤지. 물론 그렇게 보이는 것은 겉모습 뿐이었지만 말이야.

너붕이 그런 의미로 말한 것이 아니고, 아무런 의미 없이 던진 농담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라쳇은 그 이야기의 주체가 자신인 것만 같아서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아야만 했을거야. 그리고는 애써 쓸데없는 생각을 지우기 위해 너붕을 손님용 방으로 안내하며 짐을 정리하는 것을 도와주었어.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다는 라쳇의 이야기와는 달리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는 모습이었지. 필요한 것이 있으면 나중에 이야기를 하라는 라쳇의 이야기에도 너붕은 고개를 저었어. 기본적인 가구의 구성은 너붕이 하녀 시절에 머무르던 방과 비슷하긴 했지만 사용인들에게 제공되는 것과는 비교도 안되는 품질의 가구들이라는 사실을 너붕이 모를 리가 없었거든. 게다가 공부를 배우러 온 입장인데 먹고 잘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기만 하면 너붕 입장에서는 다 해결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었으니까. 

각 계절에 맞는 외출복이 한두 벌 정도, 그리고 나머지는 너붕이 하녀 시절에 입었던 작업복들이 대부분이어서 옷장을 채우는 것도 금새 끝이 났어. 그 외에 개인적으로 챙겨온 것은 그동안 쓰던 일기장이나 라쳇으로부터 받았던 책과 필기구, 함께 일하던 동료들이 써준 편지 정도였기에 사실상 짐이라고 할 것도 거의 없었지. 덕분에 20대의 여성의 방이라고 부르기에는 지나치게 텅 비어있는 듯한 인테리어가 완성되었어.

방을 한번 둘러본 라쳇은 결국 너붕에게 외출할 준비를 하라고 이야기를 꺼냈을거야. 마침 식사때도 되었으니 밖에 나가서 끼니도 해결할 겸 너붕의 옷을 보러 가자는 것이었어. 그 이야기에 너붕은 절대 안된다며 고개를 저었지만 이번만큼은 라쳇도 물러서지 않았어. 그럼 여기에서 공부를 하면서도 그 작업복을 입고 돌아다닐 생각이었냐는 라쳇의 이야기에 그게 뭐가 잘못되었냐며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이는 너붕의 모습에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지적을 해야하는지 머리가 아파오던 라쳇이었지.

"잘 들어, 허니. 옵티머스의 저택에서 네가 사용인으로 일할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달라. 네가 그런 일을 도맡아서 할 것도 아니고, 집 안에서 그런 옷을 입는건..."
"그렇지만 아직 충분히 입을 수 있는데요? 그리고 식사도 제가 차려드릴 수 있어요. 청소도 설거지도..."
"허니, 난 너를 집안일이나 시키려고 여기에 데려온게 아니야. 그리고 애초에 나는 집에 거의 들어올 일이 없으니까..."
"아니, 잠깐만요! 집에 안들어오신다는게 진짜에요? 식사는요? 목욕은? 집안일은? 아니, 제대로 잠은 주무세요?"

라쳇의 이야기에 너붕은 화들짝 놀라서 라쳇에게 이런저런 것들을 캐묻기 시작했어. 라쳇을 만났던 것은 옵티머스의 저택 안에서였고, 너붕은 라쳇이 밖에서 어떤 생활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물어본다거나, 들을 기회가 없었거든. 그래서 간접적으로나마 들을 수 있는 이야기들을 통해서 굉장히 바쁘게 사시는구나, 라고 짐작하는 것이 전부였지. 그런데 라쳇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너붕은 경악을 금치 못했을거야. 

어쩐지 집이 깨끗하다 싶었는데, 관리가 잘 되어서 그런게 아니라 그냥 집에 들어오는 횟수가 극단적으로 적으니까 그랬을 뿐이라는 사실을 기어코 라쳇의 입으로부터 들은 너붕은 그야말로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어. 내친김에 라쳇의 손을 잡고 지나칠 정도로 깨끗한 부엌과 식품저장고를 둘러본 너붕은 도대체 평소에 뭘 먹는거냐, 밖에서 사먹기만 한다고 해결되는줄 아냐, 의사라면서 자기 건강부터 신경써야하는거 아니냐... 이런 종류의 잔소리들을 퍼부어대기 시작했어. 

"안되겠어요. 옷이고 뭐고 오늘 나가서 장부터 같이 봐요."
"아니, 그러려고 널 데려온게..."
"먹여주고 재워주시는데 밥값은 해야죠! 자자, 지갑 챙기시고, 내일부터 라쳇의 건강은 제가 확실하게 책임질게요!"

작은 체구에 맞지 않게 야무진 너붕의 손에 붙잡힌 라쳇은 그렇게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너붕의 손길에 이끌려서는 품 가득 식료품들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왔을거야. 그리고 물을 끓이거나 뭔가를 데우는 정도로만 사용하던 화덕이 정말 오랜만에 제 역할을 다했을 것이고, 어디에서 찾아냈는지 한켠에서 먼지만 쌓여가던 식기구들을 손질해 제법 그럴싸한 요리를 만들어 담아낸 너붕이었지.

