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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02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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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메밋치 재좆목해 결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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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에다가를 떠난 뒤의 타국에서의 생활은 렌에게는 너무나도 힘겨웠고 버거웠다. 진짜 정체를 숨긴 채 살아가는 낯선 동양인 소년을 향한 경계와 적의는 아무렇지도 않았으나 다만,혼자 잠드는 밤이 눈물나도록 시려서 렌은 슌스케와 코타로와 함께한 시간이 못견디게 그리웠다. 새벽 동이 트도록 잠을 자지 못한 날들의 연속이였고, 결국은 주치의를 통해 받은 수면제를 삼키고나서야 겨우 눈을 감으면 여지없이 미치에다 가에서의 행복했던 나날들의 꿈을 꾸었다.

사실은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었다. 당장 일본으로 돌아가 슌스케의 작은 몸을 끌어안고만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오롯이 제 힘으로 코타로와 슌스케를 지키기 위해서는 힘을 길러야했고, 권력을 되찾아와야했으니까. 그렇게 렌은 이를 악물고 낯선 땅에서 견뎌나갔다.

"미치에다 코타로 님께서...병으로 사망하셨다고 합니다."
"...그렇군요."

생각보다 덤덤하게 대답하는 렌의 눈치를 살피던 보좌관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기 전하...

"혹 장례식에....가실 생각이시라면....."
"아니요, 아직 귀비 쪽의 증거가 확실하게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제가 일본으로 가는건 위험해요."
"알겠습니다."

그 애는요.

"슌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코타로님의 차남이신 미치에다 타이키씨와 아내분께서 미치에다 슌스케군을 데려가셨다고 합니다."
"알겠습니다. 나가보세요."

보좌관이 나가고나서야 렌은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은인의 마지막조차 함께 하지 못하는 나약한 자신이 원망스러웠고, 코타로가 그리웠다.

"죄송해요.....죄송합니다 할아버님...."

소리죽여 흐느끼는 목소리만이 방안을 울렸다. 창밖으로 내리는 하얀 눈만이 창가로 고요히 내려앉으며 슬픔에 잠긴 소년을 위로해주는,유난히도 어두운 밤이었다.

시간은 덧없이 빠르게 흘러갔고 어린 아이도 자랐다.낯선 환경에 던져져 겁에 질려 눈물을 글썽였던 모습은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다는듯이 젖살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이 그린듯 선이 유려한 이목구미를 자랑하는 소년으로 성장한 렌은 아름답지만 어딘가 서늘함이 감도는 미소를 지으며 제 앞에서 긴장한 기색을 보이는 이를 향해 물었다.

"내가 이곳에 있는 동안, 일본의 법이 개정되었던가요?"

이를테면...아직 경제활동이 가능하지 않는 나이에, 그것도 보험이라고는 아무것도 되지않는 불법 아르바이트를 할수있다던가...? 그의 가시돋힌 물음에 보좌관은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는 기분이 들었다. 제 주군이 저렇게 기민하게 반응한다는 것은, 분명 '그 소년'에 관련된 일일 것이었으니까.

"그것이....아무래도...부친 미치에다씨가 슌스케군의 학비를 자신의 빚 일부를 변제하는데 사용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보고를 들은 렌은 책상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다가 입을 열었다.

"가게는 법적으로 처리하세요. 그런 곳에 슌을 계속 둘 순 없으니."
"예?하지만 그렇게 되면 슌스케군의 학비는..."
"제가 해결하죠."
"전하의 예산을 쓰시겠다는 것입니까?"
"내가 내 비를 위해 쓰겠다는데 문제될거 있습니까?"

아직 결혼은 커녕 그분과 재회하지도 않으셨지 않습니까....무엇보다 아직 태자전하도 미성년자시라구요. 보좌관은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지만 제 어린 주군이 그런걸 알아줄 리는 만무했다.

"제 학비가 납부되었다구요?"

