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호 조소과 애웅 도예과였으면 좋겠음 백호는 배울 때부터 실용적인거 위주로 배웠어서 이것저것 설치도 하고 응용도 하고 실험적인거 많이 하는데 태웅이는 n대째 도예하는 집안 막내아들이었으면... 도예 하면서도 존나게 순수미술이라 실사용하는 도자기 아니고 관상용 도자기만 만듦. 어차피 가업은 누나가 이을거라 자기는 굳이 안그래도 되는데도.


백호 재료 떨어져서 급하게 구하러 다니다가 물레성형하는 태웅이 보게 되겠지. 집중하던 태웅이는 백호 온줄도 몰랐는데 백호는 "저 실례좀 하겠습니다" 하고 들어온거라 태웅이가 알거라 생각한거. 모양 잡느라 땀까지 흘려가며 집중하는 애 뒤에서 뭐 꺼내느라 우당탕 소리나는 바람에 태웅이 놀라서 손 흐트러지고 성형 엉망 되어버림. 태웅이 벌떡 일어나 씩씩거리는데 배코 잘못한건 있어서 뭐라 말도 못하고 떨어진 물건들 사이에 털썩 앉아있겠지.

태웅이 빨간 머리 처음 봐서 시선 뺏겼을듯. 자기 작품(이었던) 흙덩이랑 배코 번갈아보다가 애가 찔끔한 표정 짓고있길래 에휴 한숨 쉬고 걍 손 씻으러 감. 백호는 넘어져있다가 '뭐야 예쁘면 단가 넘어진 사람을 도와주지도 않나' 싶어서 인상쓰는데 애웅 손에 흙 묻어서 닦으러간거ㅠ 돌아온 애웅이가 백호 도와서 물건 정리하다가 둘이 손 마주치고 호다닥 떼는거 보고싶다ㅋㅋㅋ 흙 만지던 손이라 좀 차갑고 매끈한 애웅이 손이랑, 거친거 만지고 다루고 해야해서 굳은살 딱딱한 뱃코 손... 서탱 손은 차가운만큼 좀 창백한데 백호는 햇빛도 많이 받고 해서 따뜻하겠지

백호랑 태웅이 둘다 예대 유명인인데 과가 달라서 서로는 잘 몰랐으면 좋겠다. 태웅이 과선배 준호가 지나가다가 "너희 뭐해?" 하면서 말 트고 이름 알게되고 그럴듯. 준호가 재료 찾는거 돕는데 잘 안 찾아지는거 태웅이가 옆에서 말없이 듣고만 있다가 어디론가 가서는 찾아오는데 백호 얼굴 환해져서 받으려고 하니까 태웅이 뚱하니 "내일까지 돌려놔" 하고 약속 받아내고 주겠지.

그거 돌려준다는 명목으로 다음날도 얼굴 보고, 근데 그 다음날도 백호 또 와서는 얼쩡거리고, 도예 가르쳐달라는 핑계로 물레성형 배우고 다른 선배들이랑도 얼굴 트고 그러는 백호 보고싶다ㅋㅋㅋ 태웅이는 항상 모르는척 하고 있는데 결국 나중에 같이 집에 돌아가는건 백호태웅인거


어떤 선배 뺨에 흙 묻은거 백호가 발견해서 손수건 건네주는데 태웅이 그거 보고 괜히 인상 팍 써지는것도 보고싶다. 뚱하니 노려보는 태웅이라서 백호 잘못한것도 없이 눈치보고 안절부절 못하는거. 끼끼같던 놈이 저러는것도 또 싫어서 태웅이 그냥 "뭐해 빨리 앉아" 하고 도예나 마저 가르쳐줄듯. 둘이 사랑/과 영혼 같은거 찍었으면 좋겠네🤭 백호가 "야 여우 너 왜 화났냐?" 묻는데 태웅이 자기도 몰라서 제대로 대답은 못 해주는데 아무튼 좀 밉상이라 괜히 흙덩이 만지는 백호 손등만 찹 때림

그날 집에 같이 돌아가다가 태웅이 집앞에 데려다준 백호가 우물쭈물하다가 태웅이 손등 톡톡 치고는 손에 뭐 쥐어주는데 쬐끄만 여우모양 테라코타겠지 "화내지마, 여우" 하면 태웅이 그거 한참 만지작만지작 하다가 백호 눈 마주치고 "화 안났어." 하고 쏙 들어가버림. 제대로된 대화는 아니지만 마주친 눈초리가 순하게 풀어져있어서 백호 기분좋아져 집가는 내내 휘파람 불었을듯.


그러고 며칠 후에 이번엔 태웅이가 자기가 데려다주겠다고 우겨서 백호 집앞까지 오더니 백호 했던거랑 똑같이 애 손등 톡 치고 뭐 쥐어주는데 붉고 흰 유약까지 곱게 칠해진 끼끼 테라코타겠지. 백호 우와! 해놓고는 한참 그거만 만지작거리며 뭐라 말이 없는거. 민망해진 태웅이 "그럼 간다." 하려는데 얼굴 발개진 백호가 와락 껴안아서 도망 실패함. "고마워, 소중하게 간직할게." 하면 너무 귓전이라 어깨 움츠리며 "간지러워. 멍청이." 했지만 태웅이 얼굴도 불타는듯이 빨개서 백호 씩 웃었을거같다.

"그럼... 진짜 간다."
"어엉."

인사해놓고 태웅이 손 안 놔준 백호 결국 다시 태웅이네 집앞까지 데려다주고서야 겨우 놓고 들여보냈을듯ㅋㅋ


아 백탱 연애해라 세상 다 알고 지들만 한참 몰랐던 연애해...
슬램덩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