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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7 09:19
"뭐? 눈?"
갑작스러운 눈폭풍에 항모 갑판에도 눈이 쌓이고 전투기 이착륙이 불가능해져서 훈련이 취소되는데 그 소식을 듣고 눈을 반짝이는 두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다들 각자 방으로 돌아가거나 당구나 한게임 하자면서 뿔뿔이 흩어지는데 그 둘만 반대 방향을 향해서 냅다 달려갈듯. 그리고 눈이 한가득 쌓여있고 그 위로 여전히 눈이 내리는 갑판에서 마치 첫눈 만난 강아지처럼 폴짝폴짝 뛰어다니고 눈밭 위를 구르고 눈을 뭉쳐서 서로에게 던지고 꺄르르 웃는게 다름아닌 바로 행맨과 밥이란건 보고도 믿기 어려운 광경일거 같다. 쟤네 언제부터 저렇게 친했어...? 하고 당황한 목소리 뒤로 행맨은 텍사스 출신이고 밥은 캘리포니아 출신이잖아 하고 누가 명쾌하게 정리해주면 다들 아... 하고 수긍하겠지. 공통점이라곤 없어보이는 두 지역이었는데 하나 있었네.. 쟤네 둘다 눈을 못 보고 자랐겠구나.. 싶은거.
둘다 눈 오면 하고 싶었던게 많았는지 행맨은 벌써 자기 허리까지 오는 눈덩이를 만들어놓고 또 하나를 더 굴리고 있고 밥은 언제 챙겨왔는지 정체모를 도구로 눈오리 군단을 무한증식하고 있을거같다. "아 대위님들 이거 내일 훈련전까지 다 치우셔야 합니다" 해도 걱정마 우리가 오늘 자정까지 치울게 그전엔 낭만을 좀 즐기자 하면서 빨개진 코로 헤헤 웃는 두 사람일듯. 제일 안 맞을거같은 행맨과 밥인데 이런곳에서는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함. 서로 신뢰의 눈빛을 한번 주고받은 뒤 행맨은 다시 열심히 눈동구라미를 영차영차 굴리고 밥은 다시 쪼그려앉아 눈오리공장을 재가동시키겠지. 그렇게 행맨은 얼추 자기 어깨까지 오는 커다란 대형 눈사람을 완성시키고 밥은 자기가 양성한 백만 눈오리 군단을 행맨의 눈사람을 지키도록 하나하나 옮겨서 배치시킴. 따뜻한 실내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영건즈도 어휴 애도 아니고 저게 뭐냐ㅉㅉ 했지만 나중엔 하나둘씩 나가서 기념셀카도 찍고 밥한테 눈오리 만드는 기구 어디서 사냐고 물어보고 그랬을듯. 행맨밥은 콧물 훌쩍거리면서도 뿌듯한 얼굴로 핫초코 한잔씩 호로록하면서 아 그래도 진짜 재밌었다 그치? 이러고..
그러다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각, 진짜로 다 정리가 되었는지 다음날 훈련을 위해서 갑판을 확인하려고 나온 중위가 수상한 실루엣을 발견하면 좋겠다. 눈 사람 옆에 그 키보다 조금 더 큰 사람의 형체가 보이는데... 처음엔 한명인가 했는데 분명히 둘이고.. 그런데 지금 꼭 한 덩어리처럼 뭉쳐져서 입술을 부비고 있는게... 아니 이 신성한 미해군 항모에서 누가.. 어, 대위님들???
자기들이 책임지고 치운다더니 눈사람이랑 눈오리는 그대로 있고 그 옆에서 서로 입술만 쪽쪽 빨다가 딱 들키는 행맨밥이면 좋겠다.
파월풀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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