선생님은 서랍에 넣어놨던 미치에다의 퇴학서를 꺼냈다.

"그래, 후원자분께서 졸업때까지의 네 학비를 전부 납부해주셨어. 그러니 퇴학서는 받지 않은걸로 하마."

후원자라니. 할아버지말고는 제게 다른 가족은 없었는데. 집에 있는, 가족이라고 부를 가치도 없는 이들 말고는.

"후원자분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데요?뭐하시는 분이죠?"
"글쎄...외국에 살고계신다는 것말고는 알 수있는게 없는 분이라...이름도 이다. 라는 성만 알려주셔서 말이야."
"이다....."

그것이 나이도 성별도 알 수없는 미지의 후원자 이다와 순스케의 첫 만남이었다.

슌스케의 학비가 무사히 납부 처리되었다는 보고를 받고 만족스러워하는 렌에게 보좌관이 조심스럽게 운을 띄웠다. 저기...전하...

"황제폐하와 황후마마께는..."
"지금은 비밀로 해두죠. 슌을 빈궁전으로 정식으로 데려오고나서 제가 천천히 말씀드리면 되니까."

그분은 이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빈궁전의 주인으로 확정되셨다는 사실을?보좌관은 목 끝까지 차오르는 물음은 꾹 삼켰다.

메구로 아이코 황후가 보내준 외국 대학의 팜플렛들은 황후의 정성이 무색하게 책상 구석으로 밀려나 있었다. 선이 굵고 뚜렷하지만 우아한 기품의 사내는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대학은 일본으로 가고 싶습니다."

오랜만에 전화한 아들에 반가운을 표하기도 전에 날아오는 폭탄같은 선언에 메구로 아이코 황후는 기함했다. 그게 무슨 소리니 이다. 네가 왜 거길 갔는지 잊은거니?

"황궁으로 돌아가겠다는게 아니에요. 아직은 그들이 제가 죽었다고 생각하게 해야하니까요. 신분을 숨기고 들어갈 생각이에요."

이다, 하지만.....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여직도 제 아명을 부르는 황후에 렌은 살며시 웃었다.

"저는 아명말고는 미디어에 한번도 공개된적 없는걸요. 절 의심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을거에요. 대학생이라는 평범한 신분이 오히려 그들의 동태를 파악하기도 쉬울거구요. 무엇보다...제가 언제든지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서 제 정체를 공개해도 온전하게 메구로 렌으로 있을 수 있는 곳이 필요해요."

..온전히 그아이를 기다릴 수 있는 곳이. 마지막말은 묻어둔 렌의 간절하지만 단호한 목소리에 황후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그럼 황실 교류 재단ㅇ....

"아니요, 저는 이미 생각해둔 곳이 있습니다."

꼭 그곳이어만 하니?황실 재단쪽이 너에겐 더 안전할텐데. 황후의 걱정어린 말에 렌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형아. 우리 하라부지는 어어어어엄텅 똑똑한 사람이래'
'응 맞아 슌. 할아버님은 정말 훌륭하신 분이야. 똑똑한 사람들만 다닐수있는 학교에 가셔서 맨날 1등하셨대. 그래서 황제폐하랑 황후마마가 아프실때마다 고쳐주셨대.'
'우와아아아아아 나도 크면 하라부지네 학교 갈래!!'
'그러면 슌 공부 되게 열심히 해야겠네.'
'형아도 공부 열심히해!!!'
'응?'
'형아도 나랑 가치 학교 갈려면 공부 열씨미 해!! 알아떠?'

"...거기서 만나기로 약속한 사람이 있어서요."

곧, 널 만나러 갈게.

"미치에다 부부에 대해 알아봐주세요. 가능한 세세한것까지 전부요."

갑자기...?의아해하는 보좌관의 눈빛을 눈치챈 렌은 줄곧 손 안에서 굴리고 있던 것을 흔들어보이며 느리게 입을 열었다. 황태자로서....

