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연갤 - 일본연예
- 일본연예
https://hygall.com/604513113
view 3014
2024.09.13 05:44
bgsd 어나더 3나더 4나더 5나더 6나더 7나더 8나더 9나더
형들은 복잡한 표정이었지만 사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것을 두 사람 모두 알고 있었다. 노부에게 친아버지를 죽이게 하는 것은 정말 말도 안 되고 아버지가 경찰의 포토라인에 선다는 것도 말도 안 됐다. 그랬다가는 노부의 말처럼 주가가 폭락하고 회사의 이미지가 되돌리기 어려울 정도로 손상될 테니까. 큰형과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스즈키 그룹의 수장이 되기 위해 노력해 온 둘째 형은 물러서기 싫어했지만 큰형은 진중하고 꼼꼼한 성격이고 둘째 형은 적극적이고 야망이 큰 스타일이라서 큰형이 양보해서 해외사업부의 권한을 크게 높여준다면 둘째 형에게도 그렇게 아쉬운 결정은 아니리라.
그리고...
"내가 갖고 있는 지분도 형들에 비해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 형들이 협조해주지 않으면 나도 형들한테 협조할 수 없어."
"어쩌려고?"
둘째 형의 눈에 떠오른 호기심과 의문은 노부의 답에 곧 경악으로 바뀌었다.
"나도 후계자 경쟁 뛰어들어보지 뭐. 이파전은 심심하지? 삼파전으로 바꿔줘?"
케이와 노부는 그동안 굵직한 계약을 정말 많이 따왔고 사실 얼마 전 마케팅전략실장으로 그 개새끼가, 아니 개한테 미안하지. 그 쓰레기가 올 때도 케이나 노부가 승진하는 게 맞지 않냐는 말들이 돌았을 정도기도 했다. 게다가 지난 금요일 두 사람이 또 대형 계약을 사실상 따냈다는 것 정도는 당연히 두 형도 알고 있었다. 물밑 작업이나 사람들을 확보하는 건 당연히 노부가 형들을 따라갈 수 없지만 형식적으로 몇몇 부서를 돌며 실무 경험만 하고 올라온 형들과 달리 실무에서 쌓은 성과가 많은 노부는 이사회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거라.
노부는 형들이 힘들게 결정을 내린 후 아몬과 케이에게 미리 연락을 해 두고 혼자 36층으로 올라갔다.
비서들을 내보내고 문을 열자 책상 앞에 앉아 있던 아버지의 얼굴이 와락 찌푸려졌다. 그러나 노부는 개의치않고 문을 잠그고 블라인드까지 전부 내린 뒤 바로 수인화를 했다. 네 발로 서 있는데도 웬만한 성인 남자의 키와 비슷할 정도로 큰 늑대를 본 영감의 얼굴에서는 바로 핏기가 빠졌지만 노부는 개의치 않고 바로 책상으로 다가가 힘주어 책상을 내려쳤다. 그리고 영감이 아끼고 자랑스러워하는 고급 원목 책상은 바로 둘로 쪼개졌다. 책상이 무너지며 영감의 허벅지라도 찍었으면 좋았겠지만 노부가 수인화를 하는 순간 의자를 뒤로 확 밀며 벽에 붙어버린 영감은 무사했다. 물론 몸만 무사한 거겠지만.
"어때요? 다 큰 모습은 처음 보죠? 역시 태어난 그날 못 죽인 게 한이 됩니까?"
영감의 눈에는 한없는 공포와 경악이 가득했지만 그만큼 큰 질투와 갈망도 역시 보였다. 내가 좀 멋지긴 하지. 질투나긴 할 거야. 노부는 어릴 때 이후 자신의 수인형을 다른 이에게 보여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수인형이 늑대수인치고도 크다는 건 알고 있었다. 당연히 영감에게 얼마나 위협적일지도 잘 알고 있었다. 꼭 커다란 원목 책상을 부숴버린 후가 아니라고 해도 말이지.
"뭐하는 거냐, 애비한테!"
"애비? 내 아버지란 자각은 있습니까? 그런 사람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협박해? 그것도 아주 오래된 아픔을 찔러가면서?"
"널 생각해서다! 너랑 수준이 맞는 사람과 맺어주려는 게 뭐가 나쁘단 거냐!"
"웃기네. 일단 나랑 아마미야는 서로 결혼할 생각이 전혀 없고, 당신도 날 생각해서 날 아마미야랑 엮으려 했던 게 아니잖아. 그저 회사를 키우고 싶었을 뿐이겠지. 왜? 아마미야네 회사가 그렇게 탐났습니까?"
"다 회사와 너희를 위해서다. 살 날도 얼마 안 남은 내가 날 위해 그랬겠느냐."
"당신 말 중에 하나는 맞네."
"...."
"살 날이 얼마 안 남았다는 건."
