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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6 15:34
키요이 히라 집안이 심상치 않다는 거 알고 혹시 히라 집안에서 정략혼 같은 거 얘기할까 봐 조금 초조해 했던 적 있음. 근데 워낙에 히라네 부모님께서 히라 자유롭게 원하는 거 하면서 살기를 바라시고 사실 정략혼 필요성도 못 느끼는 집이라 히라가 선 자리 거절한 이후로 단 한 번도 선 같은 거 보라고 안 하셨음.

소우, 어떠니?

키요이 자신의 앞에 놓인 아가씨 사진 보며 할 말을 잃어버림.

네가 연예인인 것도 너무 좋다고 하셨대.

키요이는 홍조를 띄우고 재잘재잘 즐겁게 얘기하는 어머니를 보며 더 할 말을 잃어버림. 새아버지가 사업 하시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잘 되는지도 몰랐고 정략혼 얘기가 나올 만큼인지는 몰랐음. 키요이 어머니는 상대편 집에서 연예인을 좋아한다니 나름 아들이 유명 연예인이라 자부심 있으셔 기분이 더 좋으셨음.

싫... 아니 좋

키요이 싫다고 하려다 좋아하는 녀석이 있다고 하려는데.

소우, 사실 네가 이 결혼 안 하면 아버지 사업에 조금 지장이 있을 거 같아. 동생들 자라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서...

키요이 살짝 걱정스러운 어머니 얼굴에 입 안쪽을 깨묾.

소우 선 자리라도 한 번만, 그래 가볍게 소개팅한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만나는 사람이 있거나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지 먼저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니야?
응?
...나도
당연히 없잖니, 소속사에서 못 만나게 하니까.

키요이 환하게 웃는 어머니 얼굴에 나도 엄마 자식이잖아 하고 나오려는 말을 꾸역꾸역 삼킴. 친아버지와 헤어지고 어머니가 새아버지와 재혼할 수 있던 건 아무리 힘든 일이 생겨도 환하게 웃으며 인생을 살아나갔던 어머니의 천성 덕분이었음. 그게 때로는 독이 되어도.

생각해 볼게.

키요이는 아가씨 사진이 든 봉투를 챙겨 일어남. 일단 가져갔다가 어머니 서운하지 않게 며칠 있다가 고민한 티를 좀 내고 예정된 스케쥴이 많아서 당분간 연애나 결혼 소개팅도 어렵다고 얘기할 생각함.

소우? 밥 먹고 가야지? 소쨩?

원래 쿨한 아들이지만 조금 화가 났는지 찬바람마저 느껴지게 일어나 가버리는 키요이를 보며 어머니는 자신도 모르게 오랜만에 아들을 어린애 부르듯 부름.

소쨩! 고마워!

키요이 어머니는 새삼 키요이도 아직 어리다는 생각이 들어 바람처럼 사라지는 아들을 놀림.

...

하지만 키요이는 그래서 입술을 깨묾. 그래도 한 번쯤은 히라네 부모님처럼 동생들보다 키요이 소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마음인지 궁금해 줄 수 있잖아 하고.

집에 와서 그대로 소파 위에 봉투 던지고 조금 훌쩍이다 이불 속으로 들어갔던 키요이는 그대로 바빠서 봉투 잊어버리고 히라도 노구치상 돕느라 며칠 집 비우고 청소도 못 함. 휴일이 돼서 집 청소하던 히라 키요이가 화가 나서 던져 놓은 봉투 발견함. 이런 봉투 부모님한테 받은 적 있어서 히라 예의가 아니지만, 조심스레 열어봄.

예쁜 분이셨고 이력이 적힌 종이도 있었는데 히라도 부모님께 들어본 적 있는 집안의 여식이었음. 히라 살짝 입술 말았다가 다시 조심스레 사진이랑 종이 봉투에 넣음. 각도까지 잘 맞춰서 원래 있던 자리에 내려놓고 부엌으로 감.

히라.

키요이 일찍 퇴근한 데다 오랜만에 휴일이라 뻐근한 몸이지만 히라랑 쉴 생각에 웃으며 히라 찾음.

