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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3 23:37
센티넬버스au 판석백호 백호른ㅈ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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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는 분명 홀로그램일테지만 집채만큼 커다란 괴물을 코앞에서 바라보는 위압감은 굉장했다. 거대한 전갈형태의 괴물이 위협적으로 독꼬리를 휘둘렀다. 정수리 위로 훅 지나가는 꼬리에 소름끼치는 바람이 느껴졌다. 이게 정말 가짜라고? 신병들은 혼란속에 겁을 집어먹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는 태섭과 대만, 백호가 사악하기 짝이 없는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예민한 센티넬의 오감을 속일만큼 정교한 기술력이지만 어느정도 경험과 노련함을 익힌다면 실제와는 다른 이질감을 느낄수 있을터다. 물론 아직 저 우왕자왕하느라 바쁜 신병들에겐 먼훗날에나 가능할 법했다. 무기를 가지고서도 써먹지 못하는 애송이들을 한심하게 바라보던 태섭이 눈썹을 들어올렸다. 호오.
전진하며 내딪는 발걸음엔 망설임이 없다. 비록 실탄은 아닐지언정 제대로된 사격자세를 잡고 정확하게 괴물의 급소를 노리며 방아쇠를 당겼다. 헛발질을 하며 앞에서 거슬리게 시야를 방해하는 센티넬의 목덜미를 잡아 뒤로 끌어내리자 괴물의 꼬리가 빈자리에 꽂혀들어갔다. 바닥에 박힌 꼬리를 군홧발로 짓밟고 격발을 취했다. 대만이 팔짱을 끼고 유심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방금의 움직임은 가이드보단 센티넬에 더 가까웠다. 대만의 시선이 옆에선 백호에게로 이어졌다. 백호는 판석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크게확장된 동공이 전체를 들여다보는 것은 언제봐도 소름끼쳤다. 대만은 아까부터 거슬리던 기시감의 정체를 깨달았다. 방금 판석의 움직임은 처음 백호가 쉘터로 왔을때 느낌과 유사했다.
경태는 창백하게 질린채로 바닥에 주저앉아있었다. 한심한 제 꼴이 우습다못해 처참해서 일어나고 싶었지만 다리가 풀려 움직이지 못했다. 그런 경태 옆을 판석이 총기 장전을 하며 무심히 지나쳤다. 걸리적거리지 말라고 했을텐데. 가차없는 말에 대꾸도 못하고 경태는 고개를 숙였다. 자존심을 챙기는 것 따위 힘과 능력이 증명되었을때나 가능하다. 완전히 풀이 죽어있는 경태를 내려다보는 판석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이윽고 고개를 돌려 다른 신병들을 쳐다봤다. 타박도 살기도 없었지만 절로 움츠러들수밖에 없는 기백이 느껴졌다. 가이드는 시선을 피했고 센티넬은 헛기침을 하며 무기를 고쳐잡았다. 태섭이 흥미롭게 신병들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긴장감을 지켜보았다.
저 녀석 꼭. 태섭이 중얼거릴때 대만이 끼어들었다. 백호 같지? 태섭이 눈썹 한짝을 들어올리며 백호를 쳐다보았다. 판석을 주시하고 있던 백호가 질색한 표정으로 태섭과 대만을 노려보았다. 제풀에 찔끔한 태섭이 헛기침을 하며 전투예행 프로그램을 재실행했다. 바닥에 놔뒹굴던 전갈괴물의 사체가 사라지자 신병들이 움찔대며 불안하게 주위를 살폈다. 백호. 선배. 태섭의 부름에 백호와 대만이 자세를 바로하고 움직였다. 그 순간 공중에서 나방형태의 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수십갈래의 촉수를 가진 나방괴물이 유리가 긁히는 것과 같은 괴음을 지르며 세쌍의 날개를 퍼덕였다. 모래바람이 폭풍처럼 일었고 신병들이 기겁하며 몸을 물렸다. 그리고 그들을 가로질러 격발자세를 취한 백호가 앞서고 그 뒤를 대만이 따랐다.