평소에는 밖에서 사 먹거나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사와서 데워먹는 정도에 그치던 라쳇에게 있어서 정말 오랜만에 누군가와 함께 하는 저녁식사였을거야. 라쳇이 포크로 음식을 찍어 입에 넣는 것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너붕은 라쳇에게 "제법 쓸만하죠?" 라고 물었고, 결국 라쳇은 깊게 한숨을 내쉬며 "...무리하는건 절대 안돼." 라고 대답하는 수밖에 없었을거야.
 
---***---

너붕이 라쳇과 함께 동거를 시작하면서 라쳇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할 수 있었어. 아침 일찍 병원에 출근하기 때문에 아침을 거르는 것은 당연했던 데다가 업무가 바쁘면 자연스럽게 점심이나 저녁을 거르기도 하는 날이 부지기수였거든. 그리고 때로는 병원에서 숙식을 해결하기도 했고 말이야.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어. 

일단 사용인 시절에 라쳇만큼이나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이 습관이 되어있던 너붕은 자연스럽게 라쳇이 집을 나서기 전에 미리 일어나서 라쳇과 자신의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라쳇의 점심을 준비해 그의 손에 들려 보내주었지. 이럴 시간이 없다는 라쳇의 성화에도 너붕은 꿋꿋하게 "그럼 도시락으로 만들어드릴테니까 가서 드세요." 라고 말하며 라쳇의 손에 아침과 점심 몫의 도시락 두 개를 들려보내곤 했지.

그리고 라쳇이 병원에서 일을 하는 동안에는 라쳇이 내준 숙제를 하거나 공부를 하고 남는 시간에는 집안 청소를 하고 저녁식사 준비를 하며 라쳇이 돌아오는 것을 기다렸을거야. 그 때문에 이제 라쳇은 더 이상 효율성을 따지며 병원에서 숙식을 해결한다던가, 끼니를 거르는 일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지.

집으로 돌아왔을 때 따뜻한 식사와 정돈된 잠자리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은 라쳇이 온전히 자신의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었고, 무엇보다 그 모든 것을 준비한 주체가 너붕이라는 사실이 라쳇의 가슴을 간지럽혔을거야. 고된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라쳇은 너붕과 함께 식탁에 마주앉아 하루종일 있었던 크고 작은 일들에 대해 조잘조잘 이야기를 늘어놓는 너붕의 목소리와 오로지 자신에게 집중하는 이 시간이 너무나도 기다려졌어. 

자신을 오로지 스승으로만 여기는 것이 분명할텐데, 자신에게 보여주는 너붕의 친절과 다정함은 자꾸만 라쳇이 그 이상의 것을 욕심내게 만들었어. 혹시라도 이 이상의 관계를 맺게 되었을 때, 더 깊은 사이가 되었을 때, 선생과 제자가 아닌 다른 이름으로 이 관계를 정의내리게 되었을 때 누리게 될 가상의 행복을 상상하게 만들었으니까. 

하지만 너붕은 어디까지나 라쳇에게 있어 가르쳐야 할 학생이며, 언젠가는 스스로의 길을 찾아 이 곳을 떠나게 될지도 모르며, 자신 이외에 마음에 품은 다른 이와 가정을 꾸리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지. 그 미래의 모습에 자신이 끼어들 자리는 없을 것이고, 그래야만 한다며 라쳇은 다시금 마음을 다잡았어. 

자신의 개인적인 욕심으로 지금 이 순간의 행복마저 내려놓을만큼 라쳇은 어리석은 이가 아니었고, 무엇보다 자신을 믿고 따르고 있을 너붕의 마음을 배신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분명 너붕의 성격이라면 자신의 속내를 알아차리더라도 아무렇지도 않은 척 굴 것이 뻔하니까. 하지만 그 근간에 생긴 신뢰의 균열은 사라지지 않겠지. 

라쳇은 자신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그 수많은 죽음의 시간들을 견뎌온 너붕에게 더 이상 실망을 안겨주고 싶지 않았어. 그리고 너붕 스스로의 힘으로 무엇인가를 쟁취해내는 것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을거야. 너는 이 세상의 이방인이 아니라고, 누군가에게 반드시 필요한 존재라고, 그리고 그 사실을 스스로가 느끼고 증명해보였으면 한다고,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할 이야기들을 오늘도 식사와 함께 목구멍 너머로 씹어 삼키는 라쳇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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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3 03:0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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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프라임이 오셨어ㅠㅠ
[Code: 6781]
2024.05.23 03:0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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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커홀릭 젠틀 롸벗 이라니 설렌다
[Code: 6781]
2024.05.23 09:2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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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진짜 개큰웃음......라쳇이라니...센세 날 얼마나 더 설레게 할 참이야.....앙큼하게 자기 집에 와서 살라하는 영감탱 존나 가만안둬
[Code: e433]
2024.05.23 11:3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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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꼬리가 자꾸 씰룩거리는걸 입술 깨물면서 참고있어요 센세 하 이 앙큼한 라감탱같으니라고 감귤처럼 자꾸 손이가는맛
[Code: ec87]
2024.05.23 20:3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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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갓 나의 센세 또 이런 미슐랭을..최고야 짜릿해..
[Code: c540]
2024.05.23 20:3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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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아아!!!!!!!! 으아아아!!!!!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센세!!!!!!!!!!!!!!!!
[Code: cd14]
2024.05.24 00:2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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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피스.
[Code: 097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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