뭐야..?

키요이 또 진수성찬에 식탁 다리 휘어질 정도로 저녁 차린 히라 보며 불안해짐. 아히루타이쵸도 귀엽고 깜찍한 옷 입고 치장함. 뭔데...?

키요이, 어서 와.
응. 뭔데?
응?

바보같이 반문하는 히라 보며 키요이 소파에 가방 내려놓다가 봉투 발견함.

너!

키요이 히라가 이별 준비 하는 줄 알고 소리침.

키, 키요이. 국 식어.

키요이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 히라 때문에 충격인데, 사실 저런 걸 소파에 올려놓고 잊은 자신한테 화가 났음.

이건...!

키요이 빠르게 봉투 집어 와서 히라한테 설명하려는데 막상 제 일이 되니까 설명하기가 쉽지 않았음.

알, 알아. 키요이 거절할 거.
뭐?
하, 하지만 키요이 부모님께 말씀드리기 어려운 것도 아니까, 키, 키요이 일도 많은데 스트레스받지 않았으면 해서 그래서 맛있는 거 많이 먹었으면 좋겠어.

히라 주제에.
키, 키요이, 왜 울어? 걱, 걱정마. 남은 건 나중에 먹어도 되니까!

키요이 히라의 말에 감동해서 울음 터지려는데 우는 이유는 못 맞추는 히라 때문에 기막혀함.

그렇게 키요이 안정 찾고 결심 섰을 때 어머니께 전화 드림. 생각해둔 여러 이유를 말씀드리고 새아버지 회사 사정이 좋지 않으면 연예인으로 번 돈이 큰돈은 아니지만 돕겠다고 말씀드림.

소우. 네가 선 자리라도 나가야 아버지 회사가 무사할 거 같아.. 결혼도 그렇고..

키요이 약간 울먹거리는 어머니 말 듣고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라서 주먹 쥠.

결혼은 너희가 서로 마음에 들어 하면 진행하기로 했어. 소우, 선 한 번 보는 것도 경험되지 않을까? 응?

키요이 어머니 키요이의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다급하게 말씀하심.

소우.
선 한 번만 보면 되는 거야?
응. 소우, 역시 우리 아들 든든해.

키요이 어머니 말에 눈에서 눈물이 소리 없이 흘러도 티 내지 않음.

응. 바빠. 끊을게.

키요이 그렇게 소리 없이 흐르는 눈물 닦지도 못하고 있는데, 퇴근하자마자 그런 저를 발견하고 평소처럼 호들갑 떨지도 못한 채 굳어 있는 히라 발견함.

히라.
키요이, 괜찮아.

결국, 키요이 선 자리에 나가게 됨. 먼저 왔는지 룸에는 아직 아무도 없었음.

키요이, 걱정 마.

키요이 히라가 눈 새카맣게 변해서 했던 말이 맴돎. 키요이 히라가 뭘 어쩔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대로 정말 상대방 집안에서 새아버지 회사를 쥐고 흔들어서 억지로 정략혼에 결혼식까지 가게 되면 결혼식장에서 손 붙잡고 신부 아 신랑 데리고 히라가 도망치겠다는 건가 하고 웃음. 근데 뭔가 히라라면 그럴 수도 있어서 빠르게 눈 깜빡거림.

안, 안녕하세요!

그때, 수줍게 볼을 붉히며 주변에 분위기를 한층 띄우는 여성이 문을 열고 들어옴.

혹, 혹시 한 번 더 만나 주실 수 있으세요?!

키요이 선은 처음이지만 물론 이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지만 선보다 지금 팬 미팅에 온 기분이 들었음.

스케쥴이 많아서요. 미...
미, 미안하다고 하지 마세요!

키요이 불타는 팬의 눈빛을 보며 고개를 끄덕임.

많이 바쁘신 거 알아요! 너무 감사해요!

키요이 결혼 얘기나 약혼 같은 얘기도 없어서 살짝 눈만 깜빡거림. 마지막도 악수하고 헤어짐. 선 보고 나면 집에 오라는 어머니 얘기에 본가로 향함.