"스즈키 노부유키!"
"살 날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감옥에서 보내고 싶진 않지?"
"무슨 소리냐! 내가 감옥을 왜 가!"
"협박죄, 범인은닉죄."
영감은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지 말라고 했지만, 노부는 노부에게 물려서 손이 뜯겨 나갈 뻔했을 때의 트라우마 때문인지 영감이 뒤로 숨기고 있는 손을 앞발로 잡아챘다. 손등에 날카로운 발톱이 박히자 영감이 찢어지는 비명을 질렀지만 노부는 발톱을 빼지 않았다.
"영감, 아미마야를 너무 얕봤어. 아마미야가 츠지무라의 이야기를 듣고 이미 영감이 쓰던 조사원을 찾았어. 우리도 영감이 그저 우연히 납치범의 소재를 알아서 협박한 거라면 범인은닉죄 적용이 안 될까 봐 걱정했는데... 영감 간도 큰 짓을 했던데."
노부는 이를 악물고 벌벌 떨고 있는 영감을 보면서 말을 이었다.
"그놈이 어린이를 포함해서 수십 명을 납치해서 감금, 폭행하고 수인 불법매매까지 한 거 몰랐어? 그런 중범죄자의 범인은닉죄는 가중처벌된다는 건 알았나? 당신 조사원의 증언을 확보하고 경찰에 문의하니까 중범죄자를 적극적으로 숨겨줬기 때문에 공범으로 처벌될 수도 있다던데. 그건 알았어?"
"너.. 설마 경찰에 넘길 생각이냐. 난 내 애비다."
"그래, 내가 태어나자마자 죽이려 한 애비."
"내가 잡혀가면 회사가..."
비겁한 인간. 형들도 그랬고 노부도 물론 회사를 걱정하긴 했다. 회사 따위 무너지든가 말든가 하기엔 이 회사에 생계가 걸려 있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대기업인 만큼 크고 작은 거래처도 많았고. 이 회사가 무너지면 당장 문 닫게 생긴 작은 거래처들도. 그러나 영감이 그걸 핑계로 삼으려 하자 열이 받아서 노부는 발톱을 더 세게 박아넣었다. 영감은 다시 비명을 질렀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노부는 말을 이었다.
"곧 경찰이 올 거야. 경찰 수사에 협조해. 그러면 언론에 알려지는 것만은 피하게 해 준다고 약속했으니까."
아마미야가 조사원을 찾아낸 건 맞았다. 츠지무라의 동생과 그 중범죄자의 위치를 직접 알아낸 유능한 조사원이었다. 그런데 그 조사원도 현재 납치범이 어디 있는지는 몰랐다. 영감이 직접 만나보고 따로 빼돌려서 어디에 숨겼는지는 모른다고. 영감도 만약을 대비하긴 한 거겠지. 그래서 영감의 증언이 필요했다. 그게 아니었다면 정말 그냥 슥삭...
노부는 아몬이 오기 전에 수인화를 풀었고, 영감은 아몬과 함께 올라온 형들과 아몬의 압박에 결국 입을 열었다. 아버지가 몇 년 전에 바람을 피울 때 마련했던 집에 숨겨둔 모양이었고, 몇 시간 후에 아몬에게 연락이 왔다. 가루베도 범인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지만 당시 케이와 가루베를 데리고 함께 탈출해 준 형과 누나들도 전부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진범이 맞다는 걸 바로 확인했다고 했다. 공범들을 조사하기 시작했다는 말을 케이에게 전하자 케이는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의 그 후련하면서도 서글프면서 억울하기도 한 것 같은 표정이 잊히지 않아서였다. 게다가 영감 앞에서 수인화를 하면서 케이에게도 한 번도 못 보여준 모습을 영감에게 보여준다는 생각에 억울하고 화가 났던 것도 떠올랐고. 그래서 노부는 강아지 잠옷을 입고 노부의 품 안에서 잠들었던 케이의 체온이 스르륵 사라지는 걸 느끼자마자 번쩍 눈을 떴을 때 평소와 달리 돌아올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지 않고 침대 위를 뽈뽈볼 걸어가고 있는 케이를 불렀다.
"케이."
여느 때처럼 아깽이가 돼서 집 안을 순찰할 거라 생각하긴 했다. 범인이 잡혔다는 말을 들었을 때 마음이 놓이기도 했지만 더불어서 그때 그 지하에서 당했던 폭행과 그때의 공포와 절망, 막막함도 떠올랐을 테니까. 노부의 목소리를 들은 아깽이는 뒤로 돌아서 노부를 바라봤다. 노부는 그 쪼그만 얼굴과 초롱초롱한 파란 눈, 아직 너무 아기라 블루아이인 파란 눈을 바라보면서 물었다.
"나랑 같이 갈래요?"
"'어딜 같이 가?"
