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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5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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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
날 버려??

정우성은 머리가슴배로 나뉜채 뒹구는 자신의 입간판을 보며 분노에 차서 이명헌 방문을 두드림.
자진모리장단 굿거리장단으로 두드려대는 통에 복도가 웅성웅성해질 즈음에서야 이명헌이 짜증을 참는 얼굴로 문을 열었음.


-뭐야?
-형이야말로 뭐에요?
-…너 일단 들어와.


보는 눈을 피해서 정우성을 일단 안에 수납하기는 했는데
잠수이별한 전남친을 방에 들여버린 이명헌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었고
잠수이별 당한 전남친 역의 정우성은 뭐…

-형은… 형은 그렇게 나 차놓고 술주정부리는 영상이나 찍히고… 그래놓고 여기선 나 쌩하니 모른 척하고… 어떻게 사람이 그래요? 사람이 어떻게…

대뜸 이명헌 맘 약해지는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함.
정우성은 늘 그랬음.

이명헌에게 고백을 날렸을 때도 눈물바람.
인터하이 졌을 때도 눈물바람.
첫 휴가로 귀국했을 때도 눈물바람.
다시 들어갈 때도 눈물바람.

저 눈물 때문이다.
이명헌이 잠수이별한 이유도 바로 저 눈물이었음.
이명헌은 정우성의 눈물에 약했음.


-울지 마, 좀.
-알아요 형 나 우는 거 싫어하는 거. 미안해요, 안 울게요. 안 울건데… 킁…


코를 킁 먹은 정우성이 체육복 저지 상의로 눈을 벅벅 문질렀음. 저렇게 문지르면 내일 부을텐데… 이명헌은 손을 내밀다 말고 퍼뜩 정신을 차리고 돌아섬.

-그래서 뭐. 왜 문을 두드려.
-나 형 좋아해요. 그렇게 차이고도 포기 못하겠어요. 형도 나 아직 좋아하잖아요.
-난 너 안 좋아해.
-거짓말.
-거짓말 아닌데.
-증거 있어요!


정우성이 휴대전화를 내밀었음.
그 휴대전화 속에선 만취한 이명헌이 정우성의 입간판에 자기 겉옷을 씌우며 낑낑대고 있었고.

-…추워보여서 그런 거야.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 측은지심.
-측은지심?
-그래. 고등학교 졸업장도 없이 남의 나라로 떠난 너는 모르겠지만…
-그래요! 난 그런 거 몰라! 형 나 아직 좋아하잖아!!
-아니야.
-측은지심이든 뭐든 상관없어요. 나 안 받아주면 상탈하고 밖에서 잘거야!
-미쳤나요?
-그래요!! 미쳤어요!! 이명헌 때문에 미쳤다고!! 나 감기 걸려서 경기 못 뛰면 국대 주장 탓이라고 기자회견 할 거야!

그러면서 갑자기 상탈을 하는 정우성을 이명헌은 얼른 붙잡았음.

-야… 야. 너 왜 벗냐.
-측은지심이라도 얻어보려고요!
-일단… 일단 옷 입고 이야기하자. 앉아봐.
-앉는거 말고 눕는 건 안돼요?
-진짜 미쳤나요?


슬램덩크
우성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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