소우! 어땠니?!

키요이 아버지 회사가 휘청이는 시점에도 밝은 어머니를 보며 입가를 올림. 항상 긍정적인 건 어머니의 가장 큰 장점이었음.

서로 좋은 경험이 됐어. 아버지 회사는 엄청나게 투자하고 싶어하신다고 했으니까 걱정 마. 그리고 내가 도울게.

키요이 금방 아쉬워하는 어머니 얼굴에 죄송스러워짐. 하지만 결혼까지는 할 수 없었음. 선 본 거만으로도 스스로 용납하기 힘들었음. 아무리 히라가 한 번은 괜찮다고 해도.

그래. 어차피 그냥 한 번 선 보게 하자고 했던 거고.

회사는...
아버지가 굉장히 투자하고 싶다고 난리세요. 그보다 키요이상 이거요.

키요이 무심코 나온 어머니 말에 선 본 사람과 나눴던 이야기가 떠오름. 그저 상대방이 연예인인 자신에게 호감이 있어 잘 넘어갔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봄.

뭐라고?
그냥 선남선녀 가진 부모끼리 이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합.

키요이 급하게 입을 닫는 어머니를 보며 무표정해짐.

그, 그게 소우 선 보라고 하면 절대 안 볼 테니까. 근데 그 집 딸이 너무 착하고 봐서 알겠지만, 분위기도 너무 좋고 너를 너무 좋아하기도 하고! 너랑 이어주면 너무 좋을 거 같아서!
...
소우, 엄마가 미안해! 응?!

키요이 어머니 평소라면 하?! 하고 소리를 치거나 벌떡 일어났을 키요이가 무표정하게 있자 다급하게 두 손을 모음. 이러면 키요이는 괜찮다고 할 착한 아들이니까.

엄마.
응? 응!
나도..
응!
나도.. 엄마 자식이잖아.

어머니 키요이 눈에서 눈물방울이 떨어지자 그대로 굳어서 움직이지 못하심.

갈게.

키요이 눈물도 닦지 못한 채로 일어남.

소, 소쨩! 그게 아니라, 엄, 엄마는 소쨩을 위해서... 소쨩...

어머니 키요이가 했던 말들이 떠오르면서 키요이 우는 거 몇 번 못 보셔서 제대로 잡지도 못하심.

키요이 뛰듯이 걸어 나와서 당장 집에 가고 싶다고 생각함. 히라가 불을 켜놓고 맛있는 음식을 해놓는 따뜻한 집. 히라만으로도 따뜻해지는 히라와 자신의 집.

키, 키요이!

키요이가 걱정됐는지 히라가 문앞에 나와 있었음.

히, 라... 미안해.

히라는 재빠르게 키요이에게 뛰어가서 아니라며 절대 사과하지 마라고 키요이 잘못한 거 없다며 도리어 자신이 미안하다며 제 품에 키요이 싸매서 집으로 들어감.

키요이 히라 품에 안겨서 고롱고롱 소리내며 잠들음.

며칠 쉬고 나니 키요이 잘못했다는 생각이 듦. 엄마한테 그렇게까지 말할 생각은 없었음.

마침 어머니한테 전화가 오자 키요이 머뭇거리다가 소파에 앉아 있던 히라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전화 받음.

소쨩!
무, 무슨 일이야?!

우는 엄마 목소리에 키요이 놀라서 급하게 옷 챙겨입고 본가에 다녀옴.

히라.
키, 키요이.

키요이가 걱정됐던 히라 서성대면서 키요이 기다림.

엄마가 미안해! 소쨩, 엄마가 잘못했어.