센티넬의 전투방식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이미 자체로도 훌륭한 무기가 센티넬이다. 시야는 넓고 감각은 예민하다. 괴력에 가까운 힘은 쇠를 구부리고 땅을 박차는 것만으로도 공중으로 튀어오른다. 통제만 가능하다면 더할나위없이 훌륭한 무기이나 한계는 있었고 이를 보조할수 있는건 가이드다. 전자동 격발의 진동에도 흔들림없이 백호가 나아갔다. 그 뒤를 방어하며 대만이 보조했다. 동시다발적으로 촉수들이 쏟아졌다. 백호가 신호를 함과 동시에 대만이 뒤로 물러났고 단검을 뽑아낸 백호가 공중에서 힘있게 몸을 굴려 나방괴물을 들이받았다. 신병들이 입을 벌리며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팽팽하게 당겨진 촉수들을 한번의 칼질로 잘라내고 비명을 지르는 괴물의 날개를 움켜쥐어 맨손으로 뜯어낸다. 사납게 펄럭이는 몸체에 중심이 흐트러지자 망설임없이 뛰어내렸다.
백호가 땅에 착지하는 일말의 시간에도 만일의 공격을 막기위해 대만이 엄호했다. 익숙하고 노련한 콤비플레이였다. 그리고 신병들은 두 센티넬과 가이드 사이에 파장이 얽혀있음을 깨달았다. 대만이 특정범위내로 베리어처럼 뻗어놓은 방사형 가이딩에 백호가 있었다. 날개와 촉수를 잃은 괴물이 날뛴다. 고막을 찌르는 통증에 신병들이 귀를 틀어막고 신음했다. 신경을 마비시키는 주파수에 백호의 표정도 구겨졌다. 대만이 재빠르게 장갑을 벗고 손을 뻗어 백호의 목덜미를 짚었다. 구겨졌던 표정이 가라앉고 동공이 예리하게 좁혀졌다. 일순 판석의 눈이 가늘어졌다. 백호는 노련한 스나이퍼처럼 격발자세를 취했고 망설임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 홀로그램이 종료되자 난장판이된 사막풍경은 사라지고 백색의 거대한 빈공간으로 돌아왔다. 꽤나 치열했던 훈련덕에 깨끗하던 밀실은 여기저기 금이가고 부서져있었다. 신병들은 너덜거리는 몸뚱이로 바닥에 널브러졌다. 고생들했다. 훈련은 끝났으니 지금부터 자율 식사와 휴식을 취하도록. 태섭의 명령이 떨어지자 신병들이 앓는 소리를 냈다. 이거이거 체력부터 키워놔야하는거 아냐? 대만이 태섭의 어깨를 툭치며 말했다. 태섭이 콧방귀를 뀌었다. 먼저 애들 가이딩이나 해줘요. 오케이, 오케이. 대만이 가볍게 대꾸하며 바닥에 딱 붙어있는 센티넬들에게로 향했다. 태섭은 대만이 신병들을 챙기는것을 지켜보다 홀로 무심히 서있는 판석을 바라보았다.
시선을 느꼈는지 판석도 태섭을 응시했다. 느른하고 무심한 표정이었지만 눈빛이 꽤나 살벌했다. 태섭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뭔가 미움받는 느낌이 드는건 착각인가? 뭐야, 왜 그래. 섭섭군. 끼어든 백호의 말에 태섭의 입가가 씰룩였다. 야, 너 내가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잖아. 상명하복은 바라지도 않지만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 되바라진 호칭에 울컥한 태섭이 저보다 큰 백호의 정수리에 주먹을 꽂아넣으며 마구 문질렀다. 백호가 왁왁 신음을 지르며 몸부림을 쳤다. 응? 열중에서 백호를 혼쭐내주던 태섭이 등허리로 서늘함을 느꼈다. 고개를 돌렸을때 판석은 이미 다른데 시선을 두고 있었지만 태섭도 결국은 센티넬이었고 오감은 정확했다.
태섭은 다짜고짜 백호를 끌어안았다. 으엥? 백호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얌전히 태섭에게 안겼다. 다시금 떨어지고, 다시 끌어안았다. 그렇게 몇번을 반복해대니 이젠 신병들과 대만까지 그 행태를 어이없는 표정으로 구경하기에 이르렀다. 백호는 그저 얼빠진 얼굴로 태섭의 알수 없는 행동들에 휘둘리기만 했다. 이윽고 태섭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백호의 어깨를 두들겼다. 순정이구만. 좋을때지. 백호의 고개가 기울여졌다. 아니, 뭔 소리야? 다 그런게 있다. 태섭은 가볍게 손뼉을 치며 밥이나 먹자고 말했고 백호는 금세 표정을 밝아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신병들과 대만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고 그 옆에 서서 고개를 돌리고 있던 판석이 이마를 짚으며 욕설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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