"순찰이요. 용맹한 케이랑 늠름한 저랑 같이 가면 어떤 놈이든 무서워서 다시는 얼씬도 못할걸요."
"늠름?"
"난 지금도 잘 생겼지만 수인화하면 정말 늠름하거든요."
"... 지금 수인화한다고?"
"네. 볼래요?"
케이는 머뭇머뭇하다가 새침하게 작은 머리를 끄덕였다.
"볼래."
그리고 침대에서 내려간 노부가 (케이의 침대가 무너지면 안 되니까) 수인화를 하자 갑자기 눈 앞에 나타난 커다란 늑대를 멍하게 한참 쳐다보고 있던 아깽이는 갑자기 우다다다 노부에게 달려오더니 노부의 다리에 몸통박치기를 하고는 다리에 작은 몸을 마구 부벼댔다. 잔뜩 흥분했는지 정신없이 몸을 부벼대고 있는 케이의 조그만 머리에 주둥이를 살짝 콩 대 주자 케이가 고개를 한껏 꺾어서 노부를 올려다봤다. 신났는지 눈이 반짝반짝했다.
"같이 갈까요?"
"응."
케이가 위풍당당하게 먼저 걸어가려고 하길래 노부는 앞발을 살짝 내밀어 케이의 앞을 막았다.
"내 등에 올라와요."
"등에?"
"네."
케이는 옆에서 이리저리 오가면서 한참 살피더니 고개를 저었다.
"못 올라가겠는데, 네기 앉아도 못 올라가. 발톱으로 박으면서 올라가면 아프잖아."
"그럼 침대에 붙어서 앉아 있을 테니까 등으로 뛰어내려요."
"오호?"
"어서요."
노부가 침대에 몸을 바짝 붙여서 앉자 신나서 다다다 침대 위로 올라간 케이가 노부의 등 위로 폴짝 뛰어내렸다. 그러더니 발톱을 등에 살짝 박았다.
"아파?"
"전혀요."
워낙 가죽이 두꺼운 데다가 케이가 같이 잘 때마다 하도 긁어대서 등이 단련돼 있는지(?) 간지럽지도 않았다.
"그럼 갈까요?"
"가자!"
노부는 케이를 등에 올린 채로 케이가 가리키는 방향대로 움직였다. 거실로 나가서 거실과 베란다를 확인하고 주방으로 가서 주방과 펜트리도 확인하고 방방마다 확인도 하고. 케이가 고양이 전용 방의 열쇠가 있는 서랍장을 알려줘서 열쇠로 문을 열어 고양이 방에도 들어갔다. 고양이 방 안은 깨끗한 물이 나오는 음수대와 아깽이용인지 좀 작고 스크래처가 포함돼 있는 단순한 구조의 캣타워 외에는 별다른 가구도 없는 조그마한 방이었다. 케이가 물을 마셔야 이 순찰이 끝난다는 걸 아는 노부는 몸을 낮춰서 케이가 뛰어내릴 수 있게 해 줬다.
"내려가서 물 마셔요. 나중에 저 캣타워에서 다시 뛰어내리려서 올라타면 되니까."
"그럴까? 너도 물 마실래?"
"네."
케이가 매일 조그만 입을 촉촉하게 적셔 오던 걸 생각하면 너무 귀여워서 노부도 고개를 끄덕이자 케이는 폴짝 뛰어내리더니 음수대로 뽈뽈뽈 다가가 물을 마셨다. 노부도 물을 마시는 걸 본 케이는 바쁘게 움직이며 캣타워로 폴짝폴짝 올라가더니 노부의 등에 뛰어내릴 수 있는 높이까지 가서 노부를 내려다봤다. 반짝반짝하는 파란눈에서 얼마나 두근거리고 있는지 보이는 것 같아서 노부도 덩달아 두근거리며 캣티워 앞으로 가 앉았다. 그러자 등으로 가볍게 폴짝 뛰어내리는 가벼운 무게감이 느껴졌다.
다시 케이가 침대로 올라간 걸 본 후에 수인화를 풀고 침대로 올라가자 어느새 수인화를 푼 케이가 노부에게 확 달려들었다.
"케이?"
맞닿은 가슴으로 케이의 심장이 두근두근 빠르게 뛰고 있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길고 다급하게 이어진 키스 끝에 잠시 입술을 맞댄 채 마주친 케이의 눈에서는 잔뜩 흥분한 탓에 열기가 가득 한 것도.
역시 케이가 내 늑대 모습을 좋아할 줄 알았어.
이 정도로 좋아할 줄은 몰랐지만.
왜냐하면 케이는 평소에도 적극적이었지만 그날 밤은 정말 적극적이었거든. 날이 완전히 밝을 때까지도 다시 눈을 붙이지 못했을 정도로.
#놉맟
https://hygall.com/604513113
[Code: d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