키요이 어머니가 진심으로 사과해서 놀람. 그리고 제대로 된 설명 듣고 화 풀렸다고 얘기하고 말씀 안 드려서 죄송하지만 좋아하는 사람 있다고 히라처럼 얘기함. 키요이 잘 됐다며 웃는 어머니랑 새아버지 얼굴 보며 정말 걱정돼서 그랬구나 하는 동시에 엄마가 소쨩이 큰아들이라 의지했다고 미안하다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며 사랑한다고 말하는 엄마의 얼굴이 인상 깊었음. 응, 나도 하고 쿨하게 대답하고 왔지만. 물론 키요이 어머니는 그런 키요이가 오랜만에 정말 어린 아이 같아서 안고 웃다가 또 미안하다고 아이처럼 우심. 물론 새아버지도 정중하게 사과해주셔서 키요이 자신을 위해서 그런 거니 괜찮다 말씀드리고 옴.

아버지 회사 괜찮아. 진짜 어떻게 그런 거짓말을.. 아무튼 그냥 걱정돼서 그랬대. 좋은 짝 찾기를 바라서. 엄마가 잘못했다고 하셨고 관계도 더 좋아졌어. 그래서 나도 너처럼 말씀드렸어. 그러니까 히라.
...
히라?

키요이 히라가 갑자기 꽉 껴안자 놀람.

사실은 키요이를 빼앗길까 봐 너무 무서웠어.

히라의 말에 금방 키요이 눈에 눈물 맺힘. 키요이 까맣게 변하는 히라 눈동자 보여 미안하다고 하려는데 히라가 그전에 입맞춤.

키, 키요이 더 자지.

키요이가 부엌으로 향하는 히라 등을 껴안자 히라 살짝 놀란 채 말함. 키요이 어제 새카매진 눈동자로 자신을 즐겁게 해주던 히라를 떠올림. 키요이 그저 히라 등 뒤에 얼굴 비빔.

키, 키요이, 안 피곤해?
응.
그, 그럼 배고파?
응. 조금.
빨리 밥해줄게.
근데 조금 이따가 먹어도 될 거 같아.

사실 히라 부모님 통해서 키요이 선 보는 집이 어떤 집인지 다 알아두고 할 수 있으면 권력으로 갑질하는 회사 싫어하는 부모님 덕에 갑질이 뭔지 진짜 횡포가 뭔지 알려줄 준비 다 해놨음. 알아보던 중 단순히 키요이 선 상대가 키요이 팬이란 것도 알았지만. 다행히 정말 키요이 팬이 키요이 한번 보고 싶어서 결혼 생각 없지만 선 자리에 나왔던 거였음. 그래도 히라는 불안했었음.

히라 히죽 웃으며 몸 돌림.

키모.

키요이 예쁘게 웃는 제 얼굴 보다가 히라 멍해지니 웃으며 도망침.

키, 키요이.

히라 빠르게 키요이 따라서 같이 방으로 들어감.

키요이, 아이시떼루!

얼마 후 키요이 팬미팅 열렸는데.

키요이!
키요이!

시끄러운 응원 소리에 수줍게 키요이 응원하는 두 사람 있는데 한 명은 수상한 모자와 선글라스 쓴 수상군 히라고 그 옆에는 키요이가 평화로웠던 선 자리 답례로 초대장 보낸 선 본분 계심. 선 본 여성분 키요이 찐 팬인데 아버지가 엄격해서 못 왔다가 회사 차원 초대라 핑계 댔고 앞으로도 팬미팅 올 수 있게 됐음. 이번에는 저번에 못 받은 사인 꼭 받을 생각함. 히라 키요이만 보여서 어차피 옆에 누가 있든 잘 모르기도 하지만 알아도 선 본 분 키요이 찐 팬인 거 알고 덕분에 일도 잘 풀려서 같이 키요이 찬양 가능함.

키모.

히라 키요이가 작게 입 모양으로 하는 말 알아 듣고 자신과 키요이만 알 수 있는 말이라 귀 끝까지 빨개짐. 도리어 키요이는 히라가 자신이 선 본 여성분이라 같이 서 있어서 불만이었음. 그분이 객관적으로는 괜찮은 분이라. 히라 키요이 더 잘 보려고 움직이고 곧 이벤트 시작이라 웅성거려서 자리 옮겨짐.

키모.

히라 이번에는 키요이가 환하게 웃으며 입 모양으로 작게 키모 하자 다른 의미인 거 알고 히죽 웃으며 고개 끄덕임.






히라키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