"선황폐하께서 직접 하사하신 보물을 경매에 팔아버리는 괘씸한 인간들에 대해서는 알아야하지 않겠습니까?"

아마도 미치에다 코타로가 가지고 있었을, 렌의 손에 들려있는 약혼지환을 보며 보좌관은 안색을 새하얗게 질렸다. 직접 하사받은 황실 소유의 보물을 사익을 위해 경매에 팔다니! 이는 분명한 황족모독죄였다.

하지만... 이 사실을 현 황제폐하께서 알게된다면 그런 부모를 둔 미치에다 슌스케군을 절대 황태자비로 받아들이지 않을텐데....태자전하, 대체 무슨 생각이신겁니까? 보좌관은 혼란스러웠다.

"5분 뒤에 공항에 도착 예정입니다 전하."

그제서야 렌은 내내 들고있던 종이를 내려놓았다. 대학교 합격자 명단. 노란색 형광펜이 쳐있는 단 한 사람의 이름.

미치에다 슌스케.

"고생했다. 이다."
"렌이에요 어머니. 저도 이제 18살인걸요."
"..그래, 렌."

아무리 아들을 지키기 위해서였다지만, 홀로 먼 외국으로 보내야만했던 황후는 눈물이 그렁거리며 어느새 제 키는 물론 제 부군마저 훌쩍 넘어섰을만큼 장성한 아들을 꼭 끌어안았다.

"다녀왔습니다 어머니."
"이제 완전히 끝난거니?"
"아니요. 학기 중에 다시 영국으로 가보지 않으면 안될것같지만...그래도 이제는 지킬 수 있어요. 어머니 아버지도, 이곳도."

그리고...그 애도.

메구로, 너 진짜야? 너 진짜로 신입생 환영회를 오겠다고?

"몇번을 말해, 간다니까. 지금 가는 중이야."

야!!메구로 온대!!! 뭐 진짜???!!! 메구로가 온다고???!!!! 나도 바꿔줘!!!이어폰을 통해 들려오는 요란법석한 소리에 렌은 피식 웃으며 핸들을 돌렸다.

"너무 많이 마시지말고."
"오케이- 나머지는 너 오면 달릴게!!"

아, 아무래도 오늘 멀쩡하게 들어가긴 그른거같네. ...어쩔수 없지.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이기도 하고. 근처에 차를 세워놓고 가게까지 걸어가며 작게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는 렌의 얼굴위로 저녁바람이 기분좋게 쏟아졌다.

딸랑-

문을 열자 경쾌한 종소리가 울리고

이야- 메구로 왔냐??"
"뭐야 진짜 메구로야????"
"선배, 오셨어요?"
"여기 앉아 여기-"

자신을 반기는 사람들을 지나

"어어 그러고보니 미치에다는 메구로 처음 보는거지?"

너와 눈이 마주친다.

"....네."

저를 기억하지 못해 한없이 무심한 눈동자였지만, 그 속에 제 모습이 담겨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뻤고

"선배님!"
"지금 나 부른거야?"
"어...네...그...저희 과 선배님...아니세요?메구로 렌 선배님..."

그때를 기억해서 불러주는 것은 아니였지만, 그 입술 끝에서 나오는 내 이름에 눈물이 날것만 같았다.

"맞아. 근데 굳이 그렇게 예의차려서 부르지않아도 돼. 편하게 불러."

너는, 내게 그래도 되는 사람이야 슌. 처음 만났을때부터 말이야.

"아...네..."
"근데 난 왜 불렀어?"
"아 그게...이거요. ......그...아무리 그래도 선배 혼자 다 내시는건 부담되시지않을까해서..."

아아, 너는 여전히 너무 사랑스러워서 그제야 실감이 났다. 내가 정말 돌아왔구나. 일본에.


"착하구나, 미치에다."

너에게.